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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론’은 고객을 즐겁게 했다

김상훈 | 3호 (2008년 2월 Issue 2)
 

한 남자가 매끈하게 잘린 멜론 조각에 헤드폰 잭을 꽂자 힙합음악이 흘러나온다. 2004년 11월, SK텔레콤은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독특한 TV광고와 함께 세계 최초로 유무선을 연동한 유비쿼터스 음악 서비스 ‘멜론(MelOn)’을 선보였다.
 
“국내 인터넷 인프라는 자리를 잡았지만, 이를 활용한 가치 있는 비즈니스 모델 개발은 미흡한 상황이었습니다. 통신망만 잘 발달했지 이를 채워 넣을 콘텐츠가 부족했던 것이지요.” 멜론서비스 개발의 주역인 신원수 SK텔레콤 뮤직사업부장(현 SK텔레콤 자회사인 서울음반대표)은 그가 콘텐츠사업팀장이었던 2003년의 상황을 떠올렸다. 당시 SK텔레콤 내에서는 통신사업자로서 어떤 콘텐츠 사업에 먼저 발을 들여놔야 할지 의견이 분분했다. 이때 그의 팀은 음악 산업이 게임 및 영상산업과 비슷한 방향으로 진화하면서 통신 서비스와의 시너지 효과를 높일 것이란 전망을 토대로 음악 산업을 본격 추진하게 됐다.
 
2003년은 한국 음악 산업의 구조적 재편이 일어난 역사적 해였다. 2000년 4104억 원 규모였던 국내 음반시장은 2003년 1833억 원으로 55.3%나 줄어들었고 2006년에는 결국 1000억 원대 미만(848억)으로 추락했다. 반대로 디지털 음악시장은 2000년 450억 원 수준에서 2003년 1850억 원으로 성장, 음반시장을 추월했고 매년 상승세를 지속해 2006년 3500억 원 규모에 이르렀다. 디지털 음악 산업이 6년 만에 무려 8배 가까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통화 연결음과 벨소리 등 무선음악시장 확대는 물론이고 멜론과 같은 유무선 연동 음악 서비스의 시장 확대 때문이었다.

2003
년 당시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 ‘벨소리는 돈을 내고 구입해도, MP3파일은 공짜로 듣겠다’는 응답이 절대다수였다. 토막난 음원은 돈 주고 사면서도 전곡을 담은 파일은 무료로 듣겠다는 소비자가 거의 대부분이었던 것. 그러나 휴대전화와 MP3플레이어가 결합한 ‘MP3폰’의 확산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탄생을 자극했고 불법 복제 음원 난립에 맞설 과감한 의사결정이 요구됐다.
 
고민을 거듭하던 신상무는 결국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음악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빌리는’ 렌탈(rental)의 개념으로 접근해, 소비자들이 ‘편하게’, ‘마음껏’ 음악을 듣고자 하는 니즈(needs)를 충족시키자는 것이었다. 이와 함께 DRM(Digital Right Management: 디지털 저작권 관리)시스템을 통해 음원 공급자의 저작권 문제도 동시에 해결하자는 것이었다. DRM은 스트리밍 서비스와 다운로드에 ‘기간 이용제’를 적용해 소비자가 요금을 지불한 기간이 지나면 음악의 재생이 차단되도록 설계했다.
 
2007년 현재 멜론의 ‘프리클럽’에 가입한 소비자는 실시간 음악감상과 음악파일 다운로드 서비스를 월정액 4500원에 이용하며, ‘스트리밍클럽’ 회원은 다운로드 없이 실시간 음악감상 서비스를 월정액 3000원에 제공받고 있다. 이용 곡수는 무제한이며 고객 단말기로 등록된 MP3플레이어, 휴대전화, 그리고 PC로 멜론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음악파일의 유료화에 렌탈 시스템을 입힌 아이디어 ‘멜론’으로 국내 음반사 관계자를 설득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EMI, SONY 등 외국계 음반사였습니다. 외국계 음반사들은 오프라인 시장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있었고, 디지털 시장의 유통정책에 대해서는 보수적이었지요.”
 
당시 국내 음악 유통시장에서 외국계 음반사는 국내 시장의 20∼30%를 차지하고 있었다. 고심 끝에 SK텔레콤은 ‘MLB’(Music License Bank)라는 선진 시스템을 개발, 국내 음반사뿐 아니라 외국계 음반사까지 설득하는데 성공했다. SK텔레콤과 제휴한 음반사는 MLB를 통해 컬러링 판매량, 상품화된 음원 수치 등을 일단위로 집계할 수 있었고 자사의 음원 정산과정이 투명해짐에 따라 매출도 늘어나는 효과를 누렸다. 결국 제작 및 유통업자와의 상생 노력은 멜론이 불확실한 초기 시장에 안착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SK텔레콤은 2004년 11월에 음악서비스 ‘멜론’을 개시한 이후 1년 만에 가입자 400만 명을 확보했고 2005년에는 195억 원, 2006년에는 394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매년 두 배에 가까운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2006년 9월 유료가입자 80만 명을 돌파하며 음악사이트 유료가입자 1위 자리를 차지하는 등 이동통신사의 음악포털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모델을 구축했다. 무료 MP3파일과 불법 파일공유가 성행하던 사업 초기에 10억 원을 들여 자체 DRM을 개발하고, 파격적으로 대대적인 TV광고와 지면광고를 집행해 유료 음악사이트라는 비즈니스 모델의 불확실성을 제거했기 때문에 생긴 결과다.
 

멜론의 월정액 임대형 상품은 해외 이동통신사와 음악사업자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관심을 모았다. 2005년 4월 미국의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Business Week)는 ‘iPod Killers?’란 커버스토리를 통해 멜론의 성공 비결을 소개하기도 했다.
 
최근 SK텔레콤은 음반 제작유통 업체인 서울음반을 인수하는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음악방송, 어학, 웹노래방, 매장음악 서비스, 쇼핑몰 같은 콘텐츠 보강은 물론이고 ‘멜론 쇼케이스’나 신인가수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음반시장까지 장악력을 높여가고 있다. 멜론 음악 감상 서비스와 함께 온라인 게임 이용권이나 영화 감상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결합상품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멜론은 이제 국내 최고의 유료 음악서비스로 자리 잡았지만 이제 디지털 음악산업 성장 정체라는 복병을 만나 또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DRM 개방 이슈가 바로 그것이다. 현재 SK텔레콤 휴대폰은 멜론에서 다운로드 받은 파일만을 재생할 수 있는데 DRM을 개방하면 멜론이 아닌 다른 사이트에서 구매한 음악도 SK텔레콤 휴대폰에서 재생할 수 있게 된다. 온라인 음악 시장은 현재 유료회원 250만 명에서 성장 정체를 보이고 있다. 또 시민단체의 소송 등 일련의 움직임으로 인해 멜론은 폐쇄적인 DRM 정책을 고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SK텔레콤이 어떤 묘책을 내놓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DBR TIP] 멜론 성공요인

멜론의 성공요인은 다음의 세 가지로 압축된다. 

① 발견된 고객니즈는 끝까지 충족시켜라.
마케팅의 출발점은 고객의 욕구, 즉 니즈(needs)이며 충족되지 않은 니즈를 발견하여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로 해답을 제공하는 것이 마케팅의 과제이다. 고객의 잠재된 니즈를 발견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설사 아직 충족되지 않은 니즈를 발견한다 해도 이를 해결해 줄 해답을 찾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음악 소비자들의 공통된 니즈는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마음껏’ 음악을 듣고 싶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SK텔레콤이 자체 실시한 시장조사 결과는 이러한 상품을 제공하더라도 유료 구매의향을 가진 고객은 5%에 불과했다. 만일 이런 고객의 말만 믿고 의사 결정을 했다면 지금의 멜론 서비스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소니의 창업자인 모리타 아키오의 말처럼 ‘소비자들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묻기보다 새로운 혁신적 상품으로 대중을 선도’하기 위해 SK텔레콤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였으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답을 찾은 결과 음원의 ‘소유’가 아니라 ‘렌탈’ 서비스라는 묘책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② 고객의 이성보다 감성을 자극하라.
멜론이 단시일에 많은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감성적인 광고를 포함한 프로모션에 힘입은 바 크다. 과일 이름을 음악 서비스의 브랜드로 선택한 것도 참신했지만, 진짜 멜론에 헤드폰 잭을 꽂고 음악을 즐기는 독특한 분위기와 컨셉의 광고는 음악을 즐기는 젊은 층의 눈과 귀, 그리고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달콤한 멜론의 맛과 흥겨운 음악을 연결시킨 독특한 광고는 고객에게 멜론은 ‘즐겁다’는 메시지를 심어줬다. 또 음악을 소유하기 보다는 ‘즐기는’ 것으로 이해함으로써 렌탈 서비스라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거부감을 제거하는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했다. 만일 SK텔레콤이 감성이 아니라 음질이나 편리성 등 기능적 편익을 강조했더라면 유사한 서비스를 내세운 경쟁사들과 차별화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③ 산업 공존을 위한 생태계를 구축하라.
정보기술(IT) 발전은 산업 내 가치사슬의 해체와 재결합의 원천이 되고 있다. 따라서 한 기업이나 상품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치사슬을 공유하는 수많은 참여자들의 지지와 도움이 필요하다. 음반시장이 붕괴되고 무료 다운로드가 급속도로 확대되는 시점에서 SK텔레콤이 내놓은 유료음악 서비스 모델은 가뭄에 단비와 같은 현실적 대안으로 부각됐다. 물론 각 업체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일은 매우 힘든 과제였지만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대안을 찾아냈다.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기 위해 SK텔레콤은 DRM을 통해 등록된 MP3플레이어와 휴대폰에만 음악을 저장할 수 있고, 요금을 지불한 기간이 지나면 음악재생을 차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는 국내 음반사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동시에 다양한 음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됐다. 또 국내 디지털 음악 유통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던 외국계 음반사들에게는 이른바 ‘MLB(Music License Bank)’라는 비장의 무기를 통해 협력을 이끌어 내었다. MLB 시스템을 갖춘 SK텔레콤과 제휴한 음반사는 컬러링 판매량, 상품화된 음원의 수치 등을 일단위로 집계할 수 있었던 것이다. 투명한 정산과정에 목말라했던 음반사들은 이를 반겼고 매출도 증대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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