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의사에게 배우는 의사 결정 방법

3호 (2008년 2월 Issue 2)

기업가처럼 의사들도 실수를 한다. 일부 실수는 순수하게 의료 활동 중에 발생한다. 0.5리터의 피가 실수로 제인 스미스가 아닌 존 스미스에게 수혈되어 존이 쇼크 상태에 빠진다. 엑스레이의 좌우가 바뀌어 표시되는 바람에 신경외과의사가 뇌의 다른 부위를 수술하기도 한다. 이런 실수는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법정 소송을 유발하고, 환자와 환자 가족들을 공포에 떨게 한다. 이런 실수들로 인해 의학연구소가 1999년 “실수하는 것이 인간이다”와 같은 ‘획기적’ 기사를 발표하기도 했다.
 
병원 운영자들은 비즈니스 사례에서 해결책을 찾아보라는 의학연구소의 권고안을 받아들였다. 항공 여행, 핵에너지와 같이 위험성이 높은 산업에서 얻은 교훈을 병원 운영에 반영했다. 최근에 의료 기관을 이용한 사람은 일상화 된 재점검 과정의 혜택을 받았을 것이다. 환자가 원래 의도한 치료를 받는다는 것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의료인들은 비행기 조종사같이 엄격하게 규약을 지킨다.
 
그러나 의료 활동 중의 실수는 의료 사고의 극히 일부분을 차지한다. 의료 사고의 대다수는 판단 착오로 인한 것이다. 사실 모든 의료 상황 중 15∼20%는 오진이다. 제산제로 치료한 중년 남성의 소화불량이 심장 발작으로 밝혀지기도 하고, 어린이의 만성 두통 원인이 가정 스트레스가 아니라 뇌종양으로 밝혀지기도 한다. 또 할머니의 기억 상실 현상이 알츠하이머 초기 증상이 아닌 비타민 B12 결핍 증상으로 밝혀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오진은 의료 활동 중에 일어나는 기술적 문제라기보다 의사의 판단 착오 때문이다. 2007년 의료 분야에서는 판단 착오를 규명하는 방법에 대한 전국적 논의가 시작됐다. 이번에는 비즈니스 관행이 그 해결책이 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의사들이 택한 전략을 CEO나 고위 관리자들이 채택하면 유용할 것 같다.
 
CEO처럼 의사들은 전통적으로 스스로를 확실하고 자율적인 의사결정자로 인식했다. 그들은 신속한 분석과 확실한 처방을 자랑으로 삼았다. 그들의 판단은 기업에서 결정된 사안이 퍼져나가는 것처럼 위계질서를 통해 여과된다. 그러나 대부분 비즈니스와는 극명하게 대조적으로 병원에서는 정기적으로 모든 직원과 수련생들이 참여하는 회의가 소집돼 치료 실패 사례를 재검토한다. 이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신체 기관에 대해 논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진단 과정에 발생한 실수를 분석한다. 이 회의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교육과 자신의 역량 증진을 위해서 저명한 의사조차도 쉽게 실수를 저지른다는 것을 실토한다.
 
의학은 인지 과학 연구에 많은 소재를 제공한다. 특히, 아모스 트베르스키와 다니엘 카네만은 30년 전에 ‘발견적 방법(heuristics)’의 이익과 위험성, 손쉬운 사고 방법 등을 연구했다. 발견적 방법은 우리가 착오를 일으키는 사례의 15∼20%를 설명한다. 오진에 대한 나의 연구는 대단히 노련한 의사도 실수를 저지르기 쉽다는 것을 보여준다. 비슷하게 모든 의사들은 극적인 과거 사례를 떠올리면서 실수로 이를 현재 상황에 적용한다. 또 다른 인식의 함정은 의사들이 환자들의 모든 불평을 정형화된 진단으로 결론지어 버리는 것이다. 예를들어 의사들은 불명확한 증상에는 대충 폐경기, 갱년기, 스트레스 등과 같은 유형으로 진단을 내려버리고 다른 원인을 심도 있게 찾아보려고 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권위 있는 의사들이 오진비율을 낮추는데 도움이 되는 인지 과학적 통찰을 크게 반기고 있다. 이를 통해 의사들이 최근 의료 활동과 관련한 실수를 고치는데 효과가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권위 있는 의사들은 오진비율을 낮추기 위해 자신의 진단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언제든지 의문을 갖고 대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나는 최근 제조업, 부동산, 금융 분야 기업가들을 대상으로 해당 산업에서 판단 착오가 다뤄지는 방법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해 거의 검토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직원들은 CEO에게 거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게다가 경영인들은 여전히 그들의 생각에만 의존해서 내려지는 의사 결정이 빠르게 이뤄지면 칭송을 받는다. 경영인들은 이런 편견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한다. 인지 과학 도구를 사용해 의사의 진단을 공개하고 분석하는 임상 회의 형식은 모든 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다. CEO를 포함한 모든 경영인들은 의사들이 실행하고 있는 것과 같은 자기 분석을 개방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의학에서 오진은 환자의 죽음을 의미할 수도 있다. 비슷하게 생각해 보면 기업에서 판단 착오는 조직의 미래, 직원, CEO에게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저자 Jerome Groopman, MD는 하버드 의대 교수다. 최신 저서로는 ‘의사들의 사고방식(Houghton Mifflin, 2007)’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50호 Smart Worcation 2022년 08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