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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기준 바꾸면 파괴적 혁신이죠

DBR | 28호 (2009년 3월 Issue 1)
Q 닌텐도의 ‘위(Wii)’는 지속적 혁신 사례가 아닐까?
- 문성화 kuki07@hotmail.com

안녕하세요. 저는 동아비즈니스리뷰(DBR) 애독자 문성화라고 합니다. DBR 26호에 실린 김한얼 교수님의 글 ‘닌텐도의 파괴형 혁신과 산업 리더십’을 읽고 궁금한 점이 생겨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크리스텐슨 교수의 파괴형 혁신 이론으로 닌텐도 제품의 성공 요인을 설명하셨는데 이 부분이 저에게는 명쾌하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한 좀 더 명확한 설명을 부탁하고자 합니다.
 
제가 느낀 의문점을 설명하기 위해 크리스텐슨 교수가 파괴형 혁신(disrupti-ve innovation) 이론을 발표한 ‘Inno-vator’s dilemma’라는 책 내용 중 일부를 인용하겠습니다. 이 책에서 크리스텐슨 교수는 기술을 크게 2가지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1. 존속적 기술(sustaining technology)
- 기존 제품의 성능을 개선시키는 기술로 점진적 특성을 가짐. 대부분의 기술 발전은 존속적 기술 변화에 해당.
 
2. 파괴적 기술(disruptive technology)
- 시장에 전혀 다른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로 일반적으로 주류 시장에서 기존 제품보다 성능이 떨어짐. 파괴적 기술에 기반한 제품은 더 저렴하고, 작고, 사용이 편한 특성을 지님.
 
위 분류를 통해 크리스텐슨 교수는 파괴적 혁신이 파괴적 기술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혁신에 해당한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파괴적 기술은 기존 제품에 비해 성능이 좋지 않기 때문에 기존 시장이 아닌 새로운 시장을 찾게 됩니다. 그러다가 제품의 성능이 고객의 요구에 부합할 시점에 이르렀을 때 시장의 주력 제품이 기존 제품에서 신제품으로 이동합니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이 파괴적 혁신으로 인해 기존 기업에서 나타나는 의사 결정 프로세스를 6단계 모형을 제시하여 설명합니다. 이 모형에서 1970년대에서 1990년대에 이르는 하드디스크 산업을 분석한 결과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6단계 모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 기존의 성공 기업에서 새로운 크기의 하드디스크 제품(disruptive techno- logy)을 개발.
2단계 마케팅 담당자가 새로운 제품을 기존 고객들에게 선보여 반응을 살핌.
3단계 기술적 한계로 기존 고객의 필요에 부합되지 못한 새로운 제품은 시장에서 외면을 받고, 기존의 성공 기업은 기존 제품의 성능 향상에 주력(회사 자원을 기존 제품에 할당).
4단계 신생 기업이 형성됨(주로 기존의 성공 기업 출신 직원이 설립). 새로운 제품을 위한 신시장을 찾으려는 노력이 계속 이뤄짐.
5단계 신생 기업이 주류 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음.
6단계 기존의 기업이 뒤늦게 새로운 제품을 출시함.
 
이 모형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존의 성공 기업은 현재 가장 많은 수익을 내는 제품을 기준으로 수익성을 판단함으로써 파괴적 기술의 잠재성을 놓치는 대신 기존 제품의 존속적 성능 향상에만 주력합니다. 그러는 사이에 파괴적 기술에 의해 시장이 바뀌면서 성공 기업의 지위 또한 바뀝니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이것이 바로 파괴형 혁신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파괴적 기술은 가치 구조(value network)라는 개념을 통해서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가치구조라는 개념은 일종의 제품 또는 서비스 전체를 구성하고 있는 부분들 간의 연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
표1>에서 제시한 하드디스크의 사례를 보는 바와 같이 파괴적 기술 변화는 기존과는 다른 형태의 가치구조를 형성하는 것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파괴적 기술 변화가 초래하는 파괴적 혁신은 ‘기존 고객의 요구 조건에 못 미치는 형태로 처음 출시되어 실패한 제품이 이후 새로운 시장에서 고객의 요구 기준을 달성하는 제품으로 발전하면서 주류 시장에서 성공하는 특성을 지닌다. 또한 기존의 가치 구조와는 다른 형태의 새로운 가치 구조를 형성한다’고 생각합니다.
 
두가지 특징에 비추어 보았을 때 닌텐도 위의 성공은 분명히 혁신적이긴 하지만 파괴적 혁신의 명확한 특징에 부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컨트롤러가 다르긴 하지만 닌텐도 위는 여전히 기존의 게임기 형태를 유지(TV에 연결, 게임 저장매체 활용 등)하고 있고, 과거 게임 시장 선도자 시절(슈퍼 패미컴) 때 만들어진 오래된 콘텐츠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게임기 시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형태로 여전히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도 그렇습니다.
 
또한 파괴적 혁신이 발생하면 게임 콘솔의 형태가 재편되어 닌텐도의 경쟁사 게임 콘솔 또한 이러한 방식으로 넘어와야 합니다. 그러나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의 Xbox 360에서 이러한 움직임은 찾기 어렵습니다. 닌텐도의 가치 구조 또한 기존과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저는 닌텐도의 기술 개발이 파괴적 혁신이라기보다 제품의 색다른 개선에 따른 로엔드(low-end)형 혁신, 지속적 혁신의 사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외국 블로거 가운데 한 명(www.pagtech.com/2006/10/04/disruptive-tech nology)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이에 대한 설명을 부탁합니다.
A 새로운 기준 만들면 파괴적 혁신
- 김한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졸고에 대한 관심과 독자의 문제제기에 감사합니다. 파괴형 혁신이라는 방대한 내용을 짧은 지면에 소개하다 보니 충분한 설명을 하지 못해 혼란을 드린 듯 합니다. 이 기회를 빌어 설명이 부족했던 부분을 자세히 설명하고자 합니다.
 
문성화 씨의 의견은 닌텐도의 두 제품 가운데 ‘DS’보다는 ‘위’에 더 큰 비중을 두고 계신 것으로 보입니다. 때문에 닌텐도 위를 중심으로 제기하신 4가지 문제점, 즉 1)성능의 문제 2)새로운 시장의 창출 여부 3)경쟁사의 반응 및 산업 재편 4)블로거 또는 전문가의 의견을 각각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1)위의 성능 문제
문성화 씨는 위가 여전히 TV를 이용하고, 닌텐도의 다른 기기들처럼 컨트롤러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게임 콘솔들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하셨습니다. 외관상 유사하다는 점은 저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겉 모습이 유사하다는 것 때문에 위를 지속적인 혁신(sustaining innovation) 사례로 봐야 할까요?
 
잘 지적하신 대로 파괴형 혁신이 독특한 이유는 바로 기존의 제품보다 기술력이 더 뛰어나지 않고 오히려 열등하다는 점입니다. 한 산업이 성숙하면 그 산업의 경쟁 룰과 발전 방향이 형성되는데 일반적으로 성능이 더 뛰어난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로 받아들여집니다.
 
파괴형 혁신 이론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한 산업에서 일반적으로, 또한 대체로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졌던 제품 발전 방향과는 반대로 오히려 열등한 성능의 제품을 통해 기존의 통념을 뒤집어 엎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어떤 제품이 파괴형 혁신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할 때는 성능 측면에서 기존의 제품과 어떻게 다른지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표2>는 게임 콘솔 산업의 대표 주자인 MS의 Xbox 360과 닌텐도 위를 몇 가지 주요 성능 지표로 비교한 것입니다.
 
전통적인 게임 콘솔 성능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2006년에 출시된 위는 이전 제품보다 연산 처리 속도가 빠르고, 고화질 그래픽을 통해 더욱 현실적인 화면에서 게임을 할 수 있는 기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기존 제품보다 연산 처리 속도가 느리고 그래픽도 보잘것없는 열등 제품입니다. 위의 경쟁 제품인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3의 경우 차세대 DVD 기준으로 각광받고 있는 블루레이 드라이브와 돌비 사운드 시스템 등 최첨단 성능을 장착해서 소비자들이 실제 게임 현장에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반면에 닌텐도 위는 심지어 DVD 플레이어도 장착하지 않았습니다.(참고로 이처럼 한물간 기술을 사용한 덕분에 닌텐도는 게임 콘솔 판매만으로도 이윤을 내고 있습니다. 반면에 MS와 소니는 손해를 보면서 게임 콘솔을 파는 대신 게임 소프트웨어 판매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외관상 기존의 제품들과 유사하며 TV를 이용한다든지 하는 측면에서는 많은 유사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닌텐도 위는 열등한 성능을 지닌 파괴형 혁신 제품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파괴형 혁신의 핵심인 ‘기존의 핵심 고객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성능’이라는 측면에서 위는 경쟁 제품보다 분명 열등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주의할 부분은 열등한 성능의 제품이라고 해서 그 제품의 모든 성능이 열등한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는 위의 컨트롤러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위는 기존의 게임기기들이 채택한 조이스틱(joystick)이나 각종 단추(button)를 통한 제어를 지양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컨트롤러를 능수능란하게 작동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이에 적응하기 어려워 게임을 하지 않는 소비자가 많다는 점에 착안했기 때문입니다.
 
위의 컨트롤러는 TV 리모컨처럼 생겼기 때문에 그냥 들고 흔들기만 하면 됩니다. 시간과 노력의 투자가 필요하지 않고 사용법을 배울 필요도 없기 때문에 과거 게임을 하지 않았던 소비자들이 쉽게 게임에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는 위의 목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매우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소비자가 컨트롤러를 들고 흔들 때 그 움직임을 잡아내는 것은 상당한 수준의 기술을 요하는 부분입니다. 다만 이러한 부분은 전통적인 게임기기의 성능 지표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새로운 차원이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전통적인 성능 측정 지표로 평가했을 때는 상대적으로 열등하지만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때로는 기술적으로 복잡한 새로운 차원을 추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2)새로운 시장의 창출 여부
문성화씨는 닌텐도의 두 제품이 기존 시장과 전혀 다른 형태의 시장은 창출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기존 시장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이에 관한 의견도 달라질 수 있을 겁니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기존 시장을 정의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이 기존 경쟁자들이 핵심 고객으로 생각하는 소비자 집단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게임기기 산업에서는 1020대 남성 고객을 핵심 고객으로 보는 것이 적절합니다.
 
그러나 닌텐도 DS 및 위가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는 소비자 그룹은 1020대 남성 고객이 아니라 예전에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이나 MS의 Xbox 360 등을 애용하지 않았던 다양한 연령대, 특히 여성 고객입니다. 이는 닌텐도의 최고경영자(CEO)인 이와타 사토루와 개발자인 미야모토 시게루의 인터뷰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성 고객들은 기존의 게임 산업 관점에서 보면 전혀 새로운, 문성화씨의 표현을 빌리면 전혀 다른 형태의 시장입니다.
 
크리스텐슨 교수의 여러 저서를 보면 파괴형 혁신 모형 자체도 진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997년에 펴낸 ‘The In- novator’s Dilemma’에서도 그가 언급했지만 그 이후의 저술에서 더욱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개념이 바로 ‘비(非)소비’ 개념입니다. 비소비자는 기존 산업의 주변부에 존재하는 잠재적 고객이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기존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소비자 집단을 말합니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이들을 소비자로 전환하는 것이 파괴형 혁신 상용화의 핵심이라 강조합니다.

문성화
씨는 닌텐도가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 산업과 같은 ‘전혀 다른 형태의 시장을 창출하지 않았고 다른 형태의 가치 네트워크를 가져오지도 않았다’고 하셨는데 제 생각은 다릅니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새로운 시장을 통한 파괴형 혁신의 대표 사례로 캐논의 소형 복사기를 들고 있습니다. 과거 대형 복사기는 복사실에만 비치되어 있고 복사 전담 직원들만 사용하던 복잡한 기능을 가진 고가제품이었습니다. 때문에 복사의 질도 떨어지고 시간도 오래 걸렸습니다. 하지만 비소비의 이유를 찾아내고 열등한 제품을 통해 그 해결책을 제시했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것입니다.
 
새로운 시장’을 좁게 해석해서 미니 컴퓨터, PC, 노트북처럼 ‘새로운 산업’이라고만 이해한다면(이것 역시 새로운 산업인지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만) 소형 복사기 또한 전혀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고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새로운 시장이라는 개념에서 중요한 것은 산업 분류 기준에서 새로운 번호를 부여 받는 시장을 창출했느냐가 아니라 기존 시장의 비소비를 극복했느냐입니다.(Christensen and Raynor, 2005, p. 45)
 
이 관점에서 닌텐도의 두 제품은 게임 산업 내에서 기존의 가치 네트워크가 중요하게 여기던 고화질, 복잡한 스토리, 폭력성이라는 기준이 아니라 적당한 수준의 화질, 직관적인 게임,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오락성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새로운 가치 네트워크를 만들어 냈습니다. 특히 기존의 비소비 고객이던 여성과 중장년층을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전혀 다른 형태의 시장을 창출했다고 판단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3)경쟁사의 무반응과 산업 재편
문성화 씨는 “파괴적 기술 변화를 통한 혁신이 발생하면 게임 콘솔의 형태가 재편되어 타 회사의 게임 콘솔 또한 이 방식으로 변화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이러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닌텐도 DS와 위는 파괴형 혁신이 아니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오히려 ‘기술적으로는 열등한 제품이기 때문에 경쟁자들이 유사 제품을 만드는 것이 쉬움에도 불구하고 닌텐도의 경쟁사들이 유사 제품을 빨리 출시하지 않는 것, 아니 못하는 것이 닌텐도의 제품이 파괴형 혁신임을 잘 보여주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HDD 산업의 예에서 기존의 시장 선도 기업들이 파괴형 혁신의 아이디어를 가장 먼저 개발했음에도 적극적으로 상용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의 기업에서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사람들이 회사를 뛰쳐나와 창업한 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였음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크리스텐슨 교수가 책 제목을 ‘성공 기업의 딜레마’라고 한 것은 내부자가 개발한 파괴형 아이디어의 잠재력을 인지하지 못하는 현상보다 오히려 새로운 경쟁자에 의해 소위 열등한 제품이 가지고 있는 시장 잠재력이 이미 증명되었음에도 기존의 기업들이 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달려들지 않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나타날까요. 바로 기존의 기업들은 기존 고객들이 원하는 바에 너무 열심히 귀를 기울이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충성 고객들이 가지고 있는 불만 사항을 만족시키는 것만으로도 전사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상황에서 지금까지 자신들의 제품을 사용하지 않았고, 사용 제품의 가격대가 낮아서 이익률 관점에서도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 새로운 고객들의 요구 사항까지 들어줄 여력을 갖춘 기업은 많지 않습니다. 또 파괴형 혁신 제품을 개발할 경우 그간의 프리미엄 이미지가 타격받을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 선도 기업들이 내부적으로 파괴형 혁신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만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기업 운영 방식, 조직 문화, 가치관 등이 기술적으로 우월한 제품을 생산하고 이에 공헌한 사람들을 보상하는 것에 맞춰져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갑자기 기술적으로 열등하고 가격과 이익률이 낮은 제품을 개발하고자 시도할 경우 새로운 제품에 맞는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기보다 기존의 유지형 혁신을 개발할 때와 같은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많은 경우 실패합니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파괴형 아이디어를 상용화할 의도가 처음부터 없었고, 파괴형 혁신 제품을 개발하고자 해도 잘 되지 않고, 그렇다고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는 없는 상황’을 성공 기업의 딜레마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문성화 씨가 말씀하신 내용은 오히려 닌텐도의 제품이 파괴형 혁신의 예임을 뒷받침해주는 증거가 아닐까요?
 
4)블로거 및 전문가의 반응
문성화 씨가 알려주신 블로거의 글은 파괴형 혁신을 매우 잘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 블로거는 위가 혁명적 제품이 아닌 이유로 ‘위의 게임이 경쟁사 게임과 너무나 비슷하다(the Wii games are just too similar to their competitors)’고 했습니다. 경쟁사의 게임과 유사한 게임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픽, 복잡성, 목표로 삼고 있는 소비자 그룹이 다르다는 부분은 앞에서 자세히 설명을 드렸으니 생략하겠습니다.
 
다음 문장 ‘위가 게임 산업의 현재 상태를 깨뜨리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I don’t think it will disrupt the status quo)’를 보죠. 현재의 상태를 파괴하는 것이 반드시 기존의 선도 기업들을 시장에서 몰아내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블로거의 의견이 옳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파괴형 혁신의 영향을 너무 좁게 해석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소위 한 산업의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대부분 파괴형 혁신이 지니고 있는 잠재력을 가장 늦게 인지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경쟁 룰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며, 현재 존재하는 경쟁의 룰을 형성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담당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파괴형 혁신 전문가들은 오히려 한 산업의 전문가들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일 때 파괴형 혁신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합니다(Anthony, Johnson, Sinfield, and Altman, 2008).
 
이 내용들이 제기하신 문제에 대한 충분한 답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왜 한국 기업은 닌텐도와 유사한 제품을 만들지 못하냐”고 언급한 이후 닌텐도의 성공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닌텐도의 성공 요인을 정확히 이해해서 닌텐도의 유사품이 아닌 새로운 파괴형 혁신을 통해 지금의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는 한국 기업이 더욱 많이 등장하기를 기원합니다.

편집자주 최근 동아비즈니스리뷰(DBR) 앞으로 장문의 e메일이 도착했습니다. DBR 26호 스페셜리포트에 실린 김한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님의 글 ‘닌텐도의 파괴형 혁신과 산업 리더십’에 대해 독자 문성화 씨가 의문점을 제기하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이 언제라도 참여할 수 있는 열린 매체인 DBR은 즉각 김 교수님께 이 의견을 전달했으며, 김 교수님께서는 상세한 답변을 해 주셨습니다. 두 분 간의 의견 교환은 파괴적 혁신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에 따라 DBR은 문씨와 김 교수님의 글을 동시에 싣기로 했습니다. DBR은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도 경영에 대한 건전하고 깊이 있는 토론이 자주 이뤄지기를 기대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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