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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성 경영

창조적 혁신의 숨은 원천 ‘다원주의’

이종욱 | 26호 (2009년 2월 Issue 1)
미국 남부 명문 듀크대의 푸쿠아 경영대학원 건물에 들어서면 2개의 선언문이 눈에 들어온다. 하나는 경영대학원 사명(mission)을 서술한 것이다. 기업 및 학계 리더를 위한 최고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어느 대학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독특한 것은 다른 하나의 선언문이다. 바로 다원성 선언문이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다원성 선언문(Diversity Declarations)
푸쿠아 경영대학원은 우리 사회에 내재된 고유한 차이점(differences)을 고귀한 것으로 인정하고 그 가치를 소중히 여긴다. 하나의 조직으로서 우리 경영대학원은 지적·개인적·전문적 성장 및 기술혁신의 원천으로서 우리 사회 속에 내재된 다양성(diversity)을 이용하는 데 기여하는 환경을 구축하고 지속시킬 것을 확약한다.’
 
경영대학원에서 가장 많은 학생이 다니는 복도에 왜 이런 성명서가 걸려 있을까. 경영학은 최고의 효율을 추구하는 학문으로 여겨졌다. 과거 효율을 추구하는 조직은 대부분 엄격한 위계질서 아래 리더의 지시를 일사불란하게 실행했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다원성보다 획일성을 더 중시한 것이다. 그런데 지식 정보화 사회가 도래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획일적 문화, 엄격한 위계질서보다는 서로의 차이와 다양성을 인정하는 문화가 혁신 성과를 높인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기업 경영에서 다원성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까. 필자는 기업 경영 및 다원성과 관련해 다음 2가지 이슈를 제기한다. 하나는 ‘다문화주의와 결합할 수 있는 다원성이 왜 중요한가’이다. 이는 인류 역사 발전 과정에서 다원성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형성되고 발전했는지 이해함으로써 자각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왜 기업이 다문화주의를 수용하고 다양성 관리를 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다.
 
차이점와 유사성을 동시에 내포한 다원성
다원성은 비즈니스에서 자산(asset)이 될 수도 있고 부채(liability)가 될 수도 있다. 자산이 되면 기업은 비용 부담 없이 이를 무한대로 이용할 수 있지만 부채가 되면 부담을 가중시킨다.

<그림 1>의 ‘다원성 관점의 연속성(Diversity Perspectives Continuum)’을 보자. 다원성이 어떻게 부채 또는 자산이 되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고용 평등이나 소수민족 우대와 관련한 법 규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기업은 처벌을 받게 된다. 반면에 다문화주의를 이용해 가치를 창출하는 다양성 가치화, 이를 더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성 경영은 기업의 자산을 증가시킨다.
 
기업이 다원성을 수용하더라도 이를 이용해 가치를 창출할 능력을 지니지 못한다면 다원성이 오히려 혼란과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 반면에 다원성이 관리 능력이 있는 사람이나 기업을 만나면 그 가치는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선도적 기업은 다문화주의 또는 다원성이 기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간파하고 이미 직원 교육 등에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여행이다. 삼성은 1980년대부터 세계 각국에 사원을 파견해 비즈니스와 관계없이 1년 동안 생활하게 하는 지역전문가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LG는 간부 사원을 지역전문가로 육성하기 위해 연수를 보낼 때 호텔이 아니라 중산층 가정의 하숙집에서 숙식하게 한다. 호텔은 전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대표적인 상품이어서 다문화적 특징을 찾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현지의 관습과 문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하숙집이 다문화적 가치를 수용하는 데 최고 효과를 낸다.
 
다문화주의를 활용해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우선 다원성은 ‘차이점(differences)’과 ‘유사성(similarities)’을 합한 개념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흔히 다양성은 ‘차이점’만 강조한 것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유사성까지 포괄해야 다원성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다원성을 관리하는 경영자는 이 2가지 개념을 동시에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미국과 인도의 건축물을 보면 차이점과 유사성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의 워싱턴 기념탑이 건설된 시기(건축 기간 18491884)에 미국은 기독교 문화가 중심에 서 있었기 때문에 다른 문화가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그러나 1836년 워싱턴 기념탑의 설계 공모에서 당선된 로버트 밀스 작품은 사라센 건축 양식을 대표하는 인도의 타지마할(건축 기간 16311653) 개념을 적용했다. <그림 2>를 통해 두 건축물의 유사성을 쉽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차이가 있지만 유사성도 함께 내포하고 있는 것이 바로 다원주의적 관점의 특징이다. 

동·서양 문화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문화에 기초한 교류는 얼마든지 가능하며, 이런 양상은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다. 미국의 법과 여론으로는 동양적 가치를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겠지만 미적 감각과 비즈니스에서는 종교나 문화의 장벽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다문화주의는 비즈니스에서 가치 창출의 핵심적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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