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캐플란, 데이비드 노튼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코너(Conner, 가명)사는 헤매기 시작했다. 회사 고위 임원들은 하루 종일 회의을 했지만 초점을 잃고 표류하고 있었다. 오전 회의 의제는 기업 운영과 관련한 이슈였고 오후에는 전략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분기 실적이 목표에 미치지 못함에 따라 운영과 관련한 이슈가 전략 이슈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불가피하게 실제 월별, 그리고 분기 재무성과는 예상치보다 낮게 나왔고 비용은 더 높아졌다. 이를 걱정한 경영진은 가격 할인이나 다운사이징, 일반 관리직원 축소와 판촉 캠페인 등의 방안을 논의하느라 몇 시간을 허비했다. 한 임원은 “전략을 짤 시간이 없다. 만약 우리가 분기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죽음이다”라고 말했다.
코너사와 마찬가지로 중견 상장사를 포함한 많은 회사들은 ‘그레샴의 법칙(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법칙)’이 그들의 회의에 어떻게 적용됐는지를 알게 됐다. 잘못된 기업 운영 문제를 토론하다보니 전략 실행에 대한 토론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이런 함정에 빠진 기업들은 매번 목표를 아슬아슬하게 달성하지 못하는 절름발이가 된다. 증권분석가, 투자자, 이사회는 기업 경영진의 상상력과 열정에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그러나 매니저의 능력이나 노력 부족이 아니라, 회사 경영 시스템의 파열이 저조한 기업 실적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경영 시스템(management system)’이란 회사가 전략을 발전시켜 ‘운영과 관련한 행동(operational actions)’으로 전환시키며 (전략과 운영) 모두의 효과성을 높이는 일련의 통합된 프로세스와 툴이다. 전략과 운영 사이의 긴장 관계에 균형을 맞추지 못하는 회사들이 많다. 지난 25년간 진행됐던 많은 연구들은 60∼80%의 회사들이 새 전략을 통해 예상했던 성공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
‘자급 순환(closed-loop)’ 경영 시스템을 추구하면 기업들은 이런 부족함을 채울 수 있다. (자급순환 경영시스템 참조) 다섯 단계로 구성된 이 순환 시스템을 자세히 소개한다.
Stage1 전략 개발
이 경영 시스템은 전략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통상 경영진이 점진적으로 기존 전략을 발전시키거나, 때로는 전혀 새로운 전략을 발표하는 외부 회의에서 보통 이런 일이 벌어진다.(경험에 따르면 보통 한 전략이 유효한 기간은 3∼5년 정도다.) 전혀 새로운 전략을 개발하는 데에는 각각 2∼3일이 소요되는 두 번 정도의 미팅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경영진이 회사의 근본적인 비즈니스 가정(assumption)과 경쟁 환경을 재점검한다. 이후 개별 과제와 연구를 수행한 후 경영진은 두 번째 미팅에서 새 전략을 결정한다. 통상 최고경영자(CEO)와 다른 간부, 부서장과 지역 책임자, 부서장 등이 이 전략 회의에 참석한다. 이 과정에서 다음 질문을 해야 한다.
우리는 어떤 사업을 하고 있나?
왜 이렇게 생각하나. 이 질문은 최상위 전략 기획 컨셉에 대해 경영자의 주의를 집중시키는 것이다. 전략을 만들기 전에 경영자들은 회사의 목적(미션)과 미래 결과에 대한 열망(비전), 그리고 구체적인 실천을 안내할 내부 나침반(가치) 등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미션은 조직이 왜 존재하는지, 특히 고객에게 무엇을 제공하는지를 규정하는 한 두 문장의 간단한 선언문이다. 다음 같은 노바티스의 미션이 좋은 예다. “우리는 삶의 질을 높이고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혁신적 제품을 개발, 발전시키며 판매한다. 우리는 또 탁월한 성과를 반영하는 수익을 주주들에게 제공하고 우리 회사에 아이디어를 투자하고 일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보상을 한다.”
비전은 중장기적인 조직의 목적을 규정하는 간단한 선언문이다. 1990년대 우리와 함께 일했던 보험회사인 시그나화재는 자신들의 목표를 이런 식으로 정리했다. “5년 내 상위 25%안에 드는 전문적 기업이 된다.” 비록 짧지만 이런 비전 선언문은 세 가지 필수불가결한 구성 요소를 갖고 있다.
① 확장된 목표: 수익성 측면에서 상위 25%(당시 시그나는 하위 25%에 포함돼있었다.)
② 시장 초점의 정의: 당시처럼 일반 보험사가 아니라 전문 보험사가 된다는 것.
③ 실행을 위한 시한 설정: 5년(이는 산업의 속도가 느린 보험 산업에서 심장박동소리가 들릴 정도로 빠른 수준이다.)
비전 선언문에 담긴 큰 목표는 기업이 현재 처한 위치에서 상당히 도달하기 어려운 것이어야 한다. 짐 콜린스와 제리 포라스(성공하는 기업의 8가지 습관 저자)가 현재 잘하고 있는 조직이 더 잘하기 위해 ‘크고 담대한 목표(BHAG, Big Hairy Audacious Goal)’를 세우라고 말했는데 CEO는 이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잭 웰치 전 회장이 GE의 사업부가 해당 산업에서 1위 혹은 2위가 되라고 했던 게 좋은 예다. 기업의 주가가 통상 미래 수익 가치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더 큰 목표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주식시장의 기대치를 벤치마킹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기존 목표를 재확인하는 게 아니고 새로운 목표를 수립하는 경우, 관리자들은 사전 회의를 하고 광범위한 토론을 벌이는 게 필요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