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위를 돌아보면 상당히 다양한 유형의 조직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크게는 세계 각국 정부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조직인 국제연합(UN)을 비롯해 각 국가의 정부, 군대, 기업, 종교 단체, 시민 단체, 학교, 그리고 작게는 가정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조직 속에서 개인들의 삶이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이 가운데에서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눈부시게 성장한 조직은 무엇일까.
기업 성장의 비밀
현대 사회에서 가장 성공한 조직은 다름 아닌 ‘기업’이다. 18세기 후반 시작된 산업 혁명은 21세기 정보 혁명이라 불리는 새로운 조류를 거치면서 ‘기업’을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조직으로 탈바꿈시켜 놓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라. 현존하는 조직 가운데 기업만큼 급성장한 조직이 있는가. 조직의 성과를 측정하는 여러 지표가 있겠지만 창출한 부가가치나 생산성 측면에서 기업만큼 사회에 기여한 조직도 드물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토록 기업을 빠르게 성장시켰을까.
다른 조직과 마찬가지로 기업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개개인의 구성원이 모인 집단에 불과하다. 정부에 공무원이, 군대에 군인이 있듯이 기업에도 회사원이라 불리는 개인들이 있을 뿐이다. 공무원이나 군인과 비교할 때 특별히 회사원의 역량이 탁월한 것은 아닐 것이다. 개인의 역량 차이가 아니라면 무엇이 이처럼 탁월한 성과를 달성하게 했을까. 한 마디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필자는 기업이라는 조직이 갖는 경쟁력의 원천이 바로 ‘경영(management)’이라고 믿는다.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개인이 할 수 없는 일을 해낼 수 있는 것은 바로 경영을 통해 직원들의 평범한 역량을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경영의 탁월성이야말로 정부나 군대, 학교 등 여타 조직에서 살펴볼 수 없는, 기업만이 가진 뚜렷한 강점이다.
그렇다면 연구 대상으로 경영을 논한 경영학의 역사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원시적인 물물 거래를 비롯한 상거래의 시작은 인류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할 정도로 오래됐다. 하지만 현대적 의미의 조직을 갖춘 기업은 19세기부터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화학 산업의 선두주자인 듀퐁은 1802년에 설립되었으며, 석유 산업의 원조인 스탠더드 오일과 유통 산업의 개척자인 시어스는 각각 1870년과 1886년에 설립되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경영학은 듀퐁의 설립으로부터 100년이 훨씬 지난 1911년 프레더릭 테일러라는 한 경영자에 의해 그 역사적인 출발을 알렸다.
경영의 과학화
미드베일과 베들레헴 철강회사의 기술자였던 테일러는 생산 현장에서 쌓은 자신의 경험과 연구 성과들을 정리해 1911년 ‘과학적 관리법의 원리(The principles of scientific management)’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이 바로 후대 경영학자들에 의해 테일러가 경영학의 아버지로 칭송받는 결정적인 근거가 됐다. 이 책에서 그가 주장한 ‘과학(science)’은 도대체 어떤 의미로 사용되었을까.
테일러는 당시 생산현장에 만연하던 태업과 주먹구구식 관리방식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에 작업자들의 주관적인 체험이나 직관에 의존한 주먹구구 방식을 대신해 모든 작업 활동에 과학적 관점을 도입할 것을 역설한 것이다.
예컨대 삽의 무게와 사용방식에 따라 삽질과 같은 단순한 작업에도 과학적 관리법을 도입하면 훨씬 더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음을 증명했다. 즉 삽의 무게가 21파운드일 때 가장 능률적이라는 사실과, 옮기는 내용물에 따라 각기 다른 모양의 삽을 사용하는 것이 더욱 능률적이라는 점을 증명한 것이다. 또한 절삭해야 할 금속의 특성과 종류에 따라 절삭기의 크기와 각도를 결정하는 척도를 마련함으로써 금속 절삭 작업과 같은 복잡한 기술이 필요한 업무에도 과학적 관리법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이처럼 그가 책에서 언급한 과학적 관리방식은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에 대한 연구와 작업자의 동작에 대한 연구를 통해 하루의 공정한 작업량을 측정한 것이 주 내용이다. 과학적 방법과 체계적 관리를 통해 현장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그의 철학은 20세기 경영학을 관통하는 핵심사상이다. 사실 지난 100년 동안 개발된 대부분의 경영학적 지식들이야말로 바로 이러한 테일러의 사상에 기반을 두고 있다. 과학적 연구 결과와 방법론들을 통해 기업 경영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역할을 해 온 것이다.
핵심 역량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런던 비즈니스 스쿨의 게리 하멜 교수는 2006년 2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 발표한 자신의 논문에서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1900∼2000년에 발표된 다양한 경영 이론이나 기법들 가운데 기업의 성과 향상에 큰 공헌을 하고 오늘날까지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론이나 기법들을 선정한 것이다.
하멜 교수에 따르면 아래 12가지 경영 기법이 20세기를 주도한 경영학의 핵심 지식 체계였던 셈이다. 약간씩 용어 차이만 있을 뿐 이하 주제들이 오늘날 전 세계 경영대학원 또는 경영학과에서 가르치는 경영학 커리큘럼의 주 내용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1. 과학적 관리법 (scientific management)
2. 원가회계 및 차이분석(cost accounting and variance analysis)
3. 상업용 연구소(the commercial research laboratory)
4. 투자수익률 분석 및 자본 예산(ROI analysis and capital budgeting)
5. 브랜드 관리 (brand management)
6. 대규모 프로젝트 관리(large-scale project management)
7. 사업부제 (divisionalization)
8. 리더십 개발 (leadership development)
9. 산업 컨소시엄 (industry consortia)
10. 급진적 분권화 (radical decentralization)
11. 전략기획 (formalized strategic analysis)
12. 종업원 중심의 문제해결(employee-driven problem sol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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