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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기 기업 경영의 진화

기업 인수합병, ‘이종 전략의 재구성’으로

김은환,정리=최호진 | 405호 (2024년 1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어느 시대에도 성공이 100% 보장된 인수합병이란 없었지만 최근의 불확실성은 차원이 다르다. 전략적 인수합병에 성공하려면 기업 결합은 의외성을 지녀야 하며 대상 기업의 규모나 자원에 치중하는 외연적 합병보다 역량과 기술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하는 내포적 합병을 지향해야 한다. 오픈AI의 지분을 49% 취득할 때 경영권을 행사하지 않는 방식을 택한 마이크로소프트가 대표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벤처기업과의 협업을 통한 이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경영권과 독립적 개발에 간섭하지 않되 개발 과정에서 컴퓨팅 하드웨어를 지원하고 개발 성과를 마이크로소프트 서비스에 탑재하는 방식으로 협업 구조를 디자인했다. 이들이 ‘명령-통제’가 아닌 전략적 제휴 관계를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한 것처럼 향후 기업 간의 결합은 단순히 두 기업을 합치는 것이 아닌 역량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해 서로의 강약점을 상쇄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다.



왜 모든 기업은 하나로 합병되지 않을까?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올리버 윌리엄슨은 어떤 기업이든 다른 기업과 합병하는 것이 무조건 유리하다며 ‘선택적 개입의 역설’을 설명한다. 합병 결과 시너지가 있으면 하나의 기업으로 통합 운영하고 시너지가 없거나 역시너지가 발생하면 독립 사업부로 분리 운영하면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합병을 하면 더 이득이 있거나 최소한 결과가 나빠지진 않으므로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 논리대로라면 전 세계 기업은 모두 인수합병에 의해 하나의 기업으로 통합돼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것이 바로 선택적 개입의 역설이다. 즉 선택적 개입이란 사업 간 시너지의 유무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업을 통합 또는 분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물론 인수합병의 전성기에는 과거 세계 제국을 능가하는 대규모 다국적 기업이 출현했었다. 한때 세계 10대 기업의 총매출은 100여 개국의 GDP를 합한 것보다 많고, 월마트 수익이 규모가 작은 160개국의 재정 수입보다 많으며, 월마트 종업원 수는 210만 명으로 슬로베니아 인구와 비슷했다.1 대규모 다국적 기업의 위세가 대단했지만 전 세계 기업이 하나가 되진 않았으며 20세기 말 구조조정의 시대를 맞아 추세는 반전됐다. 인수합병이 결코 밑지지 않는 장사라면 왜 전 세계 기업은 하나로 합병되지 않는 것일까.

역설의 논리를 다시 살펴보면 ‘시너지가 있는가’가 판단의 핵심이다. 실제로 시너지가 없는데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독일의 대표 자동차 기업 다임러벤츠와 미국 대표 기업 크라이슬러의 합병, 미국의 대표적인 통신사 AOL과 방송사 타임워너의 합병은 모두 사업 시너지를 오판하거나 문화 차이로 인한 역시너지를 예견하지 못해 실패한 사례다. 시너지를 오판할 경우 합병은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1998년 다임러-크라이슬러 합병 후 약 10년이 흐른 2007년 크라이슬러가 매각되고 회사명까지 다임러로 복원됐다. 이 시점의 시가총액은 420억 달러로 합병 당시 시가총액인 840억 달러에서 반토막이 났다.2 ‘세기의 합병’ ‘천상의 결혼’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합병이 엄청난 시간과 돈의 손실을 가져온 셈이다. 이런 오판의 리스크가 일종의 척력, 즉 밀어내는 힘으로 작용하며 무분별한 합병을 제어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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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환serikeh@gmail.com

    경영 컨설턴트·전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장

    김은환 컨설턴트는 경영과학과 조직이론을 전공한 후 삼성경제연구소(현 삼성글로벌리서치)에서 25년간 근무했다. 근무 중 삼성그룹의 인사, 조직, 전략 분야의 획기적인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현재 삼성 계열사 전체가 사용하고 있는 조직문화 진단 툴을 설계하기도 했다. 현재는 프리랜서 작가 및 컨설턴트로서 저술 활동과 기업 및 공공 조직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2019년에는 저서 『기업 진화의 비밀』로 정진기언론문화상 경제·경영도서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이라는 격변기를 맞아 기업과 전략의 변화를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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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리=최호진hojin@donga.com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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