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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Sloan Management Review

벤처의 성공적 확대를 위한 5원칙

앤디 빈스(Andy Binns),크리스틴 그리핀(Christine Griffin) | 381호 (2023년 1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대다수 기업은 신생 벤처들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벤처의 발굴이나 육성과 관련된 방법론은 대개 잘 알고 있지만 벤처의 확대와 관련된 원칙은 잘 모르기 때문이다. 기업이 새로운 벤처의 규모를 성공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다섯 가지에 유념해야 한다.

첫째, 기회의 크기와 맞먹을 정도로 큰 사업 포부를 정해야 한다.

둘째, 사업 포부에서 시작해 역으로 이를 실현해 줄 확대 경로를 찾아야 한다.

셋째, 확대 경로에 필요한 자산을 획득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넷째, 벤처 확대를 지원해 줄 팀과 조직을 정비해야 한다.

다섯째, 전략적 중요성이 크고 되돌리기 힘든 ‘트리거 포인트’ 결정을 사전에 예측하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23년 여름 호에 실린 ‘The Missing Discipline Behind Failure to Scale’을 번역한 것입니다.



2018년 베스트바이는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자제품 소매업체로는 이례적인 행보였지만 이는 베스트바이를 목적의식이 뚜렷한 회사로 만들기 위해 열과 성을 다했던 당시 CEO 허버트 졸리(Hubert Joly)의 지향점과 일치했다.1 이들은 일단 노인들이 집 안에서 안전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췄고 베스트바이헬스(Best Buy Health)라는 신생 벤처를 “모두를 위한 가정 내 돌봄”란 목적을 실현해 줄 회사로 만들기 위해 전략을 확대했다.2 홈 헬스케어 시장이 2025년까지 2650억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고려하면 이 사업은 수익성 측면에서도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3

이후 몇 년 동안 베스트바이헬스는 홈 헬스케어 시장의 주요 기회들에 대한 가설을 검증해 나갔다. 모기업의 주력 사업인 프랜차이즈 소매업과 병행할 만한 매력적인 신사업 아이템을 탐색한 것이다. 그 결과 베스트바이헬스는 2022년 기준 매출 5억2500달러를 거뒀고, 2027년까지 연평균 35~45%의 성장이 예상될 정도로 전도유망한 회사가 됐다. 이들의 도전은 모기업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달아주고 변화무쌍한 소비자 소매 분야에서 회사가 회복탄력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해줬다.

이처럼 베스트바이는 많은 기업이 실패하는 과업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 그들은 신사업 구축에 필요한 아이디어 발굴(ideation), 육성(incubation), 확대(scaling)라는 3가지 혁신 원칙에 따라 움직였다. 그들은 고객이 집에서 안전한 노후를 보내도록 돕는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했고, 이 가치 제안을 시장에서 직접 테스트하면서 검증하고 육성했으며, 마지막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 단위로 확대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는 업계에서 보기 드문 성과였다. 필자들의 연구 결과 기업의 80%가 새로운 벤처를 발굴, 육성한다고 주장하지만 그중 사업 확대에 성공한 곳은 15%에 그친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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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의 근본적인 원인은 기업들이 이 3가지 혁신 원칙 중 거의 하나같이 앞의 2가지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방법과 수단은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이나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같은 방법론을 통해 잘 구현되고 있고 관련 분야의 컨설턴트 및 교육 덕분에 잘 전파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기업들에 익숙하고 쉽게 활용되곤 한다. 하지만 확대 단계에는 기업의 의사결정에 지침을 줄 만한 원칙이 거의 없다.

이처럼 기업들이 가지지 못한 한 가지가 바로 사업 확대를 위한 혁신 원칙이다. 실제로 필자들이 기업 내 아이디어 육성 조직 15곳이 활용하고 있는 혁신의 방법론을 수집해 봤더니 그중에서 단 4곳만이 확대를 언급하고 있었다. 예컨대 한 IT 대기업의 아이디어 육성 부서에는 아이디어 발굴 및 검증, 육성을 위한 상당히 전문적인 프로세스가 있었지만 거기에 확대 단계는 포함돼 있지 않았다.5 확대는 해당 부서의 업무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확대 단계는 SF 작가인 더글라스 애덤스(Douglas Adams)가 “다른 누군가의 문제”6 라 규정한 일종의 사각지대가 돼 버렸다. 그 결과 신규 비즈니스를 확립하는 회사의 역량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다. 제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육성해 봤자 성공적인 사업 확대로 이어져야 결국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이런 구멍을 메꾸는 법을 알기 위해 필자들은 베스트바이와 더불어 기업 벤처를 확립하는 데 성공하거나 성공하지 못한 30개 기업을 연구했다. 그 결과 성공한 기업 대부분은 새로운 벤처를 확대하는 데 비슷한 접근법을 따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글에서는 그 접근법을 ‘확대 경로(scaling path)’라 부를 것이다. 이런 확대 경로에는 3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신사업이 추구하는 포부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신사업에 필요한 고객, 능력,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떤 자산이 필요한지 확인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다양한 기술을 통해 그런 자산을 모으고 그것들을 일관적인 전략과 결합해 사업 확대에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가지는 것이다.7 가령, 베스트바이는 헬스케어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매장과 고객, 기술 지원 조직인 긱스쿼드(Geek Squad) 같은 기존 자산을 활용했고 여기에 기업 인수를 위해 22억 달러를 투자했다.

우리는 이 기사에서 성공한 벤처와 실패한 벤처 양쪽의 사례를 통해 살펴본 확대 경로를 성공적으로 구축하는 5가지 핵심 교훈을 제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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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내용



· 본 연구의 목적은 왜 대부분의 기업이 신생 벤처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실패하는지, 어떤 기업은 성공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 필자들은 이를 위해 31개 글로벌 대기업에 속한 벤처들을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각 기업의 임원들과 인터뷰를 진행했고 임원 150명이 작성한 정량 설문 조사 데이터를 수집했다.

1. 기회의 크기와 맞먹는 사업의 포부 정하기

기업 벤처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두드러진 차이 중 하나는 그 사업에 기대하는 포부의 크기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성공하는 기업 벤처는 대담하고 장기적인 포부를 가진, 즉 기업가정신을 가진 스타트업에 가깝다. 에이미 윌킨슨(Amy Wilkinson) 스탠퍼드대 교수가 성공한 기업들을 연구하면서 발견한 바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빛을 향해 달려가”, 상상력을 안고 껑충 뛰어올라 무엇이 가능한지 확인한 다음, 거기에 다다르기 위해 필요한 일들을 처리해 나간다.8 반대로 성공하지 못하는 기업 벤처는 종종 연간 예산이라는 굴레에 스스로 얽매인다는 특징을 가진다. 그들은 “계획된 예산 한도 안에서 얼마나 달성할 수 있을까요?”를 묻는다.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확대 경로를 따라 나아가면 기업 문화가 허용하는 위험 수준에 머무는 게 아니라 기회가 허용하는 규모까지 사업을 키울 수 있다.9

대담한 포부는 새로운 벤처가 개척하고자 하는 시장 기회를 구체적으로 명시한다. 1990년대 말, 온라인 법률 정보 서비스 기업이던 렉시스넥시스(LexisNexis)는 신규 고객의 신용을 확인하고자 하는 이동통신 회사들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작은 사업을 영위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업계에 다양한 데이터 세트를 연결할 수 있는 새로운 소프트웨어들이 등장했다. 렉시스넥시스 경영진은 거기서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회를 발견했다. 보험사, 금융 서비스사, 기타 회사가 공공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의 리스크를 평가하게 한다면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런 사업 포부는 회사가 오늘날 2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내는 빅데이터 & 분석 사업을 확립하는 발판이 됐다.

2. 사업 포부에서 시작해 역으로 확대 경로 찾기

성공하는 벤처의 리더들은 일단 사업의 포부를 명확히 세운 뒤 그 포부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일들에 대한 가설을 세운다. 원하는 사업의 최종 모습에 해당하는 비전을 수립하고, 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수행해야 할 구체적인 활동들을 역으로 써 내려가는 식이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는 전략적인 계획이 아니다. 이는 새로운 벤처가 명확한 계획에 따라 움직이기에는 불확실성이 너무 높기 때문에 생겨난 방식이다. 더 정확히 말해 이런 경로는 회사의 포부를 실현하는 데 어떤 자산이 필요할지를 고민한 뒤 모든 전략적 옵션을 한데 모아 놓은 격이다.

베스트바이헬스의 대표인 데보라 디산조(Deborah DiSanzo)도 ‘모두를 위한 가정 내 돌봄’이라는 포부에서 시작해 사업을 역으로 수행해 나갔다. 그녀는 베스트바이가 “확대 가능한 사업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레고 블록들”을 모으면서 3가지 영역에 집중했다. 첫 번째는 매장과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건강과 웰니스 제품 중심의 가정 내 웰니스(wellness at home)였고, 두 번째는 휴대폰이나 의료용 긴급 호출기는 물론 실제 인력으로 운영되는 돌봄 센터 등 노인들을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가정 내 노화(aging at home)였으며, 마지막은 가정에서 질 좋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정 내 돌봄(care at home)이었다. 이런 서비스로는 환자와 의료기관 사이의 연계를 강화하는 기업 플랫폼인 커런트 헬스(Current Health), 의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최전방에서 응급 처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임상 지휘 센터(Clinical Command Centers), 의료 기술을 가정에 전달하고, 설치하며, 그 사용 방법을 소비자에게 알려주는 긱 스쿼드(Geek Squad)가 있었다.10

일반적으로 기업이 신생 벤처의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고객(customers), 능력(capabilities), 역량(capacity)이라는 세 가지 유형의 자산이 필요하다.

고객: 새로운 벤처에는 시장 진입과 매출 창출을 위한 고객 기반, 판매 채널, 영업 조직이 필요하다. 시장 진출을 위한 자산으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하고, 그 자산들을 어떤 식으로 결합할지는 육성 단계에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정된다. 육성 단계에서 완료해야 할 또 다른 일은 새로운 벤처가 고객이 기꺼이 돈을 내고 해결할 용의가 있는 문제를 다루고 있는지, 그리고 회사 솔루션이 시장에 이미 나와 있는 다른 솔루션보다 더 선호될 수 있을지 검증하는 것이다. 또한 조직은 고객들이 그 솔루션을 어떤 방식으로 구입하고 싶어 하는지, 고객의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칠 만한 것에는 무엇이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베스트바이헬스의 가정용 건강 모니터링 서비스는 환자, 의료기관, 의료보험 관계사를 포함한 비용 부담자 모두에게 바람직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였다. 환자들은 보통 병원 같은 의료 시설에서 가능한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의료기관과 의료보험 기관들은 병상 공간은 확보하고 병원 내 감염 위험을 줄이는 데 관심이 많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들도 있었다. 의료기관과 보험 관계사들은 과거의 경험으로 인해 소매업체가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하는 데 예민했다. 환자들은 장비 설치 인력을 집에 들이고, 퇴원 직후에 겪는 스트레스에 대처하면서 새로운 장비 사용법까지 배워야 했다. 베스트바이는 새로운 서비스 채택에 따르는 이런 어려움들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고객 자산이 필요했다.

능력: 신사업 기회는 일반적으로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력에서 나온다. 이런 능력을 특정 방식으로 활용하는 역량은 사업의 초기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데는 물론이고, 육성 단계에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하기 위한 실험을 하는 데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문제는 이런 능력이 신사업을 확대할 정도로 충분한 경우가 드물다는 점이다. 기업 벤처를 성공적으로 확대하려면 제품이 가진 가치를 온전하게 모두 전달하는 데 어떤 능력이 필요한지 따져봐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이미 갖고 있는 전문적인 능력을 조직 전체로 확대하는 것일 수도 있고, 아직 갖지 못한 능력이지만 비즈니스 모델을 대규모로 실행하는 데 필요한 능력을 새로 확보하는 것일 수도 있다. 예컨대, 렉시스넥시스는 기존에 상대하던 법조계 고객들에게 판매 가능한 공공 데이터를 이미 집계하고 있었다. 하지만 회사의 리스크 분석 솔루션을 보험사들에 판매할 수 있도록 확대하려면 그런 공공 데이터를 타사의 독점 데이터 세트와 연결해야만 했다. 또 긱 스쿼드가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베스트바이헬스로 확대하려면 이제 막 퇴원한 환자들의 가정에 건강 모니터링 장비를 설치하는 기술적인 능력 외에도 환자들에 대한 공감 능력을 갖춰야 했다.

역량: 새로운 벤처가 점차 증가하는 판매량에 맞춰 사업을 운영하려면 주문 관리, 물류, 제조, 고객 서비스, 콜센터 등에 대한 처리 역량을 높여야 한다. 이는 기업 벤처의 성공에 아주 중요한 요소다. 신사업의 경우 처음에는 참여도가 높은 소수의 테스트 고객을 대상으로 한 실험적 방식에서 출발하더라도 결국 그들이 잘 모르는 다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전체 시장 기회를 공략하며 사업 운영을 점차 확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확대 경로에서는 고객의 주문량에 대응하고, 환불 상품을 처리하고, 솔루션의 실행 작업을 지원하는 것처럼 앞으로 발생 가능한 주요 스트레스 포인트를 예측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이런 미션을 달성하려면 경영진은 사업 확대를 위해 어떤 역량이 더 필요한지 확인하고, 각각의 역량이 언제 필요할지를 고려해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가령, 딜로이트는 그들이 새로 조직한 크라우드소스 인재 집단 픽셀(Pixel)에 대한 고객 수요를 파일럿 단계에서는 잘 맞췄다. 하지만 딜로이트 경영진은 고객 수요가 크게 증가했을 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신사업의 성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판단했다.11

역량 확대는 양날의 검과 같다. 그 속도가 너무 느리면 사업 확대를 꾀하는 동안 성장의 발목을 잡는 원인이 되는 반면 그 속도가 너무 빠르면 시장 성장을 뛰어넘는 과도한 투자로 사업의 몸뚱이만 커져 종국에는 가라앉을 수 있다. 벤처의 리더들은 확대 경로가 사전에 정해진 계획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는 사업 확대에 어떤 자산이 필요할지에 대한 일련의 가설일 뿐이다. 그런 만큼 데이터로 계속 검증해야 한다.


3. 필요한 자산을 획득하는 방법 고민하기

벤처 리더들은 신사업에 필요한 자산을 확보하고 사업의 확대 경로를 짜는 데 다음 4가지 접근법을 택할 수 있다. 각 접근법에는 서로 다른 장단점이 있다.

레버리지: 기업 벤처가 조직에 이미 있는 자산을 레버리지할 때의 장점은 분명하다. 그렇게 하면 독자적 스타트업보다 그 규모를 더 빠르게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12 베스트바이가 헬스케어 시장에 투자하기로 결정할 수 있었던 데는 그들에게 긱 스쿼드라는 조직이 있었던 것도 한몫했다. 베스트바이헬스는 사람들의 가정에 접근할 수 있는 긱 스쿼드라는 믿음직한 자산을 가지고 있었고 여러 병원 시스템을 설득해 파트너십을 맺는 데 이를 활용했다.

물론 새로운 벤처가 기업이 기존에 갖고 있는 자산에 접근하는 게 어려울 수도 있다. 벤처를 관리하는 사업부가 신규 사업을 육성하기보다 단기 성과에 더 치중하는 경우가 그렇다. 예컨대, 딜로이트는 픽셀의 핵심 영업 채널이던 고객 관계 파트너들의 반발을 줄이기 위해 사회적 압력과 재정적 인센티브 등을 활용했다.13 베스트바이헬스의 대표였던 디산조는 업무 시간의 절반 정도를 할애해 모기업의 전략, 인재, 혁신 관련 문제를 다뤘다. 그녀가 이렇게 한 이유는 자신이 책임지는 사업을 확대하는 데 필요한 조직 내 사회적 자본을 조성하기 위해서였다.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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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구축: 벤처의 생애 초기에는 보통 모기업의 R&D나 기술 부서가 시장 차별화에 필요한 자산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벤처의 규모가 커졌을 때는 다르다. 리더들은 시장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자산을 직접 구축하는 쪽으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 독일계 엔지니어링 기업인 보시는 도로용, 산악용, 레저용 자전거 프레임에 쉽게 결합 가능한 전기 드라이브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상당한 규모의 가맹 체계를 구축했다. 자전거 유통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보시의 노력은 회사의 핵심 기술만큼이나 사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데 중요했다. 사업 초기에는 신기술에 익숙하지 않았던 소매점 점주들이 전기 드라이브 시스템을 팔려고 들지 않았다. 보시는 이런 장벽을 깨기 위해 고객 서비스 역량을 쌓고, 소매점주들을 교육하고, 셀프서비스 웹 포털을 개발하고, 매장용 진단 키트를 만들어 수천 개에 달하는 소규모 자전거 매장에 비치했다.15

인수: 새로운 벤처의 핵심 비즈니스에 자산이 부족한데 직접 구축하는 데 비용이나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면 기존 기업이나 다른 스타트업에서 그 자산을 인수하는 방법이 사업 확대의 합리적인 경로가 될 수 있다. 베스트바이헬스는 의료보험 관계사, 의료기관, 고객들을 연계하기 위해 필요한 자산을 다수 인수했다. 예를 들어, 회사는 그레이트콜(GreatCall)이라는 구독 서비스를 인수했는데 이는 휴대전화 같은 연결 기기로 이용 가능한 긴급 의료 지원 서비스다. 이 밖에도 크리티컬 시그널스 테크놀로지(Critical Signals Technology)를 인수해 파트너 보험사를 1500개나 더 확충했다.

인수 중심의 전략은 즉각적인 결과를 내고 싶을 때 유용하다. 그러나 기업의 인수 시도는 실패로 끝날 때가 많은 데다 이익보다 손실이 크다는 게 일반적인 통념이다.16 하지만 렉시스넥시스는 그와 반대되는 경우였다. 이들은 사이신트(Seisint)를 인수하고, 몇 년 후에는 초이스포인트(ChoicePoint)까지 손에 넣어 회사가 보유한 공공 기록 자산의 가치를 높였다. 이를 통해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스타트업을 제치고 리스크 분석 분야에서 선두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파트너십: 플랫폼과 생태계가 시장을 좌우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성공한 기업 벤처의 리더들은 자산에 접근하는 데 파트너십을 점점 더 많이 활용하게 됐다.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파트너십 관계는 빠르게 성사될 수 있는 데다 자산 구매에 따르는 리스크도 낮기 때문이다.

보시의 경우 그들의 역량만으로는 자사의 드라이브 시스템이 장착된 전기자전거를 판매하는 수천 개의 자전거 소매점을 상대로 제품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부품 제조사인 마구라(Magura)와 파트너십을 맺고 그들의 유통망을 통해 소매점에 진단 키트와 예비 부품을 공급했다.

지금까지 설명한 자산을 확보하는 4가지 방법 중 기업 벤처에 절대적으로 옳은 하나의 옵션은 없다. 다만 성공하는 벤처와 실패하는 벤처를 가르는 차이는 이런 접근법들을 결합해 경제적이고 시의적절한 확대 경로를 구축하는 능력이다.

4. 벤처 확대를 지원할 팀과 조직 정비하기

일반 스타트업도 그렇지만 기업 벤처도 사업이 확대 경로에 들어서면 조직이 기대하는 것들이 달라진다. 실제로 필자들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신규 벤처가 사업 확대를 모색할 때 추구하는 핵심 전략은 혁신을 발굴하고 육성할 때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 때문에 경영진뿐 아니라 조직 구조에서 벤처 사업이 차지하는 위치도 종종 바뀐다.

확대 기간에는 공급망 관리, 유통, 고객 서비스 같은 활동 반경을 넓히는 임무들이 벤처에 부여되면서 신사업 인력이 빠르게 늘어난다. 또 육성 단계에서는 벤처 리더들이 한 가지 제품 콘셉트나 가치 제안에 매몰되는 것을 자제하기 때문에 빠른 학습에 초점을 맞추지만 사업 확대 단계로 넘어가면 사업 운영의 엄격함과 반복 가능성에 치중한다.

사업에 대한 요구가 바뀌면 리더들에게 요구되는 자질도 달라진다. 특히 운영 역량이 중요해진다. 하이테크 스타트업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보면 회사가 새로운 요구에 대응하는 역량은 향후 회사 매출이 1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수 있을지를 판단하는 핵심 지표가 될 수 있다.17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벤처 설립자들에게 전략적 다양성이 부족해서 성장의 초기 단계에만 너무 깊이 파고들기 때문에 사업 확대에 실패한다는 것이다.18 이는 네덜란드의 심리학자인 피터 로버트슨(Peter Robertson)이 수행한 조사에서 입증된 바 있다. 로버트슨은 이 문제에 대해 “항상 우승팀을 바꿔라”라는 처방전을 내놓는다. 이는 베스트바이헬스가 채택한 전략이기도 했다. 디산조는 2020년에 베스트바이헬스의 대표로 임명된 뒤 신임 최고기술책임자와 영업 책임자를 경영진에 포함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헬스케어 경험이 풍부한 이사회 멤버를 기용해 산업적 역량을 강화했다.

확대 단계에 접어들면 기업의 조직 구조에서 새로운 벤처가 점하는 위치가 바뀔 수 있다. 렉시스넥시스 리스크 솔루션(LexisNexis Risk Solution)은 원래 CEO로부터 두 단계 아래에 있는 사업부였지만 나중에 그룹 수준으로 격상됐다. 딜로이트 픽셀은 정반대 경로를 따랐다. 즉, 기업 단위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오히려 사업 확대를 위해 사업부로 편성됐다. 단, 독립된 조직으로서 위치는 계속 유지했다. 이를 통해 회사는 고객들과 직접 대면하는 파트너들, 즉 픽셀의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판매하는 데 꼭 필요한 이들과 더 쉽게 연계할 수 있었다.

5. 트리거 포인트를 예측하고 이에 대비하기

확대 경로에 접어들면 리더들은 의사결정에 더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그들의 결정에 따라 전도유망한 신사업이 고성장 비즈니스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확대 경로를 구성하는 모든 단계가 똑같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중에는 질적으로 다르면서 사업 확대를 가속화할 수 있는 단계가 있다. 이렇게 트리거 포인트로 작용하는 결정들은 보통 되돌릴 수 없으며 전략적 중요성이나 필요한 투자 수준이 다른 결정들에 비해 현저히 높다. 이런 결정들은 아예 돌이킬 수 없거나 그럴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일단 결정되면 전력을 다해야 한다. 아마존에서는 이를 ‘일방통행형 결정(one-way doors)’이라 부른다.

렉시스넥시스 경영진은 보험 산업용 데이터 회사인 초이스포인트 인수가 그들의 사업을 확대하는 데 트리거 포인트가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19 사업 인수 금액이 10억 달러로 렉시스넥시스가 성사시킨 거래 가운데 가장 컸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전략적 가치도 컸기 때문이다. 초이스포인트 인수는 그들이 보험 업계로 진출하는 시발점이 된 동시에 혁신 상품을 제공하는 능력을 강화하는 기회가 됐다. 가령, 초이스포인트의 데이터를 자동차 보험에 적용하면 고객 데이터 수집 활동을 자동화할 수 있었다. 베스트바이의 커런트헬스 인수 건도 마찬가지로 트리거 포인트가 된 결정이었다. 회사는 커런트헬스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의 가정에 설치된 의료 장비를 의료기관에 연결할 수 있는 원격 돌봄 관리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었다. 또 베스트바이는 이 인수를 통해 소비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회사의 역량을 활용하면 가정용 건강 기술의 채택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을 의료기관들에 보여줄 수 있었다.20

트리거 포인트가 아닌 결정이란 조직이 적은 비용이나 별도 비용 없이 언제든 철회할 수 있는 결정을 말한다. 신규 벤처는 이런 결정들을 통해 확대 경로 중 추가될 수 있는 단계들을 확인하고, 그에 따라 전략을 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이에 대한 좋은 예로 비처방 보청기에 대한 베스트바이의 접근법을 들 수 있다. 베스트바이는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보청기 제품들에 대한 사내 파일럿 테스트를 실시했다. 그리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일반의료용품(OTC)으로서 보청기 판매를 허가한 직후인 2022년 10월, 회사는 20개의 보청기 제품을 온라인 판매용으로, 그보다 적은 수의 제품을 오프라인 매장용으로 출시했다. 회사는 상품들과 더불어 온라인 청력 평가 서비스를 도입해서 고객들이 자신의 청력 상태를 확인하고 그에 따라 본인에게 적합한 보청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21 이는 사업 확대를 위한 현명한 선택이었다. 파트너십 리스크가 낮은 데다 충성도가 높은 고객들의 피드백을 얻을 수 있고, 서비스를 소수의 매장에서 제한적으로 제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트리거 포인트는 그 결정과 관련된 책임의 범위, 대상으로 하는 고객의 수, 투자해야 할 자본 규모, 그에 따르는 위험 부담에 따라 질적으로 다르다. 확대 경로를 명확히 규명하고 이런 요소들을 미리 확인하면 벤처 리더들이 트리거 포인트를 예측하고 그에 따라 이행해야 할 주요 책임 영역들을 이해당사자들과 함께 대비해 나갈 수 있다.

이는 기업 벤처가 사업 확대에 성공하는 핵심 비결이다. 조직의 혁신 리더들은 최고경영진이 새로운 벤처에 투자하기를 주저한다고 자주 불만을 표하곤 한다. 필자들의 연구에서도 조사 기업의 60%가 벤처 확대를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로 최고경영진의 망설임을 꼽았다. 하지만 인터뷰 결과 경영진이 머뭇거리는 이유는 당황스러울 만큼 부담스러운 투자 규모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새로운 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거대 자본을 투자하는 것과 기업의 주력 사업을 위해 훨씬 더 거대한 규모의 인수를 단행하는 것은 완전히 차원이 다른 일이다. 후자의 경우에는 데이터와 경쟁력, 사업 이력이 이미 존재하지만 전자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신규 벤처의 리더들이 그 사업과 관련된 잠재적 트리거 포인트를 사전에 명확히 제시해야 모기업의 최고경영진이 상황을 이해하고 사업을 승인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확대 경로는 활용하기가 쉬운 편이다. 사업적 포부를 분명히 규명하고, 아이디어를 본격적인 사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고객, 능력, 역량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자산이 필요한지 파악하면 된다. 신규 벤처를 이끄는 리더들은 대부분 원하는 사업 규모에 이르기 위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를 이미 거론하고 있다. 확대 경로라는 개념은 그런 논의를 한층 더 풍부하게 만드는 용어와 구조를 제시할 따름이다. 확대 경로는 기업의 혁신 활동에 빠져 있던 세 번째 원칙을 구현해준다. 신규 벤처의 수장들은 그 원칙을 가지고 사업을 일궈 나가는 과정에서 학습하고 반복하는 법을 배운다. 또 새로운 옵션을 추가하고 불필요한 옵션을 제거해서 막다른 길을 피한다. 사업 확대는 예술이자 과학이다. 그리고 확대 경로의 도움을 받으면 아이디어 발굴과 육성 단계에서 기대하는 수준의 원칙과 성공 확률로 사업 확대 과정을 관리할 수 있다.
  • 앤디 빈스(Andy Binns) | 체인지 로직(Change Logic) 매니징 디렉터

    앤디 빈스(Andy Binns @ajmbinns)는 보스턴에 있는 전략·혁신 컨설팅 회사인 체인지 로직(Change Logic)의 매니징 디렉터이며 「혁신 대결: 기존 기업이 스타트업을 이기는 방법(Corporate Explorer: How Corporation Beat Startups at the Innovation Game(Wiley, 2022)」의 주 저자다.
    andrew.binns@change-log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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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리스틴 그리핀(Christine Griffin) | 체인지 로직의 컨설턴트

    @cgriffin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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