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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avioral Economics

너지와 슬러지… 행동 변화시키는 동반자

곽승욱 | 373호 (2023년 07월 Issue 2)
Based on “A Meta-Analytic Cognitive Framework of Nudge and Sludge”(2022) by Y. Luo, A. Li, D. Soman, J. Zhao in A Working Paper(https://doi.org/10.21203/rs.3.rs-2089594/v1)



무엇을, 왜 연구했나?

지난 수십 년간 ‘너지(Nudge)’라는 행동경제학적 개입 방식이 큰 주목을 받았다.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인센티브 구조를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너지의 사촌 격 개념으로 ‘슬러지(Sludge)’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의사결정 과정 중 발생하는 마찰(Friction)1 의 관점에서 설명하면 너지는 마찰을 줄여 행동을 촉진하는 개입이다. 반면 슬러지는 마찰을 증가시켜 행동을 억제하는 개입이다. 너지의 개념에 마이너스(-)를 붙인 꼴인 셈이다.

너지와 슬러지의 중요한 공통점은 행동을 촉진하거나 둔화하는 개입이 이익뿐만 아니라 불이익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직원을 퇴직연금에 자동으로 가입시키면 은퇴 후 풍족한 삶을 위한 저축 행동을 촉진한다. 온라인 구매 시 “확실하신가요?”라는 경고 메시지를 제시하면 충동구매를 억제할 수 있다. 이들은 유익한 너지다. 반면, 구독을 자동이체와 자동 갱신으로 설정하면 불필요한 지출이 늘어나고, 세금 보고 양식을 복잡하게 만들면 세금 신고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이 증가한다. 이는 유해한 슬러지를 유발하는 방식이다.

너지와 슬러지에 관한 대부분의 문헌은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개입의 효과 또는 실패 원인을 이해하는 것보다 다양한 개입을 개발하고 검증해 그 효과를 입증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수많은 너지와 슬러지가 개발돼 적용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개입의 근간이 되는 인지적 메커니즘에 관한 연구는 희박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와 토론토대 연합 연구진은 이러한 적용과 이해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6가지 정보 처리 과정을 기반으로 행동을 촉진하거나 방해하는 개입을 분류하는 새로운 인지적 개입 메커니즘을 제안했다. 또한 어떤 개입이 가장 효과적인지 파악하기 위해 각 정보처리 과정을 대상으로 개입의 효과를 조사하는 메타 분석을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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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진이 제안한 인지적 개입 메커니즘은 세 가지 차원으로 나뉜다. 첫 번째 차원은 개입의 유형(너지 vs. 슬러지), 두 번째 차원은 개입이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는지, 해가 되는지 여부(유익 vs. 유해), 세 번째 차원은 너지와 슬러지가 행동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사용하는 6가지 인지적 개입이다. 6가지 인지적 개입은 선택에 이르기 위해 거쳐야 하는 6가지 정보처리 과정(주의, 지각, 기억, 노력, 내적 동기, 외적 동기)에 간섭함을 일컫는다.

주의 개입은 자극 기능을 사용해 선택 대상의 선명성(Salience)을 높이거나 낮춰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을 속이는 피싱(Phishing) 웹사이트를 열기 전에 나타나는 빨간색 경고 표시는 잠재적인 위험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지각 개입은 정보의 내용이 표현되는 방식을 변화시킴으로써 정보의 해석에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기후 온난화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얻어지는 유익한 결과를 홍보해 친환경 행동을 촉진하거나 담배 포장지에 흡연으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을 표시해 흡연을 억제하는 프레이밍 효과가 좋은 예다.

기억 개입은 정보가 뇌에 저장 또는 뇌로부터 회상되는 단서를 활용해 행동을 변화하려는 개입이다. 예를 들면, 화장실 입구에 그려진 전기 절약 포스터는 비어 있는 화장실의 조명을 끄도록 하는 단서가 되고, “담배 피우는 이유를 다시 생각해보시오”라는 표지판은 흡연의 유해함과 금연의 유익함을 회상케 해 금연을 유도한다.

노력 개입은 선택과 관련된 인지적 또는 물리적 용이성을 수정하는 간섭 행위다. 인간은 선택에 필요한 인지적 또는 물리적 노력을 할 때 되도록 적고 쉽게 하려는 ‘최소 노력의 법칙’인 휴리스틱을 따르려는 경향이 있다. 현상 유지 편향도 이런 경향의 한 유형이다. 예를 들면, 은퇴 후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퇴직 저축에 자동 가입되는 기본 설정이 현상 유지 편향을 활용한 대표적 노력 개입이다. 우편 리베이트(환급)에 대한 복잡한 절차와 규정은 환급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 개입을 역이용한 사례다.

내적 동기 개입은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내적인 이해관계 요인을 자극해 원하는 행동을 유도하는 개입으로 정의된다.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나 사회적 규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퍼뜨리는 행위는 내적 동기를 행동으로 전환하려는 개입에 해당한다. 외적 동기 개입은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 외부 보상이나 처벌을 부과하는 개입이다. 일반적인 예는 행동을 촉진하기 위해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거나 행동을 억제하기 위해 금전적 불이익(벌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도박꾼을 유치하기 위해 가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온라인 도박 플랫폼이나 고객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멤버십 요금을 부과하는 것이 흔한 예다.

연구진은 7개의 데이터베이스에서 문헌 검색으로 5개 분야(교육, 환경, 재무, 의료, 정부 정책)에 걸쳐 너지와 슬러지 관련 논문을 수집했다. 사용된 검색어는 ‘너지’ ‘너징(Nudging)’ ‘슬러지’ ‘슬러징(Sludging)’이었다. 이렇게 검색된 논문 중 현장 실험을 분석 도구로 쓴 188개의 논문2 이 최종 선택됐다. 188개의 논문은 인지적 개입 구조의 세 가지 차원으로 구분됐다.3

연구 결과, 6가지 정보처리 과정 중 노력 개입이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다.4 다음으로 주의 개입, 기억 개입, 지각 개입, 외적 동기 개입, 내적 동기 개입이 뒤를 이었다. 전체적으로 너지의 평균 효과는 0.33, 슬러지의 평균 효과는 0.27로 너지 효과가 약간 앞섰지만 두 개입이 행동 변화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력엔 차이가 없었다.5

너지와 슬러지가 5개 분야에 미치는 통합 효과에서도 선명한 차이가 나타났다. 정부 정책 관련 선택을 대상으로 하는 개입의 효과가 가장 컸으며 뒤를 이어 환경 개입 효과, 의료 개입 효과, 재무 개입 효과, 교육 개입 효과 순이었다.

연구진은 5개 분야 내에서 6가지 정보처리 과정의 효과 크기도 비교했다. 환경 및 재무 분야에서는 노력 개입 효과, 교육 및 정책 분야에서는 외적 동기 개입 효과, 의료 분야에서는 주의 개입 효과가 가장 컸다. 분야별로 인지 개입의 선택을 신중히 해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다. 너지와 슬러지 간의 인지적 개입 효과가 별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처럼 분야별 너지와 슬러지의 개입 효과도 비슷했다. 행동을 촉진하는 개입과 억제하는 개입의 행동 변화 효과가 비슷하다는 의미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인지적 정보처리 과정을 기반으로 개입을 분류하는 메커니즘은 다섯 가지 이유로 유용하다. 첫째, 의사결정과 관련된 6가지 인지적 정보처리 과정을 조명해 특정 행동의 근본적인 장벽과 동기를 쉽게 진단하고 식별할 수 있다. 둘째, 특정 행동의 장벽을 제거하거나 동기를 강화하기 위해 특정 정보처리 과정을 대상으로 하는 적절한 개입을 설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선택 설계자가 주의력 부족이 행동 장벽이라고 판단하면 주의 개입을 사용해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 셋째, 사람들이 원하는 행동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개입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복지를 저해하는 잠재적 유해 상황의 식별을 쉽게 한다. 넷째, 분야별 인지 개입 효과가 확연한 차이를 보이므로 적용 분야에 적합한 맞춤형 인지 개입을 설계하는 데 유용하다. 다섯째, 정보처리 과정별 개입 효과의 경중에 따라 개입의 순서를 정함으로써 너지와 슬러지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기본 설정(노력)을 첫 번째 개입으로 고려한 다음, 선명성(주의), 점화 효과와 회상(기억), 애착(지각), 인센티브(외적 동기)를 거쳐 마지막으로 헌신이나 규범과 같은 내적 동기 개입을 배치하면 더욱 큰 개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행동과학자들은 특정 맥락에서 특정 개입의 실패와 성공을 설명할 수 있는 여러 중재 변인을 식별해 개입 효과는 올리고 개입의 변동성은 낮추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선택 설계자는 다양한 견해, 가치관, 정보 필요성을 가진 다양한 대상에 맞는 최적의 개입을 설계할 수 있다. 인지적 개입 메커니즘과 같은 새로운 선택 설계 모형의 진화를 멈추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 곽승욱 곽승욱 |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필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테네시대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근무한 후 현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swkwag@sook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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