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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나쁜 소식은 AI가, 좋은 소식은 인간이 전해야

송시연 | 364호 (2023년 03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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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Bad News? Send an AI. Good News? Send a Human” (2023) by Aaron Garvey,
TaeWoo Kim and Adam Duhachek in Journal of Marketing, 87(1), 10-25.



무엇을, 왜 연구했나?

“고객님의 호텔 예약이 취소됐습니다.”

“고객님은 2023년 ○○카드의 VIP로 선정되셨습니다.”

고객은 제품이나 서비스 정보에 대한 부정적 혹은 긍정적 소식을 자주 전달받는다. 그런데 이런 소식을 전달하는 주체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에 미국 켄터키대 교수 등으로 구성된 연구진은 정보 결정자가 사람이냐, 인공지능이냐에 따라 부정적 혹은 긍정적 소식을 접한 소비자의 구매 의도나 만족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증명했다.

연구진은 구매 취소, 연기, 부정적 평가, 지위의 변화, 거절, 제품 손상, 서비스 실패, 재고 없음 등을 제품이나 서비스와 관련해 소비자들이 겪게 되는 부정적 상황으로 꼽았다. 카드 이용 고객의 지위 변화는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계산해 만든 새로운 등급 체계에 따른 결과일 수 있고, 카드 판매사 관리자가 만든 등급 체계 변화 때문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 소비자는 기분이 덜 나쁠까? 또한 연구진은 예상보다 빠른 배달, 당첨, 업그레이드, 로열티, 고객 프로모션 등 제품이나 서비스와 관련한 긍정적 상황을 살펴봤다. 유명 온라인 쇼핑몰의 이벤트 행사 당첨은 인공지능 혹은 쇼핑몰 관계자가 결정한 것일 수 있다. 어떤 경우에 소비자는 더 기분이 좋을까?

본 연구는 부정적 소식은 인공지능이, 긍정적인 소식은 사람이 전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본 연구를 통해 기업 입장에서 어떤 매개체를 이용하는 것이 고객 만족을 높일 수 있는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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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본 연구는 부정적 소식과 긍정적 소식을 어떤 매개체가 전달하느냐에 따라 이에 대한 구매 의도나 만족도가 차이가 날 수 있음을 다양한 실험을 통해 검증했다. 첫 실험에서 연구진은 피험자 174명을 4개 집단 중 하나에 할당해 실험을 진행했다. 소식을 전하는 매개체(인공지능, 사람)와 전달된 정보의 유형(기대와 유사, 기대보다 부정적)에 따라 4개 집단으로 구분했다.

먼저 실험 대상자에게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가수를 떠올리게 한 후 이 가수의 콘서트 티켓이 현재 매진이라 재판매 사이트(resale site)에서 표를 사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해줬다. 피험자는 티켓을 판매하는 매개체, 즉 가격을 결정하는 주체가 사람 혹은 인공지능 중 하나인 상황에 할당됐다. 또한 티켓을 직전에 140달러에 팔았는데 지금도 140달러인 상황(기대와 유사한 정보) 혹은 티켓을 직전에 110달러에 팔았는데 지금은 140달러인 상황(기대보다 부정적인 정보) 중 하나에 할당됐다.

이후 피험자는 티켓의 구매 여부에 응답했다. 실험 결과, 기대와 유사한 정보일 때는 티켓 판매 매개체가 인공지능인지(56%), 사람인지(64%)에 따른 구매 의도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반면 기대보다 부정적인 정보일 경우에는 인공지능이 티켓 판매자일 때 49%가 구입 의사를 밝혔고 사람일 때는 19%가 각각 구입 의사를 보였다. 기대보다 부정적인 정보일 경우 인공지능이 판매하는 티켓을 더 선호한 것이다. 또한 티켓 가격이 직전에는 170달러였는데 지금은 140달러인 상황(기대보다 긍정적인 정보)을 추가해 실험한 결과, 기대보다 긍정적인 정보일 경우 인공지능이 판매 매개체일 때는 74%의 구입 의사를, 사람일 때는 89%의 구입 의사를 보였다. 즉, 기대보다 긍정적인 정보를 접했을 때는 사람이 판매하는 티켓을 더 선호한 것이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이런 효과가 나타난 이유를 검증했는데 매개체가 얼마나 이기적 의도(selfish intention) 혹은 자선적 의도(benevolent intention)를 갖고 있는지 각각 3개 문항을 통해 측정했다. 실험 결과, 인공지능은 사람보다 부정적 소식에 대해 ‘덜 이기적인’ 의도를 가진 것으로, 긍정적 소식에 대해서는 ‘덜 자선적인’ 의도를 가진 것으로 평가됐다. 인공지능이라는 기계적 특성 때문에 부정적 소식을 전달할 때는 ‘덜 이기적인’ 특성이 긍정적으로 작용했고 긍정적 소식을 전달할 때는 ‘덜 자선적인’ 특성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확인했다. 세 번째 실험에서는 인공지능을 ‘일반 인공지능’과 ‘의인화한 인공지능’으로 구분했고, 의인화한 인공지능은 사람과 비슷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기존의 인공지능 효과가 약화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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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본 연구는 부정적 소식은 인공지능이, 긍정적 소식은 사람이 전달하는 것이 더 효과적임을 증명했다. 특히 부정적 소식을 전달할 때는 의인화된 인공지능보다는 일반적인 인공지능이 효과적이었다. 긍정적 소식은 약간의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사람을 통해 전하는 것이 더 낫고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의인화된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

현실에서도 본 연구 결과와 같이 부정적 소식은 인공지능이, 긍정적 소식은 사람이 전달하고 있을까? 택시 호출 앱을 이용해 목적지에 가려고 할 때 요금이 평소보다 비싸거나 저렴할 경우 이 요금은 인공지능이 결정했을까, 택시 운전사가 제안한 걸까? 대부분의 택시 호출 앱은 가격 결정의 주체가 누구인지 이용자에게 직접적으로 설명해주지 않는다. 카카오 택시 앱의 경우 ‘도로 교통 상황을 반영 중입니다’라는 문구를 통해 택시 운전사가 아닌 인공지능이 가격 결정의 주체라고 추론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어떤 이용자는 ‘택시 운전사가 손님을 받지 않아 가격이 올랐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고 해당 앱과 택시에 대해 더욱 부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연구 결과를 고려했을 때 향후 택시 호출 앱 관계자는 부정적인 가격 정보일 경우에는 결정 주체가 인공지능임을 명시하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다. 또한 택시 호출 서비스뿐만 아니라 고객은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와 관련한 부정적 혹은 긍정적 소식을 접한다. 기업은 이런 소식을 전달할 때 어떤 방식을 사용해야 할지 본 연구 결과를 참고해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송시연 | 필자는 숙명여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일반 대학원 경영학과 마케팅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 분야는 자아 조절, 컬러 마케팅, 그린 마케팅이다. 한국소비자원에서 선임 연구원으로 정책 연구를 담당했으며 현재 백석대 경상학부에서 소비자 행동론, 서비스 마케팅론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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