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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주거 혁명 이미 시작… 상상 못한 시장이 열렸다

조강태 | 354호 (2022년 10월 Issue 1)

지난 8월,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털인 안데르센 호로비츠가 아직 비즈니스를 시작하지도 않은 주거용 부동산 스타트업에 3억5000만 달러(원화 약 4500억 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해 화제가 됐다. 이 회사의 이름은 ‘플로(flow)’로 위워크의 창업자인 애덤 뉴먼이 새롭게 선보인 스타트업이다. 투자 결정 이후 안데르센 호로비츠 공동 창업자인 마크 안데르센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이 투자의 배경을 설명했다. “Our nation has a housing crisis(우리나라는 주거 위기에 빠져 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글에서 그는 “현재의 주거 개념은 집을 사거나, 빌리거나의 선택만이 존재하는데 집을 사기로 결정을 한 순간부터 개인은 부채를 갚기 위한 인생을 살아야만 하고 반대로 집을 빌려 거주할 경우 비용 대비 가치 없는 서비스를 누리고 시간이 지나도 불안에 떨어야 하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금이 인류에게 가장 큰 자산인 주거 시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모멘텀”이라고 주장했다.

마크 안데르센의 주장에 대해 필자는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동조한다. 먼저, 코로나19발 팬데믹을 기점으로 일하는 방식의 구조적 변화가 시작됐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사무실 출근을 위해 회사 근처에 살지 않아도 된다. 아직 일부 IT 기업과 스타트업들에 국한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디지털 협업 소프트웨어의 발전이나 도심항공교통(UAM)과 같은 교통수단 혁신 등은 이러한 추세를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또한 주거 시장도 변화와 혁신에 대한 요구를 지속적으로 외면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경험 경제(The Experience Economy)’의 주창자인 조셉 파인 2세와 제임스 길모어는 “고객들은 상품과 서비스의 교환 가치를 넘어 포괄적인 경험을 통해 구매 결정을 하며, 더욱 풍유로워진 고객들은 ‘자신이 더 나은 사람으로 변화하는 것’에 가치를 둘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그러나 주거 산업은 고객의 눈높이에 한참 뒤처져 있다. 주거 산업에서 가장 앞서 있는 상품과 서비스는 여전히 ‘커뮤니티센터 내 운동 시설’이나 ‘조식 서비스’ 정도다.

주거 산업이 다른 산업에 비해 낙후한 이유는 단순하다. 주거는 투자 대상이기 때문에 매매 가치를 위한 상품의 범용성과 우수한 입지 및 규모만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과 삶의 방식의 변화는 미래의 주거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꿔놓을 것이다. 먼저, ‘도심 집중’ 현상이 사라질 것이다. 디지털 전환과 함께 완전한 원격 근무가 가능해 진다면 ‘도심 집중’은 의미가 없어진다. 그 결과, 주거를 바라보는 관점이 ‘고정된 삶’에서 ‘유동적인 삶’으로 바뀔 것이다. 유동적 삶에서는 주거의 투자 가치보다 사용 가치가 중요해진다. 따라서 개인의 가치관이나 의미에 따라 여러 다양한 삶의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런 변화의 결과로 주거 시장에는 유동적인 삶의 니즈를 담아내는 주거 브랜드가 탄생할 것이다.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지역에서, 원하는 만큼 살 수 있는 주거 상품의 출현은 물론 더 나아가 싱글인 고객, 아이가 있는 고객, 은퇴 후 시니어 고객 등 고객의 생애주기별로 주거 브랜드가 세분화돼 기획되고 개발될 것이다. 그 결과, 주거 브랜드마다 특정한 가치관, 니즈, 라이프스타일,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커뮤니티를 선보이게 될 것이고, 결국 다양한 서비스와 경험들을 잇는 오프라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다.

필자는 이런 새로운 주거 방식을 ‘주거 3.0’이라고 명명하고자 한다. 토지 자산에 따라 주거가 분산되던 ‘주거 1.0’과 산업화에 발맞춰 주거가 도심에 집중되던 ‘주거 2.0’을 넘어 ‘주거 3.0’은 가까운 미래에 대중화될 전망이다. 그리고 주거란 고객 경험을 새롭고 과감하게 정의하는 기업, 또한 고객 가치를 높이며 장기적 관점에서 고객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는 기업이 이 같은 사회 구조적 변화의 수혜를 입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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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태 엠지알브이(MGRV) 대표 kt.cho@mgrv.company
필자는 고려대를 졸업하고 컨설팅사인 베인앤드컴퍼니 이사로 재직했다. 임팩트 투자사인 HGI 운영이사를 거쳐 공유 주거 브랜드 ‘맹그로브(mangrove)’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MGRV를 2018년 설립했다. 400여 명이 동시 거주 가능한 대규모 공유 주거 공간을 국내 최초로 개발,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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