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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디지털 치료제 시장의 핵심은 협업

이후만 | 348호 (2022년 07월 Issue 1)

전 세계적인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헬스케어 산업의 밸류체인은 치료자 중심의 진단과 치료의 영역에서 사용자 중심의 예방, 건강관리의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건강수명 혹은 삶의 질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2017년 WHO가 노화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근육의 양, 근력, 근 기능 등이 감소하는 질환인 ‘근감소증’을 새로운 질병 분류로 등록했고 미국과 일본, 한국 등 선진국은 잇따라 근감소증에 진단 코드를 부여하고 있다.

이 새로운 시장 기회를 잡기 위해 기존 제약 업계가 근감소증 신약 개발에 뛰어들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개발에 성공한 사례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사실 근육이라는 조직은 약을 통해서 성장하기보다는 능동적인 운동을 통해 관리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따라서 환자에게 운동 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치료적 개입(행동 중재)을 통해 근력을 강화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에 최근 선진국에서 약물중독이나 불면증 환자들의 스마트폰 사용 패턴을 분석해 건강 상태나 질병의 징후를 파악하고 이에 근거해 올바른 행동 중재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App)이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라는 새로운 형태의 의료기기로 FDA 승인을 받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식약처가 ‘디지털 치료 기기’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관련 산업이 태동하기 시작했다. 이에 발맞춰 기존에 앱 기반의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던 기업들이 디지털 치료 기기로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앱 기반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제약 산업에 비해 진입 장벽이 낮아 이러한 도전을 통해 관련 산업이 발전해가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디지털 치료 기기는 기본적으로 처방 중심의 전통적인 의료산업 제도권 내에서 발전하게 될 비즈니스다. 기존 산업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가 함께 이뤄져야 하며 특히 병원 및 제약사와의 협업이 중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전통적인 산업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제약 산업 내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질환에 대한 디지털바이오마커(디지털 장치 등을 통해 수집되고 측정되는 객관적이고 전략적인 생리학적 행동 데이터)의 유효성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를 개발하고, 디지털 치료 기기로서의 사용 효과에 대해 인내심을 갖고 끊임없이 검증해야 한다. 단순히 앱의 사용 패턴 등에서 발견되는 디지털 표현형만으로는 질환을 특정하는 마커로서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는 좀 더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한 디지털바이오마커를 찾아내기 위해 생체 신호를 연속적으로 측정하는 웨어러블 기기 등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1950년 이후 제약회사에서 신약 개발에 투자하는 연구비 10억 달러당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하는 신약의 수가 9년마다 반으로 줄어드는 현상을 일컬어 이룸의 법칙(Eroom’s Law)이라 부른다. 앞으로는 신약 개발에 투입되는 비용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필연적으로 다가올 미래이므로 국내 회사들은 시장이 먼저 발달한 선진국의 글로벌 제약사와 협업해 세계 시장을 목표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세계 최고 수준의 IT 및 의료 인프라를 갖춘 한국의 이점을 활용해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한다면 국내에서도 세계 수준의 기업이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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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만 엑소시스템즈 대표 hoomanlee@exosystems.io
필자는 서울대에서 학사 및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정부출연연구소인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로봇공학 관련 연구를 수행하면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벌였다. 이후 엑소시스템즈를 창업해 웨어러블 기반의 생체 신호 분석. AI 기술을 바탕으로 근골격계 건강 상태를 정량화하고 이에 알맞은 디지털 케어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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