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기후금융 시대의 기업 전략

기후 재난 물리적 리스크 대응 어떻게

336호 (2022년 0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폭염, 홍수, 산불 등 극단적인 기상 이변이 늘어나면서 기후변화 자체로 인해 기업이 물적 손해를 입을 수 있는 물리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사회는 최근 극단 기상의 원인이 인간 활동임을 명시하고, 그로 인한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평가 분석해 관리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최근 ECB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유럽 내 자연재해에 취약한 기업의 부도율이 평균 기업과 은행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과 금융회사도 기후 재난과 물리적 리스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인식하고 국제사회에서 이뤄지고 있는 물리적 리스크의 측정 방법 및 공시 기준 개발 동향을 이해해 이를 사업 전략 및 리스크 관리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캐나다 서부의 폭염(6월 말), 서유럽과 중국 정저우의 홍수(7월 중순), 미서부•호주•남유럽의 산불(7∼8월) 등 올해 여름 발생한 일련의 극단적 기상 현상은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 위기가 임박하고 있다는 경종을 울렸다. 지구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극단 기상은 지구 기후 시스템이 모종의 ‘변곡점(tipping points)’을 지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 1 과 더불어 기후변화 자체로 인한 물적 손해, 즉 물리적 리스크 2 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구 기후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로 기후 재난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면 기업 및 금융회사가 심대한 물적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국제사회에서는 물리적 리스크를 측정하고 경제적 영향을 분석하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기후변화와 극단 기상의 미래 전망에 관한 국제사회의 연구 동향을 소개하고 국내에 주는 시사점이 무엇인지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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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IPCC 보고서가 제시한 기후변화의 미래상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3 는 2021년 8월 초 ‘기후 변화의 물리과학적 근거’를 담은 보고서 4 를 공개했다. 2022년 9월에 예정된 제6차 종합보고서(6th Assessment Report) 발표에 앞서 제1실무그룹이 작성한 보고서(이하 WG1 보고서)로, 본문이 3000페이지가 넘고 인용된 과학 논문이 1만4000편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정책 입안자들을 위한 요약본’도 42페이지에 이른다.

WG1 보고서가 제시한 미래 기후변화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지구표면온도(GMST, Global Mean Surface Temperature) 상승폭을 1.09℃로 측정했다. 이는 2013년에 발표된 제5차 보고서의 상승폭(0.9℃)보다 +0.19℃ 높은 수치다. 지구 온도 측정 기법이 개선된 것에 일부 원인이 있지만 측정 대상 기간(2011∼2020년)이 5차 보고서(2003∼2012년)에 비해 업데이트된 영향이 크다.

둘째, 보고서는 인간 활동의 영향(human influence)이 ‘명백히(unequivocal)’ 지구온난화의 주된 원인이라고 결론지었다. 제5차 보고서에서 사용된 ‘극히 가능성 높음(extremely likely)’에 비해 한층 강화된 표현이다. 2007년 제4차 보고서는 지구온난화가 ‘명백히’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한 후 인간 영향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 이후 과학적 증거들에 대한 연구가 뒷받침되면서 마침내 인간 활동의 영향이 온난화의 주된 원인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셋째, 보고서는 공통사회경제경로5 와 2100년도 복사강제력(Radiative Forcing)6 값에 따라 미래 탄소배출량에 대한 5개의 대표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지구 온도 상승폭을 추정했다. 보고서는 이들 5개 시나리오하에서 지구온난화가 1.5℃에 도달하는 시기를 2021∼2040년 중으로 추정해 2018년에 공개된 ‘1.5℃ 보고서’보다 10년 이상 앞당겼다. 또 그 가능성 정도에 대해 ‘1.5℃ 보고서’에서는 ‘높음(likely)’이란 용어를 사용했는데 이번에는 ‘매우 높음(very likely)’으로 평가했다. 7 심지어 탄소배출량이 가장 적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하에서도 2021∼2040년 중 1.5℃ 도달 가능성을 ‘약간 있음(more likely than not)’으로 평가했다. 이 시나리오에서 온난화는 1.6℃까지 추가로 늘었다가 2100년경 1.4℃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탄소배출량이 가장 많은 시나리오의 경우 2050년 탄소배출량을 현 수준의 2배인 연간 800억 t으로, 2100년경 온난화를 4.4℃ 수준으로 추정했다.

넷째, 보고서는 처음으로 온난화가 극단 기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상세한 분석(본문 제11장)을 포함했다. 보고서는 인간 활동 영향이 산업화(1850년) 이후 증가한 폭염, 폭우, 가뭄 등 극단 기상의 강도와 빈도를 증가시켰다는 것이 ‘확실한 사실(established fact)’이라고 못 박았으며, 특히 최근에 발생한 폭염 등 일부 극단 기상은 인간 활동 영향이 없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극히 높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나아가 최신의 과학적 증거들8 을 보강해 소폭(+0.5℃) 온난화가 진행됐음에도 지구적 차원에서 극단적 기상의 빈도와 강도가 눈에 띌 만큼 증가한다는 ‘1.5℃ 보고서’의 결론을 재확인했다. 예컨대 온난화가 2℃ 진행될 경우 산업화 이전(1850∼1900년)에 비해 폭염의 발생 빈도는 5.6배, 폭우는 1.7배, 가뭄은 2.4배 증가할 것으로 봤다. 또 1℃가 오를 때마다 폭염의 최고 온도는 +1.3℃, 폭우의 최고 강수량은 +7%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서 폭염과 폭우는 각각 산업화 이전 10년 빈도로 발생한 최고 온도 및 최고 강수량을 상회하는 극단적 고온 및 강수량을 의미하며 가뭄은 토양의 수분이 산업화 이전 10년 빈도 하위 10%를 하회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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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물리적 리스크의 의미

물리적 리스크의 의미는 발생 요인과 그에 따른 영향인 물적 손해로 구분해 살펴볼 수 있다. IPCC(2013, 2021)9 는 물리적 리스크를 발생시키는 요인인 기후 재난(climate hazard)을 18개 유형으로 분류했다. 이 중 TCFD 등 기후변화 관련 국제 공시 기준에서 언급된 기후 재난은 13개 유형이다. 나머지 5개는 IPCC가 기후 재난의 유형으로 포함하고 있음에도 국제 공시 기준에서는 고려되지 않았다.10 TCFD(2017)는 물리적 리스크를 장기적 기후 패턴의 변화로 인한 점진적 위험(chronic risks)과 극단적 기상 이변의 형태로 나타나는 급성 위험(acute risks)으로 구분하고, 전자의 예로는 지속적 기온 상승, 해수면 상승을, 후자의 예로는 사이클론, 허리케인, 홍수 등을 언급했다.

다음으로 물리적 리스크 발생에 따른 손해는 일차적 손해(first-order impact)와 이차적 손해(second-order impact)로 구분할 수 있다. 예컨대 강가 또는 해안에 위치한 기업 생산 시설이 홍수, 해일 등으로 파손되는 경우가 일차적 물적 손해이다. 일차적 손해에는 해당 기업이 소유한 물적 자본만이 아니라 공급망(공급자•원자재•물류 시설 등)의 파손에 따른 손해도 포함된다. 보험료 등 리스크 경감 수단의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금융회사의 경우 가계, 기업 등 거래 고객에 대한 여신 부실화, 담보 가치 훼손, 주식•채권 등 자산 가치 하락, 재해 보험금 지급 등으로 인한 손실도 포함된다. 물리적 리스크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예컨대 미 서부 최대 전력사인 PG&E는 2017∼18년 중 북부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에 대한 발화 책임으로 245억 달러를 배상하고 파산 보호를 신청했는데 이는 미국에서 6번째 규모의 기업 파산이었다.

이차적 손해는 자연재해가 생태계, 사회경제 및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연쇄적인 파급 영향(cascading impacts)을 말한다. 종의 지리적 분포 변화, 농업 생산성의 하락, 자연자원의 이용 가능성 저하, 글로벌 무역 항로의 변경, 난민의 증가, 경제성장률 저하 등이 그 예이다. 이런 이차적 영향은 전통적인 리스크 관리 방법으로는 측정하거나 경감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따라서 국제 공시 기준은 일차적 손해만을 물리적 리스크의 측정•보고 대상에 포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11

그러나 장기적이고 거시적 관점에서 이차적 손해도 종합적인 물리적 리스크 분석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

DBR mini box
Four Twenty Seven의 물리적 리스크 지수

‘Four Twenty Seven(이하 427)’은 물리적 기후•환경 리스크에 관한 데이터 및 시장 분석에 전문화된 기업으로 캘리포니아 버클리에 본사가 있다. 북대서양 최대 규모의 허리케인으로 기록된 ‘허리케인 샌디(Hurricane Sandy)’ 발생 직후인 2012년 10월에 설립됐으며, 2019년 7월 무디스(Moody’s)에 인수됐다. 427이라는 회사명은 캘리포니아가 2020년까지 탄소배출량 목표로 삼은 ‘4억2700만 톤’에서 따 온 것이다.

427의 방법론 i 을 개략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기후 재난 유형별로 리스크 정도를 0에서 100의 지수 값으로 나타낸다. 기후 재난별 리스크 지수는 글로벌 기후 모델(CMI5 등)과 다양한 환경 관련 데이터세트로부터 가져온 정보를 종합해 하나의 지수로 산출한 것이다. 예컨대 폭염 지수의 경우 폭염의 강도와 빈도, 평균 기온 등 3개 정보를 종합해 하나의 지수로 산출한다. 지수 산출의 해상도는 폭염지수의 경우 25×25㎞, 홍수 지수의 경우 90×90m 등으로 기후 재난 유형별로 상이하다. 427은 1975∼2005년의 기간을 벤치마크 기간으로 해 BAU 시나리오(RCP 8.5)하에서 2040년까지의 미래 리스크 지수를 산출한다.

다음으로 기업별로 공급망을 포함해 전체 영업 활동에 걸친 모든 물적 자본(사무실, 지점, 창고, 생산 시설 등)의 위치 지도를 작성하고, 각 물적 자본에 대해 재난 유형별 취약성 정도를 감안한 리스크 지수 값을 부여한다. 예컨대 데이터센터에 대해서는 동일 지역에 소재한 오피스 건물보다 더 높은 폭염 지수 값을 부여하는데 데이터센터가 에너지를 더 많이 소비하기에 폭염 발생 시 에너지 공급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427은 재난 유형별 리스크 지수를 종합해 물적•자본별 리스크 지수를 산출한 후, 이를 종합해 기업별 ‘물리적 리스크 지수(physical climate risk score)’를 산출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은행 대출 포트폴리오에 대한 물리적 리스크 지수를 산출•제공하고 있다.

427은 재난 유형별 리스크 지수를 5단계의 위험 등급으로 나눠 각 물적 자본이 어떤 재난 유형에 취약한지를 히트맵(heatmap)으로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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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은 모기지 포트폴리오에 대해 물리적 리스크 지수를 산출한 예시를 보여주고 있다. 예컨대 모기지 자산(id 53367)은 지진, 홍수, 허리케인, 해수면 상승 등 4개 기후 재난의 최고 단계(red flag) 위험에 노출돼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물리적 리스크 지수를 무디스의 내부 신용 리스크 평가 모형에 대입해 신용 리스크를 도출하는 단계다. 예컨대 상장 기업의 경우 EDF ii 모형을 이용해 부도 확률을 산출하며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는 CMM(Commercial Mortgage Metrics)을 이용해 순영업이익, 담보 가치 등에 미치는 영향을 산출하고 있다.

3. 물리적 리스크의 특성

IPCC(2012) 12 가 제시한 기후 리스크 함수(climate risk function)에 따르면 물리적 리스크는 ①기후 재난의 발생 확률과 강도 × ②물적 자본 등 익스포저 규모 × ③리스크에 취약한 정도에 의해 결정된다. 여기에서 물리적 리스크는 발생 요인인 기후 재난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리스크와 다른 특성을 가진다. 물리적 리스크를 평가•관리할 때는 기후 재난이 갖는 다음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자연재해는 지속적으로, 비선형적(nonlinearity)으로 증가하고 있다. 소위 기후 시스템의 열(熱) 관성(inertia of climate system) 현상 13 때문에 탈탄소 노력을 강화하더라도 온난화와 자연재해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탄소배출이 현재처럼 지속된다면 지구 기후 시스템이 특정한 변곡점을 넘어서 자연재해의 빈도와 강도가 비선형적으로 가속해 증가할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 전 세계 자연재해 건수는 1980년 249건에서 2019년에는 820건으로 증가했는데, 2000년대 들어 그 기울기가 가팔라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뮌헨재보험(Munich Re)은 1980년 이래 전 세계 자연재해로 인한 총손실액을 약 5조2000달러로 추산하고, 손실 규모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기업과 금융회사, 정책 당국자는 최악의 시나리오(BAU)하에서 물리적 리스크를 예측•완화할 방법을 강구함과 더불어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하에서도 이행 리스크와 함께 물리적 리스크를 분석•평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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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물리적 리스크는 시계가 길고 불확실성이 높다. 생산 설비 등 물적 자본에 대한 투자는 최소 수년에서 길게는 20∼50년의 시계로 이뤄지며 인프라 자산의 경우 향후 100년의 시계를 갖는 경우도 있다. 반면 기후 재난은 발생 시기와 지점, 빈도 및 강도가 불확실하며 통제하기가 어렵다는 특성을 갖는다. 더욱이 미래의 기후 재난은 탄소배출량 및 온난화 정도에 따라 달라지며 장기로 갈수록 온난화 정도의 차이가 커지기 때문에 그만큼 불확실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물리적 리스크에 대한 평가는 물적 자본의 수명에 맞춰 대상 기간을 중장기로 설정해야 하며 탄소배출 및 온난화 시나리오별로 분석을 실시해야 한다. 또 물리적 리스크를 분석할 때 기후변화에 대한 미래 전망이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에 기후 과학에 관한 전문적 지식이 요구된다.

셋째, 물리적 리스크의 지리적 이질성(geogra-phical heterogeneity)이다. 기후변화는 글로벌 현상이지만 기후 재난의 유형과 피해 정도는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예컨대 유럽의 경우 해수면 상승, 홍수(동유럽), 산불(스페인•남유럽) 등 3개 유형의 기후 재난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14 따라서 물리적 리스크 평가는 지리적으로 한정된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전 세계에 걸친 점포망과 공급망을 가진 기업 또는 금융회사는 각 물적 자본(사무실, 창고 등)이 소재한 지역의 기후 재난 유형과 특성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물적 피해를 평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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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물리적 리스크의 측정과 경제적 영향

그렇다면 물리적 리스크는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2020년 1월 국제결제은행(BIS)이 기후 변화로 파국적 위험이 초래되는 ‘그린스완(green swan)’ 15 가능성을 언급한 뒤로 물리적 리스크를 포함해 기후 리스크의 측정 방법론과 경제적 영향에 대한 연구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기후 재난의 복잡성, 불확실성, 데이터의 부재, 기후변화의 장기 전망 어려움 등으로 물리적 리스크에 대한 측정 방법론은 개발의 초기 단계에 있다. 이로 인해 물리적 리스크는 아직 제대로 이해되지 않고 있으며 금융시장에서 기업 또는 금융 자산의 가격에도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다수 민간기업에서 상업적 목적으로 물리적 리스크의 평가를 위한 솔루션을 개발•제공해 왔으나 평가 방법이 업체별로 상이하고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한계가 있었다. 16 온실가스에 대한 회계 처리 및 보고에 대한 국제기준(GHG Protocol)이 기업, 금융회사 등 경제 주체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관리하는 표준적인 지침을 제공했듯이 물리적 리스크의 평가와 관련해서도 국제적 기준이 필요하다. 이에 최근 G20 산하 금융안정위원회(FSB, 2021년 7월) 17 와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2021년 4월)18 , TCFD(2021년 6월)19 등에서 기후 리스크 측정 방법 개발을 위한 로드맵과 기준을 잇달아 제시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ECB가 ‘Four Twenty Seven의 물리적 리스크 측정 방법론’(DBR minibox ‘Four Twenty Seven의 물리적 리스크 지수’ 참고.)을 기반으로 유럽 소재 기업과 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20 ECB의 연구(2021년 9월)는 기존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가장 최신의 연구일 뿐만 아니라 분석 대상이 가장 포괄적이고도 개별 기업의 익스포저까지 고려해 구체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와 차이가 있다. 또 기존의 연구가 주로 이행 리스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ECB는 이행 리스크와 물리적 리스크의 상호작용을 고려하되 물리적 리스크에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2021년 9월 ECB는 유럽 소재 400만 개 기업과 1600개 은행을 대상으로 향후 30년에 걸쳐 기후 변화에 따른 잠재적 영향을 분석한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했다. ECB는 ①기업 재무 정보(Orbis, Bloomberg 등), ②기업별 물리적 리스크 지수(Four Twenty Seven), ③기업별 탄소배출량 데이터(Urgentem), ④기업별 은행 대출 익스포저 정보(AnaCredit) 등 4개 데이터를 결합해 기후변화에 따른 물리적 리스크와 이행 리스크가 기업 및 금융회사의 부도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녹색금융협의체(NGFS) 21 의 ‘질서 있는 전환(OT, Orderly Transition)’을 기본 시나리오로 하고, ‘무질서한 전환(DT, Disorderly Transition)’ 시나리오와 현재의 탄소배출량 추세가 지속되는 ‘뜨거운 지구(HHW, Hot House World)’ 시나리오하에서 부도율이 기본 시나리오 대비 얼마나 상승하는지를 분석했다.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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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결과는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장기적으로 DT와 HHW 시나리오에서 부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자연재해 증가로 인한 생산 시설 손상, 생산 중단, 보험료 상승 등으로 수익성이 저하되는 한편 생산 시설의 복구를 위한 투자 증가로 부채비율(레버리지)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HHW 시나리오에서 2050년 평균적 기업의 부도율(그림 A)은 OT 시나리오에 비해 5%포인트 이상 높게 나타났으며, 특히 자연재해에 취약한 기업(물리적 리스크 상위 10% 기업, 그림 B)의 경우 생산 시설 복구를 위한 부채 급증으로 부도율이 25%포인트 가까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부도는 은행 대출의 부실로 전이된다. 평균적 은행(그림 C)의 대출 포트폴리오 부도율이 HHW 시나리오에서 OT 시나리오에 비해 7% 정도 더 높게 나타났다. ECB 보고서는 특히 폭염, 산불, 홍수 등 기후 재난에 취약한 산업 섹터 또는 지역에 대한 익스포저 비중이 높은 은행은 부실 가능성이 커 시스템적 위험을 일으킬 원천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5. 국내 기업의 과제

지구 기후 시스템에 관한 최신 연구 결과들은 온난화의 진행으로 전 지구적 차원에서 자연재해가 지속적으로, 그리고 비선형적으로 증가할 수 있으며, 그에 따른 물리적 리스크가 개별 기업의 존폐는 물론이고 금융 시스템의 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까지 심각해질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최근 국제사회는 물리적 리스크의 측정 방법론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민간 및 공공 부문에서 함께 경주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준다.

첫째, 국내 기업과 금융회사도 기후 재난과 물리적 리스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한반도는 중위도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물리적 리스크가 전 세계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00년간 연평균 기온 상승폭(+1.8℃)이 전 지구 평균 상승폭(+1.09℃)에 비해 월등히 높은 점과 미래의 기후변화 전망 23 은 한반도도 기후 재난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말해주고 있다. 더구나 제조업 중심 개방 경제의 특성상 다른 국가의 기후 재난이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전이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전 지구에 걸쳐 사업망 및 공급망을 가진 국내 기업은 기후 재난이 가지는 지리적 이질성을 이해하고 물리적 리스크의 평가 및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둘째, 국제사회에서 이뤄지고 있는 물리적 리스크의 측정 방법 및 공시 기준 개발 동향을 이해하고, 이를 사업 전략 및 리스크 관리에 반영할 필요성이 있다. 아직까지 물리적 리스크의 측정 방법은 개발 초기 단계에 있으며, 그에 대한 공시도 불충분해 자산 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글로벌 기후 과학의 발전 등으로 데이터 부족, 장기 기후 전망의 불확실성 등의 문제가 해소되면 물리적 리스크에 대한 정치한 측정 기법 개발 및 공시가 진전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국내 기업•금융회사가 이러한 노력에 뒤처진다면 물리적 리스크 불확실성을 이유로 금융 시장에서 신인도가 하락하고 가치평가에도 불이익을 받게 될 우려가 있다.

셋째, 저탄소 경제로의 ‘질서 있는 전환(OT)’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ECB의 연구 결과는 질서 있는 전환이 단기적으로는 높은 이행 리스크로 인해 불리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파국적 물리적 리스크의 발생을 방지함으로써 개별 기업은 물론 경제 전체에 훨씬 이롭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탈탄소 정책의 조화롭고도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국내 기업과 금융회사, 정책 당국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정신동 KB저축은행 상근감사 jeungshi@naver.com
필자는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은행 이론으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금융감독원에서 27년을 재직하며 보험감독국•기획조정국•금융상황분석실에서 팀장으로 근무했으며 워싱턴사무소장, 거시건전성감독국장을 지냈다. 저서로 『바젤3와 글로벌 금융 규제의 개혁(2011년)』 『도드프랭크 금융규제개혁과 그 이후(2018년)』가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5호 Fake Data for AI 2022년 0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