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전문가인 스티브 블랭크는 “사업 계획을 머릿속으로만 구상하지 말고 현장으로 나가 직접 고객을 만나고 신속하게 검증하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거치며 보완하라”고 강조했다. 이른바 ‘린스타트업 방법론’이다. 또한 혁신에 어려움을 겪는 대기업에는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실행하는 조직과 혁신적인 실험을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는 조직을 별도로 두라”고 조언했다.
스티브 블랭크 스탠퍼드대 교수는 주재우 국민대 교수와의 대담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리셋 전략을 통해 변화에 도전하는 법’을 주제로 한 인사이트를 전했다. 대담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아주 오래전 한국에 거주한 적이 있다고 들었다.
1970년대 미군을 컨설팅했기에 평택에 거주한 적이 있다. 당시 서울 도심과 시골을 오가며 한국을 경험했다. 그 이후 수십 년 동안 한국은 비약적으로 성장했고 지금까지도 세계적인 성공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만약 지금 서울에 간다면 아마도 생소할 것 같다.
다양한 기업가와 학생들을 만나봤을 텐데 한국 사람들의 특징이 있을까?
열심히 일한다. 또한 열심히 공부한다. 한국인 학생들의 장점이자 단점은 부모님 말씀을 너무 잘 듣는다는 것이다. 좋은 점이기는 하지만 기업가정신을 발휘하는 데 발목을 잡기도 한다. 창업은 너무 위험하다, 대기업이나 정부, 은행에서 일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라고 말하는 부모님 말씀에 잘 따른다. 그러다 보면 적극적인 실험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미국인 학생들은 그렇게 부모님 말씀을 잘 듣지 않는다.
실리콘밸리에서 다년간 활동했는데 어떤 교훈을 얻었는가.
20여 년간 기업가로 활동하다가 현재는 주로 강연에 집중하고 있다. 직접 창업하거나 투자한 기업 중 성공한 사례에는 공통점이 있다. 성공한 기업은 창업자들이 의지를 갖고 건물 밖으로 나가서 가설을 검증하는 데 힘을 쏟았다. 반면 실패한 기업들은 처음에 세운 가설이 옳다고 생각하고 그대로 밀고 나갔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나는 건물 안에서는 팩트를 찾을 수 없다, 밖으로 나가서 직접 소비자를 만나 가설이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품을 개발하든, 서비스를 기획하든, 사업을 새로 시작하든 우리는 검증되지 않은 일련의 가설을 갖고 출발한다. 하지만 팩트로 확인하기 전까지 이것은 추측에 불과하다. 우리 고객이 어떤 사람인가, 어떤 기능을 원할 것인가, 유통 채널은 어떤 것이 효율적인가 등을 추측해볼 뿐이다.
20세기까지는 이렇게 계획에 초점을 둬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경영 환경의 변화는 더욱 빨라졌고 특히 코로나 팬데믹이 심해진 이후에는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 따라서 최소한의 요건만 갖춘 가설을 들고 밖으로 나가 가능성을 빠르게 확인하고 수정과 보완을 반복하며 비즈니스 모델의 타당성을 검증해야 한다.
대체로 대기업은 이미 알려진 비즈니스 모델을 사용한다.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좀 더 효율적으로 실행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스타트업은 다르다. 스타트업은 기존 모델을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탐색한다. 즉 가설을 끊임없이 검증하며 보완하는 실험 과정이다. 바로 여기서 혁신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