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2. 스타트업의 결승선, 국내 엑시트 현황과 과제

엑시트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핵심 퍼즐
사업 모델 계획만큼 치열하게 종착역을 고민하라

324호 (2021년 07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고위험•고성장 비즈니스 모델로 무장한 스타트업은 투자를 통해 성장하며, 이 투자는 스타트업의 엑시트를 통한 재무적 이익 실현을 기대하며 이뤄진다. 따라서 IPO와 인수합병(M&A)으로 대표되는 엑시트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가장 중요한 퍼즐이며, 엑시트가 활발해져야 ‘창업 → 투자 → 성장 → 엑시트 → 재창업/재투자’로 이어지는 생태계 선순환이 가능해진다. 다만 엑시트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전략을 조기에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M&A를 하기 가장 좋은 시점도 사업이 한창 잘될 때, 즉 지분은 덜 희석되고 회사 가치는 높게 인정받을 때다. 실리콘밸리에서 조기 엑시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한국에서도 이런 창업 초기, 중소 규모의 M&A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1) CVC의 스타트업 지분 취득 시 부과되는 의무를 일부 완화하고 2) 국외 합병에 따르는 국적 논란 등 부정적 프레임을 극복하고 3) 앙트레프레너를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 비즈니스 엔젤을 활성화하고 4) 기업들의 ‘유니콘 헤지’를 위한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바야흐로 스타트업 전성시대다. 스타트업들이 세계 경제의 굵직한 흐름을 좌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 시가총액 10위 안에 드는 회사 중 8개가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텐센트, 테슬라,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이 그 주인공이다. 한국 기업들만 봐도 코스피 시총 10위 안의 셀트리온과 네이버, 카카오와 갓 미국에 상장한 쿠팡이 스타트업 출신이다. 중국의 경우도 텐센트, 알리바바뿐 아니라 짧은 기간에 기업 가치가 100조 원 이상으로 성장한 스타트업이 10개나 되며 기업 가치 조 단위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을 뜻하는 ‘유니콘(unicorn)’은 매주 1∼2개씩 탄생하고 있다.

이처럼 창업한 지 얼마 안 된 기업의 시가총액이 수조 원을 넘어서는 일이 예사롭지 않은 시대가 됐다. 한 분야를 파고들어 수십 년 만에 반듯한 기업을 일군 사람들에겐 놀랍고도 다소 힘 빠지는 세상이다. 혜성처럼 나타나 단기간에 천문학적 시장 가치를 만들어낸 유니콘들은 성공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아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에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다.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 숙박 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 등 2021년 현재 전 세계 유니콘은 약 1000여 개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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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10년대 모바일 혁명 이후,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도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배달의민족, 무신사, 야놀자, 토스, 직방, 마켓컬리 등 전국민적 인지도를 갖춘 플랫폼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유니콘 10여 개가 생겨났으며 한국 스타트업들을 향한 글로벌 자본의 관심도 전례 없이 높아졌다. 뉴욕증권거래소에 화려하게 데뷔한 쿠팡, 5조 원에 가까운 금액으로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elivery Hero)에 인수된 우아한형제들, 2조 원에 ‘틴더’ 운영사인 미국 매치그룹(Match Group)에 경영권을 넘긴 하이퍼커넥트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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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생태계 선순환 이끄는 엑시트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의 역사는 길지 않다. 최근 들어 대규모 해외 투자 유치, 유니콘 등장이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반적으로 스타트업 게임의 법칙에 대한 이해는 매우 부족하다. 특히 스타트업의 결승선이라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개념인 엑시트(Exit)에 대한 논의는 아주 미진하며 개념과 인식 부족으로 인해 무분별한 비판과 부정적 프레임이 난무한다. 육상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들은 당연히 자신이 출전하는 종목의 경기 규칙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마찬가지로 스타트업을 하려는 앙트레프레너(Entrepreneur, 창업자)도 자신이 참여하는 비즈니스의 룰(rule)은 확실히 이해하고 출발선에 서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출발선을 이미 떠난 선수가 어디까지 뛰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 그냥 열심히 달리기만 하는 실정이다.

고위험•고성장 비즈니스 모델로 무장한 스타트업은 투자를 통해 성장하며, 이 투자는 스타트업의 엑시트를 통한 재무적 이익 실현을 기대하며 이뤄진다. 따라서 인수합병(M&A)이나 IPO로 대표되는 엑시트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가장 중요한 퍼즐이다. 즉, 엑시트가 담보돼야 투자자가 참여하는 게임과 같다. 또한 엑시트가 활발해져야 ‘창업 → 투자 → 성장 → 엑시트 → 재창업/재투자’로 이어지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선순환이 가능해진다. 엑시트 성공이 앙트레프레너와 투자자에게 이익을 줄 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활력을 부여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스타트업 생태계의 작동 원리와 선순환 구조에 대해 우리 사회가 더 폭넓게 이해하고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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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투자자, 엑시트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3가지 축이며 이 중 어떤 한 가지라도 부실하면 스타트업을 통한 미래도 없다. 제아무리 유능한 앙트레프레너가 좋은 비즈니스 모델로 사업을 시작해도 부족한 자금을 조달하려면 반드시 투자를 받아서 성장을 해야 한다. 창업 초기부터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현 가능한 엑시트 전략이 있어야 한다.

통상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투자자가 부담하는 리스크와 목표 시장, 시장 장악력, 성장 속도, 마일스톤(milestone)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스타트업의 초기 단계에서는 주로 앙트레프레너 본인이 일의 대부분을 몸으로 때우고 개인적인 인맥을 총동원해서 자금을 끌어모아야 하는데 이를 스 에쿼티(Sweat Equity)라 한다. 이후 개발이 진행되고 매출이 발생하기 이전 단계를 데스밸리(Valley of Death)라 부르는데 이 시기가 그야말로 스타트업의 ‘죽음의 계곡’이다. 대부분 이 시기에 외부에서 자금 조달이 안 돼 파산한다. 개발자 인건비, 사무실 임대료 등 나갈 돈은 많은데 어느 누구도 선뜻 투자하지 않는 게 바로 이 시기다. 데스밸리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이 제품 출시나 매출 발생 이전에 3억∼5억 원 내외의 적은 돈을 조달하는 것을 시드 및 엔젤 투자라 한다.

시드를 발판으로 데스밸리를 무사히 건너면 기관투자가인 벤처캐피털이 공식적으로 등장한다. 매출 발생 이후 일정 기준에 따라 이뤄지는 시리즈A∼B는 초기 투자, 시리즈C, D, E∼는 후기 투자로 불린다. 최근 VC 생태계에서는 투자자들이 초기 투자는 꺼리고 어느 정도 규모로 성장한 스타트업에 비교적 거액을 쏟아붓는 후기 투자 몰아주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을 기준으로 2009년에는 90% 이상의 기업이 시드 투자를 한 차례 받은 뒤 시리즈A에 해당하는 VC 투자를 유치했다. 그러나 2018년에는 시드 투자를 한 차례만 받고 시리즈A를 유치한 기업의 비중이 30%로 낮아졌다. 시드 투자를 평균 3회 정도는 받은 뒤에야 비로소 시리즈A에 성공했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상황은 비슷하다. 벤처 투자 규모는 의외로 늘어났으나 투자 대상 기업의 숫자가 줄어들었고 초기 투자보다 후기 투자 비중이 높아졌다. ‘이미 검증된, 잘될 기업에 몰아주는’ 현상이 심화된 것이다. 2015년부터 관측됐던 VC 투자의 ‘상위 기업 몰아주기’ 현상이 2020년 코로나19 이후 가속화됐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시드/엔젤 → 시리즈(VC 기관 투자)’로 나아가는 문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기관투자가를 만나기 위한 문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스타트업들은 비즈니스 엔젤에 기대 데스밸리 구간을 근근이 버티고 있다.

앙트레프레너가 투자를 받아서 기업의 가치를 높이면 투자자는 IPO나 M&A를 통해 자신들의 투자금을 회수하려 한다. 일반적으로 정해진 기간에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투자하는 재무적 투자자(Financial Investor)들일수록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이런 요구들을 하며 앙트레프레너 본인이 자신의 지분을 처분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회사가 파산하거나 중간에 청산을 하는 경우도 엑시트에 해당한다. 엑시트는 성공과 실패를 구분하지 않고 회사의 지분이 정리되는 것을 포괄적으로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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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계획만큼 중요한 조기 엑시트 전략 수립

스타트업의 천국이라 불리는 실리콘밸리의 통계 자료를 보면 스타트업의 약 26%만이 엑시트에 성공하며 이 중 97%가 M&A의 방법을 택한다. 나머지 기업들은 파산을 하거나 좀비 기업으로 전락한다. 그렇기 때문에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은 창업 초기부터 기회가 될 때마다 틈틈이 투자자나 창업자 자신을 위해 엑시트를 시도한다. 그리고 스타트업 초기에 300만 달러 정도 기업 가치로 M&A를 성사시키는 것을 ‘가장 보편적이고 교과서적인 모델’로 상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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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 투자의 아버지라 불리는 데이비드 로즈의 연구에 따르면 엔젤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 중 50%는 파산하고 IPO에 이르는 비율은 단지 0.1%에 불과하며, 엑시트는 대부분 초기 단계 M&A를 통해 이뤄진다. 우리나라에선 M&A라고 하면 몇천억 원, 몇조 원 단위로 생각하지만 미국 스타트업 M&A는 10억 원 이내 수준에서도 흔하게 이뤄진다. 소위 대박을 터트리면 좋지만 99% 이상은 적은 금액이라도 엑시트에 성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엑시트에 실패한다는 것은 파산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파산하지 않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하는 것이 엑시트의 핵심이다.

스타트업의 엑시트를 통해 자금을 회수하고 이익을 거둔 투자자(FI)는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다. 마찬가지로 엑시트를 통해 경험과 자산을 축적한 앙트레프레너는 연쇄 창업(Serial Entrepreneur)에 도전하거나 스스로 투자자가 되는 비즈니스 엔젤(Business Angel)로 거듭난다. 만약 투자자들이 투자한 돈을 회수하지 못하면 스타트업 생태계에 투입될 수 있는 자금이 고갈된다. 이는 곧 생태계의 붕괴를 의미한다.

다만 엑시트를 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처음부터 최종 게임(End Game)을 염두에 둬야 하는 이유다. 엑시트 전략을 일찍 세울수록 회사에 대한 비전이 더 명확해지고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엑시트 전략 조기 수립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1. 엑시트 전략은 바람직한 미래로 이끌어갈 중요한 청사진이다. 스타트업이 추구해야 할 목표와 성공의 척도를 제시할 수 있다.

2. 원치 않는 제안을 처리하는 방법을 알게 된다. 위험한 제안을 현명하게 거절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3. 회사의 가치를 비교적 정확히 알 수 있다. 항상 기업 가치에 관심을 갖게 되며 기업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알 수 있다.

4. 언제 매각할지 알게 된다. 비즈니스의 종착역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5. 인수자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미래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목표를 가지고 사업을 성장시켰음을 인식하게 하며 시간 낭비를 막아준다.

6. 합리적 의사결정을 도와준다. 감정에 휩싸이지 않고 논리적으로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한다.

7.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엑시트를 극대화할 수 있다.

8. 엑시트에 대한 복잡한 서류와 절차에 잘 대처할 수 있게 한다.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될 모든 과정에 더 잘 대비할 수 있다.

9.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 확고한 목표를 가진 상태에서 힘의 균형을 유지하도록 도와준다.

10. 엑시트 이후의 삶에 대해 미리 계획을 세울 수 있다.

11. 엑시트 전략 수립에 있어서 너무 이르다는 말은 없다. 조기에 계획하는 것이 더 큰 통찰력을 주고, 더 큰 가치를 제공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많은 앙트레프레너는 엑시트를 뒤로 미룬다. 이는 사람들이 종종 인생에서 큰 결정을 내리기까지 상황이 바뀌기만 기다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리고 비즈니스에서 마케팅, 인사, 재고, 현금 흐름 등 현재의 의사결정이 우선순위에 놓이다 보니 당장 급하지 않은 엑시트 전략을 만들 시간이 없다고 판단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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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M&A를 하기 좋은 시점은 사업이 가장 잘될 때다. 그래야 원하는 매각 금액을 받을 가능성도 높고, 타 회사에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회사 가치를 올릴 수 있다. 또한 투자를 여러 번 받게 되면 지분이 많이 희석돼 설령 스타트업을 상당히 높은 가격에 매각하더라도 실제 앙트레프레너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많지 않을 수 있다.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차라리 엑시트 금액이 적더라도 지분율이 더 높을 때 매각하는 것이 현명한 결정이다. 앙트레프레너 입장에서 1억 달러의 50%와 10억 달러의 5%는 동일한 금액이지만 전자가 훨씬 더 달성하기 쉽다. 이에 따라 실리콘밸리는 ‘조기 엑시트(Early Exit)’를 권장한다. 실제로 엑시트는 초기 단계에서 주로 일어나며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투자를 많이 받고 시간이 흐를수록 엑시트의 가능성이 14%, 7%, 6%, 2%, 1%로 점점 낮아진다는 것은 데이터로도 확인된다.

가장 모범적인 엑시트 전략은 창업 초기 M&A

조 단위 IPO가 성사될 수 있는 기업은 확률적으로 굉장히 희박하며 대다수 스타트업과 투자자는 엑시트에 성공하지 못하고 파산하거나, 좀비 상태로 머무르게 되는 불행한 상황에 직면한다. 그런 의미에서 실제 스타트업의 엑시트와 생태계를 활발하게 하는 것은 중소 규모의 M&A를 통한 엑시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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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 강조하지만 창업 초기 단계 M&A는 가장 모범적인 엑시트 전략이다. 중소 규모의 엑시트가 활발해져야 스타트업 생태계가 건강해질 수 있다. 천문학적인 기업 가치를 지닌 유니콘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이는 유니콘 강국인 미국과 중국을 보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유니콘 숫자에 있어서는 조사 기관에 따라 양국이 1, 2위를 다투지만 엑시트에 성공한 유니콘, 즉 엑시콘(Exit+Unicorn)의 숫자에 있어서 양국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인다. 2020년 기준 엑시콘은 미국이 196개로 중국의 70개보다 3배 가까이 많다. 이는 엑시트 방법에 있어 미국은 M&A와 IPO가 균형을 이루고 있으나(M&A 91개, IPO 105개) 중국의 경우 IPO에 치중돼 있다는 것과 관련이 깊다(M&A 16개, IPO 54개). 어렵사리 유니콘의 반열에 올라도 조기에 엑시트를 못하면 명맥만 유지하는 좀비콘이 되고 만다는 점은 왜 IPO뿐 아니라 일찍부터 M&A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발표하는 ‘창업기업 동향’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기술창업’이라 할 수 있는 스타트업은 연간 약 1만 개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 2015∼2020년 우리나라 연평균 신규 상장 기업 수는 약 72개다. 이는 스타트업 1만 개 가운데 창업 후 꾸준히 성장해 IPO에 성공하는 기업이 단지 0.7% 수준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IPO에 성공한 회사를 제외한 99.3%의 스타트업은 다른 엑시트 전략을 모색해야만 한다.

비유하자면 스타트업에 있어 IPO를 통한 엑시트는 극히 일부 기업의 ‘마라톤’ 경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모든 스타트업이 42.195㎞를 완주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 비즈니스 모델의 특징, 앙트레프레너의 역량, 시장의 객관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각각의 ‘엔드게임’ 전략이 필요하다. 42.195㎞를 달려서 IPO에 도달하는 0.7%의 스타트업이 있는가 하면 100m, 200m, 500m 단거리 선수도 있고, 중거리 선수도 있는 법이다. 절대다수의 스타트업은 IPO가 아닌 자신에게 맞는 완전히 다른 게임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실리콘밸리와는 달리 엑시트의 의의나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다. 거의 모든 스타트업이 무의식적으로 IPO를 하겠다는 막연한 생각만을 갖고 있다. 정부 역시 모태펀드를 비롯한 여러 가지 스타트업 지원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제공하고 있으나 정작 가장 중요한 엑시트에 대해서는 상당히 무감각하고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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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투자 회사들의 2018년 금액 기준 M&A를 통한 엑시트는 2.5% 수준에 불과하다. IPO를 통한 회수 비중이 32.5%로 IPO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미국의 경우 2018년 기준 M&A를 통한 회수 금액 비중이 44.5%에 달하는 것과 대비된다. 그런데 IPO는 기업이 증권거래소에서 제시하는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가능하지만 M&A를 통한 엑시트는 반드시 상대편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스타트업 경영자의 지속적인 관심과 전략 없이는 성사되기 힘들다.

M&A 가로막는 부정적 시선 거두고 앙트레프레너 존중해야

스타트업 생태계의 바람직한 성장과 선순환을 위해서는 엑시트 전략(Exit Strategy)에 대한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많은 이가 M&A의 필요성에 공감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다양하다. M&A 시장에 매력적인 스타트업이 부족할 수 있고, 스타트업을 인수할 만큼 자원과 역량이 풍부한 중견 기업이 많지 않을 수 있으며 대기업이 여러 가지 규제와 기술 및 인력을 탈취한다는 부정적 시선이 발목을 붙잡을 수도 있다. 또한 기업 가치에 대한 당사자 간 이견, 대기업의 갑질 문화 등 여러 방해 요소도 존재한다.

이런 방해 요소를 하나씩 없애 나가야 한다. 가령 우리나라는 대기업과 중견 기업이 스타트업의 지분을 일정 규모 이상 인수할 경우 계열사에 대한 각종 의무를 진다. 이런 제도가 CVC(Corporate Venture Capital) 같은 전략적 투자자(SI)로 하여금 스타트업 지분 인수에 부담을 느끼게 하는 것이 현실이다. 다른 접근으로 대기업이 기술과 인재 영입을 목적으로 어크하이어(Acqui-hire, 기업 인수 형태의 채용 방식)를 하는 경우 조직 질서상 딜레마가 발생할 수 있으며 혁신의 지속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대기업이나 중견 기업이 특정 스타트업의 인수를 검토할 때 지분 취득에 따른 각종 의무를 일정하게 완화하거나 유예하는 ‘소프트 랜딩’ 대책이 필요하다. 스타트업의 지분 취득에 따른 각종 부담이 완화된다면 국내 대기업은 스타트업에 대한 지분 투자를 더 활발히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이는 자금력을 가진 대기업이나 중견 기업이 혁신 역량을 가진 스타트업과 활발하게 교류할 수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의 장이 대폭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부정적인 프레임도 거둬야 한다. 국내 스타트업의 엑시트는 지금까지 그리 아름답게 묘사되지 않았다. 특히 외국 자본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거나 회사를 매각하는 일에는 매번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배달의민족이 5조 원에 달하는 금액에 M&A됐을 때 해외에서는 2019년 최고의 엑시트 성공 사례라고 찬사를 보냈다. 그런데 막상 국내에선 해외 기업에 인수되는 사례를 ‘먹튀’라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배달의민족이 ‘게르만 민족’ 아니냐는 비아냥도 나왔다. 쿠팡이 소프트뱅크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았을 때 일본 자본으로 폄하를 당한 것도 비슷한 경우다. 미국 주식시장에 신규 서비스로 100조 원 가까운 기업 가치로 상장한 것을 두고 비판적인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엑시트의 유형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 성공적인 엑시트의 종류에는 크게 네 가지, 즉 국내 상장, 국외 상장, 국내 M&A, 국외 M&A가 있다. 이 중 앙트레프레너가 해외 기업이나 자본에 지분을 파는 것은 가장 부정적으로 여겨진다. 국내 기업인 줄 알고 사랑해서 키웠는데 결국에는 스타트업이 자신의 배만 불렸다고 비판을 받곤 한다.

하지만 이때 문제는 막상 조 단위로 평가되는 스타트업(유니콘)에 투자할 수 있는 국내 자본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배달의민족이 평가받은 기업 가치는 5조 원인데 이는 2019년 12월 코스피 기준 20위권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 정도 규모의 기업을 인수할 만한 국내 대기업을 찾기는 어렵다. 더욱이 해외 자본의 경우 기업 가치와는 별개로 스타트업 기업이 현재 적자인 상황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적자 기업의 IPO는 더욱 쉽지 않다. 스타트업은 전통적인 기업들과는 달리 투자현금흐름이 크기 때문에 영업현금흐름 자체가 기업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국내 투자 문화는 기본적으로 흑자 기업을 기본 요건으로 평가하는 국내 상장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이런 제약 속에서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한 엑시트 전략을 짜는 데 굳이 자본의 국적을 따져 비난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 이보다는 스타트업의 성장에 따른 파급 효과를 제대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도 글로벌 자본과 결합하는 스타트업 엑시트 사례는 다양하게 등장할 것이며 이 상황에서 우리가 따져야 할 것은 자본의 국적이 아니라 해당 기업의 비즈니스가 자국의 경제, 즉 고용과 세금 등에 미치는 영향이다. 더 많은 기업이 성장해 그 과실이 사회 전체에 돌아가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타트업이 경제 성장의 동력이라는 데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리고 엑시트가 빠진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다름이 없다.

이에 따라 엑시트에 성공한 앙트레프레너를 격려하고 존중해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미국에서는 엑시트에 성공한 경험을 가진 앙트레프레너들이 투자자로 변신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들이 주축이 돼 스타트업이 가장 힘든 시기인 데스밸리에 지원하는 시드 투자 전문의 비즈니스 엔젤 그룹을 형성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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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에는 ‘페이팔 마피아’ ‘페이스북 마피아’란 말이 있다. 페이팔이나 페이스북 창업자나 투자자들이 회사의 성공적인 엑시트를 통해 얻은 엄청난 자금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새로운 기업을 창업하거나 엔젤투자자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들은 스타트업 생태계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가 되면서 ‘선한 마피아’로 불리고 있다. 링크트인을 창업해 마이크로소프트에 32조 원에 매각한 리드 호프만이나 테슬라와 스페이스엑스를 창업한 일론 머스크가 대표적인 멤버다.

물론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검색 서비스 ‘첫눈’을 만든 장병규 대표는 회사를 네이버에 매각한 후 그 자금으로 시드 투자 전문사인 본엔젤스파트너스와 게임 개발사인 블루홀스튜디오(현 크래프톤)를 세웠다. 블루홀은 ‘배틀그라운드’로 공전의 히트를 쳤다. 장 대표를 비롯해 첫눈 출신 인사들은 이후 ‘첫눈 마피아’로 불리면서 IT 업계에서 활약 중이다. 일본에서 라인 메신저로 대박을 터트린 신중호 라인 CGO, 이상호 11번가 대표,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구글에 회사를 매각한 노정석 비팩토리 대표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제는 한국에도 ‘배민 마피아’ ‘카카오 마피아’가 나와야 한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기부하겠다고 밝힌 금액만 해도 이미 6조 원 가까이 된다. 이들이 출자한 자금이 비즈니스 엔젤이 된다면 우리나라의 스타트업 성장에 이정표가 될 것이다.

스타트업이 유니콘이 되고 엑시트에 성공해 시가총액이 무려 2000조 원이 넘는 세계 최대의 기업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전통 기업의 마음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뉴노멀(new normal)을 실감하면서 손 놓고 변화를 지켜만 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뚜렷한 대응책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굴뚝산업의 대기업들이 유니콘이나 스타트업을 인수하거나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이런 현상을 ‘유니콘 헤지(unicorn hedge)’라 부른다. 스타트업을 활용해 미래의 불확실성을 회피하고자 하는 전략을 일컫는 신조어다.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수많은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이유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어느 때보다 유니콘 헤지가 절실한 시점이다. 스타트업은 반드시 엑시트를 해야 한다. 현재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기성 기업들은 미래의 먹거리를 준비해야 한다. 유니콘 헤지를 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은 마련됐다. 이제는 행동으로 옮기면 된다. 스타트업의 성공적인 엑시트는 결국 미래를 준비하는 수많은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유효상 숭실대 중소기업대학원 교수 hsryou600@gmail.com
유효상 교수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 후 서강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 한국외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국대, 숙명여대 MBA 주임 교수와 차의과학대 경영대학원장을 역임했고 현재 숭실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삼성그룹과 동양그룹 등 대기업에서 기획실장으로 근무하면서 실물경제에 대한 감각을 익혔고 벤처캐피털 대표와 컨설팅 회사 대표를 지내면서 신사업, 해외 투자, M&A, 벤처 투자 등의 업무를 진행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5호 Fake Data for AI 2022년 0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