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메타버스를 받아들이는 데 가장 앞서 있는 영역이다. 이에 게임 업계에서 선행된 이슈를 통해 메타버스의 고객을 이해해 볼 수 있다. 메타버스의 고객은 현실의 개인보다 훨씬 더 파편화되고 단편적인 특징의 ‘부캐’ 집단이며, 회사의 철학과 문화에 공감해 투자하듯 소비하기 때문에 기업은 ‘록인 효과’와 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만족할 수 있는 세계관과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도시의 폭동에 견줄 만한 거센 고객 항의를 받게 될 수 있다. 기업들은 현실의 모든 서비스를 메타버스로 옮겨 갈 준비를 해야 하며, 메타버스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캐릭터 로그 기록, 즉 고객 데이터를 활용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메타버스와 게임
페이스북이 2020년, 전 세계 20여 개국에 출시한 신형 무선 증강현실(VR) 헤드셋 ‘오큘러스 퀘스트2’는 지난해 말까지 전 세계에서 약 110만 대 이상 판매됐다. 국내에서도 지난 2월 초, 판매를 시작한 지 1주일 만에 1만 대의 초판 물량이 매진돼 2차 판매에 들어간 상태다. VR의 대중화가 예고되면서 각종 게임 엔진도 본격적으로 메타버스에 어울릴 기능들을 지원하는 등 업계에선 본격적인 증강현실(VR), 확장현실(XR), 혼합현실(MR) 등의 콘텐츠가 힘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2025년 메타버스 관련 기기 매출만 약 3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처럼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말 그대로 ‘급증’하고 있는 지금, 메타버스를 준비하고자 하는 이들은 게임 산업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게임은 메타버스를 받아들이는 데 가장 앞서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최신 기술을 아낌없이 ‘낭비’하는 게임의 특성상, 다가올 메타버스 시대에서 게임이 주요 역할을 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많은 언론이 메타버스를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처럼 VR 기기를 통해 접속하는 화려한 가상의 세계일 것이라 상상한다. 이에 따라 메타버스를 정의해보면 메타버스는 “누구나 접속할 수 있는, 즉 ‘오픈월드’를 기반으로 한 가상화된 체계이자 사회”를 말한다. 이와 가장 가까운 오늘의 콘텐츠가 바로 게임이다.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은 2020년 개최된 한 대형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메타버스 세계의 대표적인 사례로 마인크래프트와 포트나이트라는 2개의 오픈월드 게임을 꼽았다. 게임 유통 사이트 ‘스팀’에 따르면 오픈월드가 적용된 게임은 전 세계적으로 3000개가 넘는다.
메타버스는 콘텐츠나 IT의 영역만이 아니다. 사람들이 모여드는 새로운 세계관, 문화, 질서를 가진 땅이다. 온라인 게임은 그 역할을 이미 20년 전부터 경험해오고 있다. 팬데믹 시대를 맞아 모든 식당이 온라인 배달 서비스로 전략을 선회하는 등 타 업종의 문법을 받아들이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새로운 도시와 사람, 문화, 기술이 등장하는 지금은 ‘메타버스 개화기’라고 할 수 있다. 게임 업계에서 선행된 이슈를 통해 메타버스를 이해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메타버스라는 가상화된 사회의 구성요소와 파생 요소를 게임 산업을 중심으로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