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 Trend in South East Asia

‘IoT+암호화’ 3세대 스마트록 시장 주도

316호 (2021년 03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이글루컴퍼니(이하 이글루)’가 3세대 스마트록을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에 판매하며 기존 기업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이글루의 도어록은 사물인터넷(IoT)에 암호화 기술을 더한 스마트록으로 보안에 대한 염려 없이 원격 출입 관리와 모니터링을 가능케 한다. 도어록 이용자는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집 문을 열 수 있고 빌딩이나 창고에 대한 접근 권한을 설정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차별점은 멀리 떨어진 숙소와 매물을 동시 다발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에어비앤비 호스트들이나 미국 부동산 중개인들의 수요를 충족시키며 이글루의 글로벌 진출을 견인했다. 아마존, 구글 등이 눈독 들이는 스마트홈 시장의 확대도 이글루에는 성장의 기회다.



필자가 살고 있는 싱가포르는 금융, 물류, 공항, 항만 등에서 전 세계적으로 앞서 나가는 인프라를 자랑한다. 하지만 싱가포르 집들 가운데 대부분은 문에 아직도 스마트록이 아닌 기계식 자물쇠가 달려 있다. 이 때문에 필자도 열쇠를 실수로 가져오지 않거나 해외 출장 중 잃어버리는 바람에 집에 들어가지 못해 고생을 한 경험이 있다. 한국의 거의 모든 아파트에선 디지털 도어가 표준인 것에 비해 대조적인 풍경이다. 한국에서는 비밀번호만 기억하면 열쇠 없이 다닐 수 있는 편리함을 누린 지 이미 10년이 넘었다. 디지털 도어의 종주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디지털 도어록 사용률만 봐도 해외는 5% 미만인 데 비해 한국은 60%를 넘는다.

한국에서는 특히 2000년대 초부터 국산 디지털 도어록이 아파트를 위주로 빠르게 보급됐다. 대규모로 아파트 단지를 지을 때 기본적으로 탑재가 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집 문과 자물쇠를 달 수 있는 구멍이 표준 규격으로 통일돼 있는 것이 디지털 록이 널리 확산되게 했다. 이에 반해 외국에서는 각 문과 자물쇠 구멍의 위치가 제각각이라 제조사들이 일률적으로 도어록을 생산하고, 설치 및 사후관리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디지털 록의 보급이 늦어진 이유다.

하지만 디지털 도어록 시장이 이제 다른 나라에서도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시장 규모는 연 40조 원에 달하며, 2020∼2024년 성장률도 연평균 7∼9% 정도로 추정된다. 이처럼 높은 성장률은 상당 부분 신흥국의 소비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선진국에서도 북미, 유럽의 주택과 상업용 부동산을 중심으로 디지털 도어록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에어비앤비(Airbnb) 등 공유경제의 확산으로 보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트렌드를 가속화했다. 사물인터넷 기반의 2세대 디지털 도어록에서 암호화 기술을 더한 3세대 스마트록으로의 변화를 이끌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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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 기술을 더한 사물인터넷(IoT) 스마트록

디지털 도어록은 사실 글로벌 기업이 아니고선 경쟁하기가 어려운 업계다. 집, 인프라 자산 및 안전과 관련해 끊임없이 연구개발이 이뤄질 뿐만 아니라 홍채 및 지문 인식, 사물인터넷(IoT)과 연계된 트렌드도 빠르게 바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글루컴퍼니(이하 이글루)라는 스타트업이 이 시장에 뛰어든 뒤 기존 기업들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이글루는 전 세계 120개 유통 파트너를 통해 3세대 스마트록을 판매, 시장에 반향을 일으키는 중이다. 매출의 40%는 동남아 시장에서 나오지만 미국과 중국에 지사를 두고 100여 개 국가에 제품을 판매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3세대 스마트록을 대표하는 이글루의 도어록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외에도 텔레커뮤니케이션과 암호화를 특징으로 한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집에 설치된 도어록을 열 수도 있고 웹 대시보드에서 빌딩이나 창고에 대한 접근 권한을 한 번 혹은 주기적으로 설정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트럭 컨테이너나 통신 기지국 같은 곳도 누가, 언제 여닫았는지 관리하고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이는 다른 도어록 업체들과는 차별화되는 서비스다. 또한 와이파이나 모바일 통신이 원활하지 않은 동남아나 유럽, 미국 등의 일부 지역에서는 암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은행 OTP(일회용 패스워드, One Time Password) 토큰 같은 기술을 제품에 탑재하기도 했다.

실제로 싱가포르 최대 통신사인 싱가포르텔레콤(이하 싱텔)의 기지국에는 15개 이상의 다양한 관리 업체가 수시로 들락거린다. 그런데 도어록 도입 이전에는 관리 업체들이 기지국에 출입하려면 매번 싱텔 관리 사무실에 가서 여러 개의 열쇠를 받아야 했다. 그러다 보니 매번 문을 열고 닫은 뒤 열쇠를 돌려줘야 하는 번거로움과 비효율이 있었다. 분실의 위험도 컸으며, 누가 언제 들어가고 나가는지를 추적하기도 어려웠다. 그런데 이글루의 도어록 설치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싱텔은 기지국 출입 기록을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되면서 업체 관리와 보안에 도움을 받았고, 이글루는 이렇게 축적된 고객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미국 등의 통신사 기지국에도 납품을 할 수 있었다. 이제는 미국 아마존 본사의 물류 트럭과 창고 시설에서도 이글루의 스마트록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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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불편함을 해결하며 동남아 넘어 미국 진출

그렇다면 이 신생 싱가포르 테크 기업은 어떻게 동남아를 넘어 미국에까지 진출했을까? 이글루가 어떻게 에어비앤비와 미국 부동산중개사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REALTORS®)를 통해 제품을 미국 시장에 판매하게 됐는지 살펴보자.

이글루는 현재 에어비앤비의 글로벌 파트너로서 미국과 아시아 지역의 주택, 공간 공유 업체들과 연계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글루는 창업 초기 5개의 에어비앤비 방을 관리하면서 300∼400명의 손님을 유치했고, 이 과정에서 직접 겪은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했다. 일반적으로 에어비앤비 사업을 하는 호스트의 40%는 한 개 이상의 집을 함께 관리한다. 그러다 보니 동시다발적으로 혹은 산발적으로 오가는 손님들을 관리하는 것이 큰 애로사항 중 하나다.

특히 에어비앤비 호스트들이 공통적으로 직면하는 문제 중 하나가 숙소 열쇠 전달의 어려움이다. 비행기 연착이나 교통 상황 등으로 게스트와 만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손님이 체크인 혹은 체크아웃을 하는 시간대가 제멋대로인 것도 문제다. 새벽 시간에 일찍 들어오거나 늦게 나가겠다고 할 때 열쇠를 받거나 맡길 수 있는 장소가 애매한 경우도 많다. 체크아웃을 했는지 확인하기 어려워 청소를 언제 해야 하는지 정하기도 쉽지 않다.

이글루의 공동 창업자들은 이런 난점을 해결하기 위해 오랫동안 고민했다. 지금의 제품들은 그런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이글루의 스마트록을 사용하는 호스트가 사용 기간을 설정하면, 그동안에만 실행되는 암호가 문자나 메일로 게스트에게 전달된다. 그리고 이 암호는 사용 기간이 끝나는 즉시 만료된다. 이글루의 제품에는 스마트록뿐만 아니라 스마트 키 박스도 있다. 키 박스는 문 앞에 걸어두고 그 안에 열쇠나 출입 카드를 넣을 수 있는 일종의 보관함이다. 스마트록과 마찬가지로 호스트가 사용 기간에만 유효한 비밀번호를 게스트에게 전달하면 게스트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한 뒤 블루투스로 키 박스를 열고 닫을 수 있다. 박스에서 열쇠를 꺼내어 사용한 후 반환할 때 뚜껑만 닫으면 된다.

미국 전역의 130만 명 부동산 중개인이 가입해 있는 미국 부동산중개사협회가 이글루 제품을 사용하는 까닭도 에어비앤비와 비슷하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부동산 매물 간 거리가 상당히 멀기 때문에 중개인들이 매번 동행하기가 어렵다. 이에 따라 임시 암호를 전달해 출입을 허락하는 스마트록이 유용할 수 있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거래 당사자들이 매물을 확인할 때 비대면을 선호하게 되면서 이글루 스마트록의 수요는 지난 1년에 걸쳐 더욱 급증했다.

보안 강화된 도어록 시장의 발전과 이글루의 미래

이글루 스마트록과 한국에서 흔히 보는 디지털록의 가장 큰 차이점은 ‘보안’ 기술에 있다. 이글루 스마트록은 자체 개발한 암호기술에 기반을 둔 칩세트 암호화 모듈을 탑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킹에 취약한 와이파이(WiFi) 방식보다 보안 수준이 높다. 그리고 이글루 스마트록은 무선 통신이 불안정하거나 제공되지 않는 동남아나 유럽, 호주,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도 블루투스와 스마트 권한 부여 시스템을 통해 사용이 가능하다.

또한 블루투스 기반의 실시간 관리형이라는 것도 이글루 제품의 차별점이다. 쉽게 생각하면, 은행 OTP 방식과 유사한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관리자가 특정 시간, 특정 사람에게 OTP를 발급하는 방식이다. 가사 도우미처럼 정기적으로 가정에 출입하는 사람이나 가까운 지인에게 한정된 기간 동안만 OTP를 발급해서 관리하면 된다. 호텔에서도 이글루 스마트록을 도입할 경우 손님들이 로비 카운터에서 체크인과 체크아웃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줄 수 있다. 손님 입장에서는 스마트폰으로 객실 OTP를 받기만 하면 돼어 시간과 프라이버시를 존중받을 수 있고, 호텔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절약하는 윈윈(Win-win)이 가능하다.

이런 강점을 바탕으로 이글루는 2015년 7월 설립된 뒤 약 120명의 직원을 둔 회사로 성장했다. 현재까지 누적으로 13만 대의 제품을 판매했고, 2021년에는 10만 대 판매를 목표로 삼고 있다. 물론 이글루의 경쟁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회사로는 미국의 스마트 잠금장치 선도 기업인 ‘어거스트 홈’이 있다. 이 회사는 글로벌 출입 통제 기업 아사아블로이가 2017년에 인수했다.

스마트홈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이글루엔 분명한 기회다. 이글루의 파트너이자 고객인 비디오 초인종 제조사 ‘링(Ring)’이 2018년 아마존에 10억 달러(1조1000억 원)에 인수된 것도 큰 시사점을 준다. 아마존 같은 글로벌 이커머스 공룡, 구글 같은 테크 기업들이 현관문의 출입 및 관리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알렉사나 구글홈 등을 통해 집 안에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려 하기 때문에 집의 핵심 보안과 연계된 스마트록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아마존이 인수한 링이 제조하는 ‘비디오 초인종’은 초인종을 누른 사람의 이미지를 집주인의 스마트폰으로 전송해 신원을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이글루의 스마트록과 링의 비디오 초인종이 결합되면 배달원의 신원을 카메라로 확인한 뒤 문을 열어주고 택배를 집 안에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다. 이처럼 스마트홈 시장의 가능성은 이글루의 미래를 더욱 기대하게 한다.


권혁태 파인벤처파트너스 대표 ht@pinevp.com
필자는 캐나다 퀸즈대 경영학과(Queen’s University in Canada)를 졸업하고 골드만삭스 일본과 싱가포르 오피스에서 일했다. 이후 싱가포르 금융 통화청(Monetary Authority of Singapore)에 등록된 금융 투자회사(Registered Fund Management Company)인 파인벤처파트너스를 설립했다. 시장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스타트업이 있는 동남아, 미국, 중국, 한국 회사들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며 글로벌 진출을 돕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30호 플라스틱 순환경제 2021년 10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