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눈에 띄는 트렌드로 명품 시장의 급성장을 들 수 있다. 명품 중 남자들이 특히 선호하는 명품 시계 시장이 뜨겁다. 그리고 그 인기를 선도하는 브랜드가 바로 롤렉스다. 롤렉스 신상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그러다 보니 중고 시장에서는 정가의 60% 이상 높은 가격에 팔리기도 한다. 롤렉스가 압도적인 인기를 얻는 이유는 교환 가치 때문이다. 롤렉스는 구하기도 어렵고 중고 가격이 떨어지지 않아 금과 같은 안전자산이자 좋은 투자처로 분류되고 있다.
롤렉스(Rolex)는 2020년 9월 신형 서브마리너(Submariner)를 발표했다. 서브마리너는 롤렉스를 대표하는 다이버 손목시계다. 신형은 전 세대에 비해 지름이 1㎜ 늘었고 그에 맞춰 시곗줄 폭도 조금 넓어졌다. 동력 성능을 대폭 개선한 신형 무브먼트(시계의 엔진) 3230도 장착됐다. 달라진 점이 또 있다. 가격도 올랐다. 2021년 2월 기준, 신형 롤렉스 서브마리너 스테인리스스틸 데이트 버전의 가격은 1130만 원이다. 호기롭게 말해도 저렴하다고 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가격은 문제가 아니다. 누군가 1130만 원의 여윳돈을 싸 들고 가도, 국내 백화점에서 신형 롤렉스 서브마리너를 살 수 있을 확률은 0%에 가깝다. 다 팔려서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 비싼 시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인터넷에 하나는 남아 있다. 중고 명품을 판매하는 모 사이트에서 2020년 12월 날짜가 찍힌 신형 서브마리너 ‘126610’을 판매하는 중이다. 이 사이트에서 책정해 둔 시계 가격은 1800만 원이다. 신제품 가격인 1130만 원에 비해 59% 높은 가격이 붙어 버린 것이다. 지금 소비자가 신형 롤렉스 서브마리너를 사려면 이 정도의 추가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일이 왜 일어나고 있을까? 공급보다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롤렉스는 매년 생산량과 한국 내 공급량을 공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 롤렉스를 사려고 시도해봤다면 모두 느낄 수 있는 사실이 있다. 롤렉스를 사기란 굉장히 어렵다는 점이다. 제품은 늘 없고, 롤렉스 매장 앞에서 줄을 서야 하며, 매장에 앉아 제품을 구경하기조차 어렵다. 팔 수 있는 물건이 없기 때문이다. 애플워치 출하량이 스위스에서 생산하는 모든 시계의 출하량보다 많아졌다고 해도 롤렉스의 위용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롤렉스의 다양한 가치
확실히 답할 수 있는 건 롤렉스가 기계적으로 뛰어나다는 사실이다. 롤렉스는 처음부터 기능으로 승부하던 시계였다. 롤렉스가 처음 만들어진 1900년대 초반에는 시계를 손목에 찬다는 개념 자체가 확립되지 않았다. 방수 시계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롤렉스는 이런 상황에서 방수 케이스를 선보였고, 방수 성능을 알리기 위해 오이스터라는 이름을 붙였다. 굴처럼 꽉 닫겨서 물이 새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그 이름이 롤렉스의 기본 컬렉션인 ‘오이스터 퍼페추얼’로 아직 남아 있다. 무브먼트의 정확성이나 내구도 역시 스위스 시계 중 최상급이다. 시계 수리 전문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계가 롤렉스다. 정비가 편하고, 잔고장이 많지 않으며, 한 번 고치면 또 고장 나는 일이 적기 때문이다.
마르크스식으로 설명하면 앞서 언급한 롤렉스의 가치는 사용가치다. 사용가치 면에서 훌륭한 시계는 롤렉스 말고도 많다. 실물 세계에서 롤렉스만의 저력은 교환가치다. 롤렉스는 중고 가격이 놀라울 만큼 떨어지지 않는다. 가장 시세가 저렴한 시기의 상태 나쁜 롤렉스라도 브레이슬릿이 온전하다면 여전히 수백만 원은 족히 받을 수 있다. 심지어 중고 롤렉스 시계의 시세는 전 세계적으로 거의 다 비슷하게 통용된다. 서울에서 800만 원 정도 받는 중고 롤렉스가 있다면 그 시계는 도쿄, 뉴욕, 런던에서도 비슷한 값을 받을 수 있다. 전 세계 대도시 어디에나 보석상은 있으니 금괴 수준으로 빠르게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