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5. 기후 리스크를 극복하는 방법

“모레 비 온다는데 피자빵 미리 준비…”
‘날씨 경영’으로 기업 수익성 ‘쑥’

316호 (2021년 03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날씨 경영은 기업들이 날씨 리스크를 헤지하는 방법 중 하나다. 날씨가 사업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수치•통계학적으로 분석하고, 각 산업에서 필요한 세부 전략을 구성하면 매출 증대와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산업별로 선제적으로 날씨에 대응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든 사례도 눈여겨봐야 한다. CJ제일제당의 ‘글로벌 MI(Global Market Intelligence Room)’는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기후에 따른 곡물 가격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판매 정보와 날씨 정보를 묶어 빅데이터로 만든 ‘날씨판매지수’를 활용, 매일 판매할 빵의 종류를 달리해 매출을 늘린다.



“21세기 들어 기후 재난이 급증하면서 경제적 손실이 3400조 원에 달한다.”

2020년 10월 유엔 재난위험경감사무국(UNDRR)이 발표한 ‘재난의 인적 비용: 지난 20년(2000∼2019년)의 개요’ 보고서에 나온 내용이다. 2000∼2019년 전 세계적으로 7348건의 자연재해가 발생했는데 전체의 90.9%가 기후와 관련된 재난이었다. 심각한 문제는 기후재난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액이 해가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의 분석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약 5경1600조 원의 경제적 가치 창출 활동이 자연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넘는 액수이기에 기후변화에 따라 극심한 자연 손실이 발생하면 인류 경제에 엄청난 리스크를 준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최근 50년간 기상재해 피해액의 62%가 2000년 이후에 발생했을 정도로 국내 날씨 리스크가 급증하고 있다. 기상청의 ‘2020기후변화보고서’에 따르면 21세기 말에는 하루 최고 강수량이 100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장마에 하루 강수량이 가장 많이 내린 지역이 400㎜ 정도였는데 만일 1000㎜가 내리면 그 피해는 몇 배 이상 증가할 것이다. 미래의 기후변화는 경제에 더 큰 리스크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는 “기후변화는 글로벌화, 정보기술 혁명에 버금가는 경영 환경 변화를 가져오는 이슈”라며 “기후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새로운 경쟁 우위 창출의 전략적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후변화를 부정적 변수가 아닌 긍정적 기회로 활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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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경영의 중요성

기업들이 날씨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날씨 경영이다. 날씨 경영이란 생산, 기획, 마케팅, 영업 등 기업 경영의 다양한 분야에 날씨를 적용해 기업의 이윤 창출 및 경영 효율 증대에 활용하는 것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날씨를 유가나 환율금리처럼 중요한 경영 변수로 인식해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기업의 공급체인 관리 과정과 가치사슬상에서 날씨로 인한 리스크를 관리하는 기법으로 상품별 특성과 기상 요소별 상관관계 분석을 통해 수요 예측과 판매 전략을 수립한다.

기상 의존도가 높은 기업의 경우, 사내에 기상 전문가를 둬 자체 날씨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또한 날씨가 기업 경영에 미치는 위험 요소들을 분석하고 날씨 위험 관리 솔루션을 제공해주는 날씨 전문 컨설팅 업체를 이용하기도 한다.1

날씨 경영을 통해 기업들은 날씨에 대한 영향력을 수치•통계학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날씨 리스크를 효율적으로 관리해 다양한 경영 전략을 도출해낸다. 날씨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고 매출을 증대시키기 위해 기업이 직면한 과거, 현재, 미래의 날씨로 인한 리스크를 파악한다. 그런 다음 날씨 리스크의 형태 및 민감도 등을 수치적으로 파악한다. 마지막으로, 발생 원인별 날씨 민감도 및 날씨 리스크에 대한 영향력 등을 수치•통계적으로 분석한다.

날씨 경영은 통상 3단계로 이뤄질 수 있다. 첫째, 사전 위험 관리 단계로 날씨를 고려한 수요 예측 및 마케팅 전략 수립, 재고 관리 전략 수립을 하는 것이다. 둘째, 현재 위험 관리이다. 예측하지 못한 기상 현상이 발생하면 그에 따른 악기상 마케팅을 진행해 매출을 높이거나 악기상에 따른 대응 방안을 수행해 피해를 최소화한다. 셋째, 사후 위험 관리이다. 날씨 보험 등의 금융 상품을 이용해 날씨에 의한 매출 피해를 최소화한다.

날씨 보험은 기상 이변 대응을 위한 최후의 보루이다. 말 그대로 날씨로 인해 발생한 피해를 보상받는 금융 상품이다. 세계적으로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 중 약 30%가 날씨 보험으로 보상되고 있다. 2005년에 발생한 미국 최악의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피해에는 약 31조 원, 2011년 일본 동북부 대지진과 쓰나미 사태에는 약 24조 원의 보험금이 지급됐다. 피해 전체를 보상받는 건 아니지만 자연재해로 손실을 입은 기업과 개인들에게 도움이 됐을 것이다.

반면, 국내에서 자연재해로 인한 손실액 중 6%만이 날씨 보험을 통해 보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날씨 보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의 날씨 보험이 국가 보조로 운영되는 정책성 보험이라는 점도 보급이 더딘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도 보험개발원 주도로 다양한 날씨 보험 상품이 만들어지는 추세다.

국내의 대표적인 날씨 보험인 ‘지수형 날씨 보험’은 날씨 변화에 따른 일정 손실액을 보상한다. 예컨대, 겨울철 패딩을 대량 생산한 의류 업체가 이상고온으로 판매가 부진하면 보험사로부터 약속된 금액을 보상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농작물 재해 보험, 행사 취소 보험 등 다양한 상품이 마련돼 있다. 산업군에 따라서도 날씨 경영을 적용할 수 있는 세부 전략은 아래와 같다.

1) 에너지 분야: 열•전기•가스 수요 예측, 전력도매가격(SMP) 예측, 발전기 운영 계획 수립, 연료구매전략 최적화 등

2) 의류 분야: 상품별 수요 예측, 계절상품의 마케팅 기획 수립, 매장 재고 관리 전략 등

3) 외식 분야: 날씨를 고려한 고객 수 예측, 고객 수 예측에 따른 식재료 및 인력 관리, 식재료 확보 전략 수립 등

4) 유통 분야: 상품 및 매장별 상품 판매량 예측, 상품의 적정 판매 시점 예측, 신선 식품의 매장별 판매 예상량 예측 등

5) 제조 분야: 제품별 수요 예측, 수요 예측에 따른 제조 및 유통 기획 수립, 계절상품에 대한 적절한 마케팅 전략 수립 등

6) 건설 분야: 작업 현장 기상 분석, 악기상 발생에 대한 워닝 및 대응 대책 수립, 작업 현장의 환경 요인과 기상 요인의 접목으로 작업 진행 프로세스의 탄력적 운용 등

7) 보험 분야: 악기상 발생 위험도 분석, 악기상 피해의 위험 회피를 위한 보상 보험 등

날씨 경영을 적용한 대표적 사례

각 산업 및 분야별로 날씨 경영을 적용해 리스크를 회피하고 생산비 절감, 매출 양상 등의 효과를 거둔 국내 기업 사례를 소개한다.

제조
CJ제일제당의 ‘글로벌 MI룸’

식품 제조 및 바이오 산업에서 원재료 가격은 사업의 수익성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요인이다. 원재료 4대 품목으로 꼽히는 옥수수, 대두, 원맥, 원당 등은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는 작물이다. CJ제일제당은 연간 1조 원이 넘는 4대 품목을 구입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잦은 기상이변으로 곡물 가격 변동성이 확대돼 사업 리스크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CJ제일제당은 자체 기상 분석 및 날씨 경영 운영 프로세스를 구축해 곡물 구매 과정에서 기후 리스크를 줄여나가고 있다. 2019년에는 국제 산업 및 시장 분석실 ‘글로벌 MI룸(Global Market Intelligence Room)’을 출범해 기후 정보를 포함한 국내외 농산물 가격, 환율, 유가 등을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구매 의사결정을 전문화하고 있다. 현재는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곡물 가격을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구현하기 위한 테스트도 현장에서 진행하고 있다. 작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팬데믹 상황에서는 메르스와 같은 과거 유사 상황에서의 곡물 가격 변화를 AI로 분석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곡물을 대량 구입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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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회사 중 유사한 분석 시설을 갖춘 선례가 없다 보니 블룸버그와 로이터 같은 금융 플랫폼의 시스템을 참고해 활용하고 있다.

날씨 경영에 있어서는 자연재해는 물론 강수량, 엘니뇨2 및 라니냐3 현상을 중점적으로 살핀다. 전 세계 곡물 주산지인 미국에서 여름 내 고온건조 현상이 오래 지속되는 해에는 작물의 수율이 떨어져 생산량 역시 하락한다. 엘니뇨, 라니냐가 발생하면 특정 생산국에 건조 및 강우 현상이 발생해 작황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국제 곡물 시세 변동에 큰 영향을 준다.

지난해 8월, 미 중서부를 강타한 육상 허리케인 ‘데레초’로 대두와 옥수수의 주 재배 지역인 로와(Lowa)주 등이 큰 피해를 입었다. 당시 현지로부터 실시간으로 정보를 업데이트받아 실제 피해 규모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슈가 단기 곡물 가격 변동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려 피해 규모가 확대돼 곡물 가격이 오르기 전에 추가 구매를 진행했다. 또한 지난해 엘니뇨의 영향으로 원당의 주산지인 태국의 평년 대비 강수량이 줄어들어 원당 생산이 감소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때도 미리 엘니뇨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원당 원가 상승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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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경영을 통해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 위험을 줄일 수도 있다. MI룸이 설립되기 이전인 2014년에는 브라질의 강수량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해 가뭄을 예상했다. 전력 생산의 89%를 수력발전에 의존하는 브라질 특성상 여름철 강수량은 전기 가격 결정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본격적으로 저수량이 감소되기 전인 1월에 브라질 사업장은 발전 기관과 사전 계약을 체결했다. 2014년 중반에 가뭄이 지속돼 전기 가격이 폭등했지만 사전 계약 덕분에 원가를 절감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2015년 2월 중순에는 계절성 및 글로벌 해수 구조와 기류를 분석해 미 중서부 지역 한파를 예측했다. 실제 2월에 지역 한파로 가스 가격이 일시 폭등했지만 가스를 선구매해 둔 덕분에 3개월간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4

제과
파리바게뜨의 ‘날씨판매지수’

파리바게뜨 각 지점의 점장은 매일 오후 6시가 되면 어떤 제품이 많이 팔렸는지, 혹은 어떤 제품이 남았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이를 본사 구매 시스템에 입력한다. 매일 쌓이는 이 구매 데이터는 날씨 데이터와 묶여 빅데이터로 처리되며 ‘날씨판매지수’가 된다.5

파리바게뜨 각 지점에서는 매일 이틀 뒤 판매할 재료를 신청하는데 비 예보가 나오자 각 점장은 평소보다 많은 피자빵 재료를 주문했다. ‘날씨판매지수’에 따르면 비 오는 날에는 피자빵이 더 많이 팔리기 때문이다. 비 오는 날 국밥이나 파전에 막걸리 등이 떠오르듯 빵집에서는 피자빵을 필두로 기름기 있는 빵이 잘 팔린다. 아침 식사 대용으로 많이 팔리는 샌드위치의 경우 보통 9대1 정도로 차가운 샌드위치를 많이 만들지만 한파가 예상될 때는 차가운 샌드위치보다는 따뜻한 샌드위치의 비중을 늘린다. ‘날씨판매지수’를 철저히 활용해 판매 증대는 물론 재고 감소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은 것이다.

특히 요즘 개발되는 빵에는 방부제가 아예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많아 오랜 시간 보관할 수 없는 만큼 크리스마스와 같은 대목에 ‘날씨판매지수’가 더욱 요긴하게 쓰인다. 케이크가 대량 생산되기 수개월 전부터 날씨 정보를 활용해 제품의 기획부터 수량, 생산 시기까지 모든 것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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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대우건설의 전담 예보 시스템

대우건설 사례는 날씨 정보를 활용해 리스크를 최대한 줄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물건을 팔 수 있는 유통업과 달리 건설업은 비나 눈이 오면 공사 진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특히 공사장의 규모가 클수록 다수의 중장비가 동원되는데 날씨로 인해 공사 진행이 불가능하면 비용이 고스란히 리스크로 돌아온다.

대우건설이 이용하는 날씨 정보는 파리바게뜨와는 다르다. 단기 예보도 중요하지만 주간 예보를 통한 공사 일정과 공정을 짜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공사 현장의 위치도 중요하다. 같은 지역이라도 산을 앞에 두는지, 등지고 있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날씨 상황이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우건설은 전담 예보관 제도를 활용해 그 지역의 단기, 중기 예보를 활용한다. 대우건설은 이렇게 만들어진 지점별 예보 시스템을 통해 노동생산성지수6 31% 향상이라는 성과를 얻었다.

유통
NS홈쇼핑의 날씨를 적용한 프로그램 편성 전략

백화점과 할인점을 그대로 집으로 옮긴 홈쇼핑의 경우 한정된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채널 특성상 먼 미래의 날씨 정보를 요구한다. 통상적으로 홈쇼핑 업계는 30일 전에 편성표를 구성하기 시작하고 15일 전에 편성을 확정한다. 이때, 날씨 정보를 이용해 ‘무엇을’ ‘언제’ 팔 것인가라는 홈쇼핑의 기본 명제를 결정한다.

NS홈쇼핑의 경우 날씨 정보를 주간, 월간 상품 편성과 시즌성 상품 개발, 신상품 출시 시기 조정 등에 활용하고 있다. 또한 편성표 틈틈이 비어 있는 예비 편성 시간에서 실시간으로 변하는 날씨에 맞는 맞춤형 판매 방송을 전략적으로 배치함으로써 고객의 니즈를 맞추고 있다. 날씨 정보를 내부에서만 활용하는 일에 그치지 않고 협력 업체에 제공해 물류 조정 시기를 판단할 수 있게 하는 등 날씨 경영을 관련 업계 전체로 확대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wxbahn@630.co.kr
필자는 연세대에서 기상학을 전공한 후 공군기상전대장, 한국기상학회부회장, 조선대 대기과학과와 연세대 대기과학과에 출강했다. 현재 케이웨더 기후산업연구소장, 한국기상협회 이사장, 대통령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31호 Data Privacy in Marketing 2021년 10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