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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1. 무형의 가치를 활용한 브랜드 차별화

목적과 관점 등 차별화가 절실한데
당신의 브랜드 뿌리는 얼마나 단단한가?

김남호 | 315호 (2021년 0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경쟁과 포화, 분절과 파편의 시대에 남들과 다른 브랜드 이름, 로고, 컬러, 아이콘 등으로만 브랜드 차별화를 이루려는 노력은 무용(無用)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브랜드 차별화는 보이지 않는 무형의 영역, 즉 브랜드의 철학과 사고방식에서 성취되기 때문이다. 뜨거운 ‘목적’과 냉철한 ‘관점’을 단단히 결합시킨 브랜드의 뿌리는 제품과 서비스, 브랜드 행동이라는 보이는 영역에서 차별화라는 값진 열매를 거두게 한다. 뿌리부터 단단한 브랜드는 과감하게 행동하고, 진정하게 도전하며, 새로운 시장 카테고리를 만들고, 고객 가치를 더 넓게 확장시킨다. 브랜드가 놓인 이러한 환경은 오히려 지금 시작하려는 ‘다윗’ 스타트업에 ‘골리앗’ 기성 브랜드를 무너뜨릴 기회를 선사한다.



브랜드 분야와 가장 깊게 관계된 단 한 명의 인물을 선정하라고 하면 과연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 데이비드 아커, 장 노엘 캐퍼러, 케빈 켈러와 같은 브랜드 학계의 3대 석학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 같은 혁신적인 브랜드 창업가나 캘빈 클라인, 조르조 아르마니 같은 브랜드 디자이너를 꼽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보다 훨씬 더 깊은 차원에서 브랜드와 관계된 인물이 있다. 사무엘 매버릭(Samuel Augustus Maverick, 1803∼1870). 그는 ‘브랜드’라는 단어의 의미와 역사적으로 가장 깊게 얽힌 사람이다.

매버릭은 1800년대 중반 미국 텍사스주(州)에서 활동하던 법률가였다. 지역 정치인이기도 했던 그는 주변 친구와 이웃의 법률문제를 무료로 자문해줬다. 그러면 무료 법률 자문을 받은 이들은 답례의 표시로 자신이 기르던 소를 그에게 선물하곤 했다. 목축에 그다지 관심이 없던 매버릭은 소에 낙인 찍는 것을 싫어했을 뿐만 아니라 소를 목장에 가둬 두지 않고 방목했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그의 소들이 이웃집 목장으로 넘어가 그곳 소들과 섞여 있더라도 사람들은 단번에 매버릭의 소들을 구별해냈다. 목장별로 낙인이 찍힌 보통의 소와 달리 매버릭의 소들에게만 낙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낙인 없이 돌아다니는 소를 발견하면 ‘매버릭 소’라고 불렀다.

시간이 흐르면서 ‘매버릭’이라는 이름은 마침내 ‘낙인이 없는 가축’을 부르는 대명사가 됐다. 또 세월이 더 지나면서 의미가 확장돼 매버릭은 독립성과 개성이 강한 사람을 일컫는 단어로 쓰이게 됐다. 그의 이름에서 유래한 ‘매버릭(maverick)’이란 단어는 현재 케임브리지 영어사전에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사람(a person who thinks and acts in an independent way)’이라는 의미로 명기돼 있다.

매버릭이 브랜드 분야와 가장 깊게 관계된 인물이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단어 매버릭의 의미야말로 브랜드가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가치, 즉 ‘독립된 사고와 행동’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매버릭이 거부했던 것은 낙인, 즉 브랜드였다. (브랜드는 ‘불로 지진다’는 노르웨이어 ‘Brandr’에서 유래했다. 가축이나 와인 등에 대한 소유권을 식별하기 위해 불로 달궈진 쇠막대로 찍은 낙인을 가리키던 단어로 사용됐다.) 누구나 따라 했던 구별의 방식인 브랜드를 거부한 사람이 결과적으로 가장 차별되는 브랜드를 가지게 됐다는 매버릭의 이야기는, 브랜드 차별화가 시각적 형태적 경험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철학과 사고방식 같은 무형의 영역에서 더욱 본질적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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