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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경제의 시대가 온다

나준호 | 17호 (2008년 9월 Issue 2)
어느 날 갑자기 냉장고나 자동차를 공짜로 주겠다는 전화가 걸려온다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대부분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손사래를 칠 것이다. 일부는 신종 보이스피싱 사기가 아닐지 의심도 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이미 나타났거나 향후 나타날 ‘공짜경제(Freeconomics)’ 트렌드의 일부다. 뒤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유럽의 백색가전 기업인 보슈-지멘스는 올해 7월 브라질 빈민들에게 최신 냉장고를 공짜로 나눠 준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벤처 기업인 베터플레이스는 이스라엘에서 2011년을 목표로 차세대 전기자동차의 무료 보급 사업을 추진 중이다.
 
가격파괴 넘어 공짜경제의 시대 온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은 가격파괴의 시대였다. 제품의 범용화, 경쟁 심화, 가치소비 확산, 혁신적 사업 모델 등장으로 인해 가격파괴는 다양한 산업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났다. 노트북 PC의 평균 판매가는 2000년 2256달러에서 2007년에는 3분의 1 수준인 696달러로 떨어졌다.
 
기업들의 희비는 크게 엇갈렸다. 델(PC, 미국)과 월마트(유통, 미국), 리들(유통, 유럽), 미샤(화장품, 한국), 사우스웨스트항공(항공, 미국), 라이언항공(항공, 유럽) 등 신흥 저원가 기업들은 가격파괴를 주도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대다수 일반 제조업체에게 가격파괴는 악몽이었다. 뼈를 깎는 원가혁신으로도 판매가 하락을 따라잡기 힘들었고, 수익성 악화로 사업을 중단한 기업도 많았다.
 
문제는 이제 가격파괴를 넘어 ‘공짜경제’라는 엄청난 파괴적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공짜경제(Freeconomics=Free+Economics)는 △과거 유료이던 제품 및 서비스를 무료 또는 사실상 공짜로 제공하고 △대신 대중의 관심(attention)과 명성(reputation), 광범위한 사용자 기반을 확보해 △이를 바탕으로 관련 영역에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 방식이다. 공짜경제의 개념은 롱테일 경제의 주창자인 크리스 앤더슨이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의 ‘2008년 세계경제 대전망’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트렌드로 소개하며 알려졌다. 앤더슨은 내년에 공짜경제를 다룬 신간 서적을 출간할 예정이며, 책 역시 디지털 파일 형태로 무료 배포할 계획이다.
 
공짜경제 확산, 축복인가? 재앙인가?
앤더슨에 따르면 공짜경제 사업모델은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짜를 좋아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질레트 면도기다. 질레트는 이미 100년 전에 면도기를 공짜로 주고 면도날 판매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일회용 면도기 시장을 창조했다. 이런 수익 모델은 이동통신 산업에서도 나타난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휴대전화를 사실상 공짜로 주고, 이동통신 요금에서 그 이상의 수익을 낸다.
 
공짜경제 트렌드는 소비자에게는 더없는 축복이지만 기존 기업의 경영자들에게는 큰 골칫거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시장의 가격 질서가 붕괴한다. 공짜 또는 사실상 무료에 노출된 소비자들은 더 이상 정상적인 가격을 지불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2004년 한국 최대의 커뮤니티 사이트이던 프리챌이 순식간에 몰락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프리챌은 공짜가 일반화된 인터넷 산업에서 무리하게 유료화를 추진하다가 사용자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나아가 고객들이 공짜 제공자에게 급속히 쏠리면 기존 고객 기반이 붕괴할 위험이 있다. 실제로 국내 신문 산업에서 인터넷과 무가지의 등장은 기존 언론사들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특히 스포츠 신문들은 메트로, AM7 같은 무가지 등장으로 큰 타격을 받았고, 후발주자인 굿데이는 2004년에 결국 문을 닫았다.
 
공짜경제, 콘텐츠와 통신 산업으로 확산
문제는 이처럼 산업 구도를 뒤흔들 파괴력을 가진 공짜경제 사업 모델이 최근 다양한 산업에서 변형된 형태로 속속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2007년 8월 영국 음반 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1980∼1990년대 팝 음악계를 주름잡던 가수 프린스가 데일리메일 신문 일요판에 신작 앨범을 끼워 공짜로 뿌렸기 때문이다. 프린스는 이를 통해 런던 콘서트 투어의 홍보를 노렸고, 실제로 큰 성공을 거뒀다. 공짜로 배포한 CD 300만 장의 인세(560만 달러)는 날렸지만, 콘서트 매진으로 2340만 달러의 입장료 수익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 밖에 데일리메일로부터 100만 달러의 라이선스료도 받았다. 프린스는 결국 신작 앨범을 공짜로 뿌려서 1880만 달러를 버는 통 큰 장사를 한 셈이다.
 
통신 산업에서도 공짜 사업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유선통신에서는 스카이프가 선두주자다. 이 회사는 인터넷 전화(VoIP) 기반의 ‘가입자간 통화 무료’ 정책을 내세워 전 세계적으로 2억 7000만 명의 가입자를 이미 확보했다. 그럼 스카이프는 어디에서 돈을 벌까? 일반 전화 및 휴대전화와의 통화나 음성메일에 저렴한 요금을 부과하고, 헤드셋이나 스카이프 전화기 등 관련 하드웨어 장비에 대한 라이선스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창출한다. 이런 인터넷 전화 사업모델은 이미 국내에서도 070 인터넷 전화 붐과 함께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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