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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C 마케팅, 하려면 제대로 해라

황유동 | 17호 (2008년 9월 Issue 2)
장수 제품은 지루하다. 매출 그래프도 지루하다. 그 지루함을 덜기 위해 마케터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그런데 여기 올 여름 전년 대비 매출 40% 신장을 이뤄낸 장한 장수 제품이 있다. 놀라운 것은 마케터가 아무런 비용도 지출하지 않았고, 심지어 회사 내 그 누구도 특별한 노력을 취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회사 연 매출의 15%를 차지하며, 여름철에 소비의 70∼80%가 집중되는 이 제품에 지난 여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 마법과 같은 사례의 주인공은 바로 롯데삼강의 빙과류 빠삐코다. 디씨인사이드의 한 유저가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삽입곡인 ‘Don’t let me be misunderstood’를 듣다가 빠삐코 CF 배경음악이 연상돼 두 곡을 합성한 단순한 손수제작물(UCC)이 이 ‘사건’의 시발점이다. 이 UCC에서 비롯된 일명 ‘빠삐놈’(빠삐코와 놈놈놈의 합성어)은 이후 여러 네티즌의 개량을 거쳐 엄정화·전진 등이 삽입되는 완성도 높은 뮤직비디오로 진화해가며 인터넷을 강타했다. 수많은 네티즌이 해당 게시물에 댓글로 찬사를 보내는 소위 ‘성지순례’를 하며 입소문을 낸 덕에 이왕 아이스크림을 먹을 거라면 빠삐코 한번 먹어보자는 심리가 발동, 매출 급증 현상이 나타났다.
 
소비자들의 TV 시청 시간은 갈수록 감소하고 있고, 종이 매체가 점유하던 일상은 컴퓨터·휴대전화·게임기가 대신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강해 광고 하나를 소비자에게 접하게 하기 위해서는 과거 대비 더욱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여러 기업이 ‘빠삐놈’과 같은 사례를 우연이 아닌 필연으로 만들어 보고자 앞다퉈 UCC 공모전을 열고, 아예 직접 UCC를 제작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 역시 매스미디어의 영향력 약화에 따른 우연 아닌 필연이다.
 
UCC 마케팅의 딜레마 - 재미와 메시지
그렇다면 UCC 마케팅은 정말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인가. 이에 대한 논의를 위해서는 우선 UCC 마케팅이 무엇인지 정의를 내릴 필요가 있다. UCC는 크게 제작 주체에 따라 에뛰드의 ‘고아라-장근석의 테크토닉’과 같이 기업이 영리 목적으로 제작하는 CCC(Corporate Created Contents)와 ‘빠삐놈’과 같이 사용자가 비영리적 목적으로 제작하는 순수 UCC로 구분된다. UCC 마케팅에 대한 정의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흔히 CCC 또는 순수 UCC를 이용한 마케팅 활동을 모두 UCC 마케팅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 그 어떤 길도 쉬운 길이 아니다. 시작 단계부터 마케터의 고민거리는 결코 가볍지 않다.
 
순수 UCC는 제작 과정에서의 제약조건이 거의 없다. ‘빠삐놈’에는 엄정화·전진·구준엽 등이 다소 희화화된 상태로 출연(?)했지만 이들이 출연료를 받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없다. 순수 UCC에 대한 저작권 논란이 있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표현의 자유는 매우 큰 편이다. 문제는 이 표현의 자유가 ‘양날의 검’이라는 데 있다. 조인성의 감미로운 맥심 커피 CF도 ‘얄라셔라데’라는 한 네티즌이 배경음악을 바꾸자 호러 무비로 재탄생돼 퍼져나갔다. 개그 프로그램이 상호비방이나 실수담, 자기비하의 코드로 점철되는 것에서 보듯이 대중은 가학적 기질을 갖고 있으며, 제작자는 이런 가학적 기질에 부응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자 하는 동기를 갖는다.
 
따라서 기업은 메시지를 적절히 통제하면서도 네티즌의 창의력을 이용한 UCC를 마케팅에 이용하기 위해 공모전 주제를 미리 선정하는 방법을 주로 이용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자칫 UCC의 가장 큰 덕목인 ‘재미’를 훼손시키기 쉽다. 수많은 공모전을 통해 양산된 UCC 중 대중이 기억하는 UCC는 안타깝게도 거의 없다. 대중이 UCC에 기대하는 것은 주로 ‘불량식품’ 같은 자극인데, 공모전 출신의 점잖은 UCC가 히트하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UCC 마케팅을 하다가 기업이 애초 의도와 다른 결과물이 나와 이미지만 훼손되는 경우까지 종종 발생한다. CNET의 엘러너 밀스가 소개한 GM의 ‘셰비타호 콘테스트(Chevy Tahoe Contest)’ 가 좋은 사례인데, 소비자 참여를 유도한 광고 공모전에서 정작 GM을 비난하는 작품이 많은 관심을 받은 것이다.
 
솔직하지 못한 CCC는 ‘도박’
CCC의 제작 과정은 광고제작사와 광고모델을 선정하고,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아 제작한다는 점에서 기존 광고와 유사하다. 시간적 제약이 있는 TV 광고와 달리 길이에 여유가 있어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더 자세히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존재한다. 그러나 결국 영리 목적에서 제작하기 때문에 출연 모델에 대한 초상권 등을 모두 지급해야 하는 등 현실적인 제약이 순수 UCC에 비해 강하다. 또한 기업 명의로 외부에 노출되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표현 수위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다수의 CCC는 제작에 돈은 돈대로 들면서 그저 재미없고, 길고, TV에서도 못 보는 광고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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