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곤잘레스 워츠 IBM GBS 수설 컨설턴트
매스미디어를 동원한 고전적 마케팅 방법은 식상해졌다. 소비자들은 이제 일방적인 광고나 마케팅 메시지를 애써 피하려 한다. 소비자가 하루 평균 듣고 접하는 마케팅 메시지는 무려 수천 개에 이른다. 일부 자동차 회사나 보험 회사는 몇 년에 한 번 제품을 재구매하는 고객층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무차별적으로 마케팅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이런 회사는 자신의 고객이 누구인지, 고객이 언제 제품을 구입할 것인지 잘 알고 있으면서도 불필요한 마케팅 활동을 멈추지 않는다.
민첩한 마케팅 활용해야
오늘날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창의적이며 감성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멀티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 동시에 운영 측면에서도 ‘지휘자의 사고방식’을 지녀야 한다. 또 변화를 포착하는 동시에 일반적인 운영 및 관리 기능까지 완벽하게 통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 줘야 한다. 소위 ‘민첩한 마케팅(agile marketing)’을 위해서는 이런 역량이 필요하다. CMO를 잠 못 이루게 하는 걱정거리이면서도 새로운 기회는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방향에서 다가오고 있다.
기회1 고객 경험의 증대
컨설팅 업체 베인&컴퍼니의 최근 설문 조사에 따르면 주요 업체의 80%는 자신들이 고객에게 탁월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 회사의 고객들을 조사한 결과 불과 8%만이 이에 동감한다고 답했다. 많은 회사는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마케팅 광고비로 수백만 달러를 쏟아 부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뿐만 아니라 불만 고객은 스스로 ‘안티(anti) 마케팅’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좋지 않은 경험을 친구들에게 알려 기업이 애써 쌓은 긍정적 브랜드 이미지를 쉽게 무력화시킨다.
때로는 마케팅 부서에서 통제하기 어려운 요인 때문에 고객들이 불만을 가질 수도 있다. 많은 고객들은 마케팅 활동 이후의 과정인 판매, 제품 전달, 품질, 반품, 수리 및 교환 등과 관련한 문제로 불만을 갖는다. 그러나 마케팅 담당자가 통제하기 어려운 위험이 많다고 해서 책임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마케팅 부서는 고객이 불만을 갖지 않고 해당 브랜드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도록 하는 총체적인 책임을 안고 있다. 이런 일들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기업은 커다란 위험에 빠진다.
이와 관련해 CMO는 다음과 같은 행동을 고려해야 한다.
우선 고객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한 확성기가 돼야 한다. CMO는 기업 내에서 고객 경험의 대변인이자 옹호자이며, 고객 경험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비전과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또 고객의 경험을 주도하고 조정해야 한다. CMO가 실제적으로 고객 경험을 변화시키려면 전략이나 재무 등 기업 내 다른 분야의 리더들이 지닌 역량도 갖춰야 한다. CMO에게 전략적 사고, 설득력 있는 리더십, 숙련된 조정 능력은 필수적이다.
전통적인 마케팅 방식은 고객의 성향이나 계층, 연령대, 특성 등을 구분하고, 특정 세분시장의 고객들은 우리의 제품을 원한다고 가정한다. 이 과정에서 고객이 원하지 않는 제품을 제안하거나, 이와 관련한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투입하는 경우가 많다. 전통적 시장 세분화 기법은 관리 보고용으로만 적합할 뿐 민첩한 마케팅에서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계층 기반 세그먼트 분석의 경우 과거의 행적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상위 10%를 제외하고는 효과적인 마케팅을 펼칠만한 고객 집단을 제대로 구분하기 어렵다. 새로움(Recency), 빈도(Frequency), 금액(Monetary)이라는 세 가지 변수를 종합해 분석하는 RFM 분석 역시 최우수 고객을 추적할 수는 있지만, 고객의 요구를 적기에 파악하지 못해 수익성 감소를 초래한다.
민첩한 CMO는 각각의 명확한 목표에 부합하는 세분화 기법과 툴을 새롭게 정의하는 사람이다. 관리 보고용으로 이용하는 세분화 방식은 마케팅 메시지를 구상하기 위해 이용하는 세분화와 분명히 다르다. 마찬가지로 고객 가치를 이해하기 위해 이용하는 분석 방법은 마케팅 제안을 결정하는 데 쓰이는 분석 방법과 다르다. 고객의 라이프사이클과 미묘한 차이를 보이는 고객 각각의 정보를 파악해 고객의 구매 동기와 행동에 훨씬 더 구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