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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6. 동아럭셔리포럼 2019 : ‘코드명 Z’ 럭셔리 브랜딩을 위한 디지털 마케팅

“구매보다 경험 중시” Z세대 급부상
‘뉴럭셔리 브랜딩’ 디지털에 올라타라

김윤진 | 288호 (2020년 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부모 세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과 높은 구매력을 바탕으로 럭셔리를 기꺼이 향유하려는 10∼20대, 즉 MZ(밀레니얼과 Z)세대가 럭셔리 시장의 과반을 넘보는 주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서 깊은 럭셔리 브랜드들도 점점 더 개인화된 제품을 원하고, 디지털에 더 익숙하고, 구매보다는 경험을 기대하는 젊은 세대의 등장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게다가 ‘생산-유통-마케팅-가격 책정’에 이르는 럭셔리 산업 자체의 가치사슬이 격동하면서 비즈니스 재설계도 절실해졌다. 이런 도전에 맞서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디지털 마케팅 전략,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잇는 옴니채널 전략, 소비자 관여를 극대화하는 역발상 리테일 전략 등을 효과적으로 구사하지 못하는 전통 기업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질 수밖에 없다.



Z세대, 그들은 누구인가. 전 세계 1700조 원 규모를 자랑하는 초고가 럭셔리 시장에서도 이 새로운 세대가 화두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25∼35세의 Y세대, 즉 밀레니얼세대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고 외치던 소비재 유통업계가 벌써부터 그다음 세대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진입 문턱이 높기로 유명한 럭셔리 비즈니스라고 예외는 아니다.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젊은 고객들이 이 시장의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럭셔리 업계는 주로 구매력 있는 30∼50대 소비층을 중점적으로 겨냥했다. 그런데 지금의 럭셔리 업계는 1995년 이후 태어난 18∼24세의 Z세대까지 주목하고 있다. 성장률을 놓고 봤을 때 향후 5∼10년 안에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의 지출 합계가 전체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동아비즈니스포럼의 조인트 세션인 동아럭셔리포럼 첫 번째 강연을 맡은 김혜경 베인앤드컴퍼니코리아 파트너는 이 같은 세대교체의 흐름 속에서 ‘차이니즈 Z세대’의 부상을 집중 조명했다. 그는 “2019년 글로벌 럭셔리 제품 시장은 6∼8% 정도의 안정적 성장률을 보였지만 지역별 편차는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는 중국의 젊은 소비자들이 럭셔리 소비의 주축으로 떠오르며 빠른 성장을 견인했다”고 말했다.

Z세대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신(新)럭셔리 시장에서 각 브랜드가 어떻게 대응해야 도태되지 않을지, ‘동아럭셔리포럼 2019’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뉴노멀시대,
Z세대 중심으로 부상한 신럭셔리 시장

- 김혜경 베인앤드컴퍼니코리아 파트너

김혜경 베인앤드컴퍼니코리아 파트너는 글로벌 럭셔리 고객들의 특징을 여섯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첫 번째는 중국인, 즉 차이니즈다. 2019년 기준으로 전체 럭셔리 시장에서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35%까지 올라왔고, 계속해서 가파르게 늘고 있다. 전체 시장의 성장률을 100으로 놓았을 때 약 90에 해당하는 지출이 중국 고객들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 최근 홍콩 사태를 기점으로 아시아 럭셔리 소비 시장이 주춤할 것이라는 예상도 일부 있지만 중국 고객들이 홍콩을 떠나 새로운 허브를 찾아갈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홍콩 시장 자체는 위축되는 게 불가피하지만 중국 고객들이 럭셔리 소비를 줄이기보다는 한국이나 일본 등으로 거점을 옮겨갈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홍콩 사태는 오히려 한국 브랜드들에 기회다. 국내 면세점들도 같은 맥락에서 중국 고객의 수요가 늘어나는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상황이다. 국내 럭셔리 업계 관계자들이 연일 중국으로 건너가 중국의 고객과 유통 채널을 이해하려 애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두 번째는 영제너레이션(Young Generation), 즉 Z세대다. 그렇다면 Z세대는 밀레니얼세대와 행동패턴이 어떻게 다를까. 적어도 차이니즈 Z세대는 기존 밀레니얼세대와는 명확히 구분되는, 더 극단적인 특성을 보인다. Z세대는 말 그대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다.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가지고 태어난 것 아닐까 싶을 정도로 디지털에 익숙하고, 거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디지털 공간에서 수행한다. 밀레니얼세대의 경우 최소한 그룹이라는 개념을 갖고 있었던 반면 Z세대는 그룹에 대한 개념 없이 오로지 본인 한 명, 나를 위한 소비에만 관심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이 다 쓰는, 혹은 엄마가 쓰는, 잘 알려진 명품 브랜드를 원치 않는다. 대신에 나만 알고, 나만 쓰는 브랜드에 대한 니즈가 높다. 패션이나 뷰티 분야에서 이런 변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고객 조사를 하더라도 20대 대학생들은 주로 돈이 없고, 미래 잠재력은 있지만 현재는 돈을 쓰지 않는 집단으로 분류됐다. 이들에게 어떻게 진입 프리미엄(entry premium)을 주거나 낮은 단가의 상품을 제공해 고객으로 끌어들일지를 고민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최근 차이니즈 Z세대는 다르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이미 돈 쓸 준비가 돼 있고, 소위 ‘럭셔리 애티튜드(luxury attitude)’를 갖추고 있다. 처음 대학에 가서 쓰는 화장품 브랜드가 고가의 ‘라메르’다. ‘스킨케어는 라메르, 메이크업은 샤넬.’ 이런 식이다. 중국 1, 2선 도시에 살고 있는 20∼25세 대학생들의 경우 대부분 외동 자녀이기 때문에 엄마, 아빠는 물론이고 친가와 외가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8개 주머니(8 pockets)에서 돈을 빼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자란 이들은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순간 8개 주머니를 무기로 패션이나 뷰티, 여행 등 관심 분야에 아낌없이 쓴다.

그리고 이 차이니즈 Z세대는 밀레니얼세대보다 훨씬 더 극단적으로 영상을 선호한다. 중국에서는 30초∼1분짜리 스토리를 담은 ‘롱 폼’ 광고를 찾아보기 힘들다. 10∼15초 안에 직설적으로 제품 가치를 비포앤드애프터로 보여주는 ‘숏 폼’ 광고가 대부분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 가서 기존 방식대로 마케팅 콘텐츠를 만들었다가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도 이런 고객들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해서다. 차이니즈 Z세대를 겨냥한다면 일반적으로 기존 지면, 방송 광고와는 상당히 다른 양상의 콘텐츠를 제작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바로 디지털, 혹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을 뜻하는 피지털(phygital)이다. 물론 여전히 오프라인은 중요하다. 손에서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놓지 않고 SNS에서 사는 Z세대들도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경험에 가치를 둔다. 이들에게 쇼핑은 단순히 ‘구매’에 관한 것이 아니다. 일정 기간 ‘경험’하고 사용해 본다는 데서 쇼핑의 의미를 찾는다. 물론 여전히 전체 럭셔리 소비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불과하고 향후에도 15∼20% 정도로 예상되기 때문에 그리 높지 않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디지털을 단순히 판매 채널로 봤을 때다. 하지만 디지털은 판매 채널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실제 다른 채널에서 구매가 이뤄지기까지 고객들이 제품을 만나는 초반 접점의 90%가 디지털이기 때문이다. 또 고객들과 소통을 하는 데 있어서도 디지털이 중요하다. 이미 많은 상호작용이 앱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쇼핑을 단순히 매장을 방문해 구매하는 활동에만 국한해서 보기는 어렵다.

럭셔리 시장에서 디지털 플랫폼이 가지는 힘도 커지고 있다. 예전에는 럭셔리 브랜드, 예를 들어 이탈리아 패션 명품 브랜드의 수장이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상하이 지역을 방문할 경우 가장 먼저 난징에 있는 백화점을 찾았다. 그러나 이제는 항저우에 있는 알리바바 T몰 오피스를 가장 먼저 찾는다. 실제 매장을 열기에 앞서 T몰 스토어에 먼저 투자한다. 이에 따라 중국 시장을 뚫으려 하는 수많은 브랜드가 디지털 플랫폼 MD(상품기획자)를 찾아 애원하는 처지가 됐다. 과거에는 외국 브랜드들을 찾아다니던 이 MD들은 이제 얼굴조차 보기 힘들어졌다. 해당 브랜드 CEO나 GM(제너럴 매니저)이 와야 만나주는 정도다. 반대로 백화점 MD는 만나기 쉬워졌다. 이처럼 중국의 알리바바와 텐센트, 미국의 아마존, 동남아 라자다, 인도 플립카트 등 국가별로 대표 디지털 e-커머스 플랫폼이 럭셔리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높아지는 추세다. 반면 한국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아직까지도 10개가 넘는 e커머스 플랫폼들이 싸우면서 G마켓, 쿠팡, SSG닷컴, 롯데닷컴 등이 경쟁하다 보니 디지털 플랫폼이 럭셔리 시장에서 가지는 힘은 떨어진다. 역으로 생각해 보면 럭셔리 브랜드들 입장에서는 아직 자체 브랜드 닷컴을 론칭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한국 시장에 있다.

럭셔리 브랜드들이 단순 제품 판매에서 나아가 서비스 상당 부분을 디지털화하는 흐름도 눈에 띈다. 거대 디지털 플랫폼이 없는 한국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고객 데이터는 한정적이다. 그러나 거대 플랫폼이 있는 국가에 가면 고객의 360도 생활 및 위치 데이터를 모두 모을 수 있다. 중국 위챗은 사람들의 위치 데이터와 위챗페이를 통해 수집되는 지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고도화된 타깃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네 번째는 다양성이다. 그전까지 럭셔리 브랜드의 고객들은 어느 정도 정형화된 특징을 공유했다. 럭셔리 제품과 서비스가 부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타깃을 하나로 정의하기에는 너무 다양한 고객이 다양한 행태를 보이고, 다양한 가격대로 진입하고 있다. 고객의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여전히 초고가의 울트라 럭셔리가 중요하고, 그 비중과 성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울트라 럭셔리 고객들조차 단순히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만을 원치 않는다. 나만을 위한 경험, 브랜드가 나에게만 제공해주는 차별화된 서비스 등에 훨씬 집중한다. 그렇기에 개인화(personalized) 트렌드와 기술이 결합하면서 점점 개인 맞춤형 타깃 제품이 각광받고 있다. 개인의 DNA를 넣거나 3D 스캐닝으로 사람의 실루엣을 떠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제품을 만드는 사례도 봤다. 미국의 스타트업들을 중심으로 이런 선도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경우도 봤다. 지금까지는 프리미엄 고객들만을 대상으로 시그니처 라인, 가장 비싼 라인에만 관심을 기울였다면 이제는 끌어들일 수 있는 고객의 범위가 더 넓어졌다. 프리미엄 고객들에겐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고, 새롭게 떠오르는 고객들에게는 엔트리 가격대의 제품군을 늘리는 식으로 양방향 접근을 취할 필요가 있다.



다섯 번째는 오픈 마인드다. 이 부분은 럭셔리뿐 아니라 대다수의 소비재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트렌드로 고객들이 더 이상 기존에 잘 알려진 브랜드에 집착하지 않고 오픈 마인드로 제품을 대하는 경향을 뜻한다. 최근 Z세대는 어디서 많이 들어본 글로벌 브랜드보다 남은 모르는데 나만 알고 있는 브랜드를 선호한다. 오히려 이탈리아 작은 마을의 장인이 만든 브랜드, 내 친구들은 모르는 스위스산 좋은 원료를 쓴 화장품 등을 찾는 데 재미를 느낀다. 마찬가지로, 꼭 내가 사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내가 쓸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내가 쓸 수 있는 종류가 많기를 기대한다. 이런 경험은 기존 루이비통, 구찌, 버버리 등의 브랜드들이 제공해주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인디 브랜드, 혹은 반역적(insurgent) 브랜드가 소비재 업계 최대 화두다. 이는 곧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능력, 디지털 마케팅 능력만 있으면 누구나 큰돈 없이 니치 브랜드를 만들고, 인스타그램으로 광고하고, 디지털 채널에 얹어 판매하고, KOL(Key Opinion Leader)들을 써서 충성도를 높여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고객이 바뀌다 보니 전통적인(incumbent) 브랜드들은 두 가지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먼저, 모든 인디 브랜드를 다 좇아갈 수는 없지만 일부 라인에 있어서는 빨리 트렌드를 따라잡을 수 있는 새로운 제품들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 실제로 과거 유명 패션 브랜드들은 한 번 제품을 만들면 영원히 그 디자인을 지켜야 하고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을 새로 영입해 디자인을 혁신하는 브랜드들도 많아지고, 1년이 넘었던 디자인 변경 주기도
3∼4개월로 단축하는 곳들도 많아졌다. 이 방법이 통하지 않을 경우 취하는 두 번째 방법이 바로 인수합병(M&A)이다. 최근 많은 거대 브랜드가 새롭게 떠오르는 인디 브랜드와 니치 브랜드를 사거나 지분 투자를 하고 있는 추세다.

여섯 번째는 책임감이다. 고객들의 철학이 굉장히 달라졌고 럭셔리 브랜드에도 사회적 공헌을 요구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럭셔리 브랜드를 살 때 비싼 돈을 내는 만큼 그 돈 안에 사회적 책임의 비용도 포함돼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그 값어치에 대한 지불 용의가 있다고 말한다. 한 설문 조사 결과, 제품을 구매할 때 환경을 비롯해 빈곤 등 기타 사회 문제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기여하고, 캠페인을 벌이는 브랜드들을 더 선호한다고 답한 비율이 80%를 넘기도 했다.


좁아지는 전통 브랜드들의 입지… 생존 전략은

럭셔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기존 전통 브랜드들이 차지할 파이는 과거에 비해 확실히 줄어들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플레이어들은 3가지 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다.

먼저, 뉴니스(Newness)를 줘야 한다. 브랜드 로열티의 종말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긴 하지만 굉장히 빠르게 바뀌고 있고, 오히려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보다는 제품에 대한 로열티가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도 더 이상 브랜드 단위로 움직이기보다는 제품 단위로 변화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줘야 한다. 브랜드 전체 캠페인이나 디지털 마케팅, 명칭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지속적인 뉴니스를 주기 어렵거니와 굉장히 비효율적이다. 이 때문에 제품 단위로 늘 새로움을 주고 디지털 환경에서 고객과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

다음으로, 디지털 역량을 갖춰야 한다. 최근 디지털 경험이 있는 사람들, e커머스 플랫폼에서 일한 사람들의 몸값이 상당히 뛰었다. 전통적인 BM(브랜드 매니저)들보다 몸값이 훨씬 비싸다. 디지털 역량을 누가 빠른 시일 내에 끌어 올리는지가 어느 기업이 먼저 시장에서 치고 나갈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 기업 혼자, 기업이 가진 고객들의 데이터만 가지고, 혹은 기업 채널을 통해 들어오는 인사이트만 가지고 새로운 마케팅과 제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e-커머스 채널과 플랫폼을 넘어 기술 잘하는 회사, 데이터 애널리틱스 잘하는 회사, 블록체인 잘하는 회사끼리 서로 공동 투자를 하거나 부족한 역량을 쌓아야 한다. 나 홀로 다 떠안고 잘 해보겠다는 과거 모델에서 벗어나 다양한 파트너와 잘 연결돼 나만의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 필요하다.

아시아 럭셔리 시장은 현재 많은 가능성과 위험에 직면해 있다. 누가 먼저 떠오르는 젊은 세대의 트렌드, 새롭게 나타나는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을 잡을 것인지를 두고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향후 3년 안에 이 경쟁에 잘 적응한 브랜드들은 20∼30% 성장률을 구가할 것이고, 그렇지 못한 브랜드들은 디지털과 결합된 다른 브랜드들에 점차 뒤처질 것이다.



루이비통도 넷플릭스처럼:
럭셔리 비즈니스의 재설계

- 수닐 굽타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


수닐 굽타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는 ‘럭셔리 비즈니스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800년대부터 시작된 LVMH처럼 럭셔리 브랜드의 역사는 매우 길고 유산이 깊다. 이렇게 수백 년이 된 브랜드까지는 아니더라도 스토리를 가진 브랜드들도 많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럭셔리 시장에서도 DTC(Direct to Consumer) 브랜드가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에만 300여 개 DTC 브랜드가 나왔으며, 벤처캐피털(VC)들도 이런 브랜드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DTC 브랜드들이 소비자의 행태를 더 빨리 이해하고 SNS 등을 활용해 대응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거대 브랜드들이 유통망을 장악했지만 오늘날 스타트업들은 광고 예산 없이 페이스북이나 구글만 있으면 소비자와 연결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제는 브랜드가 수백 년이 아닌 1∼2년 만에도 만들어질 수 있다. 한 예로, 2014년도에 출시된 글로시에라는 브랜드는 작은 블로그에서 시작했다. 이 브랜드를 론칭한 에밀리 와이즈는 당시 셀러브리티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는 블로그를 통해 소비자와 소통하면서 글로시에를 시가총액 12억 달러를 자랑하는 브랜드로 키워냈다. 하물며 셀러브리티라면 더 쉽다. 팝 가수 리한나는 2017년 젊은이들이 중요시하는 ‘포용성’에 방점을 둔 브랜드를 출시했다. 다양한 피부톤, 인종, 성별을 가진 사람도 사용할 수 있는 브랜드였다. 그리고 이 회사는 1년 만에 매출 5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고, 회사 지분 50%를 30억 달러에 LVMH에 매각했다. 전통 사업자가 이런 변화에 뛰어든 경우도 있다. 1996년 지미추 브랜드를 시작한 타마라 멜론은 기존 회사를 사모펀드에 매각한 뒤 2016년 완전히 새로운 DTC 업체를 만들어 새로운 버전의 지미추를 만들고 있다.

금, 다이아몬드같이 비싼 주얼리 DTC 업체들도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출범한 클레오파트라란 회사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7만5000달러짜리 다이아몬드를 팔았다고 한다. 그 정도로 소비자의 행태가 많이 바뀌고 있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전 세대들은 상상도 못했던 별별 물건들을 사고파는 시대가 됐다. 이 새로운 브랜드들이 다 살아남을 수는 없고 일부는 실패하겠지만 ‘우리는 문제 없어’라고 방심하는 기존 브랜드에는 커다란 도전이 될 것이다.


럭셔리 브랜드의 가치사슬 변화

첫째, ‘생산’이 달라지고 있다. 5∼10년 전만 해도 럭셔리 브랜드들은 수요 예측을 해서 여러 국가에 외주 제작을 맡겼다. 그런데 자라(Zara) 같은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을 보면 외주 제작을 하지 않고 자체 생산을 고집한다. 생산 공장을 베트남이나 중국에 따로 두지 않는다. 패션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바뀌기 때문에 중국 공장에서 생산을 하고 본국까지 왔을 때엔 이미 유행이 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수직 통합을 하고, 본국에서 직접 생산하면서 소비자 수요에 빠르게 대처하는 게 중요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미래의 생산은 어떨까. 아마존을 보면 미래를 엿볼 수 있다. 아마존은 지난해 아마존 드롭(Amazon Drop)이라는 사업을 시작했다. SNS 인플루언서들이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비즈니스, 새로운 패션을 출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디자인만 온라인에 올린 다음 주문을 받고, 주문을 받은 다음 생산을 개시한다. 수요가 있어야 생산을 하기 때문에 창고에 남는 재고도 없다. 오직 판매되는 만큼 생산하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희소성, 독점성을 확보할 수도 있다. 해당 디자인은 짧은 기간에 한정해 제공된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비슷한 생산 방식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소셜 인플루언서인 장 다이(Zhang Dayi)도 이런 방식으로 주문을 받은 다음 생산한다. 알리바바는 이를 B2C가 아니라 C2B 비즈니스라고 부른다. 그만큼 소비자가 주체적, 주도적으로 생산에 관여한다는 의미다.

둘째, ‘유통’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먼저, 재고 관리다. 물론 재고가 점점 0으로 수렴하겠지만 아직 창고에는 어느 정도 남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재고를 비싸지 않은 방법으로 어떻게 관리할지, 과도한 잉여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도 비즈니스에 있어 중요하다. 가령, 이탈리아 전역에 1000여 개 상점을 보유하고 있는 한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의 경우 모든 드레스의 디자인, 색상, 사이즈, 원단 등이 다르다. 이 선택지들을 조합하면 10만 개 제품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제품별 판매량이 적어 매주, 매일의 수요를 예측하기가 어렵고, 재고가 부족하다 보니 판매량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이런 문제는 AI 메커니즘을 활용해 해결할 수 있다. AI가 캡처된 드레스 이미지를 보고 각각의 요소를 분별한 뒤 어떤 요소에 따라 수요, 매출이 달라지는지를 분석, 재고 관리에 반영하는 것이다.

아울러 옴니채널 전략의 중요성도 커졌다. 여러 채널을 넘나들며 어떻게 고객들에게 끊김 없이 매끄러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지가 유통의 관건이 됐다. 세포라는 여러 채널을 굉장히 잘 통합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세포라는 AR 기술을 활용한다. 매장에 들어가면 립스틱을 직접 발라보지 않아도 AR을 통해 내 얼굴에 바르는 듯한 효과를 거둘 수 있고, 어느 립스틱이 잘 어울릴지 여러 색상을 다 테스트해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세포라는 소비자 행동도 면밀히 관찰한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이 제품을 사기 전,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인플루언서의 사용 후기를 확인한다는 점을 포착하고 세포라 앱이나 PC 화면 안에서 이런 정보를 미리 확인할 수 있도록 보여준다. 세포라 앱을 벗어날 필요가 없도록 만들어준 것이다. 고객의 여정을 지도로 추적한 뒤 그들의 통점(pain point)을 이해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셋째, ‘마케팅’의 개념이 바뀌었다. 일반적으로 마케팅은 스토리텔링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애드 블로킹 기술이 발달하고, 이제 사람들은 스토리를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2년 전 진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6억1500만 개에 달하는 소비자 폰에 애드 블로킹 기능이 설치돼 있다. 많은 브랜드 CMO가 소비자와 관계를 구축하고 싶어 하지만 소비자는 정작 “나는 가족과 관계를 유지하기도 귀찮은데 왜 너희의 제품이나 서비스와 관계를 맺어야 하지?”라고 반문할 수 있다. 바쁜 소비자들은 브랜드의 스토리가 아닌 나의 스토리에 더 관심을 가진다. 게다가 소셜미디어 마케팅 비용도 점점 비싸지고 있다. 예를 들어, 700만 팔로워를 가진 유튜브 인플루언서에게 포스팅 하나 부탁하는 데 30만 달러가 들고, 페이스북에 올리려면 18만7900달러 정도가 든다. CPM(1000회 광고를 노출시키는 데 사용된 비용)으로 따져보면 TV 광고만큼 비싸졌다.

그렇다면 이렇게 소비자들은 바빠지고, 소셜미디어는 비싸진 시대에 어떻게 소비자들과 연결될 수 있을까. 마스터카드 사례가 그 해답이 될 수 있다. 20년 전 마스터카드는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것이 있지만 마스터카드로는 다 살 수 있다”는 캠페인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이제 소비자들은 지불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대신 지불을 통해 얻는 경험을 기대한다. 이에 마스터카드는 소비자들이 기쁨을 느끼는 쇼핑, 스포츠, 여행 등 열정 포인트에 집중하기로 했다. 사람들이 기꺼이 돈을 써서 얻고자 하는 경험과 마스터카드를 어떻게 연결할지를 고민하고, 일방적으로 스토리텔링을 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 스스로 스토리를 만들도록 한 것이다. 사람들에게 “스토리를 들려주세요”라고 요청하고, 스파크 영상을 통해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도록 했다. 이처럼 럭셔리 브랜드의 경우도 브랜드 스토리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보다는 소비자들이 자신의 경험과 브랜드를 연결시키도록 하는 게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넷째, ‘가격 책정’ 전략도 달라졌다. 그동안 럭셔리 브랜드들은 가격에 대해 크게 생각을 안 하고, 가치를 창출하기만 하면 사람들이 기꺼이 돈을 지불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 가치는 어떻게 창출해야 할까. 최근 필립스, 미셰린타이어, 울트라 사운드, 롤스로이스, 제녹스 등 여러 브랜드가 가격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 이들은 아웃풋이 아닌 인풋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미셰린타이어는 ‘타이어는 서비스다(Tire is Service)’라고 내세우면서 타이어는 무료로 주고 운전하는 주행거리(㎞)당 돈을 내도록 하는(pay as you go) 모델을 만들었다. 칩을 타이어에 설치해 몇 ㎞를 가는지 잰다. 이런 가격 전략은 소비자들이 당장 타이어를 살 돈이 없어도 서비스에 진입할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춰준다. 그리고 이런 전략 덕분에 미셰린은 사람들이 타이어를 어떻게 쓰고 있는지도 알게 됐다. 가령, 타이어가 저압 때문에 터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발견하고 압력이 내려가면 자동으로 압력을 채워 넣으라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

이런 전략은 LVMH 같은 럭셔리 브랜드에도 적용된다. LVMH 제품들은 매우 비싸다. 소비자들 입장에선 여러 개의 LVMH 가방을 갖고 싶어도 실제로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LVMH는 과거 구독 서비스로 전환해 소비자들이 매달 새로운 가방을 경험할 수 있게 하면 어떠냐는 제안에 “그러면 브랜드 이미지가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염려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백 바로 오어 스틸(Bag borrow or steal)’이라는 스타트업이 LVMH를 비롯해 여러 브랜드의 가방을 사들인 뒤 이런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또한 27∼28세 여성들을 대상으로 고가의 프리미엄 드레스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렌트더런웨이(Rent the runway)’도 수십억 달러짜리 비즈니스로 성장했다. 제품을 파는 게 아니라 서비스를 파는 것이 대세가 됐다. 오늘날 사람들은 소유(ownership)보다는 접근(access)을 원한다. 생산-유통-마케팅-가격 책정에 이르는 모든 럭셔리 산업의 가치사슬이 바뀌고 있고, 이제는 새로운 기회에 시선을 돌려야 한다.


인스타그램, 럭셔리 신소비자와 ‘코드’ 맞추기

- 손현호 페이스북코리아 글로벌세일즈 상무

손현호 페이스북코리아 글로벌세일즈 상무는 럭셔리 브랜드의 마케터들에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중심에 두되 ‘4C’ 네 가지 키워드를 염두에 둘 것을 강조했다.



첫 번째는 큐레이션(Curation)이다. 소비자들은 이미 너무 많은 콘텐츠에 지쳐 있기 때문에 마케터라면 자사 브랜드의 콘텐츠가 소비자들이 노출된 수많은 친구, 지인들의 소식들 속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도록 해야 한다. 천편일률적으로 보여서도 안 된다. 모바일에 익숙한 Z세대는 개인화된 콘텐츠가 아니면 애초에 보질 않기 때문이다. 가령, 에스티로더의 스킨케어 브랜드인 ‘클리니크(Clinique)’는 1968년 출시된 모이스처라이저의 50주년을 기념해 15가지 개인화된 베이스×에센스 조합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다양한 포맷, 형식, 길이의 콘텐츠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홍보했다. 그 결과 단일 콘텐츠만 내보냈을 때보다 브랜드 친화도, 브랜드 관여도 등의 지표를 올릴 수 있었다. 이처럼 브랜드들이 AI나 게임 등 소셜미디어에 있는 여러 인터랙티브 기능을 활용하고, 콘텐츠를 다양한 형식으로 기획하면서 경쟁사 대비 우위를 만들어내는 게 더욱 중요해졌다.

두 번째는 커뮤니티(Community)다. 커뮤니티는 특정 성격, 이해관계, 기호를 공유하는 하위문화집단을 가리킨다. 소셜미디어는 이런 커뮤니티 활동을 위한 최적의 매체이고, 이런 활동은 오프라인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한 예로 맥주 브랜드 버드와이저는 ‘타투’라는 하위문화에 뛰어들어 마케팅에 활용했다. 한국에서는 아직 문신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을 가지고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버드와이저는 타투를 자기 표현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인플루언서들을 끌어들였고, 이들이 소셜미디어에서 교류한 내용을 모바일을 통해 확산시켰다. 그리고 타투 디자인을 바탕으로 캔 등을 리패키징했다. 버드와이저 사례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특정 하위 집단을 찾아내고, 이들의 교류 내용을 성공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세 번째는 대화(Conversation)다. 요즘은 럭셔리 쇼핑을 하는 소비자들도 메신저를 통해 브랜드와 직접적으로 소통하기를 원한다. 이들은 언택트(untact), 즉 비대면과 비접촉을 원하면서도 본인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내용은 24시간 듣고 싶어 한다. 그래서 일주일에 7일, 24시간 내내 제공될 수 있는 고객 상담을 디지털로 구현하는 게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남성 온라인 편집숍인 미스터 포터(Mr. Porter)에는 많은 패션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데, 이 숍은 소비자들에게 클래식한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펑키한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배송은 어디로 받길 원하는지, 어떤 가격대를 찾는지 등을 실제 매장에서 대화하듯이 디지털에서 실시간으로 묻고 답해준다.

네 번째는 커머스(Commerce)다. 전자상거래의 비중이 커지고 플랫폼을 옮기기 쉬워지면서 한 곳에서 나쁜 경험을 하면 바로 다른 곳으로 가버리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 이 때문에 디지털에서도 오프라인에서와 거의 동일한 경험을 소비자들에게 선보여야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가령, 메이시스백화점은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온라인에서도 제품을 매장 쇼윈도 밖에서 볼 때, 가까이 가서 볼 때, 들어가서 거닐면서 볼 때, 제품 태그를 볼 때처럼 다각도에서 경험할 수 있게 했다. 이처럼 럭셔리 브랜드들은 모바일 중심 콘텐츠로 스토리텔링을 하고, 이 스토리텔링을 스토리셀링으로 넘어가게 해서 실제 전자상거래로 연결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렇게 오프라인 매장에서 가장 잘하던 것을 모바일로 그대로 가져오되 그 중심에 소셜미디어를 두는 게 럭셔리 브랜드 마케팅의 성공 비결이다.


디지털의 도전을 뛰어넘는 오프라인의 힘

- 이태은 구찌 동북아 리테일 퍼포먼스 디렉터

모두가 디지털의 도전을 이야기할 때 이태은 구찌 동북아 리테일 퍼포먼스 디렉터는 오프라인의 힘을 강조했다. 그리고 구찌가 어떻게 이런 역발상 리테일 전략을 통해 밀레니얼세대를 끌어들였는지, 어떻게 한국에서 ‘No.1 럭셔리 브랜드’가 됐는지, 향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려 하는지를 소개했다.



한국에서 구찌는 2014년 이후 3배 성장했으며 새로운 디자이너를 영입한 뒤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구찌의 새로운 컬렉션은 파격적이었지만 여전히 밀레니얼 고객을 끌어들이기엔 부족했다. 이에 구찌는 미래 고객인 밀레니얼의 마음을 열기 위해 다시 오프라인 비즈니스, 그리고 기본에 집중하기로 했다. 변화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일단 고객들이 문을 통해 매장에 들어오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사람들이 직접 브랜드를 보고 세일즈 사원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했다. 그냥 구경 온 고객들도 이 파괴적인 변화에 대해 듣지 않고는 벗어나지 못하도록 했다.

또한 ‘구찌 프렌드’란 고객 커뮤니티를 만들어 끈끈한 가족 같은 관계를 조성하려 애썼다. 이런 식으로 직접 목소리를 듣기 시작하자 매장을 드나드는 사람들 수, 즉 매장 트래픽 자체가 50% 올랐다.

그리고 흥미로운 사실은 오프라인 매장에 Z세대, 어린 고객들도 찾아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빠르게 와서 빠르게 둘러봤고, 변화에 관심이 많았다. Z세대도 매장을 찾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구찌는 오래된 스타일의 매장을 환골탈태하듯 전환한 것이다. 기존 매장은 비싼 제품과 비싼 장식으로 가득했고, 제품을 직접 만지는 게 금지돼 있었다. 이에 반해 새로운 매장은 핑크, 블루, 그린, 벨벳 등 다양한 색상으로 채워졌고, 사람들이 자유롭게 제품을 탐험하는 게 허용됐다. 그리고 사원들이 바로 옆에서 고객과 대화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을 시작으로 매장 매니저들이 이런 내러티브를 주도하는 역할을 맡자 사람들이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구찌가 죽었다고 생각했던 ‘리테일’을 살리고, 온라인 시대, 오프라인에서 돌파구를 만든 것이다.



사실 밀레니얼과 Z세대는 브랜드 로열티가 없다는 것도 잘못된 생각이다. 구찌는 밀레니얼을 더 연결되게 하고, 참여하게 하고, 소속감을 만들어주려 애썼다. 이들이 더 상호작용하고 싶어 하고 인적 경험에 대한 욕구가 높다는 점에 집중한 것이다. 이런 니즈를 겨냥하자 2015년 이후 20대 고객의 숫자가 9배 성장했고, 구찌는 30대와 40대 고객을 잃지 않고도 밀레니얼과 Z세대에게 각광받는 브랜드가 됐다.

이처럼 오프라인은 여전히 중요하다. 매장 내에 제품 전문가들이 있어야 하고, 콜센터 직원들도 매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럭셔리는 결국 경험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져오고자 하는 모든 변화는 매장의 벽 안에서 일어나야 한다.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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