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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 혹시 마케팅전략 아닐까?

데이비드 웨인버거(David Weinberger) | 16호 (2008년 9월 Issue 1)
헌스크 엔진의 최고경영자(CEO) 고든 맥마스터는 베이글을 곁들여 커피를 마시면서 사내 최고경영진에게 새로운 최고 마케팅 책임자를 소개했다. 맥마스터는 최고경영진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 “분명하게 해 두고 싶군요. 우리 회사에 여러 명의 최고 마케팅 담당자가 일해 왔고 지금까지 다양한 광고 홍보 활동을 해 왔습니다. 그러나 엑트는 우리가 지금껏 기다려 온 바로 그 사람입니다. 나는 엑트가 무엇을 원하는지, 이 회사를 어떻게 이끌어나가고 싶어 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엑트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려고 합니다.”
 
맥마스터는 마티 엑트가 최고 마케팅 책임자에 적합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엑트는 MBA 학위를 딴 직후 대형 소비재 제조업체에서 일하면서 소비재 마케팅에 관한 요령을 배웠다. 이후 엑트는 다른 업체에서 능력 있는 마케팅 담당자라는 명성을 쌓았다. 엑트는 한 생수 제조업체를 스포츠 음료 부문의 혁신적인 업체로 탈바꿈시켜 놓았으며, 특수 스포츠 장비 유통업체를 고객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는 브랜드로 바꿔 놓았다.
 
헌스크에서 첫 인사를 하던 날 엑트는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신경 써서 옷을 입었다. 옷장에 걸려 있는 가장 고급스러운 정장과 크림색 와이셔츠를 챙겨 입고 부드러운 갈색과 녹색 무늬가 잘 어우러진 넥타이를 맸다. 그러나 헌스크의 홍보팀장 폴라 마케시는 엑트의 바짓단 아래로 보이는 밑창이 두툼하고 광을 내지 않은 투박한 검은색 구두가 다소 거슬렸다. 마케시는 속으로 “저런 구두를 신다니”라고 생각했다.
 
엑트는 맥마스터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 다음 입을 열었다. 엑트는 새로운 동료들에게 헌스크 엔진이 지금껏 쌓아 온 전통과 명성이 체계적으로 훼손됐다고 설명했다. 헌스크 엔진은 한때 오토바이 업체인 할리데이비슨의 막강한 라이벌로 여겨지기도 했다. 할리데이비슨은 상징적인 거대한 엔진 소리를 십분 활용해 오토바이를 만들어 냈지만 헌스크는 로켓처럼 움직이면서도 큰 소리가 나지 않는 오토바이를 원하는 사람들을 주 고객으로 생각해 왔다. 헌스크 오토바이를 타는 전형적인 고객은 무법자처럼 보이기를 원하는 사람이 아니다. 헌스크 오토바이의 주 고객은 ‘진정한’ 반역자다. 지독하리만치 독립적이고, 자신감이 넘치고, 열망으로 가득한 사람이다. 즉 헌스크의 고객은 제임스 딘보다 데니스 호퍼에 가까운 사람이다.
 
그러나 헌스크는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기존 시장을 내주는 전형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20년 전 헌스크는 조용한 엔진이라는 특성을 크게 선전하며 경량 오토바이 시장에 침투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당시 헌스크는 마치 헌스크의 오토바이를 선택하는 고객들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고 싶지 않아서 헌스크를 타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바람이었을까, 헌스크였을까?’라는 광고 문구를 내걸었다. 이후 헌스크는 젊은 세대를 공략하려 했다. 엑트는 헌스크가 ‘자동차를 타기 전에 헌스크를 타세요’라는 슬로건을 통해 자동차를 진부한 것으로 묘사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헌스크 오토바이는 결코 청소년들을 위한 노리개가 아니었다. 사실 헌스크는 주의를 요하는 복잡한 기기였다. 엑트가 부임할 당시 헌스크는 환경 친화적인 특성을 중시하는 마케팅 기법을 도입해 ‘같은 양의 기름으로 더 많은 자유를!’이라는 광고 문구를 내세웠다. 엑트는 헌스크에 부임하기 전부터 이미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사실 엑트는 그동안 오토바이 업계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엑트는 이 방에 있는 사람들 중 어쩌면 CEO까지 포함하더라도 헌스크가 마지막으로 오토바이 좌석에 진짜 가죽을 사용한 때가 언제이며, 그 모델이 무엇이었는지 재빨리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일 거라고 확신했다.
 
다음날 엑트는 마케팅 담당자들을 모두 소집했다. 마케시는 엑트에게 어제 입었던 근사한 정장은 어떻게 됐냐고 질문했다.
 
엑트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날 엑트는 낡아빠진 스포츠 재킷에 검은색의 느슨한 바지, 오토바이용 신발을 신고 있었다. 엑트는 미소를 지으며 “첫날부터 진짜 내 모습을 보여 줘 다른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싶지 않아 평소와는 다른 옷을 입은 것”이라고 대답했다.
 
직원들이 각자 소개를 마치고 난 뒤 엑트가 입을 열었다. “틀림없이 변화가 있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가 다 함께 힘을 모을 때에만 성공적으로 변화할 수 있습니다.”
 
엑트는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무척 단순하고 뚜렷하다고 생각했다. “헌스크는 진짜 회사입니다. 헌스크는 하루는 비디오 게임을 만들었다가 그 다음날은 고래를 구하는 일에 전념하는 인터넷 기업이 아닙니다. 우리는 디자이너 브랜드를 모방한 ‘짝퉁 오토바이’를 만들려는 게 아닙니다. 헌스크는 진짜 오토바이 브랜드입니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오토바이를 만들고자 합니다. 우리에게는 ‘고객’이 없습니다. 다만 열렬한 신도가 있을 뿐입니다. 헌스크가 뿌리에서 멀어지기 이전에 우리에게는 열렬한 신도들이 있었지요.”
 
마케시의 대답은 “그러니까 헌스크의 뿌리를 되찾는 마케팅 활동을 하는 거군요”였다. 엑트는 마케시의 말 속에서 묻어나는 냉소적인 반응을 알아차렸다. “단지 마케팅을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 헌스크의 뿌리를 되찾아야 합니다. 헌스크는 항상 진정성을 강조해 왔습니다. 우리는 이제 헌스크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진정한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되찾고자 합니다. 마케팅 수단으로 진정성을 내세우기만 했다면 우리의 고객, 즉 신도들은 그런 사실을 알아차렸을 것입니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팀장 칼라 메이어는 “헌스크의 오토바이를 직접 경험해 봐야 한단 뜻인가요”라고 물어왔다.
 
엑트는 팔짱을 낀 채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우리가 직접 헌스크의 제품과 서비스가 되는 겁니다.”
 
오토바이 체험
엑트는 ‘사이클 선더 월드 엑스포’에 전시돼 있는 수백 대의 오토바이 사이에 서 있었다. 엑트는 대학교 4학년 때 오토바이를 타다가 떨어져 크게 다친 이후 오토바이를 타지 않았다. 그러나 주위에 전시돼 있는 오토바이들을 살펴보면서 엑트는 운동 법칙(law of motion)을 거스르고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기분을 얼마나 좋아했는지를 떠올렸다.
 
전시장을 둘러본 엑트는 헌스크 부스 앞에 멈춰 서서 눈앞의 광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새로운 마케팅 활동을 시작하기에는 시기상조인 듯 했다. 그렇지만 엑트는 헌스크가 채택하고 있는 마케팅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헌스크의 부스는 끔찍하리만치 진부했다. 오토바이 몇 대를 진열해 두고, 고릿적에 만든 듯한 브로셔를 나눠주는 헌스크의 부스에서는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갖고 싶어 하지도 않을 것 같은 수화물 보관함을 내건 경연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엑트는 다음번에 전시회를 할 때는 기름때가 묻은 지저분한 오토바이를 전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부스에 전시된 반짝이는 오토바이는 오토바이를 통해 고객들이 얻는 경험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 전시장을 떠나야 했던 엑트는 출발하기 직전에 마케시를 붙들고서 헌스크 부스 뒤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엑트는 마케시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이건 마케시 잘못이 아닙니다. 그러나 무척 실망스럽다는 얘기를 할 수밖에 없네요. 마케팅 자료는 모두 괜찮습니다만(일부러 조금이나마 칭찬했다) 우리는 아직 신제품을 출시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모든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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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비드 웨인버거(David Weinberger)

    데이비드 웨인버거(David Weinberger)

    하버드대 로스쿨 버크먼 인터넷 소사이어티센터 연구원(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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