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 몇 년 전부터 인터넷을 달군 ‘B급 감성’이 이제는 기업들까지 파고들고 있다. 기업들이 B급 콘텐츠를 마케팅의 한 수단으로 활용할 뿐만 아니라 B급을 표방한 오프라인 매장까지 내놓고 있다. B급 열풍은 언제부터 시작됐고, 사람들은 왜 B급 감성을 사랑할까.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촌스럽고 예술적이지 않은 ‘키치(Kitsch)’ 장르는 오래전부터 있었다고 설명한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를 주류로 떠오르게 만든 SNS의 힘이다. 여기선 완성도가 떨어져도 재미가 있으면 나름의 평가를 받는다. 그것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뭉치면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콘텐츠의 평가가 구독자, 조회 수 등 ‘숫자’로 이뤄지는 인터넷 플랫폼의 특성도 영향을 미쳤다. 더 이상 B급 콘텐츠는 수준 낮은, 열등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B’는 여럿이 가장 좋아하는, ‘Best(최고)’를 뜻한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홍지선(경희대 호텔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비(B)급의 습격. 몇 년 전부터 영화, 방송,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B급’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다수의 20, 30대 밀레니얼 계층은 유치와 허무, 찌질로 대변되는 B급 코드에 열광한다. B급 문화는 저예산 영화를 뜻하는 B급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B급 문화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다. 보통 주류에서 벗어난 하위문화로 사회 기득권에 대한 저항, 풍자의 성격을 지니지만 재미를 중요시 여기는 것. 그것이 B급이다. 하지만 대놓고 기존 질서에 반감을 나타내는 저항문화와는 차이를 보인다.
이 문화의 특징은 촌스럽고 때로는 과격하다는 점이다. 유치하고 어설퍼 조잡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데 최근 이 비주류문화가 정교하게 잘 짜인 A급 주류문화를 위협하고 있다. 기업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B급 광고는 빼놓을 수 없는 마케팅 전략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등장한 한 광고 영상이 큰 주목을 받았다.
‘본격 LG 빡치게 하는 노래’라는 제목의 이 영상은 1분32초 분량 중 1분9초를 토요일에 업무를 준 광고주(LG생활건강)를 원색적으로 욕하는 데 할애한다. 그러다가 남은 23초 동안 이 회사의 세탁세제를 홍보하며 끝난다.
“아니, 씨X 일을 무슨 불토에 시키냐고!!! 나는 완전 돈만 주면 되는 줄 아나 본데. 맞아요, 맞습니다. 정확히 찾아오셨네요. 역시 돈이 최고야. 짜릿해, 언제나 새로워! ‘놀면 뭐 해 벌 수 있을 때 쭉 벌어놔야지’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하려고 하니까 XX 간사하게도 좀 짜증이 납니다. … LG생활건강 마케팅부서는 X 됐따리. 적어도 컨펌만은 한다고 했어야해따리. 누구든 불토에 지혜를 건들면 아주 X 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