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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600만 뷰 vs. 6000만 뷰

김남국 | 272호 (2019년 5월 Issue 1)
『콘텐츠의 미래(리더스북, 2016)』라는 책에는 뉴욕타임스(NYT)의 유료화 정책과 관련한 흥미로운 사례가 실려 있습니다. NYT는 종이 신문 구독자에게는 디지털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종이 신문 보호를 위한 의도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디지털 상품의 가격 책정이 대중들을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NYT는 모든 디지털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가격으로 1주일에 8.95달러를 책정했습니다. 그런데 일요판 신문을 보면서 동시에 모든 디지털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는 상품 가격을 1주일에 7.95달러로 정했습니다.

더 가치가 높은 상품을 더 싼값에 제공하겠다는 NYT의 방침이 알려지자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게다가 온라인 유료화를 선언하자마자 특정 URL을 활용하거나 쿠키를 삭제하는 형태로 NYT 콘텐츠를 무료로 볼 수 있는 방법이 인터넷을 타고 광범위하게 유포됐습니다. NYT는 이를 수수방관했습니다. 유료화를 위해 2년간 큰돈을 들여 사이트를 개편했는데 이상한 가격제와 해킹 때문에 이 정책이 실패할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NYT는 유례없는 성공을 기록했습니다. NYT의 가격 정책은 네트워크와 연결이라는 관점을 갖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주말판은 전체 광고의 50%를 차지하는 NYT의 핵심 수익원입니다. 사실상 1달러의 보조금을 줘서라도 더 많은 독자가 신문을 봐서 광고 효과를 높이는 게 수익성에 도움을 줍니다. 해킹을 사실상 용인한 것도 많은 사람이 들어와서 기사를 보게 하는 게 온라인 광고 유치에 기여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해킹 정보를 찾는 게 귀찮거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일부 독자는 유료 서비스를 구독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네트워크 정책의 성과로 2년 만에 67만 명의 온라인 유료 독자를 확보했고 광고 수주도 확대할 수 있었습니다.

오프라인 기반의 비즈니스에서도 이처럼 네트워크와 연결을 빼놓고는 좋은 전략을 수립하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마케팅 분야에서는 매스미디어를 탈피해 네트워크를 장악한 사람들, 소위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성과를 창출한 사례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에 참여한 이승윤 건국대 교수가 전한 에미리트항공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이 항공사는 무려 57억 원을 들여 유명 여배우 제니퍼 애니스톤의 여행기를 동영상으로 제작해 유튜브 등에 공개했습니다. 이 영상은 약 600만 뷰 정도를 기록하며 나름 선전했습니다. 다만 투자금이 만만치 않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런데 에미리트항공은 다른 방식도 시도해봤습니다. 유튜브 인플루언서인 케이시 네이스탯에게 일등석 항공권을 제공하고 자유롭게 영상을 올리도록 했습니다. 일등석은 빈자리가 많기 때문에 사실상 투자금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이 영상은 무려 6000만 뷰를 기록했습니다. 기존 미디어가 이 영상에 대한 보도를 하면서 에미리트항공은 엄청난 노출 효과까지 얻었습니다.

네트워크와 연결에 대한 고민 없이 변화한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연결 시대의 마케팅에 대한 새로운 솔루션을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또 신한카드의 초개인화 프로젝트를 분석한 DBR Case Study 코너도 현재 기업들의 고민과 도전을 보여주는 수작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 김남국 김남국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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