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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OTT 시장 뒤흔든 ‘왓챠플레이’

“내가 이런 영화도 좋아하다니!!”
취향 저격 큐레이션, 유저를 사로잡다

이미영 | 269호 (2019년 3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풍부한 자본도, 콘텐츠 제작 여력도 없었던 스타트업 왓챠플레이가 경쟁이 치열한 OTT(Over The Top) 영상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영화 추천 서비스인 왓챠를 통해 확보한 유저와 데이터로 추천 알고리즘을 완성한 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왓챠플레이로 단계적으로 확장해 사업의 실현 가능성을 점차 높여갔다.
2. 영화 별점 평가와 추천 서비스 등 고객들이 원하는 핵심 서비스에 집중해 추천 알고리즘 고도화에 힘썼다. 경쟁사들이 최신 콘텐츠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왓챠플레이는 개개인의 취향을 잘 파악해 내가 원하는 영화를 잘 추천해주는 OTT 서비스라는 차별점을 확보했다.
3. 콘텐츠 제작사(Contents Provider, CP)가 보유한 과거 콘텐츠에 집중해 롱테일 소비를 일으키는 방식을 택했다. 이로써 CP들과 경쟁이 아닌 공생관계를 구축, 플랫폼에 국내외 다양한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신정우(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모바일을 통한 콘텐츠 소비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뉴스는 물론 드라마, 영화 등 각종 동영상 콘텐츠를 스마트폰으로 본다. 특히 20∼30대는 더 이상 TV 방영 시간이나 영화 개봉 시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내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내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보는 것을 더욱 선호한다. 흥미가 있는 콘텐츠라면 돈도 기꺼이 지불한다. 케이블이나 전파망이 아닌 인터넷망을 통해 동영상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는 OTT(Over The Top, 셋톱(set-top)박스를 거치지 않는 영상 서비스)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는 배경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2013년 1000억 원을 밑돌던 OTT 시장 규모가 2018년 기준 5136억 원을 기록했다. 2020년까지 약 7800억 원 규모로 성장한다고 한다.

OTT 서비스의 성공 요건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첫째, 소비자들의 구미를 맞출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해야 한다.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거나 자체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자원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둘째, 개인 맞춤형 ‘큐레이션’이 가능해야 한다. 사람들이 TV가 아닌 OTT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내가 원하는 콘텐츠만을 소비하고 싶어서다. 개인의 취향을 잘 파악하고 꼭 맞는 콘텐츠를 찾아내 제공하는 것이 핵심 요소다.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기술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국내의 OTT 서비스는 거대 자본을 확보하거나 콘텐츠를 제작한 경험이 있는 대기업에서나 가능한 일이라 여겼다. CJ E&M이 출시한 티빙, SK텔레콤의 옥수수, KBS·SBS·MBC 등 방송 3사가 연합해 만든 콘텐츠 플랫폼 푹(POOQ) 등이 대표적인 예다. 게다가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 업체가 한국에 진출하면서 국내 업체는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예상을 깨고 2030세대의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토종 OTT 서비스가 있다. 스타트업 왓챠 1 가 2016년 출시한 ‘왓챠플레이’다. 시작은 2012년 출시한 영화 추천 서비스 왓챠였다. 왓챠는 500만 명이 넘는 가입자가 남긴 5억여 건이 넘는 영화 별점 평가를 보유하고 있다. 이 데이터로 추천 알고리즘을 개발해 유저별 맞춤형 추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왓챠 서비스를 통해 고도화한 추천 알고리즘을 지렛대 삼아 영화, 드라마 등 개인별 맞춤형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유료 구독 서비스가 바로 왓챠플레이다.

왓챠플레이가 확보한 콘텐츠는 5만여 편. 다양한 콘텐츠와 취향 저격 큐레이션 덕에 사용자들은 월 구독료 4900∼7900원 2 을 기꺼이 지불한다. 한국에서 다른 대기업이 내놓은 OTT 서비스를 제치고 넷플릭스의 ‘라이벌’이라는 별칭까지 얻을 정도다. 업계에 따르면 왓챠플레이는 2018년 앱스토어/구글플레이 매출 기준으로 한국 시장에서 OTT 서비스 3위를 기록했다. 2018년 7월 이후 구글플레이 엔터테인먼트 부문에서 넷플릭스를 제치고 최고 매출을 내기도 했다. 2018년 왓챠플레이 매출은 약 100억 원 정도로 알려졌다.



스타트업 왓챠의 무기는 영화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도, 영화계와의 끈끈한 커넥션도 아니다. 철저한 데이터 중심 사고 덕분이다. ‘모든 것을 개인화한다’라는 창업 비전을 지키면서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분석할 수 있는 최적의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 자본도, 규모도 열세였던 왓챠는 어떻게 대기업과의 경쟁을 뚫고 구독자들을 사로잡았을까. DBR이 왓챠 창업 멤버들을 만나 왓챠와 왓챠플레이의 사례를 집중 분석했다.



DBR mini box I: 왓챠의 성장 과정
1. 서비스 출시
2019년 하반기 왓챠플레이 일본 진출 (예정)
2018년 8월 왓챠 글로벌 서비스(영어 버전) 론칭
2017년 8월 왓챠 도서 평점 서비스 출시
2017년 8월 왓챠플레이 ‘키즈모드’ 출시
2016년 1월 왓챠플레이 론칭
2015년 9월 왓챠 일본 론칭
2013년 5월 왓챠 모바일앱 (정식 버전) 론칭
2012년 8월 왓챠 웹 베타 버전 론칭
2011년 11월 왓챠 웹 알파 버전 론칭

2. 투자 현황


엑셀에 숨겨놓은 보물을 꺼내다
“네이버, 다음보다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

어릴 적부터 컴퓨터를 좋아했던 박태훈 왓챠 대표는 2003년 카이스트 전산학과에 들어갔다. 그가 대학을 들어간 해, IT 업계에는 큰 변화가 일어났다. 벤처기업이었던 네이버가 다른 포털업체인 다음, 엠파스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IT 업계의 지각변동에 큰 관심을 보였던 박 대표는 IT 관련 기사들을 빠짐없이 읽으며 관련 트렌드를 익혔고 포털 서비스도 구석구석 살폈다. 그가 내린 결론은 ‘서비스가 불편하다’였다. 포털 내 다양한 기능이 혼재되면서 입력해야 하는 개인 정보도 많았다. 무엇보다 내가 평소 이용하는 서비스나 뉴스를 보기 위해 매일 똑같은 작업을 반복하고 검색하는 것도 번거로웠다. ‘분명 포털업체들은 내가 자주 사용하는 검색어와 서비스 관련 정보를 알고 있을 텐데 왜 날 번거롭게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었다. 주변인들은 기존 서비스에 큰 불만이 없었다. 오히려 불편하다고 느끼는 박 대표를 ‘유별나다’는 시선으로 바라봤다.

박 대표가 인터넷을 이용하면서 느낀 귀찮음은 게임업체 넥슨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일할 때 최고조에 달했다. 그가 처음 사회생활하면서 시작한 각종 소비활동이 발단이 됐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과정으로 여겨졌던 신용카드 만들기와 자동차 보험 들기 등이 여간 번거로울 수 없었다. 알아봐야 할 정보도 많고, 선택해야 할 항목도 많았다. 누군가 나의 상황과 취향에 맞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알아서 골라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당시 어떤 기업도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 않았다. 결국, 언젠가 때가 되면 스스로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즉흥적으로 사업을 시작하진 않았다. 넥슨에서 일하면서 차곡차곡 사업 아이디어를 엑셀 파일에 모았다. 대학교 시절부터 모은 아이디어가 약 50여 개였다. 박 대표는 그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대신 그가 생각한 아이디어의 공통점을 묶어봤다. 결론은 ‘개인화’ ‘자동화’ ‘추천’이었다. 그의 사업 목표는 정해졌다. 개인별로 취향에 맞는 서비스를 추천해 세상을 바꾸는 것이었다.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고 있던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개인용 IT 디바이스가 확보되면서 개인화된 서비스가 보편화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물론 지금에야 이런 이야기가 당연하고 식상하게 들린다. 하지만 박 대표가 이 아이디어를 생각했던 시점은 2011년이다.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등과 같은 디지털 기술이 대중적으로 널리 언급되기 훨씬 이전이다. 그는 우연히 알게 된 머신러닝이 ‘멋있다’고 생각했다. 개발자였던 그는 해외 논문이나 책 등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머신러닝의 개념을 접했다. 자신이 언젠가 만들고 싶은 서비스의 핵심 기술임을 직감했다. 이 기술을 활용해 서비스에 성공하기 위해선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비교적 손쉽게 많은 양의 소비자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서비스를 생각해내는 게 관건이었다. 그렇게 생각해낸 게 영화다. 우선 가장 대중적인 아이템이라는 게 큰 장점이었다. 1년에 책을 한 권도 안 읽는 사람은 흔하지만 영화를 안 보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는 점에 착안했다. 적어도 텔레비전에서 명절에 방영하는 영화 한 편씩이라도 보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이 영화에 유독 관심이 많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한국은 글로벌 영화시장에서 6위를 차지할 정도로 막강한 티켓 파워를 자랑한다. 박 대표는 그만큼 영화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공유하고자 하는 니즈가 클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영화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를 조사하면서 영화 리뷰 데이터를 모아 공개하면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것이란 자신감도 있었다. 사람들이 영화를 평가하고 추천하면서 서로 갑론을박을 벌이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제대로 서비스를 하면 사람들의 반응이 좋을 것이란 확신이 생겼다.

이때부터 박 대표는 실제 그의 생각을 현실로 함께 만들어 갈 동업자를 찾아 나섰다. 함께 개발자로 일하던 동료에서 학교 동기, 선후배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설득했다. 대다수가 머뭇거렸다. ‘취지는 좋지만 현실에서 가능하겠냐’는 반응이었다.

모두가 그의 의견을 흘려들은 것은 아니었다. ‘데이터가 미래다’라는 비전에 동의하면서 재밌는 도전이라고 느낀 사람들도 있었다. 왓챠의 전반적인 기획과 전략을 맡고 있는 원지현 최고운영책임자(COO)와 모바일 개발을 맡고 있는 이태현 최고기술책임자(CTO)다. 여기에 당시 국내에서 머신러닝으로 포항공대에서 석·박사 통합과정을 하고 있던 박 대표의 오랜 친구 이충재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영입됐다. 이렇게 총 7명의 창립 멤버가 완성됐다. 2011년 9월 신사역 근처 허름한 사무실에 회사를 차렸다. 카카오벤처스의 1호 투자처로 선정돼 8억 원의 시드머니도 확보했다. 회사 이름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회사라는 의미를 담아 ‘프로그램스(Frograms)’ 3 라 지었다. 멤버들 간의 치열한 논의 끝에 서비스명은 왓챠(Watcha) 4 로 정했다.


핵심을 찌르는 ‘뾰족한’ 서비스
왓챠의 제1 원칙은 유저들이 원하는 핵심 서비스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유저들이 쉽고 빠르게 영화를 평가할 수 있고 좋은 영화를 추천받는 서비스라는 왓챠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데 주력한다. 왓챠 멤버들이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학습한 결과 세운 대원칙이다.

1. 알파 버전의 교훈
2011년 11월, 초기 테스트 모델인 알파 버전이 완성됐을 때다. 멤버들이 몇 달 날밤을 새우며 만든 첫 프로그램이었다. 각자 자신들의 실력을 뽐내며 그야말로 ‘혼’을 실어 만들었다. 영화 리뷰와 영화 추천 기능, 내가 본 영화 컬렉터 기능, 다른 유저를 팔로하는 기능 등 영화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모을 수 있는 수십 가지 기능을 탑재했다. 뿌듯함과 설렘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기대감은 빠르게 무너졌다. 테스트를 목적으로 창립 멤버 지인 수백 명에게 사이트를 돌려봤다. 반응이 혹평 일색이었다. 웹사이트가 너무 불편하고 복잡해 사용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화 컬렉터 기능, 영화 감상평을 기록하는 기능 등 영화 추천과 평가 외의 복잡한 기능이 많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이 프로그램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조차 파악하기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원 COO는 당시 만든 프로그램을 “프로그램을 어떻게 이용할지 자세하게 사용설명서까지 만들어 안내했지만 사람들은 복잡하고 불편하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다시 생각해보면 그때 만든 버전은 거대한 쓰레기였다”고 말했다. 충격을 받은 멤버들은 론칭 두 달 만에 알파 버전을 닫았다.

초기 멤버들 중에는 영화를 좋아하긴 했지만 영화 마니아나 전문가는 없었다. 고객의 입장보다 개발자의 입장에서 접근해 기술의 완결성만 강조한 것이 패착이었다. 실제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전에 그들이 타깃으로 하는 고객의 이야기를 듣는 게 먼저라고 판단했다. 그렇게 포커스그룹 인터뷰가 시작됐다. 이들은 네이버 블로그에 영화와 관련된 글을 쓰는 사람들을 찾아 일일이 온라인 쪽지를 보냈다. 이들에게 ‘고견이 필요하다’며 참여를 간곡히 요청했다. 이렇게 모인 영화 애호가들만 약 60명 정도 됐다.

이들이 원하는 건 간단했다. 제대로 된 영화 추천 서비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2시간짜리 영화를 보기 위해 이곳저곳을 뒤져 영화 평가를 한참 찾아봐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또한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의 경우 네이버 영화 별점 평가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들었다. 평가하는 사람들이 최저 점수와 최고 점수에 몰리게 되는데 평점은 이 중간값인 3점대가 나오기 때문이다. 별점 평가가 ‘평균의 함정’에 빠지는 상황에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영화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 대표와 멤버들은 유저들의 평균 별점이 아니라 각 유저의 취향과 선호도를 토대로 추천이 이뤄져야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렇게 참여자들의 정보가 하나씩 모이면서 왓챠의 밑그림이 다시 그려졌다.

처음엔 사람들이 너무 간소화한 웹사이트에 실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원 COO는 “기능을 몇 개만 남겨둔 단순한 서비스로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던 것은 사실이다. 처음 서비스를 접한 고객들이 실망한 채 왓챠를 외면할까 봐 두렵기도 했다”고 말했다.



생각이 많아졌던 왓챠 멤버들은 ‘스타트업 기본 원칙에 충실하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스타트업이 가장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기술 완성도에 대한 평가가 아니었다. 사용자들이 원하지도 않는 것을 오랫동안 만들어 결국엔 시장에서 외면받는 것이었다. 최소화한 단위의 제품을 만들어 피드백을 받으며 고도화하는 것이 맞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유저들이 서비스가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비판하거나 불만족하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계속해서 프로그램을 조금씩 개선할 수 있는 데 힘을 쏟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2012년 8월 나온 베타 버전은 영화 관련 기본 정보와 영화 별점 매기기, 추천 서비스, 영화별로 제공하는 유저의 예상 별점 등 핵심 기능만 남겼다.

그 결과 왓챠는 매우 간단하게 구성된 현재의 모습을 갖출 수 있게 됐다. 왓챠 모바일 앱에 들어가면 왓챠가 추천하는 영화 포스터와 유저의 예상 별점만 나열됐다. 영화 포스터 밑에는 유저가 지난번 기록한 영화 평가 기록을 토대로 유사한 콘텐츠도 소개해준다.

2. 왓챠 앱 버전 3.1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어 한다. 더 재밌고 좋은 기능이 있다면 추가하고 싶은 유혹도 떨치기가 어렵다. 그렇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이 프로그램을 찾아줄 것이라는 기대도 한다. 왓챠도 이 시기를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왓챠는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좋은 반응을 얻기 시작했다. 베타 버전 출시 이후 5개월 만에 영화 별점 평가 500만 개를 모을 수 있었다. 네이버가 수년 동안 모은 별점 개수가 700만 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고무적인 성과였다. 2013년 5월 왓챠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정식 론칭하면서 사용자 수는 더욱 크게 늘었다. 왓챠 멤버들은 뭔가 서비스에 변화를 주고 싶어졌다. 유저들끼리 서로 소통하고, 영화 관련 코멘트 등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등의 기능을 추가했다. 2015년 8월 일종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능을 강화한 앱 버전 3.0이 탄생한 배경이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처럼 유저들끼리 어떤 영화를 봤는지, 어떠한 리뷰를 남겼는지 등 이야기를 공유하는 서비스가 추가된 것이다.

상황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렀다. 유저들은 왓챠에 큰 불만을 나타냈다. 왓챠의 강점인 추천 서비스와 영화 평가 서비스를 사용하기가 너무 불편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일부 유저가 “우리는 인스타그램을 원하는 게 아니다”며 왓챠를 떠나버리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실제로 가입자 수, 이용률 등 정량지표들에서 적신호가 들어왔다.

왓챠 멤버들도 비상이 걸렸다. 이 상황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머리를 맞댔다. 격론 끝에 나온 결론은 왓챠 본연의 모습을 되찾는 것. 추가됐던 각종 SNS 기능을 대폭 축소하고 기존의 왓챠 서비스의 모습을 되살려 2016년 2월 왓챠 앱 3.1 버전을 출시했다.

단순히 앱만 업데이트하진 않았다. 왓챠는 구구절절하게 그동안의 고민과 고충을 유저들과 나눴다. 원 COO는 앱 소개란에 왓챠가 빠르게 앱 3.1 버전을 출시하게 된 배경, 갑자기 서비스를 변경하게 된 이유, 3.0 버전을 통해 왓챠가 깨달은 점을 써내려갔다. 진지하게 쓰진 않았다. 왓챠를 의인화해 재미있는 동화로 풀어 그동안의 일을 정리해줬다. 유저들 사이에서 이 이야기는 화제가 됐다. 우선 원 COO의 센스 있는 글솜씨를 칭찬했다. 그보다 더 높이 평가한 것은 왓챠가 빠르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유저가 원하는 서비스로 돌아왔다는 점이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정신 차리고 왓챠 핵심 서비스에 집중할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준 것이다. 실제로 이 앱 소개 이후 많은 유저가 왓챠로 돌아왔다. 글을 보고 호기심에 왓챠에 신규 가입한 유저들도 있었다.


개인화의 핵심: 알고리즘 고도화에 집중
왓챠는 유저별 취향을 파악해 콘텐츠 큐레이션을 해주는 것은 물론 콘텐츠별 각 유저의 예상 별점도 제시한다. 유저가 특정 영화 정보를 검색하면 왓챠 전체 유저의 평균 별점과 이 유저가 영화를 볼 경우 줄 것으로 예상하는 별점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다. 유저는 이 예상 별점을 토대로 콘텐츠를 소비할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다.

왓챠의 이 추천 알고리즘 덕에 이후 출시한 왓챠플레이가 빠르게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일부 OTT 서비스들이 자사가 보유하거나 제휴한 최신 콘텐츠를 중심으로 승부를 본다면 왓챠플레이는 개인의 취향을 파악해 그들이 진짜 원하는 콘텐츠를 찾아주는 데 주력한 것이다. 이 때문에 왓챠 멤버들은 한국 유저들을 가장 잘 이해하고 파악하고 있는 OTT 서비스 업체라 스스로 자부한다. 왓챠의 추천 알고리즘 개발 과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헤비유저에 집중해 기초 데이터 확보
알고리즘을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한 자원은 고객 데이터다. 정보를 많이 알수록 고객을 잘 이해할 수 있고 추천 정확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왓챠 역시 가장 많이 고민한 부분이 ‘어떻게 가장 유의미한 유저 데이터를 최대한 많이 모을 수 있을까’였다.

서비스 론칭 초기 정한 목표는 1인당 100편의 리뷰를 남기게 하는 것. 모든 직원의 핵심성과지표(KPI)로 삼을 만큼 사활을 걸고 집중했다. 왓챠는 왜 데이터의 절대량이 아니라 1인당 리뷰 개수에 집중한 걸까. 1000명이 10편의 영화를 평가하는 것보다 100명이 100편의 영화를 평가하는 것이 더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최대한 촘촘하게 유저의 취향을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절대량의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했다. 한 사람의 취향과 패턴을 정확히 알아야 다른 사람들의 패턴도 그와 비교해 유추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100개의 영화 선호도나 패턴이 비슷한 유저를 찾으면 이들을 서로 비교하고 대조해 좋아하는 영화와 싫어하는 영화를 파악하기가 쉬워진다. 실제로 왓챠 서비스의 추천 엔진은 자신과 유사한 평가 패턴을 보이는 다른 유저들을 자동으로 선별하고, 그들이 평균적으로 높게 평가하는 영화를 추천하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 작업을 위해 왓챠 멤버들은 먼저 콘텐츠 헤비유저를 공략했다. 영화에 관심이 많고 좋아하는 온라인 유저들에게 집중한 것이다. 이들에게 왓챠에 가입하면 자신만의 홈페이지에 자신이 본 영화 목록을 만들고 평가한 리뷰 내용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했다. 이들이 콘텐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후기도 유심히 보고 즐긴다는 점도 적극 활용했다. 짧게 남긴 후기를 SNS에 달린 댓글처럼 공유해 사람들이 동참하도록 유도했다. 처음엔 포커스그룹 인터뷰 참가자들이 ‘시드 유저(seed user)’가 돼 줬다. 이들은 왓챠를 사용해본 후 사용 소감을 자신의 블로그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자발적으로 알렸다.

영화광들의 경쟁 심리도 잘 이용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본 영화 개수와 리뷰 내용을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는 점에서 힌트를 얻었다. 유저들이 영화 리뷰 100개, 200개를 달성할 때마다 왓챠 내에서 친구를 맺고 있는 다른 회원들에게 알렸다. 마치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에서 친구의 생일을 알려주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자 다른 회원들도 자신이 본 영화 리뷰 개수를 적극적으로 추가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맹활약 덕분에 왓챠는 추천 알고리즘에 필요한 기초 데이터를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었다.

돈을 들이지 않고도 효과적으로 펼 수 있는 마케팅 활동도 다양하게 시도했다. 이동진 영화평론가와 같이 영화업계의 대표 인플루언서를 섭외해 왓챠를 사용하게끔 한 게 대표적인 예다. 왓챠에 대해 잘 몰랐던 이 평론가의 마음을 움직인 건 왓챠 직원들의 정성이었다. 그는 이 평론가가 조선일보 기자로 재직하던 시절 작성했던 기사를 모조리 스크랩해 책으로 만들어 선물했다. 이러한 노력에 감동한 이 평론가는 선뜻 왓챠 계정을 만들고 영화 리뷰를 쓰겠다고 결정했다. 이외에도 영화 평론계를 이끌고 있는 전문가들이 왓챠에 참여했다. 자연스럽게 왓챠의 인지도가 올라갔고, 공신력도 향상됐다.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함께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저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2. 유저 중심의 재밌고 간편한 UI·UX 개발
유저들이 쉽고 간편하게 영화 리뷰를 평가하도록 유도하는 사용자 환경(UI)과 사용자 경험(UX)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초기에는 유저가 자발적으로 더 많은 영화 리뷰를 남길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 사람은 누구나 친숙한 환경에서 더 적극성을 발휘한다. 영화 리뷰 평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이 실제로 봤을 법한 영화가 계속 나와야 평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이라고 봤다. 해답은 첫 영화 리스트 별점 평가 결과에 따라 유저가 봤을 확률이 높은 영화 리스트로 다음 화면을 구성해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유저가 보지 않았을 확률이 높은 영화를 걸러내는 것이다. 유저 A가 첫 화면의 평가 목록에 등장한 타이타닉을 선택하지 않았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이 유저는 1990년대 후반에 태어나 1990년대 영화를 모르는 20대일 확률이 높다. 이런 유저에게 다음 화면에 쇼생크탈출, 대부와 같은 영화를 보여줄 필요가 없다. 보지 않았거나 영화 자체를 모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 A 유저가 이렇게 과거 영화로 구성된 화면을 보게 되면 영화 별점 리뷰를 아예 포기하고 왓챠 앱을 닫게 될 것이다. 그 대신 타이타닉 이후 개봉된 히트작을 위주로 영화를 구성해 보여준다면 유저는 더 많은 영화 리뷰를 진행할 수 있다.

어느 정도 데이터가 쌓이자 왓챠는 ‘심화 과제’에 도전했다. 최대한 유저를 귀찮게 하지 않고 이들의 취향을 정확하고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알고리즘 개발에 집중했다. 사실 왓챠에 가입한 모든 신규 유저가 100편 이상의 영화 평가를 남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유저들에게 많은 요구를 하면 데이터를 더 많이 확보할 수는 있지만 그만큼 유저들의 불편함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가입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궁극적으로 유저들의 취향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영화 리뷰 개수를 찾아내는 과제를 풀어야 했다. 왓챠는 이 문제를 영화 포스터 리스트 ‘조합’에서 찾았다. 유저들이 별점을 매기도록 구성한 영화 포스터 리스트를 설문 조사 질문과 같다고 생각했다. 적절한 질문이 설문 조사 결과의 정확도를 높이듯 유저를 잘 알 수 있는 포스터의 조합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큰 과제로 떠올랐다.



이번엔 B라는 유저가 화면에 나열된 영화 중 로맨스 영화 포스터를 중심으로 선택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다음 화면은 로맨스 영화만을 나열해야 할까. 물론 그렇다면 확실히 이 유저가 로맨스를 좋아한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장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 그래서 왓챠는 로맨스가 아닌 다른 장르, 이를테면 공포나 스릴러, 코미디 영화로 구성해 보여준다. 이 장르에 대해 이 유저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영화 추천 범위를 좁힐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개인화 추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저들이 싫어하는 것을 확실히 찾아내 추천하지 않는 것이다. 좋아할 만한 것을 추천하지 않은 것은 유저들이 모르고 지나칠 수 있다. 하지만 싫어하는 것을 추천하는 순간 추천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가 확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유저가 이 서비스는 자신을 잘 모른다고 판단하고 더 이상 이용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에서 우리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이다”고 말했다.

왓챠는 알고리즘을 고도화하면서 유저들이 평가해야 하는 최소 영화 개수도 점점 줄여나갔다. 처음에는 30개 이상의 콘텐츠를 평가해야 했다면 이제는 10개만 평가해도 유저들의 성향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실제 이 방법은 글로벌 OTT 기업인 넷플릭스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자신한다. 왓챠는 넷플릭스의 테크 블로그에 공개된 알고리즘의 정확도와 자신이 개발한 알고리즘을 비교 분석해본 결과 예상 별점 정확도가 거의 유사하거나 높게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유저의 번거로움이 줄고 정확도가 올라가면서 모이는 데이터 숫자는 더욱 늘었다. 유저가 자발적으로 더 많은 영화 별점을 매기기 시작했다. 초기 왓챠의 목표였던 1유저당 영화 100편 별점 리뷰도 금세 달성할 수 있었다.

DBR mini box II: A/B 테스트에 대한 집착이 완성한 추천 알고리즘


왓챠는 어떻게 빠른 시간 안에 추천 알고리즘을 고도화할 수 있었을까. 여러 가지 옵션을 만든 후 유저 그룹을 나눠 테스트를 한 후 그 결과를 반영하는 A/B 테스트를 거쳐 최적의 환경을 찾아낸 덕분이다. 화면상 영화 포스터의 배치는 어떻게 할지, 영화 평가를 위해 주는 별점은 몇 개로 할지, 별의 이미지 효과를 어떻게 넣는 게 유저들에게 더 흥미롭게 다가가는지 등 세세한 부분까지도 일일이 테스트를 거쳐 결정했다.

왓챠가 최적의 별점 평가 개수를 찾기 위해 선택한 것 역시 A/B 테스트. 테스트 그룹을 3개로 나눠 그룹마다 10개, 20개, 30개의 영화 평점을 매겨달라고 요청했다. 그 그룹 안에서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바꾸면서 유저들의 취향을 분석해 정확도를 확인했다. 테스트 기간만 무려 6개월에 달했다.

원 COO는 “우리는 신규 기능을 테스트하거나 기존 추천 서비스의 정확도를 올리기 위한 방법을 모색할 때 유저들을 절반으로 나눠서 A/B 테스트를 기본으로 진행한다. 심지어 가입 신청을 하는 버튼 크기와 색깔까지도 테스트를 거칠 정도다. 최종 결정에 필요한 지표(유저 이탈률, 리뷰 개수 등)를 중심으로 한 달이건, 일주일이건 관찰을 한 후 우월한 지표가 나온 옵션을 선택하는 식이다. 지금껏 유저들의 UX와 UI를 최적화하기 위해 거의 150건이 넘는 테스트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3. 유저에게 ‘감동’을 주는 추천
왓챠의 욕심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기계적으로 정확도가 높은 추천이 아니라 ‘어떤 추천이 이 유저에게 더 의미가 있을까’를 고민했다. 유저들이 왓챠를 통해 영화를 볼 수밖에 없는 특별한 이유를 만들고 싶었다. 만약 왓챠가 유저가 자신도 모르는 취향을 파악해 먼저 제안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왓챠는 이 생각을 추천 알고리즘에 그대로 옮겨 담았다.

C라는 유저의 사례를 들어보자. 이 유저가 그동안 영화를 평가한 데이터를 보니 대부분 마블 영화에 높은 별점을 줬다. 감상했다고 기록한 영화도 비슷한 장르였다. 심지어 이 영화에 대한 C의 예상 별점은 5점 만점에 4.9점이나 됐다. 이 유저에게 어벤져스나 스파이더맨과 같은 영화를 추천하면 정확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런 유저에게 왓챠는 ‘이터널 선샤인’이라는 드라마 영화를 계속해서 추천해줬다. 물론 C는 처음에 이 추천이 이상하다고 여겼다. 왓챠의 분석 시스템에 오류가 있는지 계속 의심했다. 그럼에도 이 추천 영화가 사라지지 않자 호기심에 영화를 보게 됐다. 영화를 본 후 C는 왓챠의 추천 알고리즘의 오류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전의 영화에서 받을 수 없는 큰 감동을 받았다. 만약 왓챠가 추천해주지 않았다면 평생 시도해보지 않았을 영화였다. 그는 왓챠가 제시한 그 어떤 추천 영화보다 더 큰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고 이는 곧 왓챠의 추천 서비스에 대한 신뢰로 이어졌다. 다른 유저들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왓챠가 유저들이 남긴 여러 가지 단서를 잘 포착해 데이터화해 분석한 결과다. 영화 별점 평가 패턴은 물론 유저들의 검색 내용, 댓글 내용, 관심 있는 영화로 등록한 영화 중 실제 본 영화의 비율 등을 통해 선호하는 배우와 감독, 장르 등의 정보를 추출한다. 이런 다양한 정보를 분석해 유저들이 생각도 하지 못한 새로운 영화를 찾아내 추천해 주는 것이다.

알고리즘 고도화 과정을 거쳐 왓챠의 추천 정확도와 만족도가 높아지자 유저들이 속속 왓챠로 모여들었다. 기존 영화 별점 서비스의 강자였던 네이버보다 신뢰도가 높다는 평가도 받았다. 실제로 왓챠의 콘텐츠별 별점 분포가 중간값을 중심으로 퍼지는 종형 모형이라면 네이버의 별점 평가 분포도는 최저점과 최고점을 중심으로 퍼진 모형으로 나타났다. 왓챠가 네이버보다 정보 왜곡이 적다는 얘기다.

누구나 무료로 들어와서 영화 정보를 검색할 수 있고, 별도의 진입장벽 없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해주다 보니 재미 삼아 가입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왓챠가 정말 자신의 취향을 잘 맞추는지, 왓챠가 제공한 예상 별점과 실제 콘텐츠를 시청한 후 매긴 별점의 차이는 얼마가 나는지 비교해 봤다. 스마트폰 앱 사용이 보편화되고, 젊은 층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왓챠 앱은 다운로드 순위 상위권을 줄곧 유지했다. 유저가 늘어나니 데이터가 쌓이는 것은 당연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알고리즘이 점점 더 정교해졌다. 앱 서비스의 정확도와 만족도는 더욱 높아졌다. 데이터 수집과 알고리즘 개발의 선순환 고리가 완성됐다.

사람들이 왓챠를 유명한 영화 전문 잡지나 평가 매체와 같은 영화 평론 매체로서도 인정하기 시작했다. 진가를 가장 먼저 알아본 것은 구글이었다. 구글은 2013년 왓챠와 제휴를 맺고 왓챠의 영화 리뷰 평가를 공유했다. 같은 해 영화 VOD 서비스를 본격화한 IPTV 업체들이 관심을 보였다. 여러 해를 거친 협의 끝에 2015년 SK브로드밴드와 첫 계약이 이뤄졌다.

영화 제작사들도 왓챠를 홍보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왓챠를 활용해 개봉 예정작을 재밌게 볼 만한 유저들을 타기팅해 캠페인을 할 수 있게 됐다. 2013년 개봉한 영화 ‘숨바꼭질’의 경우 예상 별점, 선호하는 키워드 등을 분석해 새로 개봉하는 영화를 좋아할 확률이 높은 유저들만 초청한 시사회를 진행했다. 영화 별점 평가를 해본 결과 일반 관객(5점 만점에 3.58점)보다 1.2점이나 높은 4.59점을 기록해 왓챠 추천 서비스의 정확성을 증명했다.


DBR mini box III: 친구 같은 플랫폼… 밀레니얼 취향 저격한 소통법
왓챠플레이는 2030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서비스다. 18세부터 35세의 유저가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왓챠는 젊은 층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의사소통 문법이나 사용자 환경을 만드는 센스를 발휘했다.

왓챠 멤버들은 애플리케이션에 등장하는 안내 문구부터 해요체로 바꿨다. 실제 유저와 개인적으로 만나 대화하고 있다는 가정하에 모든 서비스 문구를 정했다. 예를 들어, ‘왓챠가 추천하는 작품입니다’처럼 딱딱하고 형식적인 문구가 아니라 ‘○○ 님이 선호하시는 작품들을 모아봤어요:)’라는 문구를 사용한다. 영화 별점 평가를 독려할 때도 ‘∼님의 취향을 조금을 알 것 같네요. 조금만 더 노력해주세요’라고 대화하듯이 이야기해준다. 원 COO가 한 자 한 자 고민해서 내놓은 결과였다. 그는 “지금이야 이런 식으로 대화식 문구가 많이 등장했지만 처음 우리가 서비스를 론칭할 때만 해도 딱딱한 형식의 문구가 일반적이었다. 개인화된 서비스를 하는 만큼 유저들이 왓챠를 나만의 공간이라 생각하고 편안함을 느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영화 분류 방법도 젊은 세대의 취향에 맞게 바꿨다. 스릴러, 로맨스, 코미디 등 장르별 분류 방식에서 벗어나 개인별 연관 있는 키워드 중심의 ‘태그’별로 영화를 구분했다. 예를 들어, 멜로 영화는 ‘현실 공감 연애 영화’ ‘연애하고 싶은 로맨틱 영화’와 같이 키워드를 세분화해 분류했다. ‘디카프리오 마약 빤 폭풍 연기’ ‘못잘생긴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다른 작품’ 등 위트가 넘치는 제목으로 유저들과 소통했다. 추천한 영화를 고르는 동안에서도 유저들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전반적인 고객 관리에도 왓챠만의 ‘친근한 서비스’는 빛을 발했다. 왓챠는 고객들이 서비스 개선을 위해 남긴 건의사항을 허투루 듣지 않았다. 이들이 VOC에 올린 내용들을 모두 공개하고 다른 유저들이 댓글을 달거나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중 왓챠 서비스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적극 반영하기도 했다. 별점을 기존 한 개 단위가 아닌 반 개 단위로 평가할 수 있게 해 총 10개 단계로 평가를 세분화한 게 대표적인 예다.

왓챠플레이에서도 이 같은 정책은 그대로 유지됐다. 이에 덧붙여 유료 구독자들의 서비스 해지도 쿨하게 받아들였다. 복잡한 해지 경로를 만들어 해지할 의욕을 꺾어버리는 방식은 과감히 버렸다. 대신 해지할 때 구독자들이 기록한 불만사항을 세심하게 챙겼다. 만약 이들이 생각하는 불만을 해소한 경우 일일이 e메일을 보내 다시 한번 사용해 볼 것을 권유했다.

원 COO는 “콘텐츠 구독 서비스는 일반 게임과 달리 해지한 구독자들이 다시 돌아올 확률이 높다. 결국 해지한 구독자들도 잠재 고객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최근 왓챠플레이에 신규로 가입한 사용자 중 3분의 1은 과거에 구독했다가 중단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롱테일 소비’로 차별화한 OTT 서비스 시장 공략
2015년 봄, 박 대표가 추가 자금 유치를 위해 투자자들을 만나고 다닐 때다. 투자자들은 왓챠가 어떻게 수익을 내고 확장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매우 궁금해 했다. 왓챠는 당시 영화 광고와 영화 리뷰 대여 등으로 돈을 벌고 있었다. 하지만 큰 매출로 이어지진 못했다. 투자자 입장에선 왓챠가 앞으로 돈을 벌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 박 대표는 향후에 왓챠가 축적한 영화 데이터, 추천 알고리즘과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를 결합해 유료 구독 서비스를 할 것이라 답했다. 그러자 투자자들은 “왜 지금 하지 않는 거냐, 당장 시작할 방법은 없는 거냐”며 되물었다.

박 대표를 비롯한 왓챠 멤버들은 처음에 이 제안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때만 해도 이런 서비스를 하려면 대기업이 1000억 원 정도 들여 1년 정도 준비해야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스타트업이 유료로 콘텐츠 사업을 시작해 성공한 전례도 없었다. 회사 내부에서도 새 비즈니스에 대한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았다.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가장 큰 문제는 불법 다운로드 시장이었다. P2P나 토렌트 등 불법 다운로드 사이트에서 영화나 콘텐츠를 다운로드받는 게 더 일상적인 시절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스타트업이 유료 구독 서비스를 하는 것은 너무 위험해 보였다.

박 대표는 겁부터 먹고 지레 포기하는 대신 실제로 가능한 일인지 알아보는 쪽을 택했다. 일부 왓챠 멤버들이 ‘재밌겠다. 새로운 도전이다’며 지지한 것도 큰 힘이 됐다. 우선 소비자들이 진정 이 서비스를 원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답해봤다. 답은 그렇다는 것이었다. 동영상 콘텐츠 소비 시장에서 충족되지 않은 소비자 니즈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소비자들이 스스로 어떤 콘텐츠를 선택해야 할지 스스로도 잘 모른다는 점이었다. 사람들은 온라인이나 모바일을 통해 콘텐츠를 소비할 때 주로 최신작을 위주로 선택한다. 최신작을 가장 좋아해서가 아니라 IPTV의 VOD 서비스와 같이 많은 콘텐츠 유통 채널에서 최신작 위주로 콘텐츠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최신작이 아닌 자신의 취향에 맞는 영화를 찾아보려고 해도 정확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를 잘 몰라 선택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았다. 영화 검색만 수십 분 하다가 영화 선택을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두 번째는 소비자가 선택한 영화에 대한 불확실성이었다. 대부분의 영상 콘텐츠는 건당 가격이 매겨졌다. 적게는 1000원, 많게는 1만 원을 지불하고 영화나 각종 콘텐츠를 시청해야 한다. 꼭 보고 싶은 영화라면 소비자들이 기꺼이 그 돈을 지불할 것이다. 문제는 그 콘텐츠가 정말 재미있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지 모르는 상황에 종종 처한다는 사실이다. 결국 사람들은 이 콘텐츠를 소비할지, 말지 한 번 더 고민하게 된다. 그러다 자신이 없어지면 유료 콘텐츠 소비를 포기하고 무료로 제공되는 영화나 보며 시간을 때우자고 생각한다.

이 두 가지 요소 모두 기존 왓챠 서비스를 통해 해소할 수 있었다. 왓챠의 추천 서비스를 통해 개인의 취향별 영화 리스트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영화마다 예상 별점도 알려줘 실제 영화를 시청했을 때의 만족도도 미리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소비자들이 부담스럽게 느끼지 않는 가격 수준에서 월정액으로 콘텐츠를 제공할 수만 있다면 서비스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현 시장 상황에 너무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넷플릭스가 성공하고 있는 만큼 유료 구독 서비스는 어쩔 수 없는 트렌드라고 판단했다. 국내 IPTV 업체들과 지상파 방송국이 VOD 사업을 하면서 불법 영상에 대한 단속과 규제가 강화된 것도 호재였다. 콘텐츠를 올리고 다운받는 웹하드 업체들의 사업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뀌는 등 콘텐츠 불법 다운로드에 대한 정부 규제도 강화됐다. LTE 무제한 요금제가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이 콘텐츠를 자유자재로 검색하고 다운로드받을 수 있게 된 상황도 유리하다고 봤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콘텐츠를 확보하는 방안이었다. 자체 콘텐츠가 없는데다 제작 여력이 없는 왓챠 입장에서는 콘텐츠를 공급받는 것밖에 대안이 없었다. 박 대표는 왓챠 유저들의 데이터를 토대로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살펴보면서 ‘롱테일 소비’를 떠올렸다. 왓챠에 들어오는 유저들이 영화를 평가할 때 신작에 편중되지 않은 사실에 주목했다. 유저들이 신작을 선택하는 비율이 약 18%에 불과했다. 나머지 별점 데이터는 모두 철 지났다고 평가받는 옛날 영화에서 나왔다. 인기 없는 영화들처럼 보일 수 있지만 취향이 제각각인 개인들이 한 편씩 보다 보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박 대표는 “사람들은 재밌는 영화를 좋아하는 것이지 최신 영화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꼭 새로운 영화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영화만 확보해 개인별로 만족할 만한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콘텐츠 공급업체(Content Provider, CP)들을 찾아다니며 과거 영화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지 물었다. 왓챠의 추천 서비스가 좋으니 분명 잊힌 영화들로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잠시, 영화 콘텐츠 사업의 수익 구조를 살펴보자. 영화 콘텐츠 매출의 약 90%가 영화 개봉 직후와 VOD 신작으로 판매되는 첫 3개월 안에 발생한다. 나머지 10%의 매출은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에 거쳐 생긴다. 시간이 지날수록 매출을 내기 매우 어려운 구조다. 이미 매출이 나기 어려운 콘텐츠를 제공해 추가 수익을 얻는다면 CP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었다. 게다가 신작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 IPTV사들과 겹치지 않아 업계 내에서 부담이 없다는 점도 장점이었다.

박 대표가 수소문한 결과 10개 CP사가 영화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어떤 영화를 제공받을지는 왓챠에서 정했다. 그간 쌓아온 데이터를 통해 실제 유저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골라냈다. 대부분의 계약은 매달 유저들의 전체 시청 분수 중 각 CP사가 제공하는 영화 시청 분수 비율에 따라 정산하는 Revenue Share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다음 문제는 구독료였다. 매월 정기적으로 돈을 내야 하는 만큼 부담스럽지 않는 가격대를 설정해야 했다. 특히 주 타깃이 20∼30대인 만큼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다는 점도 고려했다. 그러다 이들이 가장 돈을 부담스럽지 않게 쓰는 품목이 뭘까 곰곰이 따졌다. 다름 아닌 스타벅스 커피였다. 커피 한 잔 마실 돈으로 한 달 동안 영화를 공짜로 볼 수 있다면 충분히 유저들의 지갑을 열 수 있을 것 같았다. 4900원이라는 가격이 정해졌다. 이렇게 2016년 2월, 총 5개월 동안 30억 원을 들여 만든 ‘왓챠플레이’가 탄생했다.


시행착오를 통한 서비스 개선
처음부터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었다. 출시한 후 몇 달 동안 왓챠플레이는 큰 호응이 없었다. 사람들이 좀처럼 서비스를 구독해주지 않았다. 내부에선 초초한 마음이 점점 더 커졌다. 우리가 세운 가설이 틀린 것 아니냐는 문제도 제기됐다. 원인부터 빠르게 규명해야 했다. 왓챠플레이를 웹 버전으로만 낸 것이 패착이었다. 당시만 해도 사람들이 영화를 볼 때에는 스마트폰보다 컴퓨터를 주로 사용했다. 큰 화면에서 보는 게 더 익숙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용 환경에 맞춰 왓챠도 우선 웹 버전의 왓챠플레이를 출시했다. 그런데 왓챠가 타깃으로 하는 2030세대 사이에서는 모바일로 콘텐츠를 점점 더 많이 소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유튜브와 같은 영상 콘텐츠에 익숙해지면서 모바일을 통한 영상 소비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멤버들은 신속하게 모바일 앱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모바일 앱을 개발한 후 홍보활동도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왓챠 유저들 중 신청을 받아 왓챠플레이 간담회도 진행했다. 이때 선정된 200∼300명에게 왓챠플레이를 먼저 써보게 하고 반응을 살폈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나오면 바로 앱에 반영했다. 2016년 6월, 모바일 앱을 론칭한 후 구독자 수는 5배 더 늘어났다.

초기에 힘이 돼준 건 역시 왓챠의 유저들이었다. 이들이 자연스럽게 왓챠플레이 서비스로 넘어오면서 기반을 다졌다. 전체 구독자의 80%를 차지할 정도였다. 박 대표는 “CP들과 왓챠 서비스를 하면서 이미 좋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었고, 왓챠 추천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 높았다. 또한 왓챠 유저들이 왓챠플레이의 시드 구독자가 되면서 비교적 빠르게 서비스를 활성화할 수 있었다. 만약 왓챠가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다면 시도할 수 없었던 비즈니스다”고 말했다.



모바일 앱 론칭 이후에도 풀어야 할 과제가 있었다. 구독자가 꾸준히 늘긴 했지만 폭발적인 반응은 아니었다. 일부 유저들은 ‘왓챠플레이가 생각보다 볼 게 없다’며 실망하고 돌아가기도 했다. 박 대표와 멤버들은 기존 콘텐츠 외에도 구독자를 끌어당길 수 있는 킬러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이때부터 열심히 할리우드 스튜디오 제작사의 문을 두드렸다. 이들에게 e메일로 제안서를 수도 없이 써서 보냈다. 그러나 콧대 높은 미국 제작사들이 잘 알려지지 않은 왓챠플레이에 콘텐츠를 제공할 유인책이 딱히 없었다. 왓챠 멤버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성실하게 e메일로 연락을 했다.

1년쯤 지날 무렵, 미국 프리미엄 영화채널이자 콘텐츠 제작사인 HBO에서 연락이 왔다. 왓챠플레이가 구독자 수도 늘리고 조금씩 알려지자 이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수차례 콘퍼런스콜을 하고 미팅을 한 끝에 왓챠플레이는 2017년 말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왕좌의 게임은 한국에도 팬층이 두터운 미국 드라마다. 일부 왓챠플레이 구독자들이 왕좌의 게임과 같은 인기 미드(미국 드라마)를 보려고 가입했을 정도다. 예상보다 좋은 결과가 나오자 HBO는 추가로 콘텐츠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다른 할리우드 제작사들에서 먼저 연락해 오기 시작했다.



이후 왓챠플레이는 빠르게 성장했다. 유료 구독자 수도 점점 늘어났다. 기존 왓챠 유저의 비율은 10%로 낮아졌다. 90%의 구독자가 왓챠플레이를 보기 위해 신규로 가입한 셈이다. 60개 사에서 약 5만여 개 영화와 방송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6곳(디즈니, 소니픽처스, 20세기폭스, 파라마운트, 워너브라더스, 유니버설)과 모두 계약을 성사해 콘텐츠의 질도 높였다. 객관적인 지표도 크게 개선됐다. 구독자 중 75%가 왓챠플레이가 추천해준 콘텐츠를 소비하고, 월평균 왓챠플레이에 평균 24시간 정도 머문다.

유료 구독에 대한 사람들의 거부감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도 힘을 실어줬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하면서 유료 구독 콘텐츠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고, IPTV사들의 월정액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고 있던 때였다. 박 대표는 “스타트업의 성패는 시장 변화와 서비스가 얼마나 잘 맞아떨어졌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너무 빨리 앞서나가면 버틸 힘이 없어 주저앉고, 너무 늦게 나가면 시장에서 설 자리조차 빼앗기게 된다. 결국 다른 경쟁자보다 반보 먼저 앞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왓챠플레이가 시장에 정착할 수 있던 배경에는 빠르게 변화했던 시장 상황의 역할도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최근엔 해외 시장 진출에도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15년 왓챠 서비스로 일본에 진출한 후 4년 만인 2019년 하반기 왓챠플레이도 선보일 예정이다. 그동안 왓챠 서비스를 통해 확보한 일본 유저들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일본 구독자들에게 왓챠플레이의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것이다. 2018년 8월 글로벌 버전인 왓챠 4.0으로 업데이트한 이후 해외 각국에서 왓챠를 사용하는 유저들이 늘어나고 있다. 왓챠에 따르면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 기준 약 106개국에서 왓챠 앱을 사용하고 있다. 최근 가입자 중 약 절반이 미국, 동남아, 인도 등 해외 국적의 사용자들이다.


콘텐츠 공급자와 공생하는 플랫폼
왓챠플레이는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이나 대기업의 공격적인 OTT 시장 투자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른 OTT 사업자들과 달리 콘텐츠 공급자들과 공생하는 플랫폼을 구축해 차별화된 가치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제작사에 의뢰한 콘텐츠를 독점으로 제공한다. 기존 영화제작사와 방송사와 비해 더 재미있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다. 국내 OTT 업체인 티빙이나 푹은 기존 방송사 콘텐츠가 주를 이룬다. 대부분 최신 영화나 드라마 위주로 구성돼 있다.



반면 왓챠플레이는 기존 영화나 콘텐츠를 제공받아 유저별 맞춤형 큐레이션을 통해 제공하는 데 주력한다. 박 대표는 “넷플릭스가 세계 최대 온라인 방송국을 표방한다면 왓챠는 고객의 선호에 맞게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세계 최대 온라인 비디오 가게다. 다른 OTT 업체들이 제작한 콘텐츠를 많이 소비하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왓챠플레이는 왓챠 서비스부터 쌓인 수많은 데이터를 조합해 개인이 선호하는 콘텐츠를 추천해 왔다. 콘텐츠 그 자체가 아니라 유저들을 더 잘 이해하고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와 기술이 우리의 경쟁력이다”고 말했다.

왓챠가 콘텐츠 산업 생태계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도 강조한다. 대부분 OTT 서비스는 자사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공개해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영화 제작사나 방송사와 배타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반면 왓챠플레이는 제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 역할을 맡는다. 어떤 방송사건, 영화제작사건 조건만 맞는다면 왓챠플레이에 태우는 것이 어렵지 않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왓챠플레이에서 왕좌의 게임이나 빅뱅이론 등 넷플릭스나 기존 경쟁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명작 시리즈를 감상할 수 있다. 해외 방송사와 제휴를 맺고 인기 있는 드라마의 국내 독점 판권도 가질 수 있게 됐다.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감독판’은 2019년 3월29일 왓챠플레이에서 독점 공개할 예정이다. 총 6편으로 이뤄진 이 시리즈는 영국 BBC와 미국 AMC에서 방영됐다. 박 감독이 최초로 연출한 드라마라는 점에서 한국 영화 팬들 사이에서도 관심이 높았다. 어떻게 한국에서 유통이 될지, 어떤 플랫폼에서 이 드라마의 판권을 가져갈지에 대해서도 여러 말이 오갔다. 선택은 국내 방송사도, 글로벌 OTT 업체도 아닌 왓챠플레이였다. 이 결정에는 기존 OTT 서비스에 대한 방송사들의 반감과 경쟁의식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왓챠 관계자의 설명이다.

왓챠는 앞으로 국내외 CP, 유통사 등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B2B로 확대할 계획이다. 크게 두 가지 방법이 거론된다. 첫 번째는 왓챠 유저들의 데이터를 사전 제작 단계에서 활용하는 것이다. 유저들의 성향이나 영화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앞으로 만들 영화의 흥행 가능성을 분석할 수 있다. 제작사들은 흥행률을 높일 수 있고, 관객은 더 만족스러운 영화를 만날 수 있게 된다. 두 번째는 콘텐츠 제작사들이 왓챠플레이를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국내에 개봉되지 않은 영화나 드라마를 왓챠플레이 구독자들에게 먼저 보여주고 반응을 살펴보는 것이다. 왓챠플레이는 소니픽처스와 협업해 원더우먼 스토리, 브릭스비 등 국내 미개봉작 21편을 공개할 예정이며 다른 할리우드 콘텐츠 제작사로 확대할 방침이다. 박 대표는 “국내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게 되면 기존에 흥행이 불투명해 개봉되지 않은 영화들도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제작사 입장에서도 간단한 테스트를 통해 성공 확률이 높은 개봉작을 골라 상영해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DBR mini box IV: ‘오픈 데이터 플랫폼’ 표방한 콘텐츠 프로토콜 프로젝트
왓챠는 2018년 싱가포르에 법인을 세우고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 프로토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왓챠에 정보를 제공한 유저들에게 암호화폐인 콘텐츠 프로토콜 토큰(CPT)으로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주고, 유저들이 생성한 모든 데이터를 콘텐츠 유통, 생산자와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콘텐츠 생태계를 형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유저 100만 명에게 CPT를 지급하는 등 시범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콘텐츠 프로토콜은 왓챠가 스스로 규정한 정체성에 기반한 선택이기도 하다. 앞서 강조했듯 왓챠는 스스로 모든 서비스를 ‘개인화’하는 회사라고 말한다. 단순히 경쟁사에 비해 OTT 서비스를 잘하는 것보다 데이터를 잘 활용하고 데이터를 통해 차별화한 가치를 창출하는 프로세스에 더욱 집중한다. OTT 서비스 업계의 기존 룰에 맞춰 경쟁하기보다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해 콘텐츠 산업에 참여하는 소비자와 생산자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구조를 구상한 것이다.

박 대표는 “넷플릭스 등 다른 OTT 사업자의 경우 유저의 데이터를 비공개로 하고, 내부에서만 활용하고 있다.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제작해 제공한 회사들도 넷플릭스에서 유저들이 어떻게 자사의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는지 그 데이터를 볼 수 없다. 우리가 콘텐츠 제작사들을 만나 보면 이러한 OTT 사업자들의 폐쇄적인 비즈니스가 가장 큰 불만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왓챠는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고객 데이터를 공개하고, 공유하게 되면 콘텐츠 비즈니스의 성공 확률이 높아지고, 콘텐츠의 질도 더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예를 들어 콘텐츠 제작사가 어떤 영화를 제작하려고 할 때, 왓챠 유저들이 유사한 영화를 어떻게 평가했는지, 그 영화들에 대해 부족하게 느꼈던 점은 무엇인지 등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이 데이터를 반영해 관객들이 더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콘텐츠 업계의 정산 문제도 투명하게 바꿀 수 있다. 보통 콘텐츠가 유통될 때 콘텐츠의 가격은 개별로 평가받지 않는다. 상영 시간이나 횟수 등으로 정할 뿐이다. 만약 콘텐츠를 유통하기 전 그 콘텐츠가 실제로 얼마나 많은 구독자가 보게 될지 사전에 분석할 수 있다면 합리적인 가격에 콘텐츠를 거래할 수 있다.

개인 정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최근까지도 개인 정보는 사람들이 서비스를 무료로 쓰기 위해 반대급부로 지불한 것과 같이 인식됐다. 하지만 상황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의 개인 정보 침해 문제가 불거지고 있고, 사용자들도 자신의 정보에 대한 권리가 있다는 것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수년 후에는 사용자가 개인 정보 제공 여부를 선택할 수 있고, 제공한 경우에는 보상을 받는 것이 당연한 시대가 올 것이라는 게 왓챠의 판단이다.

원 COO는 “현재 유저들에게 주는 CPT는 왓챠플레이를 포함, 콘텐츠 프로토콜과 제휴한 모든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콘텐츠 제작/배급사에 판매해 생기는 수익을 재분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유저들은 이 토큰으로 왓챠플레이 서비스를 구매해도 되고,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현금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비스 이용의 불편함, CPT를 받기 위해 유저들이 어뷰징할 수 있는 가능성 등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영 기자 mylee03@donga.com


DBR mini box V: 왓챠플레이의 성공 요인과 향후 과제
왓챠플레이와 같은 콘텐츠 중개형 플랫폼의 경우 카노(Kano)의 품질모형 서비스 품질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Kano, 1984). 카노 교수가 제시한 품질요인 분석모형에 의하면 품질은 이용자의 만족과 불만족이라는 주관적 차원과 충족과 불충족이라는 객관적 차원의 상호관계를 통해 당연적(must-be), 일원적(one-dimensional), 매력적(attractive) 품질과 무관심, 역품질 등 5가지의 품질요소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에서 특히 고려해야 하는 품질요소는 매력적, 일원적, 그리고 당연적 품질이다. 먼저, 매력적 품질은 기대가 충족될 경우 만족을 주지만 충족되지 않아도 크게 불만족은 없는 요소다. 고객(이용자)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거나 기대를 초과하는 만족을 줄 때 고객 감동 요인이 된다. 반면 일원적 품질은 충족이 되면 만족하고, 충족되지 않으면 불만을 일으키는 가장 기본적인 품질요인, 즉 order qualifier적 성격을 갖고 있다(Hill, 2000).

 


당연적 품질은 충족되면 당연한 것으로 별다른 만족감을 주지 않으나 충족되지 않을 경우 고객은 불만을 일으키게 되고 이탈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품질 요인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구매 고객은 일반적으로 차의 연비가 좋으면 만족하고, 나쁠 경우에는 불만족한다. 이러할 경우 자동차의 연비는 일차원적이거나 또는 일원적인 품질 속성을 갖는다고 한다. 그러나 자동차 브레이크의 경우에는 브레이크가 잘 듣는다고 해서 고객은 만족하기보다는 당연한 것으로 느낄 것이고 브레이크가 나쁠 경우 불만족을 크게 느낄 것이다. 이때 브레이크는 당연적 속성을 갖는다고 한다. 한편, 만약 주인의 음성으로 시동이 걸리는 자동차가 있다고 가정할 때 이 기능이 있으면 만족하지만 없다고 해서 고객은 불만족하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때 음성인식 시동장치는 매력적인 속성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카노의 품질 요인 관점에서 볼 때 왓챠플레이가 그동안 지속적으로 가입자를 확보하고 그 포획된(captured) 가입자들이 그 커뮤니티에 머물고 있는 것은 지불하고자 하는 가격 대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할 다양한 콘텐츠와 추천 서비스에 대한 가입자의 만족도 덕분이다. 왓챠플레이는 콘텐츠 확보, 추천 기능의 만족도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콘텐츠 이용에 있어 이용자가 원하는 부가적 기능이라든지, 화면이나 자막의 구성, 추천 시스템의 진화 등 이용자들이 어떤 아이템에 매력적이면서도 당연적인 품질 요소로 느끼는지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파악해야 한다. 왓챠 멤버들이 알고리즘을 만들 때 추천의 기본 원칙을 ‘유저들이 싫어하는 취향을 파악해야 한다’고 정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용자들이 싫어하는 것을 추천하는 순간 추천 기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숙지한 결과다. 왓챠플레이는 영화 추천 기능만 제공했던 왓챠 서비스를 통해 알고리즘을 고도화하면서 품질 요소도 함께 진화시켰다. 사용자가 전혀 예상치 못한 취향까지 파악해 새로운 장르의 콘텐츠를 추천함으로써 서비스의 매력적인 속성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 왓챠플레이는 이용자가 유료 회원 가입을 통해 스스로 미디어 콘텐츠를 이용하고 내적 동기를 충족하는 것으로 재미(fun), 즐거움(enjoyment), 놀이(play), 흥미(interest), 호기심(curiosity) 같은 것들이 주된 속성이다. 이러한 심리적 속성들은 온라인 서비스상에서 발생하는 플로(Flow)라는 경험으로 표현된다. 1975년 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CsiKzentmihalyi)에 의해 제시된 개념인데 과거 정보시스템의 HCI(Human-Computer Interaction)나 마케팅 분야의 소비자 행동, 미디어콘텐츠 연구에서 재미(playfulness)와 인지적 몰입(cognitive absorption)의 관계나 온라인 게임이나 미디어콘텐츠에서의 플로 경험과 이용 동기와 같은 실증 연구들이 진행돼 왔다(Hoffman and Novak, 1996; Novak, Hoffman and Yung, 2000; Trevino and Webster,1992).

이러한 연구에 따르면 특정한 온라인 게임에 대해 재미를 많이 느낄수록, 주의를 보다 집중할수록, 시간 감각에 대한 왜곡이 클수록, 인지적 몰입의 정도가 클수록 이용자는 플로 경험을 느낀다. 이는 궁극적으로 이용자의 만족과 재방문 의도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왜냐하면 플로 경험은 이용자가 미디어 콘텐츠를 이용하는 동안 콘텐츠가 제공해주는 스토리나 콘텐츠 이용 환경에 빠져 시간이나 공간, 자신에 대한 생각을 잊어버리고 완전히 빠져들게 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왓챠플레이도 마찬가지다. 이용자들이 이용하면 할수록 서비스 제공업자가 제시하는 추천 콘텐츠로부터 만족을 느끼거나 서비스 제공업자로부터 주어지는 금전적 또는 비금전적인 혜택이 많아지고, 한번 왓챠플레이에 들어오면 나가기가 어려울 정도로 몰입하게 된다면 이용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더욱더 오래 머무르고 애착의 정도가 강해질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추천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의 취향별 영화 리스트를 제공하거나 영화마다 예상 별점을 제공해 실제 영화를 시청했을 때 예상되는 만족도를 미리 가늠케 해주는 것들은 꽤 의미가 있다 하겠다.

또한 왓챠플레이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에서 이용자가 플로 경험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그리고 매력적인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데이터를 활용해 한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국내·외 콘텐츠를 찾아 이를 유치한 것도 좋은 사례다. 왕좌의 게임, 빅뱅이론 등 국내에 잘 알려진 콘텐츠를 독점으로 공개해 가입자를 유인했다. 왓챠플레이에는 있고, 넷플릭스에는 없는 내용물이 많을수록 이용자들의 사용 후기나 평가를 통해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다. 그렇게 해야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가 이용자들의 다양한 롱테일 소비(Long-tailed consumption)를 충족시켜줄 수 있다.

셋째, 왓챠플레이는 온라인(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이용자에게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그 플랫폼 안에서는 이용자, 즉 커뮤니티 가입자가 자발적 또는 비자발적으로 가상 공동체를 이루게 되고 구성원 간에 공동체 의식(sense of community)을 갖는다(McMillan and Chavis, 1986). 이들은 플랫폼에서 원하는 콘텐츠를 이용 전이나 이용 후 ‘보고 싶어요 또는 관심 없어요’라든지, 영화 별점 평가와 리뷰 작성을 통해 자신의 선호도와 의견을 나타냄으로써 제공자와 이용자 간, 이용자-이용자 간 명시적(암묵적) 의사소통과 정보교환(전달)을 통해 상호작용(interactivity)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해당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이용자들이 스스로 파악하고 비대면의 의사소통을 통해 내용을 추가하는 확장성까지 갖게 된다.

또한 이용자들은 플랫폼 안에서 개인의 프로파일(personal profiles)을 만들어 본인의 취향이나 선호를 스스로 나타내거나(self-presenting) 스스로 고객화하는(self-customized) 성향을 갖는다. 오늘날 아마존과 유튜브 같은 기업이나 서비스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최초의 발단은 이용자들이 이러한 심리적 성향을 갖고 직접 만든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들의 취향을 정교하게 파악하고 맞춤형 정보를 제공할 수 있었던 덕분이다. 이러한 사이버상의 공동체는 비슷한 관심이나 취미, 가치를 가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기꺼이 참여할 때 이뤄진다. 그렇기에 서비스 제공업자가 이용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동기 유인을 잘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스타트업인 왓챠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기술을 활용해 정보를 제공하는 이용자들에게 암호화폐인 콘텐츠 프로토콜 토큰을 제공하고, 유저들이 직접 생산한 데이터를 콘텐츠 생산자나 유통업자들과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콘텐츠 생성 생태계를 형성하려는 노력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온라인 비즈니스 모델에서 중요한 경쟁 우위는 시장선도자(first mover)로서의 창의성과 망외부성(network externality)의 확보다(Metcalfe, 2013; Shapiro and Varian,1998). 왓챠플레이는 데이터 확보 및 추천 알고리즘을 정교화하는 작업을 먼저 수행했고, 이를 자산으로 삼아 외부 콘텐츠를 공급받아 서비스를 완성했다. 이는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OTT 서비스 사업자인 넷플릭스나 방송사 연합 플랫폼인 푹 등이 보유하지 못한 왓챠플레이의 자산이다. 또한 왓챠플레이는 콘텐츠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는 국내 고객에게 글로벌 사업자와 차별화한 추천 서비스와 콘텐츠를 내세워 경쟁력을 키웠다. 이외에도 구글의 유튜브 등과 같이 시장의 여건이 TV 스크린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통해 미디어 콘텐츠를 수용하는 ‘cord-cutting’ 현상이 심화되고 있고,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인 ‘Red’나 넷플릭스 등으로 인해 이용자가 콘텐츠 서비스에 대한 유료 가입에 대한 저항이 적었다는 점이 시장 형성에 큰 도움을 줬다. 빠른 시간 내에 많은 신규 가입자와 5만여 개의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왓챠 멤버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왓챠플레이의 본원적 경쟁우위 요인은 정교한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용자의 전체 시청 수에서 왓챠플레이의 추천을 통해 이뤄지는 시청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단순히 콘텐츠의 양이 많아서 국내 이용자가 경쟁 서비스보다 많이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이용자를 위한 추천 알고리즘이 정교화돼 이용자에게 개인화된 맞춤형 콘텐츠를 제시해줄 때 이용자들은 더욱더 몰입과 플로의 경험 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자체 콘텐츠 제작 여력이 없어 콘텐츠를 공급받는 왓챠플레이가 해외에서 성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무기다. 이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선 국내 이용자를 기반으로 한 알고리즘과 추천 서비스가 해외 시장에서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콘텐츠라는 제품의 관점에서 봤을 때에는 대량 고객화(mass-customization)라는 장르의 세분화 및 표준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와 동시에 서비스 관점에서는 정교한 협업 필터링(collaborative filtering)이나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해외에 있는 개별 이용자에게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동일한 맥락에서 이러한 맞춤형 콘텐츠 제공 외에도 왓챠플레이는 위에서 논의된 카노의 품질요인분류 모형에 기반해 고객의 다양한 요구사항이나 희망사항 중 어느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용자 환경(UI)을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매력적인지, 고객을 알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필자소개 최정일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 jichoi@soongsil.ac.kr
최정일 교수는 미국 University of Nebraska-Lincoln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프랑스 INSEAD에서 초빙 연구원과 미국 보스턴 소재 Merrimack대에서 경영학부 교수를 역임했다. 주요 연구 관심 분야는 ICT 기반의 서비스 혁신 및 수용, 서비스 디자인 플랫폼 비즈니스 전략 등이며 한국IT서비스학회와 품질경영학회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서비스경영 4.0』과 『디지털경영과 경영정보론』 등이 있다.


참고문헌
1. Csikszentmihalyi, M. Beyond boredom and anxiety. San Francisco: Jossey-Bass. 1975.
2. Hill, T. Manufacturing strategy: Text and cases. 3rd ed. Boston: Irwin McGraw-Hill, 2000.
3. Hoffman, D. L. and Novak, T. P. Marketing in hypermedia computer mediated environments: Conceptual foundations. Journal of Marketing. 60(3), pp.50-68. 1996.
4. Kano, N., Seraku, N. and Takahashi, F. Attractive quality and must be quality. The Journal of the Japanese Society for Quality Control. 14(2), pp.39-48. 1984.
5. McMillan, D. W. and Chavis, D. M.(1986), Sense of community: A definition and theory, Journal of Community Psychology. 14, pp.6-23. 1986.
6. Metcalfe, B. Metcalfe’s law after 40 years of Ethernet. IEEE Computer. 46(12). pp.26–31. 2013.
7. Novak, T. P., Hoffman, D. L., & Yung, Y. F. Measuring the customer experience in online environments: A structural modeling approach. Marketing Science. 19(1), 22∼42. 2000.
8. Shapiro, C. and Varian, H. R. Information rules: A strategic guide to the network economy. Harvard Business Press. 1998.
9. Trevino, L. K. & Webster, J. Flow in computer-mediated communication. Communication Research. 19(5), 539∼573.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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