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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유경제 서비스 성공 사례

펫시터, 의사… 어디까지 공유해봤니?
타깃-서비스 차별화로 새 시장을 연다

류한석 | 267호 (2019년 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차량이나 숙박 공유 시장 내에서도 누구를 타깃으로, 어떤 서비스를 주력으로 제공하는지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을 차별화할 수 있다. 튜로는 개인끼리도 안전하고 저렴하게 차량을 공유할 있는 P2P 플랫폼을 선보이며 우버의 아성을 위협했다. 세컨드어드레스, 미스터비앤비는 특정 고객층을 타깃으로 한 맞춤형 숙박 공유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유형 자원뿐 아니라 개인의 전문성, 노동력 같은 무형의 자원을 공유하는 플랫폼 서비스도 주목받고 있다. 배달 서비스 업체 포스트메이츠는 오픈 API를 통해 다양한 개발자의 참여를 지원하며, 자율 배송 로봇과 같은 신기술을 도입해 서비스의 외연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P2P 카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튜로’
공유경제에서 거래되는 자원은 1) 사람들의 필요성이 높고 2) 자원 소유자 입장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유휴시간이 많은 편이고 3) 필요한 사람 입장에서는 빌려 쓰는 것이 효율적인 자원일수록 더 큰 사업적 가치를 지닌다. 우버로 대표되는 차량 공유, 에어비앤비로 대표되는 숙박 공유가 이 같은 이유로 해외에서 큰 시장을 형성했다. 그런데 차량이나 숙박 관련 시장은 워낙 크고 다양한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에 상위 업체 한두 개가 모든 수요를 만족시키기는 어렵다. 예컨대 우버의 주된 비즈니스가 카풀링이라면 한국 쏘카의 주된 비즈니스는 B2C 카셰어링이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차량을 공유하는 여러 업체가 존재한다.

그런 맥락에서 주목할 만한 차량 공유 업체 중 하나로 튜로(Turo)를 꼽을 수 있다. 튜로는 P2P(Peer-to-Peer) 카셰어링 및 렌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으로 미국의 P2P 카셰어링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업체다. 차량 소유자는 자신의 차량을 빌려줌으로써 수익을 창출하고 싶은 욕구가 있고, 차량 대여자는 차량을 소유하는 대신 필요할 때만 빌려 쓰고 싶은 욕구가 있다. 튜로는 양쪽의 욕구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제공하면서 거래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올린다.

튜로는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등지에 있는 4500개 이상의 도시와 300개 이상의 공항에서 P2P 카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만 대 이상의 차량이 등록돼 있으며 차량 대여자는 일반적인 승용차뿐만 아니라 고급 벤츠 차량, 클래식 VW 버스 등 850가지가 넘는 다양한 모델 중에서 선호하는 차량을 고를 수 있다. 튜로는 기존의 전통적인 차량 렌털 서비스에 비해 35% 저렴한 비용으로 자사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밝힌다. 이뿐 아니라 리버티뮤추얼(Liberty Mutual) 보험사와 제휴해 100만 달러까지 보장되는 보험을 제공하며, 자동차 사고를 비롯해 차량의 물리적인 손상이나 도난에 대해서도 보장한다.

튜로의 작동 방식을 살펴보면 차량 대여자는 차량이 필요한 일정과 지역을 검색해 차량 예약을 신청하고 차량 소유자는 8시간 이내에 이를 승인하거나 거절할 수 있다. 예약에 성공하면 차량 소유자를 만나 키를 건네받고 차량을 이용한 후 사용이 끝나면 차량을 반환하면 된다. 차량 소유자가 차량 대여자를 직접 만나지 않아도 거래가 가능하도록 2018년 11월에 차량 소유자가 원격에서 차량을 잠금 해제하고 운행 기록을 조회할 수 있는 ‘튜로 고(Turo Go)’ 디바이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림 1)



튜로는 지역, 시간대, 차량 가치 등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차량 소유자가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동적으로 차량 임대 비용을 결정하는데 만일 이를 원치 않는다면 차량 소유자가 임의로 금액을 설정할 수도 있다. 튜로는 차량 소유자가 선택한 차량 보호 패키지에 따라 15∼35%를 수수료로 받는다.

2009년 설립된 튜로는 다임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벤처스 등 여러 투자자로부터 지금까지 총 1억874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는데(2019년 1월10일 기준, 이하 마찬가지) 흥미로운 점은 2017년 시리즈D 투자에 SK가 투자자로 참여했다는 점이다. 튜로는 2013년 휠즈(Wheelz), 2015년 소셜스튜디오(SocialStudio), 2017년 크루브(Croove GmbH)를 인수해 경쟁력을 강화하기도 했다. 튜로의 경쟁 업체로는 미국 시장에서 경쟁하는 겟어라운드(Getaround)가 있으며, 이외에도 튜로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네덜란드, 스웨덴, 덴마크 등을 기반으로 사업을 하는 스냅카(SnappCar), 프랑스 기반의 드라이비(Drivy) 등을 꼽을 수 있다.


비즈니스 여행자를 위한 프리미엄 숙박 서비스 ‘세컨드어드레스’
에어비앤비가 광범위한 종류의 숙박 공유를 제공하는 서비스라면 2014년 설립된 세컨드어드레스(2ndAddress)는 업무상 출장을 온 비즈니스 여행자에게 특화된 프리미엄 장기 투숙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세컨드어드레스는 미국 주요 도시에서 2700여 개 이상의 숙소를 제공하는데 숙소는 가구를 포함해 세탁기, 주방, 보안 시설을 갖추고 있다. 숙소는 주로 도시 내 인기 있는 주택가에 있으며, 형태는 럭셔리 아파트, 다락방이나 방갈로를 갖춘 독특한 주택, 팀원들 모두가 동시에 머무르면서 협업을 할 수 있는 대형 주택 등 다양하다. 세컨드어드레스는 값비싼 호텔 대신 더 넓으면서도 더 저렴한 공간을 제공하기 때문에 비즈니스 여행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구글, SAP,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여러 유명 기업이 이용하고 있다.

세컨드어드레스는 숙소 소유자(호스트)들이 임대료 수입 및 숙소를 간편하게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숙소에 투숙하는 고객(게스트)의 철저한 신용 체크를 통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준다. 세컨드어드레스가 호스트들에게 강조하는 마케팅 포인트는 신뢰할 수 있는 고품질의 비즈니스 여행자용 숙박, 장기 투숙, 숙소 이용률의 극대화 등이다. 예컨대, 세컨드어드레스는 ‘호스트 보증 프로그램(Host Assured Program)’을 통해 문제 발생 시 임대료를 최대 5만 달러까지 보증하고 숙소에 발생한 물리적인 피해에 대해서도 보상한다. 또 ‘게스트 보증 프로그램(Guest Assured Program)’을 통해 게스트의 개인 물품 파손이나 도난을 보상하며, 신체적 상해는 최대 30만 달러까지 보상한다. 세컨드어드레스는 현재까지 파운데이션캐피털, 배터리벤처스 등의 투자자로부터 총 124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시장에는 세컨드어드레스처럼 특정 고객에게 특화된 숙박 공유 서비스들이 많이 나와 있는데 미스터비앤비(misterb&b)도 그중 하나다. 미스터비앤비는 성소수자(LGBT)를 위한 에어비앤비라고 할 수 있다. 미스터비앤비에는 전 세계 135개 국가에 살고 있는 21만 명의 호스트가 참여하고 있으며, 게이 여행자를 만나 친구가 되면서 돈도 벌 수 있어 게이 커뮤니티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2013년 설립된 미스터비앤비는 사업성을 인정받아 500스타트업 등 여러 투자자로부터 지금까지 총 1050만 달러의 투자도 유치했다.

에어비앤비나 미스터비앤비가 여행자용 숙박을 제공하는 서비스라면 루미(Roomi)는 룸메이트를 연결해주는 서비스이며 일반적으로 1년 단위로 방을 임대할 수 있다. 방 소유자는 선호하는 연령대와 성별, 흡연 및 음주 금지, 반려동물 금지, 약물 금지 등의 조건을 설정할 수 있으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룸메이트 신청자의 백그라운드를 체크할 수 있다. 루미는 2015년 설립 이후 DCM 벤처스, 타운스퀘어미디어 등 여러 투자자로부터 총 17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1000여 개의 카테고리를 가진 전문가 서비스 ‘섬택’
공유경제에서 거래되는 자원에는 유형의 자원뿐만 아니라 무형의 자원도 포함된다. 최근 해외에서는 개인의 재능, 노동력, 전문성을 공유경제 플랫폼에 등록하고 그걸 필요로 하는 사람이 구매해 이용하는 서비스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러한 분야의 서비스는 홈 서비스 또는 전문가 서비스(Professional Services)로 불린다. 해당 분야에서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인 섬택(Thumbtack)은 2008년 창업 이후 사업적 성공을 바탕으로 유니콘 기업이 됐다. 섬택은 세쿼이아캐피털, 캐피털G 등 여러 투자자로부터 지금까지 총 2억732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섬택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문가 서비스로 청소, 주택 수리, 인테리어 등 거의 모든 집안일을 비롯해 마술사, 반려동물 전문가, 배관공, 정원사, 요리사, 작가, 결혼식 사진사, 바텐더, 플로리스트, 요가 강사, DJ, 건축가,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 1000여 개에 달하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제공한다. 전문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필요한 작업을 등록해 입찰을 받은 후 원하는 전문가를 선택해 일을 맡길 수 있다.

섬택의 스마트폰 앱은 미국 앱스토어의 라이프 스타일 분야에서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고객들의 서비스 이용 만족도가 높은 수준이다. 섬택에 전문성을 제공하는 전문가는 별도의 섬택 전문가 앱을 이용하는데 전문가는 이를 이용해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한 비즈니스 프로필을 작성해 등록하고 고객이 원하는 작업에 대한 견적을 제공할 수 있다. 섬택은 전문가들이 서비스를 통해 언제든지 고객을 컨택할 수 있기 때문에 영업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해외에서 섬택과 유사한 사업 모델을 가진 업체로는 핸디(Handy), 태스크래빗(TaskRabbit), 프로닷컴(Pro.com), 잘리(Zaarly) 등이 있다. 2012년에 설립된 핸디는 섬택의 경쟁업체로 총 1억107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소매업체 월마트와 제휴를 하기도 했는데 2018년 10월 나스닥 상장업체인 ANGI 홈서비스에 인수됐다. ANGI 홈서비스의 CEO는 “핸디를 인수함으로써 모든 종류의 가정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를 더욱 가속화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섬택과 흡사한 국내 서비스로 2015년 설립된 숨고(Soomgo)를 꼽을 수 있다. 숨고의 창업자는 섬택을 벤치마킹했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데 국내에서 관련 시장은 초기 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앞으로 국내 시장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케아에 인수된 가구 조립 서비스 ‘태스크래빗’
2008년 창업한 태스크래빗은 태스커(Tasker)라 명명한 노동 제공자와 이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태스크래빗은 2017년 9월 이케아(IKEA)에 인수됐는데 인수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태스크래빗은 이케아에 인수되기 이전에 500스타트업, 파운더스펀드 등 여러 투자자로부터 총 377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한 상태였다. 이케아는 태스크래빗을 독립적인 자회사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케아가 태스크래빗을 인수하기 전에 두 업체는 이미 영국에서 가구 조립과 관련된 제휴를 맺고 있었으며, 이를 통해 이케아는 태스크래빗의 가치를 확인했을 것이다. 태스크래빗 인수 후 이케아의 CEO는 “빠르게 변화하는 소매 환경에서 고객의 삶을 편하게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태스크래빗을 인수하게 됐다”고 밝혔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많은 사람이 조립형 가구를 구매하고 있으며, 관련 시장에서 연 매출 400억 달러를 올리는 이케아는 공룡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시장에서도 이케아 진출 이후 조립형 가구 구매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가구 조립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이케아는 가구 조립을 대행해주는 서비스로 태스크래빗을 낙점한 것이다.

실제로 이케아에 인수된 이후 태스크래빗은 가구 조립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현재 태스크래빗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작업으로 테이블/책상 조립, TV 또는 거울 설치, 트럭으로 상자 운반, 화장실/주방 청소, 사무실/주택 이사, 층간 가구 이동, 정원 가꾸기, 조명기구 수리, 침실 페인트칠 등이 꼽힌다. 인기 있는 작업 항목들은 주거 문화 및 생활환경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9년 1월 기준, 태스크래빗은 미국 내 42개 지역과 캐나다, 영국 등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14만 명 이상의 검증된 태스커를 확보하고 있다. 앞으로 이케아가 태스크래빗을 가구 조립을 지원하는 서비스 정도로 유지할지, 아니면 사람들의 생활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라이프 스타일 서비스로 발전시킬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365일 의사의 왕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힐’
미국은 부자나 탄탄한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의료 서비스의 접근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국가로 알려져 있다. 비싼 의료 비용에 대한 부담 때문에 많은 서민이 병원에 방문하는 대신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비처방 약제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 사회적 환경으로 인해 미국에서는 저렴하게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다.

의사와 환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힐(Heal)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 사이에 주말이나 공휴일에 상관없이 1년 365일 의사의 왕진(doctor house call)을 예약할 수 있다. 고객은 가정의, 내과, 소아과 의사 등 원하는 의사를 선택해 프로필을 살펴볼 수 있으며 자택, 사무실, 호텔 등 원하는 장소로 의사의 왕진을 요청할 수 있다. 가족 전체를 진료하는 패밀리 닥터를 선택하거나, 가족 구성원마다 다른 의사를 배정할 수도 있으며, 선호하는 의사를 택해 매번 동일한 의사가 방문하도록 할 수도 있다.

힐은 여러 건강보험 회사와 제휴를 맺고 있다. 건강보험 중 PPO(Preferred Provider Organization) 플랜에 가입한 사람은 왕진 비용을 보험으로 커버할 수 있으며 건강보험이 없는 사람은 추가 비용 없이 한 번 왕진에 99달러를 지불하면 된다. 한 번의 진료에 99달러라고 하면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미국의 의료 환경에서는 상당히 저렴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힐은 개인 사용자뿐만 아니라 기업 대상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힐과 계약을 맺은 기업의 사무실에 의사가 방문해 종업원들에게 진료를 제공하거나 독감 백신 접종을 하기도 한다. 힐에 따르면 기업이 종업원들에게 이러한 예방 의료 노력을 하게 되면 종업원들이 응급실을 방문하게 되는 횟수의 약 71%를 줄일 수 있다.

힐은 2014년 설립 이후 배스컴벤처스, IRA캐피털 등 여러 투자자로부터 총 711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흥미로운 점은 ‘Hello’ ‘Say You, Say Me’ 등의 노래로 잘 알려진 가수 라이오넬 리치(Lionel Richie)가 투자자로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리치는 자신의 재산 중 일부를 LA 지역의 유명 투자자들과 함께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값비싼 의료장비를 공유해 병원의 비용을 절감하는 ‘코힐로’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의 최신 기술을 적극 활용해 예방 의료와 원격 진단으로 의료 비용을 절감하고 의료 서비스를 효율화하려는 노력이 커지고 있는 추세다. 환자가 병원에 방문하지 않아도 혈액 및 소변 검사 키트 등을 택배로 보내고 채취한 결과를 받아 빠르게 진단 결과를 제공하거나, MRI(자기공명영상) 장비를 병원들이 공유해 회전율을 높이거나, 효율적인 의사 풀을 구성해 진단 비용을 낮춘 서비스들이 전 세계 각국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 보스턴에 있는 스타트업 코힐로(Cohealo)는 값비싼 의료장비를 공유해 병원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절감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코힐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형 병원은 보통 수백억 원에 달하는 의료장비를 보유하고 있는데 평균적으로 사용 가능한 수명의 58%를 유휴 상태로 놔두고 있다. 코힐로는 의료장비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임상 및 재무 담당 직원에게 장비가 언제, 어디에서, 얼마나 사용되는지에 대한 실시간 보고서를 제공하며 이를 통해 의료장비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도와준다. 코힐로는 유휴 상태에 있는 의료장비가 다른 병원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물류 및 운반 과정을 모두 처리한다. 병원은 활용도가 낮은 장비를 구입하는 대신 다른 병원들과 함께 공동구매를 한 후 하나의 장비를 공유해 사용할 수도 있다.



일본에서도 의료 기반의 공유경제 서비스들이 등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의 메디컬체크스튜디오(Medical Check Studio)는 유휴 시간이 있는 지방 병원 전문의, 육아휴직 중인 의사 등과 계약을 맺어 저렴한 비용으로 뇌 정밀 진단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림 2) 또 방사선과, 뇌신경외과, 순환기 뇌과의 전문의 3명이 순차적으로 진단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높은 정확도를 구현했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이상이 발견되면 즉각 환자에게 알려주며, 진단 시간을 줄이면서도 비용은 기존 방법 대비 절반 이하로 낮춰 호평을 받고 있다.

그런데 국내의 경우에는 안타깝게도 원격 의료, 조제약 택배, 의료 개인정보 공유 등이 불법으로 규정돼 있어 대부분의 새로운 의료 서비스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형편이다. 의료 분야의 공유경제야말로 의료 산업을 혁신하고 의료 소비자의 복리를 증진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검토가 시급한 실정이다.


20만 명의 반려동물 시터를 보유한 ‘로버’
“We’re The Dog People”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미국 및 캐나다의 여러 도시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로버(Rover)는 반려동물 관련 공유경제 서비스 중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로버의 주요 서비스 분야는 개나 고양이를 맡아서 돌봐주기, 고객의 집에 방문해서 돌봐주기, 개 산책시키기 등이다. 로버에서 전문가는 시터(sitter)라고 불리며, 로버는 등록을 신청한 시터로부터 상세한 프로필과 개인정보를 받아 내부 전문가 그룹이 심사를 하는데 승인율이 20%에 불과할 정도로 까다로운 편이다. 현재 로버는 20만 명에 달하는 시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사용자 리뷰의 95%가 별 5개라는 걸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있다. 실제로 앱스토어를 살펴보면 리뷰 평점이 4.9에 달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

로버는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시터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24시간 제공되는 고객 서비스를 운영한다. 고객이 서비스 종류와 일정을 선택해 예약을 하고 시터에게 반려동물을 맡기면 시터는 반려동물이 어떻게 지내는지에 대한 업데이트를 제공하고, 산책하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해 보내거나 배변을 얼마나 했는지 등의 내용도 알려준다. 시터는 자신이 일할 수 있는 시간대와 원하는 비용, 선호하는 반려동물의 크기와 나이 등을 등록할 수 있다. 고객 만족도만큼 시터의 만족도도 중요하다. 로버는 시터를 위한 비즈니스 관리 기능, 수의사 지원을 포함한 24시간 응대 서비스, 반려견 시터를 위한 교육 등을 제공하고 있다. 모든 서비스에는 ‘로버 개런티(Rover Guarantee)’라는 명칭으로 1000달러 한도의 보험이 적용돼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 로버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서비스는 시터가 개나 고양이를 맡아 자신의 집에서 숙박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반려동물 대상 에어비앤비라고 볼 수 있는데 반려동물을 놔두고 출장이나 여행을 가야 하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

2011년 설립된 로버는 스파크캐피털, TCV 등 여러 투자자로부터 총 3억109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그리고 한때 경쟁업체였던 독베케이(DogVacay)를 2017년 3월 인수하고 영국의 스타트업 독버디(DogBuddy)를 2018년 10월 인수함으로써 북미 시장을 지배하고 유럽 시장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개발자 플랫폼 통해 생태계 확장한배달 서비스 ‘포스트메이츠’
포스트메이츠(Postmates)는 미국 내 약 250개 도시에서 공유경제 기반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포스트메이츠에서 고객은 레스토랑의 음식이나 상점의 물품에 대한 주문형 배송을 요청할 수 있으며, 이 같은 고객의 요청을 수락하고 음식이나 물품을 배달하는 사람을 포스트메이트(Postmate)라고 한다.

포스트메이트로 일할 사람은 18세 이상이어야 하며 자전거, 승용차, 트럭, 오토바이 중 하나를 보유하고 운전면허증을 갖고 있어야 한다. 포스트메이트는 시간당 약 25달러의 수입을 올릴 수 있으며 일하는 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 실제로 포스트메이트들 중에는 정규 직업이 있는 사람이 퇴근 후 일정 시간 동안 일하는 경우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2018년 12월 기준 포스트메이트 수는 35만 명 이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고객은 최소 3.99달러의 배송비를 지불하면 되며 월정액 9.99달러 요금제에 가입하면 한 번에 20달러 이상의 주문에는 무료 배송이 제공된다. 고객이 주문을 하면 포스트메이츠는 거리와 시간을 고려해 가장 빨리 배달할 수 있는 포스트메이트에게 주문을 할당하며, 고객은 배달 진행 상황을 스마트폰 앱의 지도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고객이 사용하는 앱과는 별개로 포스트메이트를 위한 ‘포스트메이츠 플릿(Postmates Fleet)’ 앱이 제공된다. 포스트메이트는 이를 이용함으로써 주문이 많은 지역 및 시간대를 파악해 미리 해당 지역과 시간에 대기할 수 있으며 자신이 벌어들인 수익을 즉시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다. 포스트메이츠에서는 식료품 배달 주문이 많은데 그러한 경우 포스트메이트는 구매와 배달을 함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업체는 포스트메이트의 신분 확인을 거쳐 계정이 성공적으로 등록되면 웰컴킷으로 배달 가방과 선불카드를 제공한다.

포스트메이츠는 2011년 설립됐으며 현재까지 블랙록, 파운더스펀드 등 여러 투자자로부터 총 6억78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포스트메이츠는 2018년 9월 시리즈D 투자로 3억 달러를 유치하면서 12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유니콘 기업이며 2019년에 기업공개(IPO)를 계획하고 있음을 밝힌 상태다.



포스트메이츠의 성공에 있어서 주목할 만한 사실은 포스트메이츠가 단지 상거래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개발자 사이트를 통해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제공함으로써 누구든지 자신의 앱에 손쉽게 포스트메이츠의 배달 기능을 탑재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그림 3) 예를 들어, 뉴욕의 의류 매장 에버레인(Everlane)은 의류를 주문한 고객에게 포스트메이츠를 통해 1시간 이내에 배송을 해주고 있다. 포스트메이츠의 배달 기능을 탑재하는 방법과 관련 문서는 모두 개발자 사이트에 공개돼 있으며 하루 이틀이면 개발 문서를 살펴보고 통합할 수 있을 정도로 어렵지 않은 편이다.

한편, 포스트메이츠는 2018년 12월 ‘서브(Serve)’라는 명칭의 자율 배송 로봇을 발표했다. (그림 4) 서브에는 포스트메이츠가 특허를 출원한 ‘Socially-Aware-Navigation’ 시스템이 탑재돼 있는데, 특히 지역공동체 중심의 디자인 철학을 반영함으로써 노인, 장애인을 배려해 운행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캘리포니아 북부에 있는 실버타운에서 프로토타입 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다.



서브는 50파운드(약 23㎏)의 물품을 탑재하고서 한 번 충전으로 30마일(약 48㎞)을 운행할 수 있으며 기존 포스트메이트와 협력해 배달 업무의 효율성을 높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앞으로 포스트메이츠는 일단 LA 지역에 서브를 배치한 후 미국 전역으로 확대해서 사용할 예정이다.

포스트메이츠뿐만 아니라 전 세계 수많은 물류 및 배달 관련 기업들이 배송 로봇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머지않아 배송 로봇이 상용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당분간은 인간 배달원과 협력해 무거운 짐을 운반하는 용도로 사용되다가 충분한 기술 개발 및 사회적 합의를 거쳐 완전한 자율 배송 로봇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필자소개 류한석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 소장 ryu@peopleware.kr
류한석 소장은 한양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소프트웨어공학 석사, 컴퓨터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삼성전자 책임연구원, 소프트뱅크미디어랩 소장을 거쳐 현재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 소장으로 IT와 문화의 상호작용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플랫폼, 시장의 지배자』 『아이패드 혁명(공저)』 『마이크로소프트의 IT전략과 미래(공저)』가 있다.
  • 류한석 류한석 | - (현)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 소장
    - (전) 삼성전자 책임연구원
    - (전) 소프트뱅크미디어랩 소장


    ryu@peoplewa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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