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 연간 약 2000조 원대로 추산되는 글로벌 패션 시장에서는 산업혁명과 같은 환경 변화에 따라 주도 기업의 교체가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산업혁명 이전 수작업 시대에는 옷을 ‘엄마’가 만들었다. 수요자가 소재를 직접 고르고, 디자인 작업과 봉제도 직접 했다. 그러다 1차 산업혁명으로 방직기가 발명되면서 영국과 유럽의 명품 브랜드들이 시장을 장악했다. 이어 19세기 미국을 중심으로 일어난 2차 산업혁명기에는 전기를 공급받는 기계가 대량으로 옷을 생산했고 화학공업의 발달로 나일론 등이 상용화됐다. 이 시기에 나이키, 갭, 랄프로렌 등 글로벌 브랜드가 등장했다. 이어 정보기술로 촉발된 3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자라나 H&M, 유니클로 등 과거 패션산업의 변방국가에서 등장한 기업들이 다품종 대량 공급이 가능한 SPA라는 개념으로 세계 시장을 장악했다. 초연결 네트워크 시대인 4차 산업혁명기에는 ‘엄마기계’ 시대가 열릴 것이다. 즉, 수요자의 상황, 맥락, 선호 등을 반영해 소재를 고르고 디자인해서 옷을 제작하는 엄마 역할을 수행하는 기계를 잘 활용하는 기업이 시장을 장악할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연결되는 네트워크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엄청난 네트워크가 만드는 새로운 세상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2016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을 최초로 언급한 클라우스 슈바프(Klaus Schwab) 회장은 이를 “물리적, 생물학적, 디지털적 세계를 융합시키고 경제 및 산업 등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신기술”로 설명하고 있다. 이와 달리 독일 등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가상물리시스템(CPS, Cyber Physical System)으로 정의한다. 또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등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고 설명하는 사람도 있다. IT 융합을 30년 가까이 연구한 필자로서는 이런 정의들에 동의하기가 무척 어렵다. 이런 기술들은 지난 3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있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다. 어떤 새로운 가치가 등장하고, 산업 구조적으로 어떤 세력들이 주인이 되는가가 더 중요하다. 본고에서는 패션산업의 예를 통해 이를 설명하고자 한다. 전 세계 패션산업의 규모는 2015년 기준으로 연간 약 2000조 원에 육박하며, 매년 115%씩 성장하고 있다. 특히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로운 기술을 융합해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패션산업은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참고할 만한 시사점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