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名에서 使命을 읽다
2017년 7월 말, 무인양품(無印良品, 일본에서는 ‘무지’라 통칭) 유라쿠초(有楽町)점이 재개장했다. 무인양품 브랜드야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으니 뭐가 대수냐 하겠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이 매장은 향후 무인양품이 나아갈 방향을 얘기하고 있다. 음료와 식사(cafe & meal)가 가능토록 하고, 책 2만 권을 들여놓은 게 벌써 2년 전이다. 지금은 매장 안에서 신선한 농산물과 작은 오두막집까지 팔고 있다.
도쿄에는 유라쿠초점 외에도 특색 있는 매장이 몇 곳 더 있다. 하라주쿠(原宿) 근처에 있는 무지 파운드(Muji Found)라는 매장은 1983년에 건립된 1호점 자리를 그대로 쓰고 있다. 31평으로 작은 면적이지만 1호점인 탓에 마니아들 사이에선 무지의 ‘성지’로 통한다. 이곳은 무지와 같은 철학을 지닌 다른 나라의 제품을 발굴해 전시하고 판매한다. 2017년 가을에는 한국, 중국, 대만, 홍콩 등 동아시아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도쿄역 근처에 있는 무지투고(Muji To Go)라는 매장은 여행용품만 판다. 취급 상품의 범위가 좁은 만큼 다양한 제품이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무인양품을 만든 쓰쓰미 세이지(堤清二)는 세이부(西武)그룹 창업자의 둘째 아들이다.
1964년 창업자가 급사하면서 회사의 핵심 부문인 부동산과 철도를 이복동생인 쓰쓰미 요시아키(堤義明)가 물려받았다. 당시 이류 백화점에 불과했던 세이부백화점을 물려받은 세이지는 절치부심해 1970년대 이후 세이부백화점을 명문 백화점으로 키운다. 아울러 세이유(西友, 양판점), 패밀리마트(편의점) 등 다양한 유통업체에 진출하면서 막강한 유통그룹으로 사세를 확장한다.
세이지는 1960년대 말 미국 시어즈&로벅(Sears & Roebuck) 사무실을 구경하면서 우연히 흥미로운 장면을 목격한다. 몇몇 직원들이 카메라 40여 대를 모아 놓고는 굳이 필요하지 않은 고급 기능을 제거하면 어느 정도 가격 하락이 가능할지 토론하고 있었던 것이다. 메이커에 유통업체가 원하는 수준의 제품 생산을 의뢰하고, 생산자 브랜드가 아닌 유통업자 브랜드를 붙이겠다는 토론 내용은 세이지가 일본으로 돌아온 뒤에도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는 10여 년이 지난 1980년 회사 내 임원진과 외부 전문가 집단을 불러 모아 만든 PB(Private Brand) 상품이 오늘날 무인양품이다. 당초 세이유 매장에서 판매하다가 인기를 끌자 1983년부터 전용 매장을 내기 시작했다.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성균관대에서 박사(경영학) 학위를 받았다. 제일제당에서 SKG 드림웍스 프로젝트를 담당했고, CJ엔터테인먼트에서 근무했으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및 사회공헌연구실장을 지냈다. 저서로 『브랜드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공저)』 『잉잉? 윈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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