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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화 최명화&Partners 대표 인터뷰

마케팅, 한 방으로 끝내는 건 불가능 “착한 브랜드” 고객들이 떠들 때까지

장재웅 | 223호 (2017년 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변화의 속도를 가늠하기 어렵고 변화의 방향 또한 짐작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의 시대, 변화에 가장 민감한 분야 중 하나인 마케팅 분야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기업들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고객 니즈에 직면했다. 그러나 과거의 마케팅 이론들은 해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극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진정성’을 갖고 장기적 관점으로 마케팅 활동을 펼쳐나가야 한다. 또 혼자 모든 것을 하려는 것보단 합종연횡을 통해 완성된 경험을 고객에게 제공해야 한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조규원(홍익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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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의 발달이 촉발한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더 파편화됐으며 마케팅 채널은 더 다양해졌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기업의 제품 홍보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의 의견이나 인터넷에 올라오는 제품 리뷰를 더 신뢰한다. 때문에 기업들이 마케팅에 큰돈을 들여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있다. 반대로 고객들이 나서서 제품의 장점을 찾아내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적극 홍보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과거 마케팅의 기본 공식으로 여겨졌던 전통적 이론들은 갈수록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여기에 디지털마케팅 분야가 발전하면서 다양한 마케팅 솔루션이 넘쳐나고 있지만 교통정리가 잘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마케터들은 새로운 마케팅 접근법과 전략을 찾지 못해 현장의 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마케팅 현장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DBR은 LG전자, 두산그룹, 현대자동차 등 국내 3개 대기업에서 마케팅 담당 임원으로 일한 마케팅 전문가 최명화 최명화&파트너스 대표를 만나 극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이 어떤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지 물었다. 최 대표는 맥킨지앤컴퍼니 마케팅 컨설턴트로 시작해 B2B와 B2C 기업 마케팅 담당으로 일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LG전자 상무 시절에는 직접 마케팅한 냉장고가 인도에서 판매량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또 현대자동차에선 제네시스 론칭을 성공적으로 이끌기도 했다.



과거의 마케팅 공식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고 있다. 현재 마케팅 패러다임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불확실성 시대에 마케팅의 역할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분들도 있지만 내 생각에는 오히려 다시 마케팅의 부흥기가 오는 것 같다. 마케팅의 역사에 대해 살펴보면 60년대 GE가 전략 마케팅(Strategy Marketing)이라는 말을 처음 썼다. 그 이전에는 마케팅이라는 말 자체가 없었다. 그러다가 70∼80년대 소위 말하는 STP라는 것이 처음 나왔다. 시장을 세분화(Segmentation)하고, 제대로 된 타기팅(Targeting)을 하고, 제품을 포지셔닝(Positioning)하는 등 기업이 계획하에 제품 마케팅을 할 수 있다는 이론들이 등장했다. 이전에는 마케팅을 프로모션 활동 정도로 생각했다가 이때부터 마케팅을 계획할 수 있고 생각보다 넓은 개념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확산됐다. 이후 90년대에는 창의성(creativity)이 인기를 끌었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지 못한 창의성으로 사람들을 사로잡는 마케팅이 각광을 받았다. 그때는 그게 가능했다. 매스커뮤니케이션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서면서 맥킨지(Mckinsey)가 이야기한 개념이기도 한 미디어 확산(media proliferation) 현상이 나타난다. 정보를 주는 사람에게 있던 주도권이 받는 사람에게로 이전되는 단계가 나타난 것이다. 그러면서 마케팅이 덜 중요해졌다는 말들이 나왔다. 굉장한 착각이라고 생각한다. 덜 중요해진 것이 아니라 마케터들이 변화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 듯하다.

2010년을 전후해서 최근까지 계속 이런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3월29일에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구글 콘퍼런스 ‘Think 2017 with Google’을 다녀왔다. 여기서도 나온 이야기지만 어떻게 보면 기존의 이론적인 부분이 지금의 기술적인 부분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허둥대고 있다는 지적이 많이 나왔다. 기존 기업들의 경우 채널 등이 고착화돼 있고 커스터마이징이 쉽지 않은 구조를 갖고 있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마케터로서 이런 변화와 위기가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 새로운 르네상스를 가져올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본다. 일단 기술의 발전으로 정밀한 타기팅이 가능해질 것이고 지금까지는 블랙박스처럼 여겨지던 투자자본수익률(ROI·Return on Invest)의 개념도 훨씬 측정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그룹이 수년간 올림픽에 엄청난 돈을 썼고 현대자동차가 월드컵에 수천억을 썼지만 얼마만큼의 수익(Return)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내가 직접 현대자동차에서 그 일을 하면서도 정확한 수치를 내놓기가 어려웠다. 내부적으로 추산을 하지만 이 활동이 실제 소비자들의 구매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소비자들을 우리 브랜드에 유입시켰는지에 대해서는 항상 물음표가 붙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이런 부분이 개선되고 있다. 즉, 정교한 타기팅이 가능해지고 ROI에 대해서 더 정확하게 측정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그리고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과 같은 부분에서 커스터마이제이션을 더 잘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마케팅 측면에서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는 셈이다.



요즘같이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 마케팅을 잘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며칠 전 책을 한 권 읽었다. 책에 ‘마케팅은 고객과 조직을 연결하는 능력’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굉장히 공감했다.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들 사이에서 몇 년 전부터 나오는 얘기가 “기업의 마케팅은 내가 무엇을 한다는 주도성의 개념이 아니라 기업이 드러나는 모든 활동 자체가 마케팅”이라는 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제품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이 하는 모든 활동들은 기업의 매출에 영향을 끼치는 마케팅의 일부다. 내가 최근까지 자동차 회사를 다녔으니까 자동차 산업의 예를 들어보자. 테슬라는 자동차 회사일까? 나는 마케팅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테슬라가 많은 투자를 받는 이유도 테슬라가 마케팅 기업이기 때문이다. 또 일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모터스 CEO 자체가 엄청난 마케터다. 단순히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마케터가 아니라 자신들의 제품, 그리고 테슬라라는 기업 자체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속에 어떤 꿈을 심을 것이냐를 고민하고 이를 잘 수행한다. 일론 머스크가 탁월한 마케터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캘리포니아의 부유층들로 하여금 테슬라를 몰고 다닌다는 행위가 하나의 의미 있는 행위라고 생각하게끔 만들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사실 이용하기에 불편한 점도 있고 테슬라의 주 구매층들은 테슬라 자동차를 세컨드카나 서드카로 산다. 테슬라가 꼭 필요하지 않지만 소유한다는 뜻이다. 미국에서 테슬라를 소유한다는 것은 재력과 동시에 기술의 얼리어댑터임을 드러낼 수 있게 하고 또한 클린 재생 에너지를 지지하는 ‘미래를 생각하는 윤리적인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준다. 이 이미지를 만들어냈기 때문에 일론 머스크를 훌륭한 마케터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마케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드러나는 모든 시장의 활동에 편승해야 한다. ‘얼마만큼 잘 편승하느냐’에서 마케팅을 잘하는 기업과 못하는 기업이 차이가 날 것이다.



잘 편승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기업 스스로가 자기 제품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제3자(고객)가 우리 제품과 기업에 대해서 얘기하게끔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하드(Hard)한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Soft)하게 가야 한다. 우리 고객들끼리 떠들게 해야 고객들의 충성도가 높아진다. 기업이 직접 나서서 우리 제품이 좋다고 말하는 세일즈는 한계가 있고 단편적이다. 결국은 우리 제품을 쓰고 우리 기업을 좋아하는 고객들끼리 모였을 때 훨씬 더 상승작용이 있다. BMW 미니(mini)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미니가 성공한 데는 귀여운 디자인이 한몫했지만 핵심은 회사가 나서 미니의 고객들을 모이게 하는 행사를 자주 개최하는 데 있다. 단순한 동호회 개념이 아니라 회사가 후원을 해서 조직을 관리한다. 미니 차주가 한곳에 모여 드라이빙을 즐기는 ‘MINI Run’, 미니 드라이빙 센터에서 열리는 아마추어 미니 대회인 ‘MINI 챌린지’ 등이 그것이다. 결국 미니의 고객들이 모여 미니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장점을 퍼뜨린다. 앞으로는 이렇게 레버리지 하는 마케팅, 즉 ‘편승하는 마케팅’이 중요해질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제 기업이 직접 제품의 장점을 떠들어봐야 고객들은 신뢰하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자신이 홍보를 하면 격을 떨어뜨리게 된다. 고객들이 우리 기업에 대해서 얘기하게 해야 한다. 최근 출시된 필립 코틀러 교수의 신간 <마켓 4.0>에도 나오는 말이지만 이제는 배타적인 것들이 포용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렇다면 변화하는 패러다임에 맞춰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키워드는 ‘열공하는 마케팅’이다. 지금까지의 마케팅은 매우 편했다. 남들이 생각지 못했거나 시도하지 않았던 창의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에이전시, 채널 장악력, 여기에 제품의 품질만 뒷받침해준다면 성공적으로 마케팅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창의성이 전부이던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공부가 중요해진다. 특히 CEO가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공부해야 한다. 우선 ICT 공부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엄청난 융·복합 시대다. 최근 두드러지는 몇 가지 변화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고객들이 하나의 완전한 제안을 원한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이제는 자동차 회사라고 해서 자동차만 잘 만드는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를 통해서 다양한 경험이 연계되기를 원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내가 여행을 가기 위해 호텔을 예약할 때 단순히 숙박이라는 목적만 달성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렌터카, 식당 등 나의 여행이 호텔 예약과 함께 완벽하게 제공되기를 원하는 것이다. 나는 이를 기업 간 혹은 브랜드 간 ‘합종연횡’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이미 고객들은 다양한 합종연횡을 경험했고 그 장점에 익숙해져 있다. 따라서 앞으로 이런 니즈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나는 호텔 회사니까 호텔에만 집중하겠다’는 식의 접근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특히 합종연횡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적 플랫폼을 이해해야 한다. 스마트폰을 만드는 회사라고 해서 스마트폰 산업만 들여다봐서는 이제 성공하기 어렵다. 오히려 다양한 다른 산업군을 봐야 한다.



새로운 시대에는 어떤 브랜드가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서슴없이 ‘착한 브랜드’라고 이야기하겠다. 이 부분이 진정성이라는 개념과 고스란히 연결된다. 이제는 개개인이 미디어이기 때문에 감추고 숨기는 것이 통하지 않는다. 기업의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도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 현실이다. 착한 브랜드가 되는 것은 한두 번의 노력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특히 요즘 밀레니얼세대들의 특징 중 하나는 온라인상에서 어떤 콘텐츠를 받아들였을 때 단순히 콘텐츠 하나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콘텐츠와 관련된 리뷰들까지 패키지로 본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우리 기업의 제품과 브랜드가 어떻게 인지되고, 평가되고, 피드백으로 돌아오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기업이 관리할 수 없는 영역들이 늘어난다. 결국 진정성을 꾸준히 가져가는 것이 해답이다. 착한 브랜드라는 것은 단순히 사회에 기부를 많이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제공하는 가치에 대한 철저한 자신감과 확신이 있어야만 기업은 진정성을 가질 수 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실수가 생기면 신속하게 인정하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의 리스크 관리 체계가 허술한 경우가 많다. 어떤 위기상황이 생겼을 때 제대로 대처할 전문가도 없고 시스템이 없다. 선진국들과 선진기업들을 살펴보면 위기상황에서의 메뉴얼이 디테일하게 짜여 있다. 회사마다 견고하게 짜인 메뉴얼이 다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런 메뉴얼이 잘 안 돼 있고, 있어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CEO 성향에 따라서 흔들리는 그런 부분은 아직 매우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고객들은 인간적인 브랜드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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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LG전자가 ‘착한 기업’ 이미지를 얻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고객들이 나서서 제품 홍보도 해주고 알아서 칭찬하는 이례적인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LG전자의 ‘그램’ 노트북이 특히 그런 것 같다. 고객들이 스스로 그램의 장점을 찾아서 SNS를 통해 알리고 칭찬하는 현상이 실제 나타나고 있다. 사실 굉장히 바람직한 현상이다. 물론 의도된 것은 아니었다. LG전자 자체가 광고비가 많지 않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광고를 못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LG전자가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획득한 데는 LG가 장기적으로 ‘인화(人和)’라는 경영이념을 추구해온 것이 도움이 된 측면이 있다. 여기에 가전 분야에서 그동안 쌓아온 좋은 품질과 이미지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받아온 것이 크게 작용했다. 내가 이야기하는 진정성이 잘 드러난 사례인 듯하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고객들이 스스로 제품에 대해 떠들게 하면서 회사에 대한 로열티가 높아졌고 이게 LG에는 큰 자산이 됐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나는 경우 마케팅은 실패한 것 아닌가?

전혀 아니다. 마케팅이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 수 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꾸준히 좋은 의도를 갖고 장기적 관점에서 진행하는 것이다. LG전자 사례는 의도하진 않았지만 제3자(고객)들이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파워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이 부분에서 관건은 가장 강력한 마케팅을 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고객들을 움직이게 만들 수 있느냐다. 결국 첫 번째로 진정성이 있어야 하고 두 번째로 기업이 쌓아놓은 신뢰가 있어야 한다.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사행시’ 같은 경우는 예기치 않았던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난 경우다. 현대자동차는 국내에 안티가 상당히 많다. 현대자동차에서 일할 때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고객이 우리 제품에 대해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게 하는 데 시간이 많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마켓 4.0 시대에 스스로 제품을 홍보하는 것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결국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 만약 지금 자신의 회사 이미지가 나쁘다면 어떤 하나의 제품이나 기업의 한 부분 혹은 특정 고객 집단에 대해서만이라도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마켓 4.0 시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파일럿 테스트(piloting)다. 이제는 한 번에 대박이 터지는 마케팅은 없다고 본다. 시장의 흐름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해서 끊임없이 실험하고 문제가 있는 부분은 수정해야 한다. 최근에 LG전자가 베스트샵에서 신제품을 공식 출시 전에 먼저 공개하고 10% 할인해주는 실험을 했다. 이를 통해서 고객의 피드백을 한발 먼저 받아보려고 한 것이다. 이것은 굉장한 변화다. 특히 전자회사나 자동차 회사의 경우 신제품이 먼저 공개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하지만 이제는 한 번에 출시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고객에게 먼저 출시한 후 고객의 반응을 보고 수정사항을 개선하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는 이런 변화들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업계도 이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테슬라의 경우 온라인으로만 신제품을 론칭하고 피드백을 받아서 수정하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소비재의 경우는 훨씬 더 빠르게 변하고 있다. 때문에 이제는 마케팅이 한 부서의 일이 아니라 회사 전체의 일이 돼야 한다.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마케팅을 마케팅 부서만의 일로 보는 것 같은데.

최근에는 마케팅, 홍보, 브랜딩 등 각자 존재하던 역할이 많이 통합되는 추세다. 현대자동차 같은 경우도 마케팅 사업부라는 굉장히 큰 부서 안에 통합이 돼 있다. 처음 말씀드린 것처럼 마케팅이란 기업이 드러나는 모든 활동이다. 이론적으로는 오래전부터 이야기됐던 것이었지만 별로 실감을 못했었다. 왜냐하면 이것을 받아들이는 시장의 보는 눈이 굉장히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광고만 잘하면 됐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미디어만 해도 수천만 개다. 어떤 부서를 통합하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케팅 자체가 CEO의 핵심 어젠다가 돼야 한다. 그리고 조직 자체도 한국 대기업들은 여전히 제품 중심의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이런 부분을 고객 세그먼트 중심으로 옮겨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어떤 사업부 내에서 영업 지역과 같은 기준으로 조직 구조를 나눴었다면 이제는 고객 세그먼트를 충족시킬 마케팅 방향에 맞게 조직 체제가 개편돼야 한다.



결국은 모든 기업이 마케팅 기업이 돼야 한다는 것인가?

너무 당연한 얘기다. 앞으로는 마케팅을 열심히 하는 기업이 더 성공할 것이다. 최근 TV 광고를 보면 재미있는 변화가 보인다. 이른바 프라임 시간대에 모바일 게임 광고가 많다. 게임 회사들은 게임 개발 부분을 제외하면 가장 중요한 것이 마케팅이기 때문이다. 최근 사례 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야놀자의 ‘놀아보고서’다. 이 캠페인을 보면서 타깃을 잘 선정했다고 생각했다. 떠나고 싶은데 돈이 없는 사람들, 그래서 만날 동영상만 보고 ‘좋아요’만 누르는 그런 사람들, 그렇지만 맛집 하나 때문에 통영까지도 갈 수 있는 그런 열정을 동시에 갖고 있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정해 진행한 캠페인이 ‘놀아보고서’다. 방법은 간단하다. 어떤 지역이나 맛집을 방문하고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릴 때 ‘지역+놀아보고서’ 해시태그를 활용하게 한 것이다. 게시물이 점점 늘어나면서 이 자체가 하나의 청춘들의 여행지도가 됐다. 여행 갈 지역의 놀아보고서를 검색하면 나를 포함한 다른 청춘들이 공유한 정보를 통해 지역 맛집, 명소 등등 인증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일종의 보고서가 됐다. 특히 보고서에 그것을 고스란히 담고 거기에 연결 지어서 오프라인 이벤트를 잘 활용했다. 해당 지역의 페스티벌, 박람회 같은 것을 열었고, ‘놀수’라는 이벤트를 진행해서 9900원 숙박을 제공하기도 하는 등 마케팅 잘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해외 사례 중에는 버버리가 디지털 마케팅을 잘한다. 영국 버버리 매장에서 옷을 고른 후 입어보기 위해 피팅룸에 옷을 들고 들어가면 피팅룸에서 그 옷의 스토리가 흘러나온다. 소비자들이 얼마나 사고 싶어지겠는가? 사람들은 이 제품을 누가 만들고,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굉장히 궁금해 한다. 이런 부분을 이야기해주는 것이다. 이런 부분은 명품이든, 노브랜드 제품이든 상관없다. 결국 스토리가 고객을 끌어들인다. 그런가 하면 스타벅스는 테크놀로지를 굉장히 잘 이해하고 활용한다. 스타벅스 주문 앱을 다운로드 받아서 주문을 하면 내가 전에 주문했던 커피가 뜬다. 내가 별다르게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면 내가 늘 먹는 종류의 커피를 쉽고 빠르게 주문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디지털 마케팅을 잘하는 기업은 앞으로도 훨씬 더 앞서갈 것이다.



예전에는 한 가지 제품에 대한 한 가지 마케팅을 하면 됐다면 이제는 커스텀 제품들에 대해서 개개인에게 맞춘 커스텀 마케팅을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마케팅하는 것이 더 어려워지는 것이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은 제품 포커스가 아니라 고객가치 포커스로 가야 한다. 여러 고객들의 취향과 성향에 맞춰서 맞춤형 제품을 제공할 수는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내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가치가 조금씩 다른 형태의 제품들을 관통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 정교한 마케팅이 필요하다. 내가 제공하고자 하는 가치가 바뀌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자동차 회사 중에서 커스터마이제이션을 가장 잘하는 회사가 폴크스바겐이다. 기술적으로는 만드는 플랫폼 자체를 모듈화해서 기본적인 부분은 모듈화해 놓은 것을 쓰고 나머지 부분은 고객이 원하는 대로 커스터마이징해서 제품을 판매했다. 자동차회사들은 기존에는 이런 정도까지만 커스터마이징을 했지만 앞으로 3D프린팅 기술이 더 발전하면 외관뿐만 아니라 엔진도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해질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폴크스바겐이 갖는 실용성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화장품도 마찬가지다. 이니스프리라는 기업이 고객에 따라서 향이나 색깔에 대한 것들을 차별화할 수 있지만 이니스프리가 가지는 자연주의라는 개념이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커스터마이징한다는 것이 마케팅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것은 절대 아니고, 오히려 더 강화해야 한다.



필립 코틀러 교수가 최근 새로 낸 책에서 ‘마켓 4.0’ 시대를 언급했다. 책에 따르면 코틀러 교수는 전통적인 마케팅 방법론에 대한 완전 수정을 주장한다. 이 주장에 동의하는가.

전통적인 세그먼트 방식은 변했고 더 변할 것이다. 한 사람을 하나의 세그먼트로 넣기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소비자들은 품목이나 카테고리별로 다른 특성을 가진다. 심지어 같은 사람에 대해서 어떤 카테고리에서는 굉장히 프리미엄한 소비를 하고, 어떤 카테고리는 완전히 가성비 높은 소비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또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서 다른 성향의 소비를 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소비가 사회적인 활동이라고 한다. 요즘 젊은 층에게 소비의 가장 큰 가치는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레스토랑을 가는 이유가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웃긴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사실이다. 그래서 모바일에서의 타기팅이 굉장히 중요해질 것이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서 다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고, 이것을 추적할 수 있고, 예측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나오고 있다. 이런 것들을 활용해서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 그래서 요즘은 ROI라는 말보다는 LOI(Learning on Investment)라는 말을 많이 쓴다. 마케팅에 투자한 금액 대비 얼마만큼의 판매가 일어났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케팅을 통해서 우리 기업에 대해 고객들이 얼마나 많이 알게 됐는가를 측정하는 개념이다. 이것이 앞으로 굉장히 중요해질 것이고 이 부분에 대한 추적을 잘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마케팅이 점점 재미있어지고 마케팅의 부흥기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세그먼트 중에서 여성, 밀레니얼세대 이 두 세그먼트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이 두 세그먼트를 잡으면 마케팅이 쉬워질 수 있다. 꼭 이들이 우리 제품을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 실제로 내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들 중에 이 두 타깃에 해당하는 사람이 10%밖에 안 될지라도 이들의 영향력은 50∼60%가 된다. 실제 구매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제품에 대해서 말을 많이 한다. 예를 들어서 화장품 산업에서 20대 여성들이, 샤넬의 수분크림을 너무 비싸서 구매할 수는 없지만 블로그에 제품에 대한 평가를 올리고 사진을 제공하는 것은 전부 다 20대 여성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구매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더라도 이들에게 투자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마케터들은 밀레니얼세대, 특히 이 중에서도 여성들이 가진 파급력이 있기 때문에 이 세그먼트에 대한 동향을 늘 파악하고 있는 것이 핵심적인 과제가 될 것이다.



밀레니얼세대 여성들은 어떤 특징이 있나.

젊은 여성 세그먼트가 굉장히 흥미로운 점이 많다. 이 세그먼트의 특징은 같은 세대, 같은 성별을 가진 사람들끼리 동질감이 크다. 대표적인 사례로 걸그룹 ‘트와이스’를 들 수 있다. 이 걸그룹은 여성들이 키운 걸그룹이라고 생각한다. 트와이스는 다른 걸그룹에 비해 여성팬이 많다. 요즘 유행하는 단어인 ‘걸크러쉬’의 대표가 트와이스다. 또 하나의 특징으로 혼밥, 혼술 현상을 들 수 있다. 밀레니얼세대는 타인과의 관계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얼마 전 배우 공효진 씨가 SNS에 “사람을 만나서 사귀는 것 귀찮다. 에너지 낭비다”라고 글을 올렸는데 이 글에 엄청난 수의 좋아요와 댓글이 달렸다. 젊은 사람들의 다수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또 건국대에서 진행했던 설문조사 결과가 언론에 나온 적이 있는데 1학년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신학기 계획이 무엇인지를 물었는데 중 1위가 아싸(아웃사이더)가 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우리 세대가 신입생 때 MT 가기 전날 설렘에 잠을 설치던 것들을 생각해보면 너무 신기하고 특이한 결과다. 밀레니얼의 또 다른 특징으로 이 세대는 한 브랜드를 통해서 여러 브랜드를 경험하는 것이 익숙한 세대다. 즉, 브랜드 컬래버레이션에 굉장히 열광한다. 이런 세대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앞으로의 기업들은 컬래버레이션을 많이 해야 할 것이다. 또 즉각적인 효과에 반응하는 특징이 있다. 특히 시각적인 것에 약하다. 그래서 아무리 온라인 마케팅이 주를 이룬다고 하지만 기업들이 오프라인 마케팅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오프라인 마케팅은 온라인 마케팅의 효과를 확인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온라인상에서 수많은 제품에 대한 정보와 후기들을 접하게 되겠지만 결국 내가 이 제품을 직접 만졌을 때의 촉감과 포장을 뜯었을 때 내가 느끼는 감성, 채널이 주는 영향 등은 오프라인에서 직접 확인하게 된다. 수많은 정보들 사이에서 제품과 고객의 상호작용이 이뤄지는 시간이 매우 짧기 때문에 텍스트보다는 시각적인 것에 더 끌릴 수밖에 없다. 페이스북보다 인스타그램이 젊은 층 사이에서 더 인기가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따라서 기업들은 보이는 부분, 즉 시각적인 부분에 더욱 초점을 맞춰서 마케팅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오프라인에서는 아웃사이더를 지향하는 밀레니얼세대가 온라인에서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다는 뜻인가.

집단으로 활동하는 것에 관심이 없다고 해서 개인적인 활동이나 관계를 맺는 것까지 싫어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개인적인 관계 형성에는 굉장히 열정적이고 적극적이다. 때문에 밀레니얼세대에게 브랜드와 소비자의 관계는 단순히 기업 대 소비자가 아니다. 오히려 밀레니얼세대는 기업에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한다. 그리고 그 기업이 나를 알아줄 때 그 기업에 적극적인 팬이 돼서 알아서 그 기업을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홍보해준다. 다시 말하면, 단체 내에서 나의 역할을 강요받는 것은 싫어하지만 개인으로서는 오히려 과거 소비자들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관여하려고 한다. 이들은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의견을 잘 반영해주는 기업을 좋아하고 팬이 되며 적극적으로 나서 이 회사를 홍보해주는 역할까지 한다. 그렇다고 밀레니얼세대라는 것이 꼭 나이를 기준으로 나누는 개념이 아니다. 50대에도 밀레니얼세대가 있는 것 같다. 숫자는 얼마 되지 않더라도 이들도 밀레니얼세대로 볼 수 있고 이들에게도 집중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얼마나 적극적으로 연결돼 있냐가 밀레니얼세대를 나누는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기업은 이런 적극적인 소비자들을 찾아내고 이들에게 마케팅을 집중해야 한다.



과거 국내 기업들의 경우 국내와 국외 마케팅 전략을 다르게 가져가는 경우가 많았다. 초연결 시대에도 이 같은 전략이 유효하다고 보는가?

지역별로 마케팅 전략이 다른 것은 그 지역에서 그 브랜드가 갖는 포지션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삼성이라는 회사가 한국에서 갖는 포지션과 남미에서 갖는 포지션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가격 정책도 다르고, 채널도 다르고, 제품도 그 지역에 맞게 차별화할 수밖에 없다. 마케팅 전략 역시 달라진다. 이런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스타벅스 같은 기업들은 전 세계적으로 거의 동일한 포지션을 잘 이끌어가는 기업이다.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마케팅 전략을 펼 수 있는 것은 거의 모든 기업의 꿈이다. 이렇게 된다면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효과가 크다. 광고도 나라마다 따로 찍을 필요도 없다. 당연히 기업들은 이런 방향으로 가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 방에 되는 건 없다. 하나의 제품, 하나의 세그먼트부터 차근차근 부분적으로 시작해서 거기서부터 바꿔나가면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글로벌 마케팅은 궁극적으로 동일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고 달라진 미디어 환경 때문에 고객들도 그런 변화를 원할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필요하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최명화 대표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의 마케팅 컨설턴트, LG전자 최연소 여성 상무, 두산그룹 브랜드 총괄 전무를 거쳐 현대자동차 최초의 여성 상무를 지냈다. 현재는 최명화&파트너스 대표로 있으면서 국내외 기업 마케팅 컨설팅 및 여성 마케팅 임원 양성 교육 프로그램인 ‘CMO (Chief Marketing Office)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생각해볼 문제

1 최 대표가 강조한 ‘합종연횡’ 전략을 진행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2 자원과 인력이 더 풍부한 대기업이 전통적인 마케팅 방법에서 벗어나기를 주저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3 빅데이터 기술의 발달로 고객들의 성향이나 구매 패턴 등을 파악하는 것은 훨씬 수월해졌지만 여전히 빅데이터 기술을 마케팅에 제대로 활용하는 기업은 소수다. 이유는 무엇일까. 또 우리 회사는 빅데이터 기술을 어떻게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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