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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퍼지는 콘텐츠. 그 속엔 ‘감동’이 있다 外

강신형,이승윤,이왕휘,류주한 | 223호 (2017년 4월 Issue 2)
Marketing

빠르게 퍼지는 콘텐츠. 그 속엔 ‘감동’이 있다



무엇을, 왜 연구했나?

온라인 비디오 분석 기관인 언룰리미디어(Unruly Media)는 매년 그해에 가장 많이 구전된 (공유된) 온라인 비디오 순위를 발표한다. 최근 데이터를 분석하다 보면 흥미로운 현상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온라인상에서 사람들이 자신들의 감성을 자극한 콘텐츠들을 널리 공유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세상에서 강력한 구전 효과를 가지는 SNS 콘텐츠들은 대부분 인간의 감성을 강하게 자극하는 콘텐츠들이다. 예를 들어 2013년
도에 수백만 명 이상의 인터넷 유저들이 공유 버튼을 눌러 큰 바이럴 효과를 불러온 생수회사 에비앙(Evian)이 만든 ‘아기와 나(Baby & Me)’, 펩시의 ‘시험 운전(Test Drive)’ 같은 콘텐츠들은 철저히 보는 사람들을 웃음 짓게 만들려는 목적을 가지고 제작된 온라인 비디오 콘텐츠들이다. 2013년 자그마치 400만
명 이상의 인터넷 유저들이 공유 버튼을 누른 도브(Dove)에서 만든 ‘진정한 미에 대한 자화상(Real Beauty Sketches)’은 반대로 울리기 위해 만들어진 영상 콘텐츠다. 여성들의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 감동적인 다큐멘터리 형태의 비디오 영상을 보고 나면 자연스레 눈시울이 붉어진다. 웃기거나 울리는, 이런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SNS 콘텐츠가 최근 들어 인터넷 세상에서 폭발적인 바이럴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디지털 세상에서 특별히 공유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감정이 존재하는 것일까? 와튼비즈니스스쿨의 조나 버거(Jonah Berger) 교수는 에 발표한 논문에서 ‘생리적 각성’을 일으키는 감정이 공유 욕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조나 버거 교수는 실험 참가자들은 두 그룹으로 나누어 A그룹은 굉장히 즐겁거나 슬픈, 감정을 자극하고 각성을 유발하는 동영상을 시청하고, B그룹은 그렇지 않은 동영상을 시청하도록 했다. 이후 두 그룹 모두 동영상과 관련 없는 중립적인 기사를 읽도록 한 후 이 기사를 친구나 가족, 혹은 동료와 얼마나 공유하고 싶어지는지를 물어봤다.

실험 결과 각성 상태에 있는 그룹에게서 이후에 읽은 중립적인 기사를 타인들과 공유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는 점이 발견됐다. 각성 상태가 인터넷 세상에서의 공유 욕구를 활성화시켜주는 셈이다. ‘생리적 각성(Psysiological Arousal)’은 의학적으로는 자율신경계가 활성화된 상태라고 정의할 수 있다.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크게 웃었던 경험을 떠올려보면 된다. 한바탕 크게 웃고 나면 아드레날린이 분비된 것 같은 느낌이 들고, 기분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상승되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슬픈 영화를 보고 울어본 경험을 떠올려 봐도 좋다. 영화 속 주인공이 비극적인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흔히 그 드라마의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자신이 마치 경험한 것 같은 느낌을 가질 때가 있다. 몰입도가 높아지면 우리 속에서 감정이 극한 상황에까지 가게 되면 그러한 감정의 결과로 우리는 눈물을 흘리게 된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일반적으로 각성 상태를 높게 만들어주는 감정들이 바로 ‘웃게 만드는 감정’과 ‘울게 만드는 감정’이다. 앞서 언급한 많은 성공적인 온라인 광고들의 경우 대부분 자연스럽게 재미있는 상황을 연출해서 보는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리도록 한다. ‘웃음’이라는 즐거운 감정적인 상태가 생리적인 각성을 활성화시켜주는 대표적인 감정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러한 콘텐츠를 본 후 다른 사람들에게 해당 콘텐츠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경향을 보인다. 감동을 주는 콘텐츠가 큰 구전효과를 가지는 이유도 동일하다. 사람들은 자신을 감동시키는, 심지어 울리는 콘텐츠를 봤을 때 해당 콘텐츠를 더 적극적으로 알리려고 한다.

‘감정은 행동을 유발한다’는 유명한 명제에 과학적인 근거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생리적 각성을 유발한 이야기들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려 한다. 그러한 공유 욕구의 이면에는 인간의 ‘소속 욕구(Need to Belong)’가 자리잡고 있다. 소속 욕구는 나와 타인 간의 사회적 관계(Social Connection)를 끊임없이 확인하게 만든다. 따라서 사람은 특정 감정 상태에 이르면 이 특별한 감정을 타인과 공유하는 과정들을 통해서 타인과의 관계를 재확인하고 공고하게 만들려 한다.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이 특별한 감정을 작게는 내 친구들과, 크게는 만나본 적은 없지만 SNS상으로 연결돼 있는 수많은 타인들과 공유하고 싶어 한다는 얘기다.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을 유도한 콘텐츠에 대해 친구들과 타인들이 눌러주는 ‘좋아요(Like)’ 숫자가 바로 나와 타인들의 관계를 재확인시켜주는, 나를 안심시켜주는 하나의 중요한 지표로 작용한다. 같은 장소에 있지 않아도 서로를 같은 감정으로 이끌어주는 콘텐츠를 공유하는 것만으로 사람들은 서로 연결돼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렇듯 우리는 스스로를 감정적으로 만들어주는 콘텐츠를 공유함으로써 소속 욕구를 충족시킨다. 그리고 인간에게는 소속감을 재확인하고자 공유에 나서도록 이끄는 특별한 감정들이 있다. 디지털 세상에서, 본인이 만든 SNS 콘텐츠를 널리 퍼트리고 싶다면 이런 감정을 건드리는 SNS 콘텐츠를 만들어야만 한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seungyun@konkuk.ac.kr

필자는 성균관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University of Wales에서 소비자 심리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글로벌 마케팅 리서치 컴퍼니인 Nielsen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며 다양한 국내외 마케팅 리서치에 참여했다. 캐나다 맥길대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현재는 건국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 연구 분야는 ‘디지털·소셜미디어 마케팅’ ‘소비자 심리’ 등이다. 저서로 <바이럴: 입소문을 만드는 SNS 콘텐츠의 법칙> <구글처럼 생각하라> <디지털 소셜 미디어 마케팅> 등이 있다.



Based on “Arousal Increases Social Transmission of Information”, by Jonah Berger in Psychological Science(2011), 22(7), pp. 891-893.



Innovation

혁신 방향 못 찾겠다면 일시적 모방도 한 방법



무엇을, 왜 연구했나?

‘신경제’라 불리는 새로운 경제 패턴의 출현은 기술 혁신에 대한 연구를 비약적으로 증가시켰다. 이 중 많은 연구자들의 관심은 주로 산업 지형을 바꾸는 기술 혁신을 어떻게 수행할 것이며, 새롭게 형성되는 시장을 어떻게 선점할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 이들 연구는 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들어 높은 자리를 차지하면 후발주자들이 따라오기 힘들 정도의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전제한다.

그러나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혁신보다는 모방을 통해 성장하고 생존한다. 영국의 경제학자인 게로스키와 마르키데스가 집필한 <패스트 세컨드(Fast Second)>는 새로운 시장을 먼저 개척한 기업보다 다른 기업이 이룩한 혁신을 발 빠르게 모방하는 기업들의 실적이 더 우수함을 강조하고 있다. 모방은 경쟁사로부터 학습함으로써 혁신의 위험과 비용을 낮추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선두 기업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요소를, 얼마나 빠르게 모방하는 것이 실적 향상에 효과적인가? 그리고 기업의 모방 전략은 어떤 상황에서 효과적인가?



무엇을 발견했나?

베니스대 지아체티 교수와 동료들은 영국 휴대폰 시장에 대한 실증 연구를 통해 이를 살펴봤다. 연구자들은 1997년부터 2008년까지 영국에서 출시된 전 세계 제조사의 휴대폰 모델들을 추적 조사했다. 이 기간에 566개의 모델이 출시됐고 48개의 제품 기술이 새롭게 적용됐다. 연구자들은 휴대폰 제조사들이 신규 모델을 출시하면서 선두 기업 제품의 기술적 특징들을 얼마나 많이, 그리고 얼마나 빠르게 모방했는지와 이런 모방 활동이 제조사의 휴대폰 판매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했다.

실증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모방 활동은 기업의 성과 개선에 효과적이다. 선두 기업의 혁신을 경쟁사보다 더 빨리 모방할수록 판매 실적이 증가했다. 신기술을 더 빨리 도입할수록 제품 차별화는 물론 혁신적인 기업으로 소비자가 인식하기 때문이다. 반면 선두 기업 제품의 기술적 특징들을 더 많이 모방하는 것은 기술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만 성과 향상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적 불확실성이 높은 경우 어떤 제품 기술이 소비자 가치를 제고하는지 알 수 없으므로 모방을 통해 학습하는 것이 실패 위험을 낮추기 때문이다.

둘째, 경쟁사의 모방 활동은 기업의 성과를 감소시킨다. 앞서 설명한 것의 반대 논리로 선두 기업의 혁신을 대상 기업보다 경쟁사가 더 많이, 그리고 더 빨리 모방할수록 대상 기업의 판매량은 감소했다. 특히 기술적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모방은 어떤 기술 요소가 시장에서 효과적인지 학습할 수 있는 주요한 방법이다. 따라서 기술적 불확실성이 높은 경우 경쟁사의 모방 범위가 넓어질수록 경쟁사의 성과는 더욱 개선되고 대상 기업의 성과는 더욱 감소하게 된다.

셋째, 대상 기업의 모방 활동은 경쟁사의 모방 활동을 촉발한다는 것이다. 대상 기업이 선두 기업 제품을 더 많이 모방할수록 위협을 느낀 경쟁사들 역시 이에 대한 모방 범위를 확대했다. 그러나 대상 기업이 선두 기업의 제품을 경쟁사보다 더 빨리 모방하더라도 경쟁사의 모방 속도가 증가하지는 않았다. 모방의 속도를 높이는 것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역량과 자원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또한 기술적 불확실성이 높은 경우 대상 기업이 선두 기업 제품을 더 많이 모방하더라도 경쟁사는 모방 범위를 확대하는 방법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이는 어떤 기술적 특징이 시장에서 지배적인 디자인으로 받아들여질지 예상할 수 없어 경쟁사가 보수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이처럼 기업의 모방 활동은 기업의 성과를 개선시키기는 하나 그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 이를 경제학자들은 ‘붉은 여왕 효과’라고 명명했다. 기업이 선두 기업을 모방함으로써 다른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앞서려고 하지만 이는 경쟁사들의 모방 활동을 촉발해 모방을 통한 대상 기업의 성과 개선 효과는 일시적으로 유지된다. 그러나 모든 모방 활동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연구 결과, 선두 기업을 더 빨리 모방하는 능력은 기업 성과를 개선하며 ‘붉은 여왕 효과’도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패스트 세컨드>의 주장과도 통하는 부분으로 과거 국내 기업들 역시 모방의 속도를 높임으로써 선두 기업을 효과적으로 추격했다. 또한 기술적 불확실성이 높고 기술 변화가 빠른 산업일수록 재빠른 선두 기업 모방이 나머지 기업들과의 차별화를 더 오래 지속시킨다는 사실을 본 연구로부터 확인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에 직면한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선진 기업들에 비해 그 대응이 늦어지고 있다. 하지만 기술적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모방은 중요한 전략적 선택이다. 특히 모방으로 인한 경쟁우위는 속도에서 나옴을 본 연구는 시사한다.



강신형 KAIST 경영공학 박사 davidkang@kaist.business.edu

필자는 KAIST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경영공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LG전자 본사 전략기획팀에서 신사업기획, M&A, J/V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에서도 근무하였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경영혁신으로 개방형 혁신, 기업벤처캐피털(CVC) 등과 관련된 논문을 발표했다.



Based on “Red Queen Competitive Imitation in the UK Mobile Phone Industry”, by Claudio Giachetti, Joseph Lampel, Stefano Li Pira in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Forthcoming.



Marketing

기업가정신 투철해도 타인의 인정이 없으면 무용지물?



무엇을, 왜 연구했나?

성공한 벤처기업가의 덕목은 어떤 도전과 실패도 견디게 할 다양한 경험과 폭넓은 지식일까, 아니면 한 분야의 탁월한 전문성과 식견일까? 연구에 따르면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거나 사업 리스크를 기꺼이 감내하려는 벤처기업가적 성향은 그 인물의 다양한 경력, 재능과 기술적 역량 등과 깊은 관계가 있다. 이런 요소들 없이 어떤 개인이 시장의 기회를 스스로 포착해 과감하게 도전하거나 끝까지 매진해서 이뤄내는 것을 목격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는 주변에서 이런 어려운 과업을 도전과 열정으로 이뤄내는 사람들을 기업가(entrepreneur) 또는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라고 하며 이들이 사업적 기회를 포착하고 전략을 수립하여 실행할 수 있는 역량이 충만한 존재라고 인식한다.

한편 심리학에서는 투자자, 이해관계자 등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특정 분야의 실력을 인정받을 경우, 즉 타인으로부터의 공식적인 정당성(legitimacy)이 확보된 경우, 역시 새로운 도전을 찾아 시도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결국 기업가정신과 전문가라고 인정받아 확보된 나름의 정당성 두 가지 모두 창업, 신사업 진출 등 새로운 도전에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두 가지는 근본적으로 형성과정과 요구조건이 동전의 양면처럼 완전히 상반되는 것이라 양쪽 모두를 충족하기가 쉽지 않다.

기업가정신이 요구하는 역량은 다양한 기능을 두루 경험하고 수행할 수 있는 넓은 지식과 경험의 폭을 토대로 하고 있다. 어떠한 상황이 와도 능숙하게 현상을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는 복합적인 기능적 기술을 강조한다. 반면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인정이나 이에 따른 정당성이란 투자자, 소비자, 직원들에게 비춰지는 특정 분야에 대한 깊고 해박한 지식이나 식견을 근본으로 한다. 한 개인이 특정 분야에서 오랜 기간 권위나 신뢰, 가치를 인정받은 경우 당사자들은 스스로 자신의 지식과 경험에 상당한 정당성을 부여한다. 따라서 기업가정신이 요구하는 역량을 갖추고자 하면 외부 전문가로부터 정당성이나 인정을 받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거나 오히려 저해가 된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한 분야의 전문성에만 치중하다 보면 다양한 경험과 식견 쌓기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과연 잠재력 있는 벤처기업가가 되기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나 이런 이들을 발굴해야 하는 입장의 사람들은 어떤 덕목에 더 높은 가치를 둬야 할까?



무엇을 발견했나?

영국과 캐나다 학자로 구성된 연구진은 도전정신에 필요한 기업가정신과 외부 전문가들이 부여하는 인정이나 정당성 중 새로운 기회에 도전하고 탁월한 성과를 내게 하는 동인으로 무엇이 더 큰 역할을 하는지, 혹은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지를 연구했다.

연구진은 두 요소 중 어떤 요소가 더 큰 역할을 하는지, 상호작용은 있는지, 각각의 요소들이 더 크게 작용하는 때는 어떤 상황인지를 음반산업을 대상으로 연구했다. 음반산업이야말로 새로운 도전이 늘 요구되는 분야다. 1990년부터 2013년 중 제작된 각종 장르의 음반 중 1만3000여 개 음반작업에 참여한 예술인들을 대상으로 검증을 시도했다.

연구 결과 폭넓은 경험과 지식을 갖춘 기업가정신 소유자들이 새로운 도전에 더 적극적이기는 하나 전문가 집단으로부터의 인정이나 정당성이 결여된 경우라면 그 적극성이 어느 정도 반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교적 도전하려는 시장의 규모가 작은 경우에나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한 도전적 적극성이 어느 정도 발휘됐다. 아무리 기업가정신이 투철한 경우라도 시장에서 인지도나 성공적이라는 명성이 확보된 경우에나 비로소 그 역량이 발휘되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줬는가?

흔히들 다양한 경험과 폭넓은 지식이 기업가들이 갖춰야 할 주요 덕목으로 강조돼왔다. 그러나 연구 결과가 보여주듯이 주변이나 사회로부터 인정을 받아 당사자 스스로도 자신의 능력과 도전이 정당하다는 자신감을 받을 정도의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기업가정신이나 기업가적 성향은 실전에서는 크게 발휘되지 않을 수 있다. 성공을 추구하는 많은 젊은이나 신생 기업들은 우선 자신의 분야에서 탁월한 명성과 신뢰를 쌓는 데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기업가정신의 첫걸음이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유치, 해외직접투자실무 및 IR, 정책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국내외 학술저널 등에 기술벤처, 해외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PMI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The paradox of breadth: The tension between experience and legitimacy in the transition to entrepreneurship”, by Alexandra Kackperczyk and Peter Younkin in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2017, pp.1-34.



Political Science

정성 담긴 값싼 사은품. 고가의 뇌물보다 효과



무엇을, 왜 연구했나?

일반적으로 펜이나 머그잔같이 감사의 표시로 주는 사은품은 뇌물로 인식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 가격이 호텔 접대, 고급 만찬, 고액의 강연료 등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에서도 공직자에게 한 번에 20달러, 연간 50달러 이내의 선물을 하는 건 불법이 아니다. 그러나 사은품으로 인해 음의 외부 효과(negative externalities)가 발생하는 한 액수가 아무리 적어도 사은품은 뇌물이다. 즉 액수와 관계없이 사은품을 받는 사람이 그것을 준 사람을 위해 아무것도 주지 않은 사람을 차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필자들은 독일 뮌헨대 실험실에서 20∼24명의 학부생들과 함께 31회 실험을 수행했다. 고객을 위한 물품을 구입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선물의 영향을 다각도로 측정하기 위해 고객을 위해 구매할 때 선물을 주는 경우와 고객을 위해 구매할 때 선물을 주지 않는 경우(외부 효과가 있음), 자기 자신을 위해 구매하는 경우(외부 효과 없음)로 구분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제품을 구입할 때 선물을 줄 경우 선물을 받기 위해 구매해야 하는 제품의 질이 떨어지더라도 구매하는 확률이 올라갔다. 즉 의사결정자가 더 나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43%였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10%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선물이 의사결정에 분명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고객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한 구매에서도 의사결정자는 선물을 주는 제품을 그렇지 않은 제품보다 더 많이 구매했다. 즉 가격이나 질에서 차이가 아주 크지 않은 경우 선물을 주는 회사 제품을 산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 일반적인 해결책은 ‘공개’와 ‘액수 제한’이다. 의사결정자는 선물이 공개될 경우 망신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 효과는 공개가 얼마나 빨리,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되는가에 달려 있다. 따라서 이해관계가 없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대다수인 현실에서는 모든 조건이 통제된 실험보다 효과적이기 어렵다. 선물의 액수를 제한하는 것은 뇌물 방지에 상당히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의사결정자가 고가의 선물보다 저가의 선물에 더 긍정적인 반응을 한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이러한 역설은 선물은 받는 사람에게 되갚아야 한다는 의무감을 부여한다는 사회학과 인류학의 호혜성 개념으로 설명된다. 즉 더 큰 선물을 받을 경우 더 큰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기대를 의식해서 의사결정자는 큰 선물보다는 작은 선물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저가 사은품도 효과적인 뇌물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부패가 상당히 복잡한 현상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켜준다. 2016년 9월 통과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은 우리나라에서 받을 수 있는 선물이나 식사 대접의 한계선을 설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최순실 사건의 처리 과정에서 나타났듯이 고액의 정치자금을 부패가 아닌 관행으로 간주하는 시각이 아직도 여전하다. 뇌물의 액수와 방법에 대한 보다 엄밀한 분석은 이 법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보완책을 준비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를 정당한 ‘마케팅’의 관점에서 생각해볼 경우 작고 세심한 선물은 고객 충성도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얘기도 성립한다. 기업들이 시사점을 얻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lee.w@ajou.ac.kr

이왕휘 교수는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런던 정경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아주대 정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 연구 분야는 국제금융통화체제, 기업지배구조 등이며 등 국내외 정치경제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게재했다.



Based on Ulrike Malmendier and Klaus M. Schmidt, You Owe Me, American Economic Review, Vol.107, No.2 (2017), pp. 493–526.
  • 강신형 | 충남대 경영학부 조교수
    sh.kang@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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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윤 이승윤 |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영국 웨일스대에서 소비자심리학으로 석사 학위, 캐나다 몬트리올의 맥길대에서 경영학 마케팅 분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비영리 연구 기관 디지털마케팅연구소(www.digitalmarketinglab.co.kr)의 디렉터로 디지털 및 빅데이터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공간은 경험이다』 『디지털로 생각하라』 『바이럴』 『구글처럼 생각하라-디지털 시대 소비자 코드를 읽는 기술』 『커뮤니티는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 등이 있다.
    seungyun@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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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왕휘 이왕휘 |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lee.w@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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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주한 류주한 |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 유치, 해외 직접투자 실무 및 IR, 정책 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했으며 국내외 학술 저널 등에 기술 벤처, 해외 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비시장 전략, PMI, 그린 공급망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jhryoo@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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