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etaphysics on Trend
Article at a Glance
사람들은 ‘나와 다른 것, 그래서 신기한 것’에 끌리는 본성을 갖고 있다. 다른 선진 문화권에서 온 사람,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멋져 보이고 그들을 따라 하고 싶어 한다. 특히 중국이나 한국처럼 오랜 시간 고립돼 있던 나라에선 이런 ‘외국인’ ‘여행자’ ‘국제시민’에 대한 환상이 큰 편이다. 세계 글로벌 A시티를 드나들며 새로운 트렌드를 먼저 익힌 ‘글로벌 노마드’들의 역할은 바로 이 환상을 채워주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된다. 글로벌 노마드는 ‘여행자’ ‘유학생’ ‘expat’의 세 유형으로 구분될 수 있는데, 이들을 통해 글로벌 트렌드를 읽는 한편 해외 시장 진출 시에도 해당 지역 정착민들의 문화와 사고방식뿐 아니라 그들이 동경할 만한 것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
편집자주
매해 연말이 되면 ‘20XX년 트렌드 예측’류의 책이 서점에 넘쳐납니다. 하지만 대부분 신문기사와 몇 가지 특정한 문화현상을 짜깁기한 것에 그쳐 실망을 줄 때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자들은 사회와 문화의 변화,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위치한 소비자들의 트렌드 변화를 알고 싶어 합니다. 글로벌 문화 전략가인 조승연 작가가 현재 세계적 ‘트렌드 리더’와 그들이 만들어내는 해외의 최신 문화 트렌드, 그리고 그것이 비즈니스에 미칠 영향에 대해 소개합니다.
‘다른 것’에 대한 동경
중국의 최근 히트 드라마 ‘花火’는 떠오르는 중국 중산층들의 동경 대상인 ‘푸얼다이(富二代)의 삶을 29편에 담았다. 베이징을 쥐락펴락 하는 돈 많고 부유한 세 가문의 자녀들과 그들을 위해 일하는 중산층 커리어우먼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주제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거의 모두 유럽 고급 브랜드 주얼리나 드레스를 착용하고, 벤틀리나 페라리를 몰고 다니는 그야말로 ‘환상 세계’를 산다. 드라마 캐릭터 중 한 명은 중국에 고가의 유럽 승용차를 수입하는 여사장이다. 평소에는 중국어로 대화를 하고, 화가 나면 영어로 욕한다.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때는 직원들에게도 “Come in”이라고 말하는 등 스스럼없이 간단한 말은 영어로 말한다. 대학 동창들이라며 서양인들과 술 마시는 장면도 자주 등장한다. 아버지가 비리로 감옥에 들어가자 가업을 구하려고 동분서주하는 또 한 명의 20대 재벌 2세도 등장하는데 그를 괴롭히는 친구 역시 미국 유학 시절에 만난 사람이다.
또 다른 중국 히트 영화 ‘小?代’는 미국 인기 드라마 ‘섹스 앤더 시티’와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절묘하게 섞어서 만든 것으로 보이는데 중국에서 인기를 끌어 4편까지 제작됐다. 패셔너블한 상하이의 잡지 디자이너 밑에서 일하게 된 중산층 여대생과 그 여대생 친구들의 이야기를 그린 시리즈 영화다. 이 영화 역시 럭셔리 소비문화의 향연이다. 고급 호텔과 아파트, 샴페인, 와인, 레스토랑, 명품 드레스, 주얼리, 자동차 등을 광고하기 위해서 만든 영화로 보일 정도다. 하지만 여기서도 기업인과 마케팅 전문가들은 주목해볼 것이 있다. 바로 부와 권력, 그리고 세련됨의 상징으로 그려진 잡지사 사장 역할을 동서양 혼혈 배우가 맡았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나와 다른 것, 그래서 신기한 것에 끌리는 본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나와 다른 문화권에서 온 사람, 나와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멋져 보이고 그들을 따라 하고 싶어진다. 특히 중국이나 한국처럼 오랜 시간 고립돼 있던 나라에선 이런 ‘외국인’ ‘여행자’ ‘국제시민’에 대한 환상이 심하다. 중국의 최근 인기 드라마나 영화들은 그것을 잘 보여주며, 중국을 상대로 환상을 파는 럭셔리 기업들은 이런 ‘먼 곳에 대한 환상’ 가치와 외국인이 ‘자연스레 트렌드 리더가 된 상황’을 십분 활용해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미국의 유명 광고업자/저자인 오길비의 책에는 이와 관련한 명쾌한 사례가 실려 있다. 1960년대에 활약한 미국의 광고인 오길비는 프랑스 관광공사에서 더 많은 미국 관광객들이 프랑스를 찾도록 멋진 프랑스의 모습을 알리는 광고를 의뢰받았다. 당시의 프랑스는 2차 세계대전을 끝낸 후 마셜플랜에 힘입어 고도 경제 성장 시대를 열었다. 파리 북서쪽 여러 신도시에 번쩍거리는 최신형 고층 건물과 상점들이 즐비하게 들어섰다. 프랑스 관광공사는 최신 건물들과 화려한 상점들로 채워진 파리의 모습을 미국 사람들에게 최대한 알려 ‘우리 파리가 이렇게 최신식 도시로 새 단장을 했다’라고 자랑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오길비가 가져온 광고안을 보자 크게 실망했다. 그는 가로수가 아름다운 프랑스 시골 도로를 빵모자를 쓴 할아버지가 낡은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달리는 모습을 주제로 잡았다. 할아버지의 자전거 뒷자리에는 건강하고 예쁜 어린 아이가 바게트 빵을 들고 있었다. 고객인 프랑스 관광공사는 거센 항의를 했다. 그에 대해 오길비는 단 한마디로 대답했다. “스위스 사람들은 산으로 휴가를 가지 않습니다.”
현대적인 상점들과 새로 지은 고층 건물은 미국에 더 많았다. 이런 ‘미국식’ 건물과 쇼핑몰을 처음 접한 파리 사람들에게는 그러한 풍경이 새롭고 자극적이겠지만 미국 사람들이 비행기 타고 파리까지 와서 보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보기 어려운 ‘전혀 다른 것’을 보려는 것이었다. 당시의 미국에 없는 것은 역사였다. 그래서 오길비는 미국인들이 파리에 끌리는 것은 현대적으로 새로 단장한 파리의 모습이 아니라 깊은 역사가 깃들어 보이는 프랑스 시골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나라가 외국인 관광객들의 환상을 자극하고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하려면 그들이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풍경들과 ‘최대한 달라야 한다’라는 것이다. 이 광고는 오늘날까지 여러 마케팅 교과서에 ‘가장 성공적인 관광 마케팅’ 사례로 실려 있다.
이처럼 사람들은 새로운 색채, 풍경, 향에 끌린다. 독일의 낭만주의 시대 철학자들은 잘 모르는 곳과 것에 낯선 사람들에 대한 환상과 동경을 반더러스트(Wanderlust)라고 불렀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새로운 것들을 직접 접하면서 충족시킬 수 없다. 자신의 직업적 일상에 묶여 있는 까닭이다. 그래서 직접 새로운 것을 접할 수 없는 경우에는 새로운 장소와 풍경의 기운을 가지고 들어오는 사람들을 동경하게 된다. 그런 동경에서 ‘경제적 기회’가 창출된다. 이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이방인의 삶을 살고 이를 자신의 고향이나 모국에 공유하며 ‘타인들의 동경으로부터 얻는 경제적 기회’에서 부를 창출하고자 한다. 이런 사람들을 expat 또는 cosmopolitan이라고 부르는데 이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소비문화 트렌드 리더 그룹이 형성된다. 이들 그룹을 세분화해서 살펴보면 마케팅 전략 수립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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