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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형 혁신의 함정

최재혁 | 13호 (2008년 7월 Issue 2)
서울시청 인근에 자리 잡은 한 콩국수식당 앞. 뙤약볕에도 아랑곳없이 식당에 들어가려는 손님들이 뱀 꼬리같이 긴 행렬을 이루고 있었다. “절대로 안돼요! (요리법은) 아들만 가르쳐 줘야지.” 간판에 쓰여 있는 ‘선언문’을 통해 이 가게의 콩국수가 긴 기다림조차 행복으로 승화시키는 별미 중의 별미임을 알 수 있다.
 
며느리조차 모른다는 그 비결, 장사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팔고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비법을 독점하고 싶은 게 당연하다. 그런데 콩국수집 주인이 생각을 바꿔 콩국수 제조비법을 공개한다면 어떻게 될까. 더 맛있는 콩국수집이 늘어나 설렁탕 가게만큼이나 콩국수 시장 규모가 커지지 않을까. 또 더 많은 사람이 습관적으로 콩국수를 먹게 돼 콩국수집 주인은 가게도 확장하고 수익도 더 올릴 수 있지 않을까.
 
폐쇄냐 개방이냐, 쉽지 않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개방의 치명적인 매력과 쓰디쓴 함정, 성공적인 개방을 위한 선결조건을 차례로 살펴본다.
 
개방은 시장 확대의 중요한 툴
개방은 크게 비즈니스 참여의 개방, 사용의 개방, 이동성의 개방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들은 각각 비즈니스에 참여하기 위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사용자들이 원하는 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다른 기업이나 다른 제품으로의 이동장벽을 낮추는 것을 말한다. 이동통신 산업에서 예를 찾아보자. 과거 폐쇄적으로 운영하던 무선 포털을 이통 3사의 동일 플랫폼인 ‘오픈넷’으로 개방한 것이 참여의 개방이다. 또 LGT의 ‘오즈’ 서비스와 같이 고객이 원하는 사이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용의 개방이다. 사용하던 번호 그대로 타사로 옮겨갈 수 있도록 한 번호이동성제도가 바로 이동성의 개방이다.(그림1) 

개방은 기업의 독점적 지위를 다소 포기하도록 하지만 반대급부로 시장의 ‘범위’와 ‘규모’를 확대하는 효과를 가져다준다. 기업이 개방하면 경쟁사·협력업체·소비자들의 적극적 참여가 일어나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소비자들의 다양한 사용 행태를 관찰할 기회가 주어진다. 이에 기업들은 기술 투자와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전력투구를 하게 되고, 이 결과 다양한 상품 출현으로 시장 범위가 확장된다. 자연히 사용자의 만족도가 높아져 시장 규모가 확대된다. 시장 범위 확장은 비즈니스 기회를 늘려 주고, 시장 규모 확대는 매출 기회를 늘려 준다.
 
실제 이런 현상은 국내 유선 인터넷의 성장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초고속 인터넷망 사업이 시작되면서 PC통신 시절의 폐쇄성이 사라지고 사업자 간 개방적 경쟁이 가능해졌다.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을 제공하는 초고속인터넷사업자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갖게 됐다. 또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과 콘텐츠를 들고 나온 포털 및 콘텐츠 제공업체들의 서비스를 누림으로써 초고속인터넷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그림2) 

개방의 그늘… ‘lock-in 전략’이 관건
하지만 개방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PC 산업을 살펴보자. 1981년 IBM이 PC를 선보이면서 컴퓨터의 개인화 시대를 열었고, 애플컴퓨터의 폐쇄정책과 달리 개방정책을 채택한 IBM 호환기종이 시장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실제로 돈을 번 것은 IBM이 아닌 컴팩, 델 같은 후발 주자들이었다. 산업의 주도권마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 같은 업체에 빼앗겼다. 결국 IBM은 2005년 PC사업부를 중국 레노버에 넘기면서 IBM PC 시대를 접었다.
 
국내 메신저 시장에서도 개방 정책은 실패했다. 한국에서 MSN 메신저는 2000년 이후 부동의 1위를 차지했으며, 외부 연동을 허용하는 등 개방정책을 취했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는 이동 장벽을 대폭 낮추는 역할을 해 무료 SMS 100건과 싸이월드와의 연동 등을 무기로 공격한 네이트온을 이기지 못하고 2005년 3월 결국 역전 당했다.
 
개방 정책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개방 후에도 지속적인 수익을 가져올 수 있는 ‘수익 잠금(lock-in) 장치’가 있느냐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시장 크기가 커짐에 따라 더 많은 수익이 해당 기업으로 환원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다양한 방식으로의 구현이 가능하지만 원천적으로 가치네트워크(value network)상 일부 영역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뒤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이 지위를 이용한 수익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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