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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도 속는 준거가격의 비밀

조지프 누네즈(Joseph Nunes) | 13호 (2008년 7월 Issue 2)
준거 가격의 중요성
소비자들은 어떤 상품을 평가할 때 자신의 기준이나 경험을 토대로 품질을 인식하고 가격을 부여한다. 이때 소비자가 부여한 가격이 바로 준거 가격(reference price)이다. 최근 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은 행동과학론에 근거해 소비자들이 어떤 식으로 준거 가격을 매기는 지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준거 가격이 중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소비자들은 구매할 상품의 가격을 놓고 저울질할 때 가격 자체를 절대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준거 가격에 기준해 상대적인 평가를 내린다.

준거 가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소비자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내부 준거 가격(internal reference price)과 제조업자나 유통업체들이 판촉 전략의 일환으로 책정하는 외부 준거 가격(external reference price)이다. 

외부 준거 가격의 대표적 예는 많은 제조업체가 붙이는 이전 가격표(previous price tag)다. 어떤 옷에 50달러라는 가격표와 100달러라는 이전 가격표를 동시에 붙여 놓으면 소비자들은 자신이 50달러를 지불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아, 과거에 100달러에 팔리던 상품이니까 지금 내가 이 옷을 사면 50달러를 절약할 수 있구나”에만 집중한다.

홈쇼핑에서 광고하는 주방용품도 마찬가지다. 원래 119.99달러에 팔았는데 지금 19.99달러에 판다는 광고가 수도 없이 쏟아진다. 우리 모두는 이 업체가 한 번도 119.99달러에 이 제품을 판 적이 없다는 사실은 안다. 하지만 어쨌든 소비자로 하여금 “내가 싼 가격에 이 상품을 사고 있구나”하는 인식을 갖게 만든다. 어수룩한 전략이지만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준거 가격와 상품 가격 차이를 거래 효용(transaction utility)이라고 한다. 거래 효용은 쉽게 말해 “내가 좋은 거래를 했구나”하고 소비자들이 스스로 느끼는 만족감을 의미한다. 거래 효용이 없으면 소비자들은 좋은 가격에 상품을 구매하고서도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다.

중고차 구입을 앞둔 어떤 사람이 딜러와의 치열한 줄다리기를 예상하고 매장에 갔다. 자신이 원하는 가격은 1만 5000달러이지만 딜러가 1만 5500달러를 부를 것이라고 예상한 이 사람은 500달러를 깎기 위해 어떤 식으로 협상해야 할까에 대해 치열하게 궁리하고 있다. 이 와중에 딜러가 쉽게 “좋소. 1만 5000달러에 자동차를 팔죠”라고 말하면 이 사람은 원하는 자동차를 원하는 가격에 구입했다는 만족감은 온데간데 없고 허탈감에 빠진다. 거래 효용이 제로(0)이기 때문이다.

준거 가격은 제조업체의 가격 결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어떤 운동화 생산업체가 소비자 조사를 실시했다. 109달러와 179달러짜리 운동화 두 개를 보여 주고 소비자들에게 선택하라고 하자 109달러 상품을 택한 사람이 57%, 179달러짜리 상품을 택한 사람이 43%였다.

반면 199달러, 179달러, 109달러라는 세 가지 상품을 놓고 비교하라고 하자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졌다. 60%의 소비자가 179달러짜리 상품을 선택한 것이다. 199달러 상품을 고른 사람도 13%에 달했다. 그러나 109달러 상품을 고른 사람은 57%에서 27%로 급감했다.

이 사례는 마케팅에서 준거 가격이 왜 중요한 지를 잘 보여 준다. 같은 상품의 가격대를 다양화한 후 더 높은 가격의 상품을 끼워놓으면 사람들은 실제로는 싸지 않은 중간 가격대의 상품이 상대적으로 싸다는 착각에 빠진다. 준거 가격 효과가 최대한 나타나는 셈이다.
 
구조화 효과(Framing effect)
소비자들은 정보의 제시 순서를 어떻게 구성하느냐, 어떤 단어를 택하느냐에 따라 크게 다른 반응을 보인다. “새로운 암 치료제가 40%의 생존율을 기록했습니다”와 “새로운 암 치료제가 60%의 사망률을 기록했습니다”란 말은 결국 동의어다. 하지만 사람들은 후자에 대해 “새로운 치료제인데도 60%의 사람이 죽는단 말이야?”라고 제약업체를 비난한다. 이것이 바로 구조화 효과다. 사람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경제적으로 합리적이지 않다. 준거 가격뿐 아니라 구조화 효과에서도 이것이 잘 나타난다.

A
주유소에서는 휘발유 갤런당 1.3달러를 받고, 현금으로 계산하면 0.10달러씩 할인을 해 준다. 반면에 B 주유소에서는 휘발유 갤런당 1.2달러를 받고, B 주유소와 약정을 맺지 않은 신용카드로 계산하면 0.10달러의 추가 요금을 부과한다. 실제로는 B 주유소를 이용하는 것이 더 이익이지만 사람들은 A 주유소로 몰린다. 인간이 가진 관념적 정의감(notion fairness)이 ‘할인(discount)’과 ‘추가요금(surcharge)’이라는 단어 차이에만 집중하게끔 만들기 때문이다.

구조화 효과는 무형자산 상품과 유형자산 상품을 어떻게 배열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상당한 시사점을 준다. 어떤 대학교가 체스 강의를 위해 고수를 초청하면서 학교 내에 두 가지 공고문을 붙였다. A 형태의 정보 제시는 “최고의 체스 고수가 학교에 온다. 연설료는 1000달러. 하지만 이 수업에 참관하면 체스 세트는 공짜로 준다”였다. 반면에 B 형태의 정보 제시는 “최고의 체스 고수가 학교에 온다. 연설료는 공짜지만 수업을 들으려면 1000달러짜리 체스 세트를 사야 한다”였다. 수업 신청을 받은 결과 B 형태의 수업 신청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사람들은 무형자산에 돈을 지불하기를 꺼려 하기 때문이다.
 
승낙을 받아내는 전술(compliance tactic)
소비자로부터 승낙(compliance)을 받아내는 것은 세일즈의 기초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이 승낙을 받아내는 전술에 관해 잘 모른다. 고객으로부터 ‘예스’라는 대답을 들으려면 아래에 언급한 여러 원칙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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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지프 누네즈(Joseph Nunes)

    조지프 누네즈(Joseph Nunes)

    - (현)남캘리포니아대(USC) 교수
    - 주 연구 분야는 소비자 행동, 사치재, 가격 결정의 전략적 이슈, 신상품 개발, 이문화(cross-cultural) 마케팅, 소비자 충성도(loyalty)
    - 서울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에서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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