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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화 경영 방법론

200권 읽고 100번 여행하는 정신 갖춰라 방심하면 ‘성공신화’가 추락 사례 된다

박승찬 | 174호 (2015년 4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마케팅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 성공 사례가 4∼5년 만에 실패 사례로 둔갑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 물건을 중국에서 잘 팔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중국 안에서 현지화 경영을 제대로 해야겠다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1. FTA 플랫폼에 최적화하라

2. 현지화 전략에서 현지화 경영으로 초점을 이동하라

3. 중국인 유학생이 중심인 5∼6명 규모의 아메바 조직을 운영하라

4. 수평적 마케팅과 스토리텔링으로 접근하라

5. 200권의 중국 서적을 읽고 100번의 도시 여행을 가겠다는 학습형 조직으로 전환하라

 

 

Corporate China의 부상

기업인이라면 누구나 중국의 중요성을 알고 있을 것이다. 1인당 GDP 2014년 기준 7572달러로 세계 80위지만 국가 전체로 보면 세계 2위의 생산량(2014 GDP 103000억 달러)을 자랑한다. 14억의 인구를 기반으로 전 세계 돼지고기의 51%, 쌀의 33%, 수산물의 30% 등을 소비하며 중국의 소비 패턴이 세계 상품가격을 뒤바꾼다는차이나플레이션1  의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는 2017년에, 시장 환율(Market Exchange Rate) 기준으로는 2027년에 각각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경제소비대국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국제 회계·컨설팅회사인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PwC)는 예측하고 있다.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중국인은 세계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소비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과거에는 중산층이 적고 상위와 하위계층이 많은 아령형 사회계층구조였지만 점차 중산층이 50% 이상 넘어서는 럭비공 형태의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

70년대 초반 0.6 이상인 엥겔지수가 이미 0.3까지 떨어져 개도국 수준에 진입한 지도 오래고, 7억이 넘는 인구가 도시에 살고 있다. 2013년에 이미 도시화율이 53.8%에 달했다. 특히 상위 15%에 해당하는 상류층은 3(고소비, 고학력, 고감도)의 소비성향과 특징을 가지고차이나 3.0 시대를 새롭게 열고 있다. UN 2040년에는 10억 명의 중국인이 도시에 사는 초슈퍼 소비대국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본다.

 

 

 

소비자뿐 아니라 중국 기업의 급부상도 눈부시다. 지난 3월 초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2015 MWC(Mobile World Congress)는 중국 기업의 기술경쟁력을 재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특히 화웨이와 ZTE의 스마트폰은 기술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색상과 디자인 등 소프트 역량까지 거의 한국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 판매량 기준으로 보면 가격경쟁력과 기술력을 겸비한 중국 기업이 한국을 추월한 상태다.

 

중국 시장에서의 1등이 세계시장 1등이라는 공식이 점차 현실화돼 간다. 막강한 중국 시장의 파워를 기반으로빠른 추종자(fast follower)’ 전략을 펴는 중국 기업들은 이미 글로벌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혁신주도자(leading innovator)’로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앞으로 중국은 시장을 기반으로 하는혁신과 상업화의 동시 진행(innovation with commercialization)’ 전략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공격할 것이다. < 1>에서 보듯 이미 중국의 많은 ICT 기업들은 내수시장을 벗어나 동남아, 러시아, 한국, 일본, 대만, 인도, 유럽과 미국 시장으로 빠르게 손을 뻗치고 있다.

 

제조업 전반으로 시야를 확대해보면 이런 글로벌화 현상이 더욱 뚜렷하다. 한국의 8대 주력 수출산업인 스마트폰, 자동차, 조선·해양, 석유화학, 반도체, 디스플레이, 정유, 철강 중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제외하고 6개 업종이 이미 세계시장에서 중국 기업에 의해 추월당한 상태다. ( 2)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우도 중국과의 기술 격차는 점차 줄어드는 분위기다.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중국 업체가 차지하는 비율이 이미 절반을 넘었다. 기술 측면에서는 아직 한국과 미국의 선진 업체와 상당한 격차가 있지만 최근 중국 정부가 자국 내 반도체 기업 육성을 위해 약 20조 원에 달하는 국부펀드를 조성함으로써 중국의 기술 추격은 가속화할 것이 분명하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우도 자국의 액정화면(LCD) 패널 제조기업에 적극적인 제도적, 재정적 지원을 해주며 생산라인을 늘리도록 도와주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한국의 얼마 남지 않은 1위 품목이다. 중국은 여기에서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중국은 1970, 80년대市場換技術(시장과 기술의 맞바꿈)’을 통해 외국 자본과 기술을 빨아들였다. 외국 자본에 중국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대신 그들의 앞선 기술을 받아들이는 파트너십을 주로 추진했다. 어느 정도 자신감을 얻은 1990년대 이후부터는 적극적인 행보를 취해왔다. 일본이 아날로그 기술에 오래 머무는선발자 함정에 빠지고 한국은 단계적인 기술발전에 힘을 쏟을 때 중국은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선도 기술제품 혹은 기업을 통째로 인수해 기술적 비약을 이루는 이른바 ‘leapfrogging(기술적 건너뜀)2  ’을 통해 한국 등 선도 경쟁국과의 기술격차를 점차 줄여 나가고 있다.

 

 

 

 

한국은 특히 IT와 같은 기술 사이클이 비교적 짧은 단명 기술에 특화해 산업성장을 해왔다. 따라서 다른 기술 분야와 융합하는 기술혁명이 수반되지 않으면최초의 희생자(first loser)’로서 중국에 추월당할 수도 있다. 이미 첨단 분야에서는 중국이 훨씬 앞서가고 있다. 금융산업을 보자. IT 금융, 이른바핀테크분야에선 중국의 3대 인터넷 기업인 알리바바(전자상거래), 텐센트(온라인 미디어), 바이두(검색 포털)가 적극적으로 IT와 금융을 융합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한국 기업도 하드웨어 중심의 기술전략에서 벗어나 콘텐츠 및 소프트웨어 중심의 가치전략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

 

 

 

한국 기업의 대응

1. FTA 플랫폼의 최적화 노력

 

위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해결책은 있다. <그림 2>는 필자가 제안하는 중국사업 전략을 요약한 것이다.

 

우선 ‘Corporate China’와의 경쟁에서 패배하지 않기 위해서는 중국의 변화하는 모습에 맞는차이나 글로벌마인드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 첫 번째 터닝포인트로, · FTA TPP, FTAAP, RCEP 등 여러 국가 간의 자유무역협정(FTA·free trade agreement)이 가져오는 기회와 위협을 재검토해야 한다.

 

특히 한· FTA가 가져오는 가격 경쟁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가서명된 FTA 협정문에 따르면 품목 수 기준 91%, 수입액 기준 85%에 달하는 상품의 수입 관세가 철폐된다. 이에 따라 국경 간 전자상거래가 가져올 향후 유통혁신의 흐름에 대비해야 한다. 중국 시장을 열심히 개척한 후 고스란히 중국 기업에 토사구팽 당하지 않으려면 현지 유통과 소싱, 마케팅 전략을 잘 세우고 현지 상황을 프레임화, 전략화 및 최적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FTA 협상결과를 아웃바운드(수출) 중심으로만 보지 말고 인바운드(수입) 시장에 닥쳐 올 리스크에 대한 대응책 마련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여전히중국산 제품 = 중저가 브랜드로 인식하는 경영자가 많다. 이런 태도를 유지하면 국내 시장에서조차 밀려날 수 있다. 이미 많은 한국의 우수 인력, 특히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들이 중국 기업에 채용되고 있다. 이들은 이런 인력 현지화를 무기로 한국 시장을 언제라도 넘볼 준비를 하고 있다. 우수한 한국 인력과 기술에 중국 기업 특유의 빠른 의사결정과 자본이 만나면 폭발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패션산업의 경우를 예로 들어 보자. 중국의 대표 여성브랜드인 ‘EP’ ‘V-GLASS’ ‘LANCY’ 등은 이미 디자인팀의 핵심 인력이 한국인 중심이거나 한국의 유명 디자이너에게 컨설팅을 받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제품 디자이너뿐 아니라 매장을 꾸미는 비주얼 머천다이저(Visual Merchandiser)들의 중국 업체 취업도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고, 한국의 유명 패턴사들도 대부분 중국 기업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패션 기업의 경영자들이중국산은 저가품이라며 방심할 때가 아니다.

 

향후 진행되는 네거티브 방식의 후속 협상에 대해서도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포지티브 자유화 방식은 적용되는 품목들을 나열하고 여기 해당하지 않는 품목은 개방하지 않는 방식이다. 이에 비해 네거티브 방식은 적용되지 않는 품목을 나열하고 나머지 분야는 모두 자유화된다. 중국이 서비스 분야에서 네거티브 자유화 방식에 따른 후속협상을 합의한 것은 한· FTA가 최초다. 따라서 한국 기업이 경쟁 우위를 가진 부문에서는 중국 시장에서 ‘first mover’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다양한 현지 부가가치 산출 활동을 모색해야 한다.

 

2. 현지화 전략에서 현지화 경영으로

두 번째로, 단기적인 경영성과 시각의생존경영의 현지화 전략에서 장기적인 안목에서 전개되는트렌드 중심의 가치경영 현지화로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이우(犁牛)라는 전설 속 동물이 있다. 히말라야 설산에 살며, 칼처럼 길고 날카로운 꼬리를 가졌고 제 꼬리가 자랑스러워 정성껏 핥으며 가꾼다. 그러다 혀를 베지만 피의 단맛에 빠져 더욱 꼬리에 탐닉하게 되고 결국 죽고 만다. 중국 진출 기업은 이런 이우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과거 신세계 이마트를 중국 진출의 성공사례로 얘기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실패사례로 꼽힌다. 이마트는 1997년 상하이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며 처음 중국에 진출해 한때 현지 법인만 10, 점포 수는 27(2011)에 달했다. 그러나 현지화 경영 실패로 2015년 초 기준으로는 10개 점포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2014년 중국에서 544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상하이에는 이마트 같은 대형 할인매장 브랜드가 중국 로컬 기업과 외국계 기업을 합쳐 300여 개가 들어와 있다. 중소 규모의 유통매장까지 포함할 경우 그 수는 2000여 개가 훨씬 넘는다고 한다. 상하이 연쇄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걸어가면서 2분마다 할인매장을 볼 수 있다. 상하이 어느 지역에서든 반경 1㎞ 이내 마트가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치열한 격전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2가지 경쟁 우위 중 적어도 하나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확고한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있거나 input(임대료, 유통, 물류 등 투입요소비용)을 경쟁사보다 줄여야 한다. 외국계 할인매장의 대명사인 까르푸의 경우 확고한 글로벌 브랜드를 기반으로 현재 중국 내에서 237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마트는 글로벌 기업인 까르푸만큼 중국에서 알려진 브랜드가 아니다. 따라서 input 비용을 경쟁사 대비 줄여야 생존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지 업계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마트는 비용 우위도 확보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같은 크기의 매장을 임대하더라도 경쟁사보다 더 비싸게 계약하는 일도 있었다. 물류유통 비용도 마찬가지다. 현지화 경영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처럼성공이라는 말은 결과론적 얘기다. 지금 회자되고 있는 중국 진출 성공사례들이 향후 5∼10년 내 실패사례로 전환될 수도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중국 사업은 이제현지화 전략이 아니라현지화 경영의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은 어떻게 하면 물건을 많이 팔 수 있을지 전략만 구상하고, 어떻게 현지에서 기업을 경영할지에 대해서는 덜 고민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에서 어떻게 성공할 것이냐가 아니라불확실한 중국에서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경영할 것이냐를 고민해야 한다. 특히 중국은 현재 내수시장에서 글로벌 시장으로,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전환되는 4가지 특성이 혼재돼 있는 특수한 시장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시스템적 리스크를 어떻게 체계화하고 대응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하다.

 

아메바식 경영은 단순한 중국 사업의

경영 노하우가 아니라 사람, 즉 인력을 중심으로

경영하는 혁신적 경영관리 시스템이다.

 

 

 

 

 

그렇다면 과연 현지화 경영은 어떤 기준으로 이뤄져야 할까? <손자병법> 1장 시계(?) 편 도천지장법(道天地將法)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혼란의 중국 시장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즉 위기시대의 현지화 경영 기준을 배울 수 있다.

 

1. (): 제품과 서비스의 사업 방향이 중국 시장과 부합하는가? 향후 성공 가능성은 있는가?

 

2. (): 중국 시장 환경이 어떻게 변화되는가? 사업 확대의 적정시기인가?

 

3. (): 중국에 진출하고자 하는 지역시장 및 정책에 대한 이해도는 어떠하고, 그에 대한 이해 정도는 어떠한가? 사업의 방향과 적합한가?

 

4. (): 다가올 리스크에 대한 대응방안은 있는가? 나의 핵심 경쟁력은 무엇이며, 이를 통한 시장의 최적화가 가능한가?

 

5. (): 중국 직원과 융화될 수 있는가? 중국 시장에 맞는 가장 최적화된 조직으로 구성돼 있는가?

 

이제 중국 사업은 단기적이고 방법적, 부분적인 경영성과 시각의생존경영의 현지화 전략에서 장기적인 안목에서 전개되는인간 중심의 가치경영 현지화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3. 유학생 중심의 아메바식 경영모델로

세 번째 해결책으로 필자가 제안하는 것은 아메바식 경영모델이다. 급변하는 중국 시장에선 기존의 경영방식으로는 선도자의 역할을 할 수 없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물가와 위안화 절상의 흐름 속에 인풋과 아웃풋을 끊임없이 조절해가며 최적화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아메바식 경영모델은 우리 기업에 매우 현실적인 대안으로 적극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아메바식 경영모델은 기업 규모 및 아이템별로 5∼6명씩 구성된 소집단 부문별 채산제도다. 일종의 권한위임 모델이다. 아메바는 소규모의 이익그룹 형태로 각각의 조직으로 독립돼 있다. 중국과의 비즈니스에서도 이 조직들이 각각의 이익 책임을 가지게 된다.

 

아메바는 환경변화에 신속히 적응하는 생물이다. 단세포이기 때문에 잘라내도 결코 죽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급변하는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피드와 현지화를 무기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아메바식 경영조직이 필요하다. 아메바는 조직을 세분화해도 회사의 목적이나 방침에 저해되지 않으면서 회사의 목적, 방침을 수행할 수 있는 조직이다.

 

아메바식 경영의 첫 번째 원칙은 사람에 의한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다. 향후 중국 사업에서 기업은 두 가지의 가치에 직면하게 된다. 하나는 단순히 움직이는() 가치이고, 또 다른 하나는 사람에 의해 움직이는(?) 가치다. 단순히 움직이는() 조직은 실패를 가져오는 負加價値 창출하고, 사람에 의해 움직이는(?) 조직은 성공을 가져오는 附加價値 창출할 수 있다.

 

아메바식 경영은 단순한 중국 사업의 경영 노하우가 아니라 사람, 즉 인력을 중심으로 경영하는 혁신적 경영관리 시스템이다. 아메바식 경영은 아메바, 즉 개개인 참여자들의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인체의 수많은 작은 세포들이 체내외의 조화 속에서 그 역할과 기능을 발휘하게 되는 것과 같은 논리다. 또한 우리 기업 내 형성된 아메바(소집단 그룹) 구성원 모두가 제 기능을 발휘하도록 리더의 역할도 매우 중요시된다. 안일즉사 변신즉생(安逸卽死, 變身卽生)3 형 인재 육성이 이뤄짐으로써 負加價値 아닌 附加價値 창출할 수 있게 된다. 리더, 즉 기업의 CEO가 변해야 附加價値 인재와 조직을 구축할 수 있다.

 

 

 

아메바는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필자는 국내에 유학하고 있는 중국 유학생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한중국대사관 교육처에 따르면 2014년 현재 한국에서 유학하는 중국 유학생 수는 약 62000명으로 중국 전체 유학생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과거 한국에서 유학했거나 연수를 마친 중국인을 모두 합하면 대략 30만 명 정도가 된다. 그들 대부분은 한국을 좋아해서 유학을 왔고 한국 기업에 취업을 희망하는 친한파(親韓派)들이다. 그들 중 유창한 한국어와 관련 전공지식을 겸비하고 적극적인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진 친구 중 상위 20%만 잡아도 대략 6만 명이라는 우수한 아메바 세포가 있다는 얘기다.

 

이들을 중심으로 혹은 이들이 핵심 멤버로 참여하는 5∼6명 단위의 소조직 단위로 사업을 진행해 비용을 최소화하며 시장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아메바식 조직경영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다. 화장품 기업인 에뛰드하우스가 시장 진입 전 사전 마케팅 차원에서 아메바 조직을 활용한 바 있다. 에뛰드하우스는 중국의 20대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브랜드다. 한국보다도 중국에서 더 인지도가 높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이 브랜드는 중국 진출 전 국내 재학 중인 중국 유학생 중 20여 명의 아메바를 선발했고, 각자의 특성에 따라 메이크업과 뷰티 관련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는뷰티 트렌드 리더팀’, 콘텐츠를 디자인하는디자인팀’, 관련 영상을 제작할영상팀’, 한국 뷰티 문화를 전파할글로벌팀 4개의 아메바 조직을 구성했다. 그 결과 짧은 시간 내 브랜드 홍보 효과가 나타났고 자연스럽게 매출 확대로 이어졌다.

 

하지만 아메바 조직의 완성은 소규모 형태의 기업화다. 각 개의 아메바 조직은 독립 이윤채산제 형태로 운영되는 권한위임형 모델이 될 때 최대의 효과를 발휘한다. 에뛰드하우스는 이 단계까지 아메바 조직을 발전시키지는 않았다. 안타깝게도 완전히 아메바 조직을 활용하고 있는 한국 기업은 아직 없다.

 

4. 수평적 마케팅과 스토리텔링

중국 소비시장의 급격한 변화는 과거의 수직적 마케팅에서 수평적 마케팅으로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수평적 마케팅은 새로운 용도, 새로운 TPO

(Time, Place, Occasion) 혹은 새로운 중국 지역시장 타깃을 통해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 카테고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서로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 혹은 아이디어를 연관시켜 새로운 제품을 중국 지역 시장에 맞게 재구성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제품의 변형, 크기 혹은 양의 다양화, 디자인의 다양화, 포장재의 다양화, 유통경로의 다양화(온라인 매체의 다양화), 보완적 구색 등을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 캐나다의 유아용품 회사인 쿠시스는 중국인들이 춘절 때 가장 많은 선물을 구매하고 선물 구입 시 포장 형태 및 포장 크기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지했다. 춘절 선물용 기저귀 세트 포장을 크고 화려하게 제작해 시판한 결과 매출액이 30% 이상 증가했다.

 

또 제품 및 서비스에 맞는 스토리텔링 구축이 관건이다. 5000년의 역사와 스토리를 갖고 있는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기반으로차이나 DNA’를 우리 제품과 서비스에 융합해야 한다.

 

 

 

 

코오롱스포츠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의 로고는 나무 두 그루를 형상화한 것이다. 1974년에 처음 나무 모양 로고를 선보였고 1978년부터 현재의 모습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중국에는 ??(초재수)4 ??(행운수)라는 상징적인 나무 이미지가 잘 알려져 있다. 재물과 행운, 건강을 기원하는 중국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대표적인차이나 DNA’. 코오롱스포츠는 여기에 착안해 로고의 나무 두 그루를 각각 초재수와 행운수로 연결시키는 스토리텔링을 시도했다. 영상물을 만들어 중국인들이 자주 찾는 SNS에 올리고 매장을 찾는 고객들에게도 보여줬다. 이렇게 차이나 DNA를 연결시켜 현지인들에게 친근감을 줬고 스토리가 있는 회사로 재탄생했다. 이처럼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스토리텔링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중국인의 단골 관광코스가 된 덕수궁 돌담길도 비슷한 사례다. 원래 한국에선 남녀가 덕수궁 돌담길을 함께 걸으면 헤어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예전 이 근방에 가정법원이 있어 이혼하는 남녀들이 이 길을 지나다녔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시관광협회에서는 이런 유래에 집착하기보다는 중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스토리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원래 유래와는 반대로덕수궁 돌담길은 서로 사랑을 꽃피울 수 있고, 결혼에 골인하게 해준다!’는 스토리를 만들어 관광 책자로 배포하고 또 투어가이드에게도 그렇게 설명하도록 유도했다. 이제 덕수궁 돌담길에는 사진을 찍는 중국 연인들이 넘쳐난다.

 

 

 

5. 학습형 조직으로의 전환

한국처럼 중국 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공부하는 나라는 거의 없고, 한국처럼 중국전문가가 많은 나라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중국에서 성공했다는 얘기보다 실패사례가 더 많이 들려올까? 중국 시장에 대한 연구만 했지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중국에 대한 거대담론의 홍수에만 빠져 있을 뿐 실제로 나의 회사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과 연구는 턱없이 부족하다.

 

국내에 종사자 규모 50인 이상인 제조업 기업이 약 5만 개 있다. 중국 시장 진출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는 이들 5만 개의 중소기업들이 급변하는 중국 시장을 배우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 사실 이들의 대부분은 과거 대기업에 납품하며 성장한 기업들이기 때문에 해외시장 진출에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히 중국 시장 진출 경험이 일천해 많은 실패사례를 경험한 바 있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중국 시장 전담 인력이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실무자 중심의 학습을 바탕으로 이뤄져 있다.

 

문제는 중소기업처럼 CEO가 모든 결정을 하는 구조에서 실무자 대상의 중국 비즈니스 교육 및 학습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반드시 CEO가 중국 내수시장 진출 실무교육을 받아야 하고 중국 사업의 스피드경영 및 타당성을 판단해야 한다. 중국 CEO가 직접 대중국 사업에 참여하거나 혹은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형태로 중국 현장에 투입돼야 한다. CEO 중심으로 중국사업팀을 조직화해야 하고, 팀은 교육과 경험, 목표, 변화라는 카테고리 속에서 학습형 조직으로 재무장해야 한다. 사내 중국 학습팀을 조직해 체계적인 학습과정과 정보를 습득하고 개인의 전문화된 중국 지식(일반상식과 전문화된 실무교육, 분야별 집중 단계별 교육 프로그램의 진행, 비즈니스 실무중국어의 습득 등)과 역량강화를 통해 중국 사업 수행의 기초적 기반을 해결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중국 진출 사례 벤치마킹을 통해 각 회사 내 조직별로 맞춤형 사업방향, 시장 특징, 실무능력 제고를 통해 중국 시장 진출의 팀의 최적화를 이뤄나가야 한다.

 

이랜드 차이나는 2013년 약 3조 원을 중국에서 벌어들였다. 연평균 65% 성장하고 있다. 2013년 기준 44개의 서브 브랜드가 있고, 중국 213개 도시에 7000개 넘는 매장을 가지고 있다. 이 회사는 현지화 경영의 중요성과 학습형 조직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이랜드 차이나에 주재원으로 파견되기 위해서는 2가지 기본 과정을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200권의 중국 관련 서적을 읽어야 하고, 100번 이상의 중국 도시여행을 가야 한다는 말까지 있다. 중국의 22개의 성() 5개의 자치구(自治?), 4개의 직할시를 손바닥 읽듯이 꿰뚫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사업의 현지화 경영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현지화 경영을 위해서 이 정도의 각오는 필요한 것이다.

 

 

박승찬용인대 중국학 교수/중국경영연구소 소장 klacn@naver.com

필자는 중국 칭화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하고 주중국대사관에서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으로 5년간 일하며 3000여 개가 넘는 기업을 지원했다. 미국 듀크대 차이나마케팅 강의 교수를 지냈으며 한중사회과학학회 및 중국지역학회 기획이사 및 한국무역협회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코트라 중국시장전문위원을 지냈다. 저서로는 <벤처여 중국대륙으로 가자> <한중 FTA 추진 관련 중국정부조달시장 진출전략> <중국 IT산업 부상과 우리나라 IT산업 고도화 전략> 등이 있다.

 

  • 박승찬 | - (전)주중국대사관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
    - (전)미국 듀크대 차이나마케팅 강의 교수
    - (전)한중사회과학학회 및 중국지역학회 기획이사
    - (전)코트라 중국시장전문위원
    - (현)한국무역협회 전문위원
    - 저서로는 <벤처여 중국대륙으로 가자> <한중 FTA 추진 관련 중국정부조달시장 진출전략> <중국 IT산업 부상과 우리나라 IT산업 고도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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