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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ATREND Report

Easyology : 학습조차 필요 없는 편안함 추구해야

유인오 | 119호 (2012년 12월 Issue 2)

 

 

 

편집자주

메가트렌드에 비해 마이크로트렌드는 미세한 변화를 통해 파악되기 때문에 쉽게 인식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마이크로트렌드는 기업에 블루오션을 열어줄 수 있습니다. 상품을 통해 마이크로트렌드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메타트렌드연구소의 최신 연구 결과를 신사업 아이디어 개발에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가치 중 하나는 바로 쉬움이다. 보다 빠르게, 쉽게, 편하게는 인류의 발전을 이끌어 온 핵심적 키워드 중 하나다. 많은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은 쉬움을 사용자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중요한 가치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쉬움은 사람, 시대나 상황, 문화에 따른 상대적인 가치다. 과거의 쉬움과 오늘날의 쉬움이 같지 않으며, 또한 미래의 쉬움은 지금과는 또 다른 형태를 가지게 된다.

쉬움의 기본 가치는 사용자에 대한 배려다. 사용자에 대한 배려를 추구하는 기본 명제에는 변함이 없지만 쉬움을 추구하는 방식은 계속 변화하고 있다. 단순함이 쉬움을 대변하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쉬움을 추구하는 방식 자체가 다변화되고 있다. 단순함이 갖는 디자인의 가치는 변함이 없지만 단순함만으로는 새로운 시대에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많은 첨단 기술이 넘쳐나고 수없이 많은 데이터가 쉴 새 없이 생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정리하고 해결해 줄 수 있는 새로운 쉬움의 개념이 등장하고 있다. 이지올로지(Easyology)는 바로 이런 상황에 등장한 확장된 쉬움의 개념이다. 생활 속에서 수많은 첨단 기능 제품을 사용해야 하고 온라인에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데이터가 넘쳐난다. ‘쉬움을 통해 이런 것들이 주는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되 사람들이 누리고 있던 편의 기능이나 사용자 경험을 제한해서도 안 된다. Easyology는 이처럼 확장된 개념의 쉬움을 추구하는 문화, 사회적 흐름이다. 현대인의 머릿속에 깃들어 있는쉬움에 대한 추구는 과거의 쉬움에 대한 개념과 분명히 구별돼야 한다. 이지올로지의 핵심인학습이 필요 없는 쉬움’ ‘선택의 고통을 해소해 주는 쉬움은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쉬움의 가치를 제공한다.

 

학습이 필요 없는 쉬움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학습만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 혹은 아예 학습 없이도 사용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이지올로지의 목표다. 이런 방식의 이지올로지는 초보자와 숙련자 간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게 하는러닝-프리 프로덕트(Learning-Free Product)’를 만들어 낸다.

사용자가 최소한의 학습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게 하려면 사용자가 익히고 학습해야 할 부분을 줄여야 한다. , 일관적인 사용방법과 최소한의 패턴으로 인터페이스를 구성해야 한다. 아무리 기능이 많고 좋은 제품이더라도 기억해야 할 패턴이 많다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의 데스크톱, 모바일 겸용 운영체제 윈도 8의 인터페이스는 비즈니스와 라이프스타일을 동시에 다루며 키보드, 마우스, 스타일러스, 터치스크린 입력 등 다양한 입력장치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전혀 다른 입력 방식 다수를 간결하고 쓰기 쉽게 디자인한 것은 윈도 8의 큰 장점이며 가까운 미래의 컴퓨팅 개념에도 잘 부합된다. 그러나 윈도 8의 모바일용 터치 인터페이스에는 사용자가 기억해야 할 규범, 패턴이 상당히 많다. 화면의 오른쪽 코너는설정 메뉴’, 왼쪽 코너는멀티태스킹 메뉴’, 사용하는 앱마다 다른 용도를 보이는 위쪽 코너와 아래쪽 코너까지 총 4방향의 제스처 입력을 기억해야 한다. 터치 인터페이스로 구성된 인터넷 익스플로러 10은 화면의 안쪽을 좌우로 문지르면 페이지의 앞뒤로 이동이 되는데 손가락 끝을 화면 바깥(베젤 영역)에서부터 우측으로 문지르면 다른 앱으로의 창 전환이 된다. 이것은 화면 테두리까지 사용 패턴에 추가함으로 발생하는규범의 혼란이다. 사용자는 상당히 긴 시간을 들여 학습해야만 비로소 윈도 8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

반면 사용 방식이 매우 단순한 애플의 모바일 운영체제 iOS는 사전 학습 없이 어린아이나 노인도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실행하고 싶은 앱 아이콘을 탭하고 화면을 좌우로 문지르거나 핀치 줌아웃하는 것까지가 학습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인터페이스의 규범, 패턴이 단순한 iOS는 매우 빠른 속도로 아이폰, 아이패드를 대중화시켰지만 사용 전에 학습해야 할 것이 많은 윈도 8은 대중에 대한 확산 속도가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전문가들에게는 익숙해지기 위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더라도 다양한 기능을 요구하지만 대다수의 대중들에게는 쉬운 인터페이스가 접근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단계를 최소화하는 사용성 디자인

제품을 사용하는 단계를 최소화하는 것은 이지올로지를 구현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다.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사용 단계를 한 단계로 축약한 원 뎁스(One Depth) 디자인이 이지올로지 시대의 중요 덕목 중 하나가 된다. 이를테면 많은 수의 모바일 앱으로 생활을 꾸려가는 사람들에게 NFC 기술은 원 뎁스 디자인의 편의를 제공해줄 수 있는 좋은 예다. 한번의 접촉으로 기기와 사물 간에 데이터를 교환할 수 있는 NFC는 이지올로지를 추구하는 디자인의 모습을 보여준다.명함 제작 회사 MOO(us.moo.com)에서 발표한 NFC 명함이 대표적 예다. 사용자는 NFC 명함을 스마트폰에 접촉했을 때무엇이 발생하는가를 결정할 수 있다. 개인의 신상정보나 포트폴리오를 보여주거나 SNS 프로필을 교환하고 비디오, 음악, 연락처 등을 전송할 수도 있다. 이 모든 서비스는 한번의 터치로 이뤄진다.

디자인을 통해 이런 원 뎁스를 구현한 제품도 있다. 바로 포맘스(4moms.com)가 한번의 터치로 접고 펼 수 있는 플레이야드(Playard)를 개발함으로써 이지올로지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포맘스가 최근 발표한 플레이야드 브리즈는 휴대용 플레이야드의 단점으로 꼽히는 접고 펴는 과정의 불편함을 단 한번의 동작으로 압축했다. 접힌 상태에서는 제품의 중앙을 누르기만 하면 즉시 펼쳐지며 펼쳐진 상태에서는 중앙의 레버를 위로 들어올리기만 하면 폴딩이 완료된다.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각종 센서의 활용이 증가하면서 생활 속 제품에 대한 NUI(Natural User Interface)의 적용도 활발해진다. NUI의 대중화는 이지올로지를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사람의 자연스러운 동작(손동작, 목소리, 눈길 등)으로 스마트 기능을 갖춘 제품을 쉽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품들은 학습이 필요 없을 뿐만 아니라 아예 인터페이스가 없는 듯 보기만 해도 즉시 사용법을 알 수 있다.

가습기는 본래 사용 방법이 단순한 가전제품이지만 네오티즌(neotizen.com)이 공개한포그링은 보기만 해도 사용법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극도로 단순화된 가습기다. 이 제품은 물컵이든 냄비든 관계 없이 물 위에 띄워주기만 하면 바로 수증기를 뿜어내기 시작한다. 포그링의 작고 가벼운 무게나 USB 전원을 사용하는 간결함도 충분히 가습기로서의 경쟁력이 되지만 가장 큰 장점은 제품 외형으로부터 연상되는 사용 방법일 것이다. USB 케이블이 달린 포그링의 모양은 마치 강둑에 설치된 구조용 튜브를 연상케 한다. 포그링을 물 위에 던져서 띄우는 장면이 사용자의 머릿속에서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고통 없는 선택의 과정

사람들은 항상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밤에 잠들 때까지, 수많은 사소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사용자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선택의 대부분은 깊은 사유가 필요하지 않은 것들이다. 어떤 코스로, 어떤 이동 수단으로 출근할 것인가, 출근 시 어떤 옷을 입을 것인가, 점심으로는 무엇을 먹고, 저녁 퇴근 후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 등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큰 상관이 없는 사소한 선택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이런 수많은 선택들은 결과에 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소모하게 만든다. 이를 최소화, 간략화하기 위한 방법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지올로지는 자유를 제한하고 선택의 폭을 좁히는 디자인, 혹은 지능화된 컨텍스트를 고려한 추천과 큐레이션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사용자의 고유한 선택의 폭을 좁히는 결과를 낳지만 선택을 위해 소모하는 시간과 노력, 결정 과정에 겪게 되는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제공한다. 사전에 세심하게 준비된 서비스와 상품을 조합할 수 있도록 플랫폼화된 구조를 갖추는 것은 이런 자유를 제한하면서 반대급부로 쉬움을 제공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사용자들에게 불친절해 보이는 제약 사항들이 오히려 사용자의 편의를 돕게 된다는 역설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무한한 자유는 사용자의 창의성을 강조할 수 있는 방법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10개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보다는 2개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훨씬 쉽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처럼 선택의 가짓수를 줄이기 위해 세심하게 콘텐츠와 상품을 필터링하고 재구성함으로써 사용자가 좀 더 쉽게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제한된 자유만큼 커지는 쉬움

무제한의 자유는 사용자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 놓는다는 점에서 많은 환영을 받지만 이런 무제한의 자유는 반대로 사용자들에게 당황스러움을 안겨주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바둑의 경우 아주 간단한 몇 개의 법칙만 알면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게임이지만 높은 자유도로 인해 초보자는 첫 돌을 놓는 것조차 쉽지 않다. 이런 사용자의 무한한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선택의 고통을 줄이는 것이 바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고통받고 있는 현대인을 위한 배려이며 이지올로지의 구현이다.

사이셀(cycell.com)의 오운폰(myownfone.com)은 가장 단순화된 휴대폰의 모습을 보여준다. 오운폰은 필요한 전화번호만 등록해 사용하는 휴대전화로 키패드조차 없으며 문자나 무선 인터넷 등 최근 휴대폰이 제공하는 다양한 기능도 없다. 미리 설정된 이름이 쓰여 있는 커다란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전화를 걸 수 있다. 이것은 아이와 노인 같은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한 휴대폰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지만 제한을 통해 얼마나 쉬워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이지올로지를 이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한 예로는 필립스의 스팀 다리미에 적용된 옵티멀 템프(Optimal Temp) 기술이다. 옵티멀 템프 기술이 적용된 필립스의 스팀 다리미에는 다른 다리미와는 달리 전원 버튼 외에는 아무런 버튼이 없다. 사용자는 단지 전원을 켜고 다림질을 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조절도 할 필요가 없다. 온도 조절 같은 기본적인 다리미의 기능조차 제한되지만 이를 통해 더욱 쉽게 다림질을 할 수 있다.

 

컨텍스트에 기반한 섬세한 추천

사람들은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원하는 것을 찾는 것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빅데이터(Big Data) 시대에 접어들면서 한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인터넷과 SNS의 급격한 성장은 사람들의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켰고 증가한 정보와 이에 대한 접근성의 향상은 사람들을 정보의 망망대해에 나침반이나 지도 하나 없이 조각배 하나만 던져준 결과를 낳았다. 정보의 바다에서 이 길을 먼저 다녀간 사람들의 지혜, 지름길, 올바른 방향을 알려주는 큐레이션, 필요 없는 부분을 제거함으로써 반드시 필요한, 최적화된 정보만을 전달하는 지능적인 추천 시스템은 빅데이터 시대를 좀 더 간편하고 쉽게 살아가기 위한 방법, 이지올로지를 구체화하기 위한 방안이다.

 

연결을 중심으로 한 라이프 3.0의 영향으로 인해 우리 삶의 많은 부분들이 온라인으로 연결되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더 많은 정보를 찾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더 적합한 정보를 찾느냐에 달려 있다. 사용자의 상태와 처해 있는 상황을 입체적으로 파악해 반드시 적절한 선택지를 제시하는 추천 시스템은 사용자에게 선택을 위해 고민할 시간과 노력을 줄여준다. NHK의 과학기술연구소에서 발표한 UTAN(User Technology Assisted Navigation) 기술은 사용자의 표정 변화를 통해 관심도와 취향을 분석하고 적합한 콘텐츠를 추천하는 시스템이다. 수많은 TV 프로그램 중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관심도를 갖는 프로그램을 시스템이 알아서 추천함으로써 채널을 돌리는 데 소모되는 시간과 노력을 줄여준다. 또한 타이미스타(timista.com)는 사용자에게 친구들과 만날 장소, 할 일을 추천하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일상 속에서 추천을 통해 시간과 노력을 절감하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이지올로지를 구현한다.

기계적인 알고리즘에 의해 필터링된 선택지를 제공하는 추천 방식 외에도 더욱 직관적이고 감성적인 방법으로 선택의 고통을 경감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요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큐레이션이다. 전문가, 혹은 다른 사람들이 미리 만들어 둔 모범 답안을 가져다 사용하는 것이 큐레이션이다. 큐레이션은 패키지된 구성이나 서브스크립션 서비스 등을 통해 콘텐츠 서비스나 상품과 연결된다. SNS 등을 통해 자신과 취향이 비슷한 사람이 미리 골라 놓은 셀렉션을 따라가거나 사람들이 구성해 놓은 콘텐츠나 상품을 정기적으로 전달받는 서비스 형태가 등장함으로써 상품이나 콘텐츠 선택으로 인한 고통을 최소화하고 편하고 쉬운 삶을 추구할 수 있게 된다.사용자의 취향을 분석해 매달 새로운 옷을 배달해주는 프랭크앤오크(frankandoak.com)나 이벤트에 맞는 선물 패키지를 미리 구성해 제공하는 프루트(fruute.com)의 기프트 언오디너리 등이 바로 대표적인 예다.

 

 

 

신동윤메타트렌드미디어그룹 수석연구원 dyshin@metatrendmedia.com

유인오메타트렌드미디어그룹 대표이사 willbe@metatrendmedia.com

메타트렌드연구소(METATREND Institute·themetatrend.com)는 상품 중심의 최신 마이크로트렌드를 분석해 전 세계 주요 미디어, 글로벌 기업,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기업과 소비자가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목표로 운영되는 글로벌 트렌드 연구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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