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rative View
‘동아비즈니스포럼 2012’에서는 필립 코틀러 교수와 함께 <마케팅 3.0>을 공동 저술한 허마완 카타자야 세계마케팅협회(World Marketing Association) 회장과 코틀러 교수의 제자인 한민희 KAIST 교수가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마케팅 3.0 개념의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카타자야 회장은 글로벌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보편적인 발전방향에 대해, 한 교수는 한국적 상황을 고려한 대안을 제시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허마완 카타자야 회장 강연
요즈음 전 세계적으로 ‘인간의 정신(human spirit)’에 대한 굶주림, 목마름이 있다. 마케팅 역시 이제 제품에만 의존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이젠 마케팅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마케팅 1.0 시대에는 품질에 모든 우선순위가 있었다. 뛰어난 품질, 혁신적인 품질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품질만 강조하다 보니 소비자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지 않는 것도 소비를 강요하곤 했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마케팅을 싫어하게 됐다. 그 다음 나온 마케팅 2.0 시대에는 ‘고객’이 중심이었다. 고객을 이해하고 고객의 니즈에 맞는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터넷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업들이 고객을 속이거나 고객으로부터 숨기기 위해 정보통신을 활용하는 일이 생겨났다. 제품에 대한 고객의 충성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냈다.
코틀러 교수와 나는 앞으로는 정보통신기술이 마케팅을 인간 정신과 연결시키는 방향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마케팅 3.0의 핵심이다. 성장은 중요하다. 그러나 정신, 그리고 캐릭터(character)가 있는 성장이어야 한다. 나는 인간에게 있어 감성적 능력이나 지적 능력보다 캐릭터, 즉 성격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캐릭터 없는 기업, 캐릭터 없는 브랜드가 돼서는 안 된다.
허마완 카타자야 세계마케팅협회 회장
마케팅 환경의 3가지 권력이동
요새 나오는 배트맨 영화를 보면 과거에 비해 배트맨의 캐릭터가 상당히 인간적으로 변했음을 알 수 있다. ‘007스카이폴’에 나오는 제임스 본드도 마찬가지로 예전보다 인간적인 캐릭터가 됐다. 이들은 더 이상 로봇처럼 압도적인 힘으로 악당을 물리치지 못한다. 심지어 ‘트와일라잇’에 나오는 뱀파이어들도 사람과 친구가 되고자 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인다.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의 기업들은 로봇처럼 강력하고 압도적인 브랜드를 만들기를 원했으나 소비자들은 이제 그런 브랜드를 원하지 않는다. 현대의 소비자들은 인간적이고 좀 더 친근한 브랜드를 원한다.
마케팅 환경에는 세 가지 권력이동이 일어나고 있다. 첫째, 수직적인 권력(vertical power)에서 수평적인 권력(horizontal power)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을 보자. 미국은 매우 강력한 국가이지만 그 지배권력은 오바마 대통령이 수평적인 권력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미디어 시장의 전통적 강자인 CNN은 시청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뉴스를 전달하는 수직적인 권력을 가진 방송국이었으나 떠오르는 강자인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10억 명의 유저를 가진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 도구이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할리우드에서 만드는 몇 편의 블록버스터가 극장가를 지배했으나 이제는 유투브의 ‘강남스타일’에서 보듯이 몇 분짜리 영상에 수억 명의 사람이 모여들 수 있다. 이제는 수평적 마케팅의 시대다.
두 번째는 배타적인 권력(exclusive power)에서 포용적인 권력(inclusive power)으로의 변화다. 과거에는 G7으로 불리는 강국들이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이머징 국가들을 필요로 한다. 중국, 인도, 한국, 인도네시아까지 포함하는 G20의 시대가 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대기업은 정말 크지만 스카이프 같은 작고 민첩한 회사가 필요해 이들을 인수한다. 대기업이 작은 기업들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또 빌게이츠 같은 ‘슈퍼리치’ 부자들이 자선사업을 하는 이유 역시 ‘슈퍼푸어’를 포용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슈퍼푸어의 소비 없이는 슈퍼리치도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 가난한 나라의 성장 없이는 부자 나라도 버틸 수 없다.
세 번째는 개인적 권력(individual power)에서 소셜 권력(social power)으로의 이동이다. 소셜네트워크 등을 이용한 시민혁명에 의해 아랍권의 독재자들이 거의 다 권좌에서 내려오고 있다. 그 자리는 이름도 모르는 야당 리더들이 채우고 있다. 미국에서도 ‘오큐파이 월스트리트’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마케팅 역시 이제는 소셜마케팅이 돼야 한다. 마케팅 지형이 그렇게 변하고 있다.
마케팅 3.0의 13가지 방법
이렇게 변화하는 마케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나는 아래의 ’13C’라고 불리는 방법을 제시한다.
1.Connectivity: 항상 주변환경, 즉 고객과 경쟁자, 시장과 연결돼 있어야 한다. 온라인, 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365일, 24시간 이들을 살피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변화에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2.Communities: 여러분이 속한 마켓 세그먼트의 커뮤니티 형태가 어떤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커뮤니티에는 세 종류가 있다. 리더가 없고 산개돼 있는 ‘풀’ 형태, 하나의 비공식적인 리더가 있는 ‘허브’ 형태, 그리고 여러 개의 중심요소가 얽혀 있는 ‘웹’ 형태다. (그림 1) 이런 커뮤니티의 성향에 맞는 마케팅을 구사해야 한다. 소비자는 이제 커뮤니티 안에서 소통을 하며 제품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3.Confirmation: 마케팅에서 타깃팅의 시대는 끝났다. 소비자를 일방적으로 타깃팅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동의(confirmation)를 구하는 자세로 마케팅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기업은 도태될 것이다.
4.Clarification: 고객은 물어볼 권리, 따져볼 권리가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고객들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명확하게 설명해줄 수 있어야 한다.
5.Codification: 과거에는 차별화(differentiation)가 중요했다. 현재에도 중요하긴 하지만 그저 다른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통성, 개성(authenticity), 자기만의 코드로 브랜드 DNA를 확립해야만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다.
6.Co-creation: 기회가 있다면 고객을 참여시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야 한다. BMW의 미니 자동차가 대표적이다. 고객이 자기가 원하는 색상과 옵션을 자유롭게, 디테일까지 고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7.Currency: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을 책정할 때 해당 국가의 통화 환율을 고려하라. 고객은 자기가 지불하는 가격에 대한 논리(rationale)를 원한다. 기업은 고객에게 ‘왜 우리 제품이 이렇게 비싼가, 싼가’를 확실히 보여줘야 하며 이때 그 나라의 통화가치가 중요하다. 비싸더라도 ‘정당한 가격’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면 고객은 제품을 구매할 것이다.
8.Communal activation: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 영업 네트워크 등 여러 가지 채널을 통해 브랜드를 둘러싼 커뮤니티의 활동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9.Conversation: 더 이상 홍보(promotion)라는 말을 사용하지 마라. 홍보가 아니라 고객과 대화하는 마케팅을 해야 한다. 고객과 커뮤니티를 자발적인 브랜드 대사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10.Commercialization: 상업화라는 말을 오해하면 안 된다. 영업사원은 자신의 실적을 올리기 위해 소비자를 타깃팅한다. 하지만 마케팅 3.0 시대에는 영업사원은 고객을 먼저 친구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고객에게도 정당한 상업적 가치를 제시해 윈윈 관계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고객뿐 아니라 커뮤니티에도 공유가치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11.Character: 이제는 캐릭터가 브랜드의 정신이다. 마케팅 3.0 시대에 ‘브랜드 빌딩(brand building)’이라는 건 의미가 없다. 억지로 브랜드 이미지를 꾸며낼 수 없는 것이다. 그보다는 브랜드 뒤의 캐릭터를 만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고객이 브랜드에 대해 대화할 수 있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이제는 브랜드의 진짜 캐릭터를 숨길 수가 없다. 최대한 캐릭터를 많이 보여주는 브랜드가 신뢰받을 수 있다. 반대로 제아무리 강력한 브랜드라 할지라도 캐릭터를 숨기려 한다면 한순간에 무너질 것이다.
12.Care: 이제는 서비스(service) 시대가 아니라 케어(care) 시대다. 서비스는 수직적인 권력이다. 위에서 아래를 챙기는 것이다. 그러나 케어는 수평적이다. 친근함을 가지고 동등한 관계로 챙겨주는 것이다. 소비자는 더 이상 브랜드에 수직적으로 종속되지 않는다. 정신적인 케어를 원한다. 미국의 고급 병원인 마요클리닉(Mayo Clinic)이 대표적이다. (그림 2) 이 병원은 종합건강진단을 받으러 온 고객이 건강하다면 “병원에서 돈 낭비하지 말고 집에 가라. 내년에도 오지 마라”고 말한다. 이러면 그 고객은 자동적으로 이 병원의 자발적 홍보대사가 돼 주변인들에게 권하게 된다. 이 병원에서 서비스가 아니라 케어를 받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13.Collaborate: 기업의 프로세스를 좀 더 다듬기 위해서는 협력이 필요하다. 더 나은 품질, 가격, 전달을 위해서는 좋은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그리고 좋은 프로세스를 위해서는 고객, 파트너사, 심지어 경쟁사와도 협력해야 한다. 고객을 ‘타깃’으로 봐서도 안 되고 경쟁사를 적으로 여기고 밀어붙여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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