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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철 박사의 마케팅 코칭

와인 매장에 클래식 음악 틀면 포도주 구매가 3배나 높아진다

신병철 | 118호 (2012년 12월 Issue 1)

 

 

편집자주

 

마케팅은 이론과 실무가 유기적으로 연계될 때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10년 넘게 통찰력 분야를 연구해 온 신병철 스핑클그룹 대표가 마케팅, 소비자행동, 인지심리학 분야의 주요 연구 80편을 기초로 이론과 실무 간 단절 고리(broken linkage)를 찾아내 양자를 이어주는 마케팅 코칭을 시작합니다. 복잡하고 때론 이해하기 힘든 학문적 연구들을 실제 마케팅 상황에 쉽게 적용해 볼 수 있는 솔루션을 소개합니다.

 

어느 순간부터 기업이 마케팅에 예술작품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른바아트 인퓨전(Art Infusion)’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다. 아트 인퓨전 효과란 명작이 갖고 있는 긍정적 이미지가 그 옆에 있는 사물에 전이되는 현상을 말한다. 번역하면명작 전이효과가 된다. 헤그베트와 패트릭(Hagtvedt and Patrick, 2008)은 예술과 기업의 마케팅 활동이 만나면 예상치도 못했던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마케팅활동의 품격이 높아진다는 시너지 효과를 증명했다.

 

이들은 3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첫 번째 실험은 은식기 세트 제품을 포장한 상자 표면에 반 고흐의밤의 카페 테라스(그림1)’ 작품을 그려 넣은 것과 테라스의 저녁 풍경과 비슷하지만 고흐의 작품이 아닌 다른 사진을 삽입한 포장을 보여줬다. 이후 피험자들을 대상으로 포장지 안에 있었던 은식기 세트에 대한 평가를 시행했다. 예상했던 대로 고흐의 그림으로 포장된 은식기 세트를 더 고급스러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에 대한 선호도 역시 더 높았다.

 

두 제품은 모든 조건이 똑같았고 오직 포장지에 명작 그림이 있었느냐, 아니냐만 달랐다. 그 결과 명작 그림으로 포장된 제품에 대한 품질평가와 선호도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명화가 갖고 있는 품격과 호의도가 제품에 전이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다시 두 번째 실험을 진행했다. 이번에는 화장실 액세서리를 홍보하는 광고물을 사용했다.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작품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그림2)’를 삽입한 제품과 배우 스칼렛 요한슨이 출연한 동명의 영화 포스터를 삽입한 제품으로 조건을 구분했다. 두 번째 실험 역시 베르메르의 명화가 삽입된 광고를 접한 소비자들의 제품에 대한 평가가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첫 번째 실험과 같은 결과를 보인 것이다.

 

또다시 세 번째 실험을 진행했다. 비누 디스펜서에 서로 다른 세 가지 이미지를 삽입했다. 첫 번째 이미지는 항구가 그려진 모네의 그림이었고, 두 번째 이미지는 터너의 그림이었으며, 세 번째 이미지는 모네의 그림에 그려진 항구와 거의 흡사한 사진을 삽입했다. 이후 소비자 평가를 진행했다. 결과는 어떠했을까? 사진을 삽입한 경우는 낮은 평가를 받았지만 모네의 그림과 터너의 그림이 삽입된 제품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흥미로운 것은 모네와 터너의 그림이 삽입된 경우는 모두 평가가 높았고 사진의 경우만 낮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이다. 이 결과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예술작품이 제품에 삽입되면 명화에 그려진 내용이나 분위기와 무관하게 소비자의 평가가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헤그베트와 패트릭은 이와 관련해 예술작품이 고유하게 갖고 있는 배경지식, 감동, 이미지가 제품 평가에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전형적인 아트 인퓨전 효과라고 지적했다.

 

예술작품, 브랜드 품격을 높이다

 

헤그베트와 패트릭의 연구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예술작품을 브랜드에 접목시키는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 브랜드는 소비자들에게 높은 인지도와 우수한 연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때 예술작품을 활용하면 명작이 갖고 있는 인지도와 연상을 제품에 그대로 이월하기가 수월해진다. 헤그베트와 패트릭의 연구에 따르면 제품에 대한 평가는 무조건적으로 높아진다. 몇 가지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자.

 

먼저 폴크스바겐의 예를 들어보자. 폴크스바겐은터무니없이 낮은 연비(Absurdly Low Consumption)’라는 메시지를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그림3)와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 그림4) 작품을 활용해 표현했다. 이러한 표현은 원래 달리와 마그리트의 관점이 그대로 적용돼 보는 이로 하여금 흥미롭고 신선하며 놀라운 경험을 하게 한다. 전형적인 아트 인퓨전의 사례라 아니 할 수 없다. 헤그베트와 패트릭의 관점대로 명작의 긍정적 이미지가 그대로 브랜드에 전이되고 있다. 이런 아트인퓨전은 브랜드의 이미지에 적합한 방향으로 진화될 게 확실하다. 브랜드가 갖고 있는 이미지의 특징과 적합한 예술작품을 활용하게 되면 더 높은 평가가 이뤄질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음향기기 브랜드인 테크닉스는 턴테이블 광고를 표현하기 위해 뭉크의절규(그림5)’를 패러디했다. 턴테이블에서 헤드폰을 끼고 있는 그림 속의 주인공은 원래의 놀란 표정이 다름 아닌 테크닉스의 음악 때문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모두 명작을 활용해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에는 국내 사례를 하나 살펴보자. 국내 아트 인퓨전은 LG전자에서 시작했다. LG전자는 고흐, 모네, 르누아르 등의 명화 속에 제품을 배치해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유도했다. 이처럼 명화를 활용한 광고는 명화에 대해 소비자가 갖고 있는 긍정적 이미지를 제품에 전이시키기 때문에 제품 광고에 매우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누가 세계적인 화가가 그린 그림을 싫어하겠는가?

조금 더 생각을 해보자. 만약 이처럼 명화를 이용한 어린이 장난감을 만든다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명화를 이용한 인테리어 소품, 패션 소품은 어떨까? 제품의 품격을 높이는 매우 훌륭한 활용 방안이 아닐까?

 

아무 그림이나 명작 전이효과를 갖는 것은 아니다.

 

명작과 관련한 연구들에 따르면 아무 그림이나 명작 전이 효과를 갖는 것은 아니다. 그림 자체의 완성도가 높고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된 그림의 명작 전이 효과가 더 높다. 그렇다면 명작의 기준은 무엇인가? 명작 전이효과가 탁월한 작품을 통해 명화의 기준을 살펴보니 대략 4가지 정도로 구분됐다.

 

첫째, 사실적이고 탁월한 표현력이다. 사진보다도 더 탁월한 표현력을 갖고 있는 게 명화의 첫 번째 조건이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싶어 했다. 사진이 없던 시절 사람과 사물을 표현해 내는 기술은 오직 화가들에게만 있었다. 이들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눈에 보는 것을 그대로 그림으로 표현해내는 게 첫 번째 목표였다. 구도에서부터 세밀한 부분까지 입체의 세상을 사실적으로 표현해내는 일이 중요했다. 따라서 사진을 능가하는 탁월한 표현력이 명화의 첫 번째 조건이다.

 

둘째, 사물을 바라보는 독특한 관점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인상파 화가 르느아르의 그림물랭 드 라 갈레트(그림6)’는 화가의 관점이 표현된 대표적인 그림 중 하나다. ‘물랭 드 라 갈레트는 몽마르트에 있는 무도회장으로 주말 오후가 되면 수많은 파리의 젊은이들이 모여 춤과 놀이를 즐기던 곳이었다. 여름날 즐거움이 가득한 야외무도회장에서 젊은 남녀들이 무도회를 즐기는 모습이 아름답게 표현돼 있다. 눈부신 햇빛이 쏟아지는 여름날의 한순간을 르누아르만의 관점으로 표현해낸 훌륭한 그림이다. 이 그림은 보고만 있어도 즐겁다.

 

셋째, 작가의 철학이 표현돼 있어야 한다. 그림이 아름다운 것은 기본이고 작가의 철학까지 표현돼 있다면 금상첨화다. 어린 시절 가족의 죽음을 목격한 뭉크는 그의 전 생애에 죽음과 실존의 문제를 표현하려고 했다. 뭉크의 아버지는 죽음의 공포를 신앙으로 이겨보려 했지만 광적으로 변해갔고 점차 무서워지는 아버지를 보면서 뭉크는 악몽과 환상을 경험하기에 이른다. 뭉크의 여동생 중 한 명은 어린 나이에 정신병에 걸리는 시련을 겪었으며 남동생은 결혼식을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죽기도 했다. 어린 시절의 시련으로 고통스러워했던 뭉크는 프로이트, 니체 등과 함께 불안한 삶과 실존의 문제를 표현하고자 했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절규.

 

넷째,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결합이 필요하다. 20세기 초현실주의 화가였던 살바도르 달리는 창의적 아이디어의 결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화가다. 그는 끊임없이 인간의 무의식에 대해 탐구했고 만나보지 않은 것들 간의 새로운 만남을 시도했다. 이를 통해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접하기 어려운 기묘한 것들의 결합으로 이뤄진 독립적인 초현실의 세계를 표현했다. 세간의 평론가들은 그의 작품을 가리켜 광인의 그림이라고 하지만 20세기 초현실주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천재적 관점이 표현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의 대표적인 그림은흘러내리는 시계, 그리고 서랍(그림7)’이다. 아주 건조해 보이는 곳에서, 마치 이 세상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곳에서 시계가 흘러내리고 있다. 탁자를 타고 흘러내린다. 새의 머리처럼 보이는 사물의 목덜미에서도 시계가 흘러내린다. 이런 그림을 본적이 있는가? 이 그림은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매우 독창적이고 몽환적인 접근이 아닐 수 없다. 좋은 그림은 이처럼 사실적 표현뿐만 아니라 작가의 관점이 창의적으로 결합돼 새로운 해석이 이뤄져야 한다.

 

그림을 포함한 예술은 객관성도 중요하지만 주관적인 선호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예술작품이 갖고 있는 장점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대중적 기준을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위에서 밝힌 것과 같은 기준을 고려하면 명작 전이효과라는 심리 버튼을 활용하는 게 상대적으로 쉬워질 것이다.

 

클래식을 들으면 더 비싼 와인을 구매한다

 

명작의 효과는 비단 그림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음악에도 명작이 있다. 음악의 명작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클래식이 생각난다. 그렇다면 음악의 명작 클래식도 미술의 명작처럼 제품의 선호도를 올려주는 힘을 갖고 있을까? 미술 작품만큼의 효과가 있을까? 아니면 다른 효과가 나타날까?

 

아레니(Areni & Kim, 1993)는 클래식과 팝송이 배경 음악으로 나왔을 때 소비자의 구매 행동이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줬다. 결론은 와인 판매율을 높이는 데 팝송보다는 클래식의 영향이 더 크다. 그 이유는 클래식 음악은 무의식적으로 매장을 방문한 소비자에게 고상한 느낌을 들게 해 더 값비싼 와인을 사게 유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아레니의 실험은 와인 판매점에서 이뤄졌다. 1990 54일부터 728일의 기간 동안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6∼11시 사이에 매장을 방문한 손님을 대상으로 클래식과 팝송을 구분해 들려줬다. 클래식을 틀기로 한 매장에서는 모차르트, 멘델스존, 쇼팽 등의 작품을, 팝송을 틀기로 한 매장에서는 플리트리우드 맥, 러시 등 당대 인기 팝송을 각각 들려줬다. 이때 두 매장의 음악 볼륨은 동일하게 유지했다. 실험 보조자들은 점원으로 가장해 매장에 방문하는 손님들이 연령대 및 성별대로 균형 있게 매장에 분배될 수 있도록 안내했다. 그후 매장의 배경 음악에 따라 손님들이 와인 선반 앞에서 얼마나 머무는지, 또 손으로 와인을 몇 개나 들어서 살펴보는지, 어느 정도 양의 와인을 몇 병이나 구입하는지, 총 구입 금액은 얼마인지를 살펴봤다.

 

음악 장르는 손님들이 와인 선반 앞에 얼마나 머무르는지, 와인을 몇 병이나 살펴보는지, 심지어 와인을 몇 병이나 구입하는지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 대신 음악 장르는 사람들이 구입하는 와인의 개당 가격에만 영향을 미쳤다. 클래식이 연주되는 매장에 있던 사람들은 팝송이 연주되는 매장에 있던 사람들보다 3배 이상 비싼 포도주를 구입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사람들은 클래식을 들을 때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좀 더 고상해진 느낌을 받게 돼 조금 더 비싼 포도주를 구매하는 것이 자신의 고상함에 어울린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 연구는 간단한 방법을 통해 배경 음악이 매출액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될 수 있음을 조사했다는 것에 그 의의가 있다.

 

마케팅적 교훈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돼 왔다. 헤그베트와 패트릭의 연구, 그리고 아레니의 연구를 통해 예술작품이 마케팅에 활용되면 제품의 품격과 이미지, 선호도, 그리고 매출에까지 영향이 발생하는 것을 알게 됐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예술작품이 갖고 있는 고품격 이미지가 제품에 그대로 전이되기 때문이다. 모든 상황에서 동일한 효과가 발생하는 건 아니다. 제품의 특징과 예술작품의 개념이 일치할 때 효과가 더욱 증가한다. 오늘날 다양한 분야에서 예술을 마케팅에 적용한 방법이 활용되고 있다. 유명한 명화를 가전제품에 삽입하거나 광고에 명화를 배경으로 넣어 제품이 좀 더 고급스럽게 느껴지게 한다. 이제 예술은 우리의 소비 생활에 들어와 있다. 시각적, 청각적 요소를 통해 소비자가 제품을 좀 더 고급스럽게 느끼도록 만들 수 있고 이것이 매출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이해하면 실제 마케팅 활동에 다양한 적용이 가능하다.

 

분석 연구

 

H. Hagtvedt & V. Patrick(2008). Art Infusion: The Influence of Visual Art on the Perception and Evaluation of Consumer Products.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379 Vol. XLV, 379-389.

 

C. S. Areni & D. Kim (1993). The influence of background music on shopping behavior: Classical versus top-forty music in a wine store. Advances in Consumer Research, vol.20, 336∼40.

 

신병철 스핑클그룹 대표 bcshin03@naver.com

 

필자는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경영대학에서 경영학 석사 및 박사(마케팅) 학위를 받았다. 저명 학술지인 에 브랜드 시너지 전략과 관련한 논문을 싣고 브랜드와 통찰에 대한 연구 및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CJ그룹 마케팅총괄 부사장을 지냈다. 저서로 <통찰의 기술> <브랜드 인사이트> <통찰모형 스핑클> 등이 있다.

 

 

  • 신병철 | - (현) 브릿지컨설팅 대표 (Brand Consulting Agency)
    - 숭실대 경영학과 겸임교수 (2005~현재)
    - 고려대 경영대/경영대학원,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원, 외국어대학교 경영대등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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