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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마케팅

3차원 공간의 체험 설계 실용가치보다 쾌락가치로 접근하라

김재산 | 108호 (2012년 7월 Issue 1)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늘 어떤 공간에 놓여 있다. 그리고 그 공간은 개인에게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 특정 공간 내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감각들은 인간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근래 뇌과학자와 장소과학자(Place Scientist)들에 의해서 그러한 행동양식과 공간에 대한 밀접한 관계가 증명되면서 마케팅 영역에서도 ‘공간’이라는 형식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인간이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그가 속한 사회의 기준과 성숙도에 따라 다르다. 우리의 할머니가 제품을 선택하던 기준과 어머니의 선택 기준은 우리의 선택 기준과 다르다. 세대 간의 갈등은 제품 선택에서도 그대로 반영된다. 지난 세대에는 상품의 기능과 혜택이 중요한 선택 기준이었다면 현대의 소비자들은 제품과 본인과의 특별한 의미를 더 중시한다. 현대의 마케팅 활동은 브랜드, 제품, 기술, 서비스가 어떻게 소비자에게 특별한 감성적 의미를 주느냐에 집중하고 있다. 시대와 기술의 변화, 소비자의 변화는 기존 전통 마케팅 형식에 급격한 변화를 초래했고 이런 변화 속에 스페이스 마케팅에 대한 논의가 점차 활발해졌다.
 
공간마케팅은 ‘공간을 매체로 활용(space as media)하는 마케팅’이고 ‘장소에 기반한 체험마케팅(Place based experiential marketing)’이며 ‘3차원의 감성마케팅(3 Dimensional Sensory Marketing)’으로 정의할 수 있다.사실 공간마케팅이란 용어는 서구에서는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용어다. 서구의 ‘space’라는 개념은 동양권과는 다른 개념이며 일반적으로 우주, 즉 비어 있음을 뜻하는 용어다. 시간과 공간을 대칭적 개념으로 파악한 동양철학은 현대 물리학의 상대성 이론을 고대에 통찰한 놀라운 선각적 개념이지만 현실적인 상황에서 사용되는 공간이라는 개념은 space보다는 place에 가깝다. 하지만 place marketing은 장소마케팅, 즉 특정지역을 명소화하는 개념으로 이미 선점된 명칭이기 때문에 편의상 공간마케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Space as Media
공간마케팅은 공간을 매체로 활용하는 마케팅이다. 일반적으로 공간마케팅은 두 가지 의미에서의 해석이 가능한데 하나는 공간을 상품으로 판매하는 마케팅활동이다(Space as Product). 쉽게 말하면 아파트, 상가와 같은 부동산을 판매하는 마케팅을 의미한다. 다른 의미는 공간을 하나의 매체로 활용해 소비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마케팅활동을 의미한다(Space as Media). 넓은 의미에서는 축구장의 펜스 광고나 건물 옥상의 빌보드광고 등도 공간을 매체로 활용하는 경우에 포함될 수 있지만 이런 경우는 통상 옥외광고(OOH·out of home)라고 통칭되며 여기서 언급하는 공간마케팅은 소비자가 활동하는 특정 공간이나 장소를 고객 접점의 매체로 활용하는 마케팅을 의미한다.
 
Place Based Experiential Marketing
대부분의 공간마케팅은 체험마케팅을 근간으로 한다. 누구나 여행과 같은 특별한 경험을 통해 각별한 친구, 또는 연인이 됐던 기억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그 반대의 결과가 되기도 하지만). 체험마케팅은 고객과 브랜드와의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주고 그들 간의 감성적 연대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케터들이 체험마케팅에 주목하는 이유는 고객들의 기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과거 고객들은 제품의 기능적 편리함에 만족했다. 하지만 최근 소비자들은 자신의 감각에 호소하고 가슴에 와 닿으며 자신의 정신을 자극하는 제품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을 원한다. 체험마케팅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실행될 수 있지만 공간을 통한 직접적인 체험이 가장 유용한 방법으로 꼽힌다.
 
체험마케팅이 등장한 배경을 알면 그 의미를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체험마케팅을 이론적으로 정립한 컬럼비아대의 번 슈밋(Bernd Schmitt) 교수는 정보기술의 보편화, 브랜드의 홍수, 오락성 추구 성향 등이 체험마케팅 탄생의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통찰력 있는 분석이지만 10여 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지금 체험마케팅의 탄생 배경을 새롭게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체험마케팅이 탄생한 첫 번째 배경은 미디어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상품과 매체의 홍수시대에 살고 있다. 2006년 한 해에만 전 세계적으로 3만2000여 개의 신상품이 출시됐다. 하루 동안 전 세계적으로 100여 개 가까운 신상품이 출시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현대인들은 하루에 3000개의 상업적 메시지를 접한다고 한다. 사실상 우리는 헤아릴 수 없는 브랜드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급격한 세계화는 그 홍수의 물살을 더욱 거세게 했다. 메시지의 범람 속에서 소비자는 점점 더 면역성이 강해지고 반응은 둔감해진다. 이런 환경 속에서 전통적인 매체를 통한 반복적 메시지 전달 방식은 한계가 있다. 이제는 얼마나 메시지를 많이 노출하느냐보다는 어떻게 소비자와 특별한 관계(engagement)를 만드느냐가 더 중요하다. 쉽게 말하면 양보다는 질 중심의 마케팅이 절실해졌다.
 
두 번째는 인간행동에 대한 새로운 발견에 기인한다. 현재의 뇌과학자들에 의하면 인간행동의 많은 부분은 의식적이라기보다는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 우리 행동의 95% 정도는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매우 합리적인 인지와 결정과정을 통해서 정해지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소비자들은 합리적, 논리적, 이성적인 프로세싱을 거치기보다는 즉흥적이며 감성적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와의 감성적 유대가 마케팅에서 더욱 중요해졌으며 체험마케팅은 이런 측면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각광받게 됐다.
 
세 번째는 인간 욕구의 변화다. 인간의 욕구는 생리적인 단계에서 공동체적인 단계로, 그리고 개인적인 단계로 진화한다. 마케팅 대상으로서의 소비자는 상품의 소비에 개인적인 의미와 오락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이미 쇼핑은 단순한 생필품 구매보다는 하나의 즐거운 경험으로서 더 큰 가치를 갖고 있다. 구매에 있어 실용가치(utilitarian value)보다는 쾌락가치(hedonic value)가 더 중시된다는 사실은 최근 다양한 연구에서도 논의되고 있다. 심지어 할인점에서도 실용가치보다는 쾌락가치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인들의 쇼핑은 엔터테인먼트에 가까운 개념이다. 큰 쇼핑몰은 일종의 도심형 테마파크로 진화하고 있다. 쇼핑과 엔터테인먼트는 어느 사이 하나로 결합되고 있다. ‘리테일테인먼트(Retailtainment)’라는 신조어는 이러한 경향을 대변한다. 쇼핑을 즐거운 체험과 결합하는 것이 판매자들에게는 중요한 목표가 됐다. 체험마케팅은 이런 면에서 더욱 중요해진다.
 
3 Dimensional Sensory Marketing
공간마케팅은 3차원적 마케팅이다. 공간은 벽과 바닥과 천장 사이의 비어 있는 곳을 의미한다. 3차원 공간에서 사람들은 입체적이고 공감각적인 경험을 한다. 시각과 청각 등에만 의존하는 전통매체와 달리 공간매체에서는 청각과 시각뿐 아니라 후각과 촉각이 동반된다. 다양하고 입체적인 감각을 통한 감성효과는 강력하며 오래 지속된다.
 
브랜드마케팅은 그 브랜드에 인격(Personality)을 부여하고 그 인격의 스타일을 만드는 것이 정석이다. 공간마케팅에 동원되는 모든 감성은 그 브랜드의 스타일에서부터 시작된다. 대부분의 유명 브랜드들은 자신만의 스타일, 자신만의 감각을 정교하게 설계해 모든 고객접점에서 꾸준히 활용한다. 자신들만의 컬러팔레트, 타이포그래피의 원칙을 만들어 일관성을 유지한다. 특정 기업들은 자신들만의 향()과 공간에 쓰이는 재료들까지도 명확하게 규정한다. 스타벅스는 커피의 맛과 향뿐 아니라 간판, 인테리어, 패키징, 판매원들을 통합하는 독특한 감성미학을 도입해 고객들이 늘 즐겨 찾는 공간, 즉 제3의 공간으로서 놀라운 성공스토리를 만들었다.
 
후각:후각은 모든 감각 중 가장 원초적인 감각기관이다. 인쇄매체를 통해 향이 전달되는 기술들도 개발돼 있지만 실제 공간을 통해 느끼는 후각효과와는 차이가 크다. 후각을 통한 감성마케팅은 공간마케팅에서 전달할 수 있는 가장 특별한 수단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냄새는 강력하게 기억과 연결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냄새가 어떻게 기억과 연관되는지는 그 패턴이 정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지만 냄새와 감정을 다루는 뇌 영역이 같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다. 기억을 통한 회상은 사람의 무드를 강력하게 변화시킨다. 공기를 통해 전달되는 단 몇 개의 분자들은 과거 어린 시절의 저녁 무렵이나 첫사랑과의 특별했던 순간, 또는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괴로웠던 사건들을 빠르게 회상시키고 잠시나마 현실세계와 단절시키면서 특별한 감정상태로 빠져들게 만든다. 남자들보다는 여자들이 향에 민감하며 한국인의 후각은 타 인종에 비해 더 발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각은 특별한 감성을 일으키고 이러한 감성은 정신적, 신체적 반응을 일으킨다. 라벤더향은 수면의 질을 향상시킨다. 자몽향은 남자가 여자의 나이를 더 어리게 보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활용해 보시라!). 좋은 향은 자가면역 능력도 향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즘은 다른 이유로 병원에 식물반입을 금지하고는 있지만 병실에 꽃을 들고 방문하는 전통은 시각적 효과보다는 후각적 효과에 기인한다. 카지노에서 향을 이용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기분 좋은 향이 있을 때 겜블러들은 더 많은 돈을 지출한다고 한다. 좋은 향은 시간감각도 조절한다. 기분 좋은 향을 맡으면 고객들은 쇼핑센터 계산대에서 기다릴 때 지루함을 덜 느끼며 매장 체류시간을 늘린다. 또한 좋은 향은 공간의 크기를 실제보다 더 크고, 밝고, 깨끗하고, 신선하게 느끼도록 만든다. 스타벅스의 잘 볶은 원두향은 다분히 의도된 결과다. 커피찌꺼기를 버리지 않으며 직원들은 향이 강한 향수나 화장품을 쓰지 못한다. 좋은 커피향은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하며 그곳에서의 기분 좋은 기억을 가지게 만든다. 반대로 기분 나쁜 향은 그 역의 효과가 있다. 좋은 향을 제공하지는 못해도 적어도 나쁜 향은 제거해야 한다.
 
후각기관은 빠르게 피로해지는 특성이 있다(재래식 화장실의 기억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그 효과까지 빠르게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향은 공간에서 소규모로 액상, 초, 스틱을 통해 활용되기도 하고, 기계실의 대규모 냉난방 공조설비에 연결돼 디퓨저를 통해 전달될 수도 있다.
 
청각:소리는 강하며 오랫동안 감정에 영향을 끼친다. 영화관에서 눈을 감고 소리만을 듣는 것이 소리 없이 영화를 보는 것보다 훨씬 감정이입에 도움을 준다. 오랜 세월 생물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을 중심으로 소리가 감정에 미치는 연구가 진행돼 왔다. 음악에 따라 기분이 달라진다는 것은 어린아이들도 느끼는 원초적 반응이다. 연구자들은 음악에 따라 동물들의 반응이 달라진다고 한다. 심지어는 식물도 반응한다. 소리에 의해 감정이 변하기도 하지만 감정상태에 따라 목소리도 변화한다. 우울한 사람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워진다. 음악은 냄새와 같이 기억을 회상시킨다. 누가 술에 취해 옛 노래를 흥얼거린다면 그는 그 노래의 추억보다는 그 시절의 추억을 음미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일정한 리듬은 편안함을 만든다. 불규칙한 리듬은 상대적으로 기분을 돋게 만든다. 느리고 부드러운 운율은 편안함을 만든다. 빠르고 단속적인 운율은 에너지 레벨을 올리고 행동을 빠르게 만든다. 빠르고 느림의 기준은 일반적으로 심장 박동수가 기준이 된다. (심장 박동수는 분당 50에서 70회이다). 저음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고음은 마음을 들뜨게 만든다. 장조와 단조도 같은 식으로 작용한다.
 
소리의 크기도 중요하다. 소리의 크기는 데시벨로 표시되며 공간의 용도에 따라 조절돼야 한다. 라디오와 TV를 통한 소리보다는 큰 공간을 통해 울리는 소리의 효과가 훨씬 강력하다. VOD가 일반화돼도 쉽게 극장의 관객이 줄지 않는 것은 대형 화면의 효과도 있지만 소리를 통해 느끼는 임장감이 더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전통적인 매스미디어에서 소리는 반복적인 노출을 통해 소비자의 뇌에 각인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만 공간에서는 향과 마찬가지로 주로 대상자의 무드나 행동패턴을 조절하기 위해 사용된다. 특정 공간의 무드를 조절하기 위해 배경음으로 쓰여지는 음악을 BGM(Back Ground Music)이라고 부른다. 당연히 BGM은 공간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마케팅 메시지에 따라 선택돼야 한다. BGM은 음악일 수도 있고 백색소음일 수도 있다. 넓은 주파수 범위에서 일정한 음을 지속적으로 발산해 집중력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소리를 백색소음(white noise)이라고 한다. 백색소음은 귀에 쉽게 익숙해지고 주변 소음을 덮어주는 작용을 한다. 파도소리, 비소리 등을 떠올리면 된다.
 
소리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공간설계가 필요하다. 음은 벽에 부딪히면서 잔향을 만들기 때문에 소리의 반사방향과 반사율을 조절할 수 있는 전문적인 음향설계가 필요하다. 거친 표면은 반사율이 적어 잔향이 적고, 미끈한 표면은 반사율이 높아 잔향이 높아진다. 카펫, 커튼과 같은 직물은 흡음성이 높은 소재다. 또한 사람도 흡음재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공간의 음향설계를 할 때에는 그곳에 유입될 적절한 사람 수를 고려해야 한다.
 
시각:시각은 몇몇 특정 매체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마케팅 매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다. 매체의 활용은 시각적 커뮤니케이션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컬러는 가장 강력한 시각적 체험이다. 색을 깊이 있게 다루는 것은 꽤나 전문적인 영역이지만 색의 3요소가 색상과 명도, 채도로 구분된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색상은 말 그대로 빨강, 파랑과 같이 가시광선 파장의 차이에 따라 발생하는 특성을 의미하고 명도는 밝기, 채도는 색의 순수함을 의미한다. 같은 색상이라도 채도와 명도 차이에 따라 다른 심리적 반응을 보인다. 명도와 채도가 높을수록 분위기를 향상시킨다. 차가운 색조는 좀 더 차분한 분위기를 형성하며 따뜻한 색조는 분위기를 활발하게 만든다. 붉은색은 전통적으로 열정적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도 그렇게 작동한다. 반면에 지적인 측면에서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명도와 채도에 대한 차이에는 여성이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컬러는 지역의 문화와 종교, 세대에 따라서도 그 영향의 차이를 보인다. 일반적으로 범세계적으로 가장 호의적인 색상은 푸른색(Blue)이다. 반대로 노란색(Yellow)은 가장 비호의적인 색상으로 알려져 있다. 젊은 세대들은 다양한 색상이 포함된 미묘한 색상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정한 색상은 지역문화에 따라 다른 의미로도 사용된다. 예를 들면 영국인에게 흰색은 순수와 행복을 의미하지만 동양에서는 순수함과 더불어 죽음의 의미로도 사용된다. 컬러는 사람들의 동선을 유도한다. 쇼핑공간에서 고객들은 따뜻한 컬러 쪽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컬러는 공간의 크기를 다르게 느끼게 한다. 따뜻하고 어두운 색은 가깝게 느껴지고 차갑고 밝은 색은 멀리 느껴지게 된다. 작은 공간일수록 밝은 색의 마감과 가구를 활용해야 하는 이유다. 컬러는 체감온도에 대한 감각에도 작용한다. 당연히 따뜻한 색은 공간을 실제보다 더 따뜻하게 느껴지게 만든다. 따뜻하고 어두운 색은 무겁게 느껴진다. 광택이 있는 색상은 더 활기차게 만든다.
 
컬러는 하나의 색상이 사용되기보다는 대부분 조합돼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럴 경우 그 컬러들의 대비는 사용자에게 큰 심리적인 영향을 끼친다. 컬러들이 패턴으로 조합돼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패턴이 복잡할수록, 많이 쓰일수록 공간의 활력이 높아진다. 작은 패턴은 공간을 넓게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시각의 또 다른 요소로 형태와 선이 있다. 이들 또한 색상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감성을 자아낸다. 형태(form)는 3차원의 고형적인 것이다. 직선과 각으로 이뤄진 형태는 남성적인 분위기로 운동성과 효율성을 표명하고 둥근 형태는 여성적 분위기로 편안함을 자아낸다. 대칭적 형태는 비대칭적인 것에 비하여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공간형태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애플스토어의 볼드하고 명료한 형태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사로잡는다. 많은 경우에 사람을 공간으로 끌어들이는 힘은 특수효과(Special effect)보다는 공간형태에 의해 만들어지는 공간효과(spatial effect)가 더욱 강력하다. 선은 2차원적인 형태이다. 똑바른 수평의 선은 편안함을 불러일으킨다. 똑바른 수직선은 안정감을 자아낸다. 부드럽게 구부러진 선은 편안함을 주고 V형태의 라인은 집중을 만들어낸다. 또 많은 사람들은 원이나 부드러운 선에서 행복과 사랑의 이미지를 느끼게 된다.

 
시각에 영향을 미치는 또 하나의 큰 요소는 빛이다. 빛의 세기와 색상은 감성에 크게 작용한다. 조명은 사람으로 치면 일종의 화장이다. 밋밋하고 평범한 공간에 활기와 색조를 더해준다. 조명을 통한 공간연출은 가장 세련되고 고급스런 연출방법이다. 균일한 조도를 위해 활용하는 일반조명(architectural lighting)에 대비해 사람의 감성을 조절하는 목적으로 쓰는 조명을 연출조명(theatrical lighting)이라고 부른다. 고급 매장일수록 조명에 쓰는 노력은 생각보다 지대하며 그 효과 또한 확실하다. 잘 계획된 조명은 상품을 돋보이게 하고 소비자들의 체류시간을 늘리며 구매 욕구를 더 자극한다.
 
낮은 조도는 편안함을 만들고 밝은 빛은 활력을 만들어낸다. 빛은 직접광과 간접광으로 나뉘어질 수 있다. 직접광은 광원의 빛이 그대로 투사되는 것이고 간접광은 다른 표면에 반사돼 나타나는 것이다. 간접광은 공간을 확장시켜 보인다, 직접광은 활력을 끌어 올린다. 특정 부문만을 강조하는 스포트라이트는 그 빛을 받는 물체의 주목도를 높인다. 특정한 지역만을 비추는 빛은 공간감을 만들기 때문에 레스토랑과 같은 곳에서는 빛에 의해 테이블 간의 구역을 만들 수 있다.
 
빛은 다양한 색상을 가지고 있다. 빛의 색상에 따른 영향은 컬러와 마찬가지로 다른 심리적 반응을 만들어 낸다. 빛의 색은 켈빈(Kelvin)이라고 불리는 색온도로 표시된다. 색온도가 낮을수록 따뜻한 색감이 나오고 색온도가 높을수록 차가운 색상이 된다. 따뜻한 색의 빛은 편안함을 주고 차가운 빛의 색은 긴장감을 유발한다.
 
영상은 빛의 또 다른 시각적 표출이다. 모든 공간이 영상을 활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근래에는 다양한 디지털 광학기기의 발전으로 그 활용이 증가되는 추세다. 공간에서 영상은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경우도 있고 공간의 무드를 다루기 위해서도 활용된다. 극장과 같이 영상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공간도 있지만 이런 경우 영상은 매체가 아니라 상품으로 활용된 것이니 예외적이다. 공간에서 영상을 활용하는 경우에는 TV와 같은 영상매체와는 완전히 다른 영상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공간의 환경, 관객의 집중력, 화면의 크기, 소리의 전달방식 등이 면밀히 검토돼야 한다.
 
최근 조명업계에서 가장 극적인 스타로 떠오른 것은 LED다. LED는 비교적 오래된 전자산업의 부품이었지만 일부 색상만이 구현 가능하여 그 사용이 제한적이었다. 10여 년 전 일본의 연구원에 의해 백색과 청색의 LED가 개발되면서 모든 빛의 대체재로 강력하게 떠올랐다. LED는 전력효율이 높고, 수명이 반영구적이며, 형태적인 한계가 없어서 조명과 영상이라는 두 개의 시각적 분야를 모두 점령해나고 있다. 특히 LED의 강력한 휘도와 형태적 유연성은 건물전면을 하나의 매체로 만들기도 한다(미디어 파사드라고 불린다). 단, LED의 강한 빛은 시각적 공해의 위험성이 높아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공간에 쓰이는 빛의 연출은 전문가의 도움을 절대 필요로 한다. 단순한 감각과 경험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분야다.
 
촉각:촉각은 손과 발의 직접적인 감촉과 온몸의 피부를 통해 전해지는 느낌이 포함된다. 공간의 감촉은 재료의 텍스처(질감)와 밀접하다. 발바닥을 통해 느껴지는 바닥재의 느낌과 손길에 스치는 공간요소들은 촉각을 통한 심리적 반응을 만들어낸다. 어둡고 거친 표면은 가깝게 느껴지고 밝고 반질거리는 표면은 공간을 멀게 느껴지게 한다. 일반적으로 많은 종류의 마감재를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많은 텍스처는 공간을 긴장시키고 혼란에 빠뜨린다. 피부를 통한 느낌은 간접적이지만 더 민감하게 작용된다. 대부분의 피부촉감은 온도와 관련된 것이다. 적절한 공기조화는 쾌적함과 편안함을 느끼는 중요한 요소이다. 손은 차가움에 민감하고 머리는 따뜻함에 민감하다.
 
공간마케팅의 유형
공간마케팅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영역은 리테일(소매) 분야이다. 또한 전 세계 곳곳에서 펼쳐지는 전시회나 브랜드체험관, 엑스포도 공간을 마케팅매체로 다루는 곳이며 도시를 명소화하기 위한 도시마케팅도 빼놓을 수 없는 분야다. 여기서는 리테일 분야와 전시회를 중심으로 공간마케팅을 구체적으로 이해해 보자.
 
리테일마케팅
19세기와 20세기에 걸쳐 상업공간은 상점의 군집화와 규모의 대형화로 진화를 거듭했다. 특히 1800년대 초반에는 밀집된 상가를 철골과 유리를 사용해 덮은 아케이드라는 공간이 탄생했다. 이는 도시의 가로를 내부공간화함으로써 외부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지속적인 소비를 가능하게 한 오늘날의 대형 쇼핑공간들의 효시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공간을 목적 없이 배회하며 탐닉하는 사람을 ‘배회자(flâneur)’라고 칭했는데 배회자를 소비자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마케팅 개념과 공간디자인이 접목하게 되는 발원으로 볼 수 있다. 많은 매장들은 투명한 유리로 매장 내부를 드러내고 가장 고급스런 제품을 유리면 가깝게 배치해 지나는 배회자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매장으로의 진입을 유도하고 있다.
 
오늘날에도 쇼핑공간 내외부의 배회자를 소비자로 만드는 노력은 한층 고도화됐고 체계화된 조사를 거쳐 진행된다. 오늘날의 배회자는 ‘쇼퍼(shopper)’라 불리며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을 쇼퍼마케팅이라 부른다. 쇼퍼마케팅은 매장 가치와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쇼퍼의 구매 행동을 이해하고 매장 내외부에서 구매의욕을 높여 구매에 이르도록 하는 마케팅 활동이다.
 
비록 인터넷을 통한 소비자 구매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상품구매는 매장에서 주로 발생한다. 최근의 초대형 쇼핑센터에는 약 10만 개(!)의 상품이 진열되며 상품 간의 질적 차별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매장 내에서 원하는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이제 쉬운 일이 아니다. 전문점 방문객의 80% 정도가, 백화점 방문객의 95% 정도가 구매를 하지 않고 돌아간다고 한다.
 
또한 인터넷의 보급과 매체 다양성으로 매스미디어의 힘이 저하되는 반면 소매업의 대형화와 집중화로 인해 특정 매장의 집객력은 대폭 상승하고 있다. 미국 월마트의 1주일간 매장 방문자는 약 1억4000만 명이라고 한다. 또한 디지털 사이니지 등 인스토어 미디어의 성장도 매장을 중요한 미디어로 인식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매스미디어로 성장한 대표적 브랜드인 P&G는 2004년 자체 조사에서 제품의 광고 등 사전 인지활동에 의해 구매의향을 굳히고 매장을 방문하는 방문자는 20% 내외에 불과하고 75%는 매장을 방문해 상황에 따라 구매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자신의 회사 제품을 찾는 고객들이 그동안 무수히 접해 왔던 수많은 브랜드 메시지를 뒤로 한 채 상황에 따라 즉흥적 성향의 구매 형태를 보인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었다. 주로 대형 매장 내에서 제품 전시에 의존하고 있던 P&G와 같은 소비재 제조회사들은 판매 접점에 대한 마케팅 활동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하게 인식하게 됐다. P&G는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는 순간을 FMOT(First Moment of Truth)라 정의하고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FMOT팀을 신설해 마케팅의 핵심을 매스미디어에서 구매접점인 매장으로 이동하게 된다. FMOT 이란 용어는 스페인의 마케팅 학자인 리처드 노먼(Richard Norman) 교수가 제창한 이론이다. 투우사가 소의 급소를 찌르는 순간을 일컬으며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는 순간’ 또는 ‘실패가 허용되지 않는 매우 중요한 순간’을 의미한다.
 
쇼퍼 마케팅 영역은 넓다. 패키징을 통한 크기, 형태, 컬러, 소재 등을 활용하는 Product기법, 다양한 가격적인 프로모션 방법을 활용하는 Price기법, 조명이나 음악, 향과 상품연출 등의 매장환경을 이용하는 Place기법, 샘플링과 다양한 광고, 키오스크, 디지털 사이니지 등을 통한 Promotion기법이 있다. 이 중 Place를 통한 마케팅이 공간마케팅 영역과 일치된다.
 
매장의 분위기와 제품의 진열방법에 따라 매출이 달라진다는 사실은 비교적 일찍 인지된 사실이다. 매장에서의 제품 노출도나 시인성 향상을 위한 노력이 지속돼 왔지만 쇼퍼의 니즈나 심리를 고려한 쇼퍼인사이트를 활용한 기법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컨슈머 인사이트가 ‘소비자의 의식이나 행동을 깊이 탐구해 그 무의식을 꿰뚫어보는 것’이란 뜻이라면 쇼퍼 인사이트는 ‘쇼퍼 행동과 심리에 관한 깊은 이해’를 의미한다.
 
쇼퍼 인사이트를 위해서는 FSP(Frequent Shopper Program) 데이터 분석이나 구매 동행조사, 매장 내 진열대 관찰조사, 그룹 인터뷰 등이 이용된다. 최근에는 신경과학에 의한 조사를 실행하는 곳도 있다. 위와 같은 방법을 이용해 쇼퍼 인사이트를 획득하고 그것을 매장 내외부의 전략으로 실행하는 것이 쇼퍼 마케팅이다. 인디애나대의 레이 버크(Ray Burke) 교수는 매장 내에서의 다양한 고객 시뮬레이션을 통해 쇼핑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Customer Interface Lab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소비자 니즈를 구매와 연결시키는 역량을 쇼퍼빌러티(shoppability)라는 개념으로 정의하고 있다. 즉, 쇼퍼빌리티란 소비자의 니즈를 구매로 전환시키는 매장의 능력을 의미하며 매장의 구매력과 브랜드 로열티를 상승시키는 힘이다. 그는 40여 개의 성공적인 리테일 매장을 분석해 10개의 쇼퍼빌러티 핵심요소를 제시하고 있다. 요약하면 아래와 같은 세 가지 요인으로 정리된다.
 
첫째, 매력적인 외관이다. 외관은 단지 미학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 이상의 효과가 있다. 매력적인 모습은 소비자의 감성과 잠재된 욕구를 자극해 구매를 일으킨다. 매장의 레이아웃과 집기, 조명, 진열된 상품들은 방문객들의 시선을 자극하고 상품의 효용을 환기시켜 브랜드의 정체성을 강화시킨다. 지속적인 신상품과 새로운 서비스, 다채로운 프로모션 등은 매력적인 외관에 지속적인 신선함을 유지시켜 준다. 이러한 매장은 점원의 사기를 올려 생산성을 올리고 더 좋은 고객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해준다.
 
둘째, 시각적 단순함과 명료함이다. 명료함은 매장 내의 고객동선을 용이하게 만든다. 명료함은 매장 안에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직관적으로 알게 해주며 원하는 상품에 바로 접근하게 해준다. 이런 명료함을 위해서는 시각적 장애물을 최소화해야 한다. 흔히 저지르는 오류 중 하나는 너무 많은 브랜드 사인을 설치하는 것이다. 소비자가 느끼는 시각적 무게를 잘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하고 명료한 매장은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는 매장이다. 이런 환경에서 고객은 익숙하고 편안함을 느낀다. 합리적인 방법과 체계적으로 정리된 고객동선과 상품진열을 통해 고객의 예상과 일치하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발견의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편안하고 즐거운 쇼핑체험을 제공해야 한다. 쇼퍼들은 매장에 들어가서 합리적인 시간 내에 그들이 원하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어야 한다. 목적구매 제품과 프로모션 제품들은 쉽게 접근이 가능해야 하고 관련 제품들이 가까이 있어야 한다. 물리적 장애물이나 긴 대기라인은 없어야 한다. 제품은 충분히 쌓여 있고 가격이 표시돼 있어야 한다. 목적구매가 빠른 시간 내에 편안하게 이뤄지면 쇼퍼들은 다른 보완상품이나 충동구매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쇼핑 기간 동안 편안함과 즐거움을 느끼게 해야 한다. 통로는 충분히 넓고 고객이 활용하는 부대시설은 늘 청결하게 유지돼야 한다. 쇼핑에 지쳤을 때 편안히 앉아서 쉴 수 있는 곳도 필요하다. 쇼핑이 즐거울수록 체류시간이 늘어나고 더 많은 상품을 구매하게 된다.
 
Burke 교수는 따로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위의 핵심요소에 전문적이고 로열티 높은 매장직원이 추가돼야 할 것이다. 조사에 의하면 직원은 매장 내에서 방문객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공간마케팅에서는 매장직원도 공간을 이루는 하나의 요소로 계획돼야 하며 큰 비중을 둬야 한다.애플스토어는 이런 측면에서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거론될 수 있다. 애플스토어가 처음 선을 보였을 당시에는 전자제품 제조업체가 자신의 유통점을 운영하는 것이 금기시되는 때였다. 유통업체들의 막강한 힘 앞에서 자신의 브랜드숍을 운영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애플스토어는 큰 모험을 감행했고 오늘날 놀라운 성공을 이뤘다. 애플스토어는 기존 전자제품 매장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콘셉트의 독특한 공간미학으로 탄생했다. 독특한 체험테이블과 유리계단, 지니어스바, 원투원 서비스 등은 애플 매장이 만들어 낸 특별한 체험과 감성요소들이다. 애플 매장은 굵고 간결한 공간언어를 일관되게 활용해 뛰어난 브랜드 감성미학을 완성했다. 특히 애플 매장의 디테일은 치열할 정도로 섬세하다. 애플 매장에 대한 또 하나의 높은 평가는 전문 스태프이다. 각 스태프들은 높은 학력과 로열티를 갖추고 있으며 이는 본사에 의해서 행해지는 체계적인 선발과 교육, 관리시스템에 따른 결과다. 애플은 본사 내에 체계적인 리테일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전폭적인 예산을 투자했다. 2009년 문을 연 맨해튼 미드타운의 플래그십 매장에는 5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 플래그십 매장의 외부 유리박스를 리뉴얼하는 데만 670만 달러를 들였다. 애플은 전 세계 10개 국에 300여 개의 직영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도 유럽과 중국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직영매장을 확장하고 있다. 애플의 혁신은 제품에도 있지만 애플스토어야말로 애플의 가장 큰 혁신 중의 하나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매장은 소비자의 욕구를 창출하는 곳이라는 개념에서 소비자의 욕구를 즉각 행동으로 변화시키는 곳이라는 적극적인 개념으로 변화하고 있다. 리테일 매장은 판매기능을 넘어 체험적 요소와 유희적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마케팅의 가장 치열한 각축장이 되고 있다.
 
전시회
전시회는 박람회, 페어, 트레이드쇼와 같은 다양한 용어로 호칭되며 전 세계적으로 매년 1만5000회 이상 개최된다. 전시회는 종래에는 ‘판매자와 구매자를 유치하기 위해 특별히 조성된 일시적인 시장’이라는 거래의 의미가 강했으나 현재는 ‘유형 또는 무형의 상품을 매개로 해 제한된 장소에서 일정한 기간 동안 구매자를 대표하는 참관객(Visitor)과 생산자를 대표하는 전시자(Exhibitor) 간에 거래와 상호 이해를 주목적으로 진행되는 일체의 마케팅 활동’이라는 마케팅적인 뜻이 강하다.
 
미국에서는 전시회 지출예산이 마케팅 예산의 14%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독일은 총 무역거래 중 60∼70%가 전시회를 통해서 성사된다. 전자상거래의 발전에 따라 전시산업이 쇠퇴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온라인을 통한 네트워크의 발전은 오히려 오프라인의 접촉을 더욱 촉진시키고 있어 전시회의 마케팅적 중요성은 더 활성화되는 추세다. 일반적으로 매스미디어 광고가 폭넓게 브랜드를 알리는 측면에서 효과적이라면 전시회는 특정 타깃에게 구매의향을 높이는 데 그 효과가 높다.
 
전시회는 마케팅 도구로서 6가지의 장점이 거론된다. 첫 번째는 핵심적인 유망 고객과의 집중적인 접촉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조사에 따르면 전시회 방문객의 상당수가 구매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며 구매를 계획하고 참석한다. 두 번째는 타이밍이다. 오늘날과 같이 치열한 마케팅 현장에서 전시회는 신상품을 소개하는 데 가장 적합한 수단으로 평가되고 있다. 자동차의 신제품이나 새로운 TV모델, 새로운 가구 등은 대부분 전시회를 통해 소개된다. 세 번째는 환경적 측면이다. 참가자는 3차원적이고 실제적인 환경에서 제품, 기술, 서비스를 접하게 되고 실제 사용환경과 거의 유사한 체험을 하게 된다. 또한 동일공간에서 경쟁업체들과의 구체적인 비교분석이 가능하고 인적 접촉을 통한 구체적인 정보취득이 가능하다. 네 번째는 구매력 측면에서의 비용효율이 높은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전시회는 다른 매체에 비해 6배의 구매효과가 있으며 그 구매효과는 오랜 기간 동안 영향을 미친다. 다섯 번째는 지속성이다. 전시회는 체험을 통해 수개월간 그 영향이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가자는 상당한 시간을 전시회 관람에 소비하며 그 시각적 영향이 대중매체 광고보다 14배 정도 오래 지속된다고 한다. 여섯 번째는 상승효과이다. 전시회는 옥외광고, 온라인 등과의 통합마케팅 활동을 통해 그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매체다.
 
전시장은 한마디로 시장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수많은 경쟁브랜드들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치열하게 경합하는 곳이다. 이런 치열한 전시회에서의 성공은 사전의 전략적인 접근이 그 성패를 좌우한다. 전시회의 전략은 참가목적과 타깃, 메시지를 정립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참가 목적은 구체화되고 계량화할 수 있는 분명한 것으로 설정돼야 한다. 목적이 분명해야 모든 과정에서의 우선순위가 결정되며 전시회 종료 후에 그 효과를 의미 있게 평가할 수 있다. 타깃을 분명히 해야 한다. 타깃들 간의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그 우선순위에 따라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가 정해져야 한다. 타깃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서 언어의 이해란 특정 외국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타깃이 소비자인지, 관련업계의 전문가인지, 언론인지에 따라 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적절한 용어를 활용하라는 것이다. 일반 소비자에게 전문용어를 쓰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 전문가에게 너무 쉬운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설득력이 줄어든다.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실행하기가 그리 만만치 않다. 다른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메시지는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의 핵심이다. 수많은 경쟁사들이 몰려 있는 전시장에서는 수많은 메시지들이 혼재해 있고 그 안에서 자신들의 메시지를 최대한 단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단순화된 메시지를 분명하게, 집중해서, 일관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늘 “big graphics, big fonts”를 강조했다. 작고 많은 메시지들은 전부 전달되기가 어렵다. 크고 굵은 방법들이 동원돼야 한다.
 
전시회의 목표는 방문객의 관심을 유발해 제품에 몰입시키고 구매의욕을 일으키는 것이다. 전시는 회사의 이미지와 마케팅메시지의 3차원적 표현이다. 전시공간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표출하고 경쟁사와의 차별점을 보여줘야 한다. 크리에이티브한 공간디자인은 브랜드에 생명을 불어 넣어준다. 사람들의 관심을 촉발하고 그 안으로 끌어들이며 즐거운 제품 체험을 가능하게 한다. 신선함과 즐거움은 더 많은 사람들을 브랜드 공간 내에 더 오래 머무르게 하고 더 많은 감성적 연대와 구매의향을 만들어 낸다. 관람객들의 관심을 유발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제품을 구체적으로 체험하게 하는 것이다. 직접 만져보고, 사용해 보고, 경쟁사의 제품과 비교하게 해주는 것이다. 체험을 통해 방문객은 제품을 깊이 이해하며 대화를 촉발하고 관심도를 키울 수 있다.
 

 전시부스는 단순하고 명쾌한 구조가 효과적이다. 대부분의 전시회에서 시각적 표현이 많아질수록 기억에 남기기는 어려워진다. 너무 많은 브랜딩과 너무 많은 메시지의 나열은 집중을 방해한다. 제품과 메시지가 뚜렷할수록 기억에 남는 체험이 된다. 가급적 제품 수를 줄이고 메시지를 단순화해야 한다. 시각적 표현은 단순하고, 크고, 매력적이어야 한다. 핵심제품의 key feature와 사용자의 benefit에 집중하여야 한다. 가급적 회사의 아이덴티티와 이미지를 전시회용으로 개발해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오랫동안 지속될수록 방문객의 기억에 더 깊이 각인된다. 시각과 청각뿐 아니라 촉각과 후각, 미각을 동원하는 오감각적인 방법을 활용하면 더욱 확실하다.

 
전통적 마케팅과 달리 공간 마케팅은 고객의 체험에 중점을 두고 소비자를 감정적인 대상으로 인식해 다각적인 감성미학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차별적인 특징이 있다. 즉, 공간마케팅은 공간에 대한 디자인이 아니라 소비자 경험을 디자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측면에서 공간마케팅은 건축, 인테리어, 조명 등의 전문 디자이너와 마케팅, 인문학, 심리학 등 다양한 전문가들의 세심한 협업이 필요하다. 또한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기술의 변화에도 늘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지만 체험을 디자인하는 작업은 꽤나 복잡하고 난해한 일이다.
 
 
김재산 마스터/제일기획 BE그룹장 jsan@cheil.com
 
필자는 연세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제일기획 BE(Brand Experience)그룹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2010년에는 제일기획 내 분야별 최고전문가인 마스터로 임명됐다. 스페이스마케팅, 체험마케팅 분야 전문가다. 



더 알고 의미를 더하면 공간은 장소가 된다
 
‘오늘은 잊고 지내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네. 내일이면 멀리 떠나간다고. 어릴 적 함께 뛰놀던 골목길에서 만나자 하네. 내일이면 아주 멀리 간다고.(중략)’
 
밴드 ‘동물원’의 노래 ‘혜화동’을 들으면 혜화동이 화자가 어릴 때 살던 경험이 있는 추억이 어린 곳임을 알 수 있다. 혜화동에 가보지 못한 많은 사람들에게 혜화동은 서울특별시 종로구에 있는 하나의 행정구역이며 ‘추상적인 공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혜화동의 골목길에서 뛰어 논 경험이 있는 화자에게 혜화동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구체적인 장소’가 된다. 지리적인 또는 물리적인 ‘곳’을 이르는 단어인 공간(space)과 장소(place)는 이처럼 사람의 경험과 인식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다. 지리학자 이푸 투안(Yi-Fu Tuan)은 저서 <공간과 장소(Space and Place: The Perspective of Experience, 1977년)>에서 “우리가 공간을 더 잘 알게 되고 공간에 가치를 부여하면 공간은 장소가 된다”고 지적했다. 인간은 경험을 통해서 미지의 공간을 친숙한 장소로 바꾸며 장소가 친밀하게 다가올 때 장소감(sense of place)를 갖게 된다. 이는 김춘수의 시 ‘꽃’에서처럼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던 그(공간)가 이름을 불러주자 꽃(장소)이 되는 상황과도 비슷하다.
 
공간과 장소의 개념은 기업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객과의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서비스 공간을 아무런 인상을 남기지 않는 추상적인 공간에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친숙하고 구체적인 장소로 바꿀 수 있다면 고객들이 더 오래 머물고 다시 찾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체험마케팅과도 일맥상통하는 얘기다. 이런 공간의 장소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은 스타벅스와 폴크스바겐이다.
 
자동차 입양하는 폴크스바겐 ‘아우토슈타트’
볼푸스부르크는 독일 최대의 자동차 기업 폴크스바겐 본사와 공장이 있는 도시다. 분위기는 다르지만 한국으로 치면 현대자동차 공장이 있는 울산쯤 된다. 볼푸스부르크의 도로를 다니는 자동차의 95% 이상은 폴크스바겐, 아우디, 세아트 등 폴크스바겐그룹이 만드는 자동차 브랜드들이고 볼푸스부르크 인구 13만 명 중 9만 명이 폴크스바겐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직업에 종사한다. 독일 어디를 가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메르세데스벤츠나 BMW를 볼푸스부르크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볼푸스부르크에 특이한 점이 있다면 관광객들이 꾸준히 찾는다는 점이다. 바로 세계 최대의 자동차 테마 파크인 ‘아우토슈타트’ 덕분이다.
 
아우토슈타트는 폴크스바겐 본사와 자동차 출고장을 테마 파크화한 프로젝트다. 25헥타르의 넓은 부지에 4억3000만 유로를 투자해 2000년 6월에 개장했다. 아우토슈타트 프로젝트는 1994년 당시 폴크스바겐그룹의 사장이었던 페르디난트 피에히(Ferdinand Piëch) 박사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본사와 공장을 고객은 물론 일반인들에게 더욱 친근하고 흥미로운 곳으로 만드는 것이 주된 목표였다.
 
그래서 도입된 개념이 ‘자동차 입양’이다. 자동차 산업이 발달한 독일에서 차는 가족의 일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독일뿐 아니라 사실 전 세계에서 가족들이 찍는 사진에 등장하는 거의 유일한 상품이 자동차다. 그 정도로 자동차는 개인과 가족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폴크스바겐은 바로 이 점에 착안을 해서 차를 구매한 고객들이 아우토슈타트를 찾아 바로 옆의 공장에서 생산돼 출고되는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독일의 폴크스바겐 고객 중 볼푸스부르크 본사를 직접 방문해 차량을 받아가는 비중은 전체 고객의 30%가 넘는다. 숫자로는 매년 10만 명이 넘는다.
 

고객들이 자동차 번호판을 들고 아우토슈타트를 찾으면 자동차 유리 타워인 쿤덴센터(Kunden Center)가 보인다. 자동 컨베이어 터널을 통해 연결된 2곳의 유리 자동차 타워에는 모두 400대에 이르는 신차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차량을 인도받을 고객이 도착하면 유리 자동차 타워 안에서 차량이 자동으로 인도 장소로 이동해온다. 고객은 차량에 들고 온 번호판을 직접 달고 차량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듣고 기념사진도 찍는다. 폴크스바겐은 말 그대로 차를 입양하는 듯한 느낌을 주면서 개인 또는 가족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다. 거대 자동차 기업의 공장 겸 본사일 뿐인 하나의 공간은 가족과도 같은 내 차가 태어나 나에게 인도된 기억에 남는 장소로 탈바꿈한다.
 
고객들은 차량을 인도받으면서 관광도 즐긴다. 아우토슈타트는 2010년 2월25일 개장 10년 만에 관람객 2000만 명을 넘어섰으며 하나의 관광명소가 됐다. 독일 내에서 2번째로 인기가 높은 체험형 테마 파크인 아우토슈타트 안에는 폴크스바겐뿐만 아니라 폴크스바겐 그룹의 벤틀리, 아우디, 람보르기니, 세아트, 스코다 등 각 브랜드의 철학을 보여주는 7개 개별 전시관이 있다. 내부에 또 리츠칼튼호텔이 있고 스위스의 유명 외식업체인 뫼벤픽이 운영하는 레스토랑도 9개가 있다.
 
폴크스바겐 관계자는 “전체 방문객 중 3분의 1 정도의 방문객들은 아우토슈타트에서 6시간 이상의 시간을 보내며 방문객의 절반 이상이 이미 여러 번 방문한 경험이 있다”며 “이는 자연스럽게 폴크스바겐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고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폴크스바겐은 서비스 회사가 아닌 제조업체임에도 불구하고 고객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장소적인 요소를 추구해서 성공한 것이다.
 
집도 아니고 회사도 아닌 ‘제3의 공간’ 스타벅스
겨울이 되면 해가 짧아지고 유난히 비가 잦은 미국 북서부 도시 시애틀은 자살률이 높은 편이라고 한다. 이런 시애틀의 자살률을 낮춘 것은 다름 아닌 시애틀에 본사를 둔 커피 회사 ‘스타벅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스타벅스가 커피숍을 사람들이 모여 커피를 마시며 대화하고 책을 보며 머무는 곳으로 ‘장소화’한 덕분이다. 물론 스타벅스 이전에도 미국에서 동네 카페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장소였다. 하지만 스타벅스는 이를 프랜차이즈로 대중화했다. 이는 스타벅스의 CEO인 하워드 슐츠가 스타벅스를 ‘제3의 장소(Third Place)’를 지향하는 곳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제3의 장소는 사회학자 레이 올덴버그(Ray Oldenburg)가 그의 1989년 저서 에서 언급한 개념이다. 올덴버그에 따르면 제1의 장소는 집이고 제2의 장소는 현대인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이다. 제3의 장소는 제1의 장소도 아니고 제2의 장소도 아니면서 여유를 누리고 즐거움을 경험하는 사회적인 사교의 장소로 볼 수 있다. 제3의 장소는 무료 또는 값싼 음료와 음식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고 접근성이 좋으며 자주 방문하는 사람들이 있어 편안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스타벅스의 인테리어가 따뜻하면서 편안한 느낌을 주고 파트너(바리스타)들이 친절한 배경에는 제3의 공간을 지향하는 스타벅스의 전략이 녹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으로 스타벅스는 특별한 경험을 고객들에게 선사했고 매일 커피를 마시러 오는 단골손님을 확보할 수 있었다.
 
사실 식음료업체들에 중요한 건 회전율이다. 장사가 잘되려면 고객들이 와서 빨리 먹고 마시고 나가면 새로운 고객이 그 자리를 채워줘야 한다. 하지만 스타벅스가 제3의 장소 철학을 가지고 회전율을 포기할 수 있었던 이유는 테이크아웃 고객들이 매상을 올려줬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스타벅스는 제3의 장소를 찾아 온 고객들보다는 테이크아웃 고객들에게 전력을 했다. 예전의 단골들은 환멸을 느끼고 떠나갔다. 스타벅스는 단골 고객에 전념하기보다는 미국 내에서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지점 수를 늘려갔다. 그리고 성장하기에 급급해 고객 서비스가 부실해진 대표적인 기업이 됐다. 오죽하면 대기업의 부실한 서비스를 신고하고 이에 대해 토론하는 한 웹사이트의 이름이 ‘스타벅드(http://www.starbucked.com)’일까.
 
2008년 금융위기를 전후해 스타벅스의 실적은 최악이 됐다. 보다 못해 창업자나 다름없는 하워드 슐츠 전 CEO가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난 지 8년 만에 다시 CEO로 복귀하기에 이른다. 복귀 이전에도 “스타벅스가 영혼을 잃어가고 있다”는 메모를 남겼던 그는 미국 전역의 매장 문을 닫고 바리스타 교육을 다시 하는 등 기본으로 돌아가는 행보를 보여줬다. 고객을 강조했고 스타벅스는 다시 프리미엄 커피와 경험을 파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2010년에는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면서 재기에 성공했다. 결국 영혼 없이 커피만 많이 파는 것보다는 매장 안에서의 커피 향과 친밀감 있는 서비스, 즉 스타벅스라는 장소 안에서의 경험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고객들에게 품질 좋은 제품,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모든 기업들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제공할 때 공간의 장소화와 같이 ‘특별하고 구체적인 장소’를 매개로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은 많지 않다. 고객들은 경쟁사와 똑같은 천편일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원하지 않는다.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면 고객들은 돌아올 것이다. 특정 장소에서의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경험은 무엇보다도 오래 기억되기 때문이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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