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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sk & Opportunity in 2012 - 기술

기술 혁명시대 생존키워드: 중도, 통합, 융합

강진아 | 100호 (2012년 3월 Issue 1)



 

감사의 말씀

 

본 글의 작성을 위한 리서치에 큰 도움을 준 PRiSM연구회 소속이자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한민선, 조길수, 이상욱 연구원에게 특별히 감사를 표한다.

 

# 1. 2000년대 중반 이후 세계 대형 TV 시장은 LCD 중심으로 서서히 재편되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전 세계 PDP 시장의 30% 이상을 장악하고 있던 파나소닉은 LCD에 대한 신규 투자를 멀리한 채 기존 핵심 역량인 PDP 사업 강화에 매진한다. 2005년 자신들의 생산 거점인 아마가사키에 3개의 PDP 공장을 증축하는 데 무려 6000억 엔 이상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시장의 흐름을 외면하고 자사의 역량에만 집중한 파나소닉은 결국 작년 7800억 엔의 적자를 기록하며 PDP올인한 전략을 폐기했다.

 

# 2. 1990년대까지 세계 TV 브라운관 시장을 호령했던 삼성SDI 2000년대 들어 브라운관 TV의 종말이 닥칠 것을 직감하고 PDP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에 진출했다. 진출 3년 만인 2004 PDP에서도 세계 정상에 올랐지만 대형 TV의 주력 디스플레이로 LCD가 자리잡는 트렌드를 간파하고 또 다른 변신을 모색한다. 바로 2000년 시작한 2차 전지에 모든 역량을 집중한 것이다. 그 결과 현재 전지사업 매출액은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어섰다. 삼성SDI는 명실공히 디스플레이 기업에서 에너지 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급변하는 세계 환경 속에서 기업의 유일한 생존수단은 지속적인 혁신이라고 이야기했다. 굳이 피터 드러커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기술 개발은 기업의 혁신을 위해 너무나도 중요하다. 그러나 위에 언급한 두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업은 기술 개발 그 자체보다 어떤 기술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더 큰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어떠한 전략을 이용할지를 고심해야 한다. 특히 오늘날처럼 불확실성이 큰 시점에서는 어떤 기술 개발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명운이 갈릴 수도 있다.

 

기업이 따라야 할 올바른 기술 발전 방향에 대한 해법을 얻기 위해서는 기술을 본질과 지향점, 생존 전략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기술은중도(the optimum)’를 걸을 때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 기술적 탁월성(superiority)은 물론 정작 그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들이 느끼게 될 유용성(usability)을 함께 고려해 그 양극단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 또한 기술은 표면에 드러난 문제만이 아니라 그 이면에 드러나지 않은 근본적 문제들을 해결하는통합적 접근(holistic approach)’을 통해 시장을 재구성(reconfiguration)할 때 더욱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번 탄생한 기술이 장기간 영속하며 생명력을 가지려면 다양한 분야에서융합(convergence)’을 시도해야 한다. 본고에서는 이 세 가지 측면, 즉 중도(본질), 통합적 접근 및 재구성(지향점), 융합(생존 전략), 각각의 측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기와 기회를 분석함으로써 향후 경영자들이 유념해야 할 시사점을 도출해 보고자 한다

 

중도(The Optimum) - 기술의 본질

 

컴퓨터 사용이 인간의 생활 속에 깊이 자리잡으면서 인간은 정보화 사회의 혜택을 누리게 됐다. 그와 동시에 장시간 컴퓨터 사용으로 인한 시력 저하, 관절 질환(: 장시간의 키보드나 마우스 작업을 통해 손목 관절 부위에 문제가 생기는카펄 터널 증후군), 게임중독 등 육체적·정신적 부작용도 경험하고 있다. 두뇌 칩, 고도화된 감각 기능과 같은 기술을 활용해 인체의 기능을 극대화하겠다는 개념인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은 일시적으로 신체의 결함을 보완한다는 장점을 지닌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인간을 정의하는 본질 자체를 변형시킬 수 있다는 사회적 우려를 낳고 있다.

 

기술문명이 충분히 성숙한 현 시점에서 기술은 인류와 사회에 진정한 도움을 주고 이를 통해 가치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기술이 제안하는 방식을 인간이 따라야 했다면 이제는 기술이 인간을 향해야 한다. 이는 기술의 발전을 억제하자는 게 아니라 기술 발전의 방향성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는 뜻이다.

 

기술은 성능 자체의 탁월성(superiority)과 소비자 시각에서의 유용성(usability) 사이에서 적절하게 자리매김해야 한다. 의외로 잘 알려진 기업들 가운데 사용자 중심의 사고를 하지 못하고 기술적 성능에만 집착하다 실패한 사례가 많다. 반면 사용자 중심의 사고에 입각해 시장을 바라보고 이에 따른 적절한 수준의 기술을 도입해 성공한 사례들이 있다.

 

빗나간 제국의 꿈으로 인한 위기-소니의 집착

 

소니(Sony)는 뛰어난 기술력을 지녔지만 시장 흐름의 변화를 제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 소비자의 생활방식과 조화로운 기술에 집중하지 않고 탁월한 기술력에 의존해 고화질, 고음질, 크기 등 단순한 특성에 치중하다 시장에서 영향력을 잃고 말았다. 베타맥스(Betamax), 미니디스크(Mini Disc), 어트랙(ATRAC), 블루레이(Blu-ray)가 대표적 예다. 이 기술들은 훌륭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사용 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맥락을 고려하지 못했다.

 

베타맥스는 VHS가 시장에 이미 자리를 잡은 상황에서 VHS와 호환성이 없다는 이유로 시장에서 점차 퇴출됐다. 미니디스크 역시 소비자의 기호가 CD에서 MP3플레이어로 변화하고 있다는 흐름을 받아들이지 못해 기술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점차 영향력을 잃었다. 어트랙은 음질의 우위를 앞세워 소니가 MP3의 대안으로 제시한 오디오 포맷이지만 현재 어트랙으로 재생되는 음악을 듣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 블루레이는 고용량 고화질로 DVD의 바통을 잇는 데 성공했지만 스트리밍과 다운로딩으로 변화하는 시장의 흐름을 읽지는 못했다.

 

소니는 기존 전자제품 사업 영역뿐 아니라 새로운 혁신을 시도함에 있어서도 기술의 중도를 지키지 못했다. 1999년 처음 출시해 2005년까지 생산했던 애완 로봇아이보(AIBO)’의 경우 6년 동안 15만 대 판매에 그치며 단종됐다. 실제 개의 행동을 정밀하게 구현한 기술적으로 매우 탁월한 제품이었지만 생명의 가치를 차가운 모터가 대체할 수 없기에 유용성 측면에서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가치를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니는 지난 2001년부터 현재까지 주가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며 지난 회계연도에 2200억 엔 적자를 기록했다. 소니의 사례는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오히려 독배가 될 수 있고 사용자 중심의 사고를 하지 못한 채 역량 함정(competency trap)에 갇힌다면 거듭된 실패를 할 수 있다는 반면교사의 사례로 삼을 수 있다.

 

유용성 강화로 기회를 맞이한 애플과 포르쉐

 

현재 가장 각광을 받는 대표적인 하이테크 기업인 애플(Apple)의 성공 요인을 한마디로 단순화해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애플이 가장 인간중심적 기업 중 하나이며 이를 통해 성공한 기업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애플은 사용자 중심 경험과 인터페이스를 그 어떤 것보다 우선시하고 있다. 이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변치 않고 계속 지켜지고 있는 원칙이다.

 

애플은 기술적으로 뛰어난 기업이지만 절대 기술적 우월함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다만 사용자의 환경과 사용 맥락을 고려할 때 왜 애플 제품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함으로써 소비자를 끌어들인다.애플은 현재 컴퓨터 환경에서 널리 사용되는 아이콘 방식의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를 가장 먼저 창안한 기업이다. 뿐만 아니라 컴퓨터가 대부분 기업용이던 시절 개인용 컴퓨터(PC)를 제안한 최초의 기업 중 하나다. 애플의 운영체제(OS)는 윈도 및 경쟁 제품에 비해 처음 쓰는 사람도 이해하기 쉬운 직관적인 실행 환경으로 각광받고 있다. 아이팟(iPod) 역시 초기에 인기를 끈 요인은 다수의 곡을 쉽고 빠르게 검색할 수 있는 휠 버튼이었다. 터치 인터페이스는 아이폰이 등장하기 전에도 도처에 존재했지만 모바일 기기의 터치 인터페이스를 완성한 건 아이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의 삶을 들여다보고 이를 실행에 옮김으로써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또 다른 사례로 포르쉐(Porsche)를 꼽을 수 있다. 80여 년의 역사를 가진 포르쉐는 전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스포츠카 브랜드다. 포르쉐는 2000년대 초반까지 트랙에서도 달릴 수 있는 스포츠카 개발에 앞장서왔을 정도로 기술적 성능의 탁월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만큼 고객들도 제한적이었다. ‘진정한드라이빙을 원하는 극히 일부의 사람들에게 소수의 차량을 판매하는 회사로 스스로를 포지셔닝했다. 그러던 포르쉐가 정통성을 포기하고 과감한 변신을 시도한다. 스포츠카는 속도감을 즐기는 소수의 마니아들에겐 가장 이상적인 차일지 모르지만 많은 짐을 싣고 장거리 여행을 가거나 대단위 가족들을 태우고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며 운전하기 원하는, 혹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대다수 소비자들에게는그림의 떡이다. 포르쉐는 바로 이 점을 노렸다. 탁월한 기능성을 자랑하는 포르쉐의 성격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유용성을 극대화한 SUV 카이엔(Cayenne, 2002)과 세단 파나메라(Panamera, 2009)를 내놓았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카이엔과 파나메라는 스포츠카의 성능을 지닌 SUV와 세단으로서 시장에서 입지를 굳건히 하며 현재 포르쉐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포르쉐는 이들 매출에 힘입어 최근 몇 년간 20% 안팎의 꾸준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성공적인 기술의 중도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기술은 그 자체의 발전을 위해서 노력하기에 앞서 인간의 생활 양식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 주어진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소비자의 큰 호응을 살 수 있다. 성공적인 기술의 중도를 실천하기 위해서 고려해야 하는 요소는 다음과 같다.

 

진정 인간을 위한 기술인지 재고하라 가장 인기 있는 하이테크 제품을 보유한 애플의 경우 그 내면을 자세히 뜯어보면 사용자 중심의 배려로 똘똘 뭉쳐 있다. 반면 소니는 아이보를 출시하는 등 표면적으로 사람을 위하는 듯하지만 실제로 소비자가 이 제품을 어떠한 식으로 사용할지에 대한 고찰은 부족하다. 기술의 표면적인 용도를 뛰어넘어 그것이 사용자의 어떠한 요구를 해소할 수 있는 제품이고 구체적으로 이를 사용하는 과정에서도 그 목적에 충실하게 구동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

 

핵심 역량은 물론 주변 역량까지 적극 활용하라 기업이 달성해야 하는 목표는 기존에 자신이 잘 해오던 걸 반복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 만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소비자의 만족을 위해서라면 기존 핵심 역량이 아닌 주변적 역량까지 적극 발굴해 기존 역량과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포르쉐의 경우 한번도 생산해본 적이 없는 SUV와 세단을 출시함으로써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포르쉐가 기존에 잘 해오던 스포츠카에만 집중했다면 브랜드의 정통성은 유지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과 같은 급격한 매출 신장은 거둘 수 없었을 것이다.

 

정형화된 제품 수명 주기에 얽매이지 말라 의외로 많은 기업들이 변화하는 소비자 니즈에는 둔감한 채 틀에 박힌 제품 수명 주기(product life-cycle)에만 초점을 맞추다 시장에서 외면당하곤 한다. , 어떤 제품을 개발할 때 처음에는 얼리어답터를 공략하기 위한 사양을 탑재한 제품을 내놓은 후 이를 계속 다듬고 기능을 보완하는 형식으로 대중에게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 이는 급격한 혁신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자기잠식(cannibalization)을 예방한다는 측면에서도 기업들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기술적 트렌드와 함께 소비자의 선호가 급변하는 환경하에서는 이런 방식이야말로 사용자와 시장을 돌아보지 않음으로써 중도를 지키지 못하는 편협한 경영 방법이 되기 쉽다. 노키아, 모토로라 같은 전통적인 휴대폰 제조사들은 기존 라이프 사이클에 충실해 다변화된 피처폰 생산에 주력하다 결국은 스마트폰 시대에 적자를 내거나 피인수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역시 OS의 모빌리티(mobility)와 터치 인터페이스가 중시되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사용자 유용성의 고려 없이 기존의 기능을 강화하는 사이클을 따르면서 시장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기존 기술, 기존 제품, 기존의 투자와는 별개로 소비자의 요구가 변화하고 있다면 이를 우선적으로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통합적 접근(Holistic approach) 및 재구성(Reconfiguration) - 기술의 지향점

 

기술은 표면에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근본적인 아키텍처(architecture)와 그 구성의 변화를 함께 고려할 때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토마스 에디슨(Thomas Edison)이 발명한 게 단지 백열등뿐이었다면 그의 발명은 큰 파급력을 지니지 못했을 것이다. 에디슨은 발전기, 배전기, 계량기 등과 같이 전력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거의 모든 기술적 구성을 발명했다. 동시에 그는 전등 개발, 전력 공급, 발전기 생산 등을 담당하는 기업을 잇달아 설립해 전기가 사회에 공급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처럼 기술은 일차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단순한 수요를 만족시키는 것 이상의 근본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통합적 접근을 하지 못해 찾아온 위기- 노키아의 스마트폰 플랫폼

 

2011 211일 노키아(Nokia) CEO 스티븐 일롭(Stephen Elop) ‘We are standing on a burning platform’이라는 제목의 편지를 전 직원에게 보냈다. 애플을 중심으로 한 스마트폰 산업이 얼마 전까지 휴대전화 산업의 최강자였던 노키아를 왕좌에서 물러나게 했기 때문이다. 사실 노키아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이전부터 심비안(Symbian)이라는 스마트폰 플랫폼을 보유했다. 하지만 노키아는 통합적 시각으로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바라보지 못해 그 자리를 빼앗겼다. , 노키아는 선구적으로 스마트폰 플랫폼을 선보이고 그 기능성을 강화하는 모듈러 혁신(modular innovation)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모바일 인터넷이라는 스마트폰 본연의 특성에 맞는 개발도구를 소프트웨어 개발자(developer)에게 제공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개발에 대한 적절한 인센티브 시스템을 마련하지도 못했다. 그 결과 다양한 개발자가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실패해 이를 아키텍처의 혁신(architectural innovation)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노키아뿐 아니라 닌텐도(Nintendo) 또한 그들이 구축한 환경에서만 게임을 개발하고 사용하는 태생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로 인해 스마트폰을 활용해 가볍게 게임을 이용하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 GM이 만든 최초의 전기자동차 EV1의 사례는 이 논의가 IT·전자 산업에 국한된 게 아니라는 걸 잘 보여준다. 4시간 만에 완전 충전이 돼 배기가스와 소음 없이 160㎞의 거리를 시속 130㎞로 달릴 수 있는 놀라운 성능덕분에 EV1은 출시 당시 얼리어답터를 중심으로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전기차를 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한 제반 환경이 마련되지 않아 시장에 안착시키는 데 실패했다.

 

통합적 접근 및 기존 시장을 재구성함으로써 얻은 기회-구글

 

반대로 최근 세계를 이끌어가는 기업들은 모두 통합적인 시각에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구글(Google)에는 전도사(evangelist)라는 직책을 가진 직원들이 있다. 이들은 단순히 자신의 기업만이 아닌 기술을 둘러싼 전반적 상황을 인식해 생태계를 조성한다. 그들의 이러한 노력은 성과로 보여진다. 구글은 강점을 가지고 있는 검색 기술을 활용해 광고 플랫폼을 개인의 웹 페이지에 심어 전 세계 웹 광고를 장악했다. 구글은 광고주로부터 돈을 받아 그들의 광고 플랫폼을 본인 소유의 웹 페이지에 심어주는 파트너와 광고 수익을 배분하는 형태로 이익을 취하고 있다. 또한 구글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과 모바일 웹페이지에 올라가는 배너 광고 전문회사인애드몹을 인수함으로써 모바일 광고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로써 구글은 2011년 미국 모바일 광고 시장의 97%를 장악했으며 모바일과 웹을 통틀어 2011년의 379억 달러 수익 중 96%를 광고에서 얻었다.

 

트위터(Twitter)의 창업자인 잭 도시(Jack Dorsey) 2010년 소개한 스퀘어(Square)라는 이름의 소형 기기는 표면적으로는 작은 기기일 뿐이지만 거대한 금융 사업을 영위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퀘어의 특징은 무엇보다 누구나 신용카드 결제를 취급할 수 있도록 만들어줬다는 데 있다. 기존 매장에 놓인 복잡하고 값비싼 카드 단말기와 매장 관리 시스템, 그리고 등록 심사료, 연회비, 월 최저 요금 등 기존 시스템의 거추장스러운 특징을 모두 없앴다. 스퀘어 기기는 무료로 제공되며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2.75%의 수수료를 취한다. 카드사들과 계약을 맺고 모든 종류의 신용카드를 취급할 수 있으며 모든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존 매장뿐 아니라 카드 결제를 취급하기 어려웠던 영세한 사업자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미국 대통령이 선거자금 모금에 스퀘어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입소문만으로 알려진 스퀘어는 미국에서 작년 한 해 20억 달러의 거래를 취급했고 사용자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 일 최고 거래 규모는 2011 7월 기준 400만 달러에서 11 1100만 달러로 증가하는 등 앞으로도 큰 성장이 기대된다.

 

통합적 접근과 재구성을 잘 해내기 위해서는?

 

기술이 영향력을 갖기 위해서는 표면에 드러난 문제를 단편적으로 해결하기보다 근간이 되는 문제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을 통합적인 시각으로 개발해야 한다. 통합적 접근과 재구성을 실행함에 있어 앞에서 언급한 실패와 성공 사례가 내포하고 있는 교훈은 아래와 같다.

 

파트너의 참여를 염두에 두고 연결성이 높은 시스템을 구축하라 기술을 둘러싼 시스템 구축은 통합적 접근을 위한 기초 요건이다. 하지만 단순히 시스템이 구축된 것 자체로 통합적 접근이 가능하지는 않다. 세계를 호령했던 노키아와 닌텐도는 정교한 기술을 통해 그들만의 플랫폼을 선보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다수가 참여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데는 실패했다. 노키아의 경우 개발자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데 실패했으며 애플의 대항마였던 안드로이드 진영에 참여하지도 않았다. 닌텐도는 모바일 게임 트렌드에 충실하거나 콘솔게임을 부활시키는 등 반향을 일으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모든 타이틀을 직접 제작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함으로써 그 다양성에 한계를 드러냈다. 반면 애플의 경우 그들의 강점인 사용자 친화성을 외부 개발자들을 위한 개발 키트에도 적용하고 적절한 인센티브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개발자들의 편의와 유인을 극대화시켰다.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및 각종 포털 사이트들도 외부 개발자들이 그들의 플랫폼에 참여해 서비스를 더 진화시키도록 다양한 장치를 기술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응용프로그램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1 를 공개하고 이를 개발자들이 다루기 쉽게 만들어 폐쇄적인 서비스가 아니라 다자가 참여해 다양성을 갖추고 더 융성한 플랫폼이 되도록 노력해 순환하는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연결성이 높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고립된 시스템 혹은 표면적으로만 파트너의 참여를 염두에 둔 플랫폼이 아니라 외부의 조력자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해야 한다. 핵심 기술을 중심으로 다양한 파트너의 참여를 통해 아키텍처의 혁신을 실현할 때 생태계와 함께 상생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한 가치가 창출된다.

 

전통적인 게임의 룰도 깨질 수 있다는 인식을 지녀라 성공적인 플랫폼들은 고정관념을 넘어서는 새로운 방식으로 현상을 바라본 경우가 대다수다. 앱스토어는 모바일 생태계에서 콘텐츠가 유통되는 방식을 변화시켰다. 기존에는 어플리케이션 개발자가 큰 폭의 수수료를 내고 이동통신사에 승인을 얻어 소비자에게 어플리케이션을 공급하는 구조였다. 이동통신사로부터간택을 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체제였다. 하지만 앱스토어에서는 간단한 검열만 거친다면 소비자를 대상으로 개발자가 직접 자신의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유통구조가 단순화됐고 소비자들의 직접적인 선택에 의해 성공 여부가 판가름 난다. 애플, 구글과 같은 제조사 및 모바일 운영체제 회사는 이동통신사를 배제함으로써 합리적인 인센티브 시스템을 제시했다. 기존 어플리케이션 유통 구조로부터 모든 게 변화한 것이다.

 

구글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광고 플랫폼 역시 인터넷에서 콘텐츠가 유통되는 방식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본 모델이다. 기존 관점은 인터넷에서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를 나눠 개인은 대부분 콘텐츠를 소비하는 집단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구글은 블로그와 같은 개인 페이지 하나하나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은 일부지만 이를 모두 합치면롱테일과 같이 그 양이 엄청나다는 데 주목했다. , 개인을 콘텐츠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 및 광고 파트너로 바라본 것이다. 스퀘어 역시 기존의 상인들이 카드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마련해야 하는 거추장스런 절차 및 장치들을 문제의식을 가지고 바라봤다. 그로 인해 카드 결제 및 금융 사업과 전혀 관련이 없는 기업이었지만 작은 단말기를 통해 시장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갈 수 있었다.

 

, 현존하는 절차, 운영방식, 역할 등 모든 것은 새롭게 재구성될 수 있다는 인식을 토대로 이를 사용하는 입장에서 어떠한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고 편리한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존 판도를 엎을 정도의 급격한 혁신이 일어날 수 있고 산업 내 대다수가 어쩔 수 없이 변화에 동조하게 되면서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융합(Convergence) - 기술의 생존전략

 

기술 수명 주기(technology life-cycle)가 매우 짧은 하이테크 산업에서는 그 무엇보다도 기술의 생존전략이 중요하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 해도 이를 활용하는 산업 환경이 제대로 구성되지 못한다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는 건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이 야심 차게 개발한 신기술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기술 그 자체의 우수성보다도 이를 기존의 산업과 얼마나 잘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즉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1+1=2’가 아닌 ‘1+1=2+α’의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는 분야와 융합을 해야만 시장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시너지가 없는 융합으로 인한 위기- 아이리버 ‘IFP-1090’, 노키아 ‘N-Gage’, 애플 ‘Newton’

 

2000년대 초반 가장 뜨거운 관심을 얻은 디지털 기기였던 MP3플레이어와 디지털카메라의 융합은 기술 융합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지난 2004 MP3플레이어 업계를 평정했던 아이리버(iriver) MP3플레이어에 30만 화소의 디지털카메라를 장착한 신제품인 ‘IFP-1090’을 출시했다. 당시 너무나 다양한 디지털 기기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이들의 기능을 하나로 모은 복합 디지털 기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었으므로 전문가들도 IFP-1090이 당연히 성공하리라 예상했다. 특히 이미 디지털카메라와 이동 단말기가 융합된카메라폰이 어린 학생 소비자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기 때문에 디지털카메라가 내장된 MP3플레이어 역시 이들에게 크게 어필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IFP-1090은 예상과 달리 초라한 성과를 얻었고 더 이상 후속 제품의 개발 없이 단종되고 말았다.



1)
응용프로그램이 운영체계나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과 같은 시스템 프로그램과 통신할 때 사용되는 언어나 메시지 형식이다. 운영체계와 응용 프로그램 간의 인터페이스로서 사용자가 직접 대하게 되는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나 명령형 인터페이스와는 구분된다.



카메라폰의 성공과 IFP-1090의 실패를 결정 지었던 요소는 바로 새로운 시너지의 유무다. 카메라폰은 디지털카메라 기능과 무선 통신 기능이 융합돼 방금 찍은 사진을 바로 지인들에게 전송할 수 있는 새로운 효용을 제공했다. 즉 디지털카메라와 이동 단말기의 단순한 복합에서 그치지 않고 이미지 무선 통신 기능이라는 차별화된 시너지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수 있었다. 그에 반해 IFP-1090 MP3플레이어와 디지털카메라 개별 기기의 기능을 단순히 물리적으로 복합시켰을 뿐 그 이상의 새로운 효용을 창출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큰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즉 음성 콘텐츠와 이미지 콘텐츠라는 상반된 요소를 위한 디지털 기기의 복합으로 인해 두 요소 간의 시너지가 발생하지 못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 카메라폰은 이동 단말기를 활용한 융합의 대표적 성공 사례다. 하지만 이동 단말기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특정 기능을 강조하고자 하는 노력이 모두 성공으로 이어졌던 건 아니다.

 

노키아가 2003년 최대의 야심작으로 발표했던 게임기형 휴대폰엔게이지(N-Gage)’는 이동 단말기를 활용한 융합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꼽히고 있다. 노키아는 모바일 게임시장이 급속도로 확장되면서 보다 고사양의 게임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하드웨어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 게임에 특화된 독특한 디자인의 자판과 유저 인터페이스를 탑재한 N-Gage를 출시했다. 하지만 N-Gage는 너무나 게임 기능에만 집중한 나머지 오히려 휴대폰의 본래 기능인 통화기능이 불편하다는 아이러니를 낳고 만다.결국 N-Gage는 휴대폰과 게임기의 애매한 경계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데 실패했고 하드웨어 단말기를 통해 모바일 게임 시장을 석권하려 했던 노키아의 야심 찬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근래 들어 혁신과 성공의 아이콘으로 여겨지고 있는 애플 역시 이동 단말기 시장에서 큰 실패를 경험한 적이 있다. 바로 애플이 1993년에 최초로 개발한 PDA뉴턴(Newton Message Pad 110)’이다. 뉴턴은 이동 단말기에 PC의 다양한 기능을 융합한 혁신적인 제품이었다. 하지만 뉴턴은 애플의 대대적인 홍보와 전문가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초기 시장 형성에 실패했다. 오히려 뉴턴에 비해 그 기능이 대폭 축소돼 크기를 작게 줄인 팜파일럿(Palm Pilot) PDA가 시장을 주도하게 됐다. 뉴턴이 팜파일럿 PDA에 비해 훨씬 더 다양한 기능을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바로 소비자들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PDA PC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로 여겼고, 따라서 PC처럼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기보다는 간단한 컴퓨팅 기능을 제공함과 동시에 편안하게 휴대할 수 있는 작은 크기의 PDA를 원했다. 즉 뉴턴의 잡다한 기능과 커다란 크기는 소비자들이 바라는 PDA의 성격에 전혀 부합하지 않았던 것이다.

 

기술 융합으로 맞이하게 된 새로운 기회- K-POP, 스크린골프, 의료관광

 

기술이 표면적으로 관련 없는 산업 내에서 적절하게 융합해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한 예로 IT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융합한신한류를 꼽을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드라마를 중심으로 해외로 진출하기 시작해 최근 ‘K(K-pop)’으로 그 인기가 확대되고 있는 한류는 지금 전혀 새로운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예전에는 위성방송을 통해, 또는 현지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제한된 지역에서 콘텐츠가 유통·소비됐다면 지금은 아시아, 유럽, 북미, 중동, 그리고 남미까지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소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K-pop의 성공적인 해외진출 이면에는 SNS를 포함하는 IT의 접목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 대형 연예기획사들은 이전에도 계속 해외진출을 시도해 왔지만 큰 성공이나 파급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2000년대 후반에 유튜브(YouTube)와 같은 동영상 전문 검색 사이트 및 SNS가 발달하자 연예기획사들은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주요 기획사들은 온라인 전담 팀을 구축해 각종 영상을 유튜브 등에 업로드하며 콘텐츠를 유통시키고 트위터, 페이스북(Facebook) 등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팬들과 소통했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다수의 팬층을 확보할 수 있었고 지금과 같은 K-pop에 대한 인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즉 엔터테인먼트사의 콘텐츠와 최신 IT의 융합을 통해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효과적으로 콘텐츠를 홍보할 수 있게 됐고 IT 기업 입장에선 광고수익 등에 도움이 되는 큰 트래픽이 발생하게 되는 긍정적인 시너지가 형성됐다.

 

2000년대 초반 등장해 현재 1조 원이 넘는 거대한 시장을 형성한스크린 골프산업 역시 디지털 기술과 골프라는 스포츠 산업을 융합함으로써 큰 성공을 이룬 사례다. 해마다 골프를 즐기는 인구는 늘어가고 있지만 혹한기와 혹서기가 존재하며 비와 눈이 잦은 한국의 기후적 특성상 야외 스포츠인 골프를 1년 열두 달 즐기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골프장 이용 요금 역시 상당히 비싼 편이기 때문에 일반 중산층 이하의 소비자들이 마음 놓고 이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처럼 소비자들 사이에는 골프를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저렴한 가격에 즐기고자 하는 잠재적인 수요가 형성돼 있었고 실내 스크린 골프장은 이러한 소비자들의 요구를 정확하게 인지해 충족시켜 줌으로써 큰 성공을 이룰 수 있었다. 물론 스크린 골프장의 성공에는 한국의 기술이 디스플레이, 동작인식 센서 등과 같은 디지털 기술에 특화돼 있었다는 점 또한 중요하게 작용했다. 즉 기술적 탁월함과 소비자들의 잠재적 수요를 인지하는 통찰력이 융합돼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었다.

 

기술이 예기치 못한 융합을 이루는 데 성공한 또 다른 사례로는 의료 기술과 관광산업이 융합된 의료 관광을 꼽을 수 있다. 요즘 명동, 이태원, 가로수길 등 외국인 관광객이 모이는 곳에 가보면 독특한 차림새의 관광객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바로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외국인들이다. 이들은 우리나라에 관광과 성형의 2가지 목적으로 방문한 사람들이다. 성형뿐만 아니라 치료를 목적으로 한국에 방문하는 외국인 수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즉 의료 산업에 관광이라는 새로운 콘텐츠가 더해져 개별 산업이 제공하기 힘든 새로운 효용을 창출함으로써 소비자가 미처 감지하지 못했던 잠재된 니즈를 만족시키고 있다. 특히 한국은 인천국제공항이라는 국제적 거점을 확보하고 있으면서 세계적인 임상 의료 수준 및 선진국형 의료 시스템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두 가지 산업의 융합을 통한 시너지를 노릴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

 

또한 의료산업은 로봇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보다 큰 시장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2001년지에는 뉴욕에 있는 한 의사가 프랑스에 사는 68세 여성의 담낭을 제거하는 세계 최초의 원격 수술에 성공한 사례가 발표됐다. 지금까지 환자들은 치료를 위해 더 훌륭한 의사가 있다 하더라도 물리적 거리나 장거리 이동의 어려움 등의 문제로 인접 병원의 의료 서비스만 제공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원격 수술용 로봇의 등장으로 의료 서비스 제공의 공간상 제약이 점차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융합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융합은 앞으로 기술과 산업이 공존하며 발전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략이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모든 융합이 항상 성공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단순히 개별 기술의 물리적 결합에 지나지 않는 융합이나 소비자들이 원치 않는 융합은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융합을 통해 소비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새로운 이익창출의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요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사용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변화시키는 시너지를 창출하라 융합은 개별 기술 및 산업으로는 제공할 수 없었던 새로운 효용을 창출해 낼 때에 비로소 가치를 갖게 된다. 앞서 소개한 MP3플레이어와 디지털카메라의 융합처럼 단순히 물리적 기능만 복합됐을 뿐 새로운 시너지를 제공하지 못하는 융합은 오히려 불필요한 기능의잡탕으로 여겨져 소비자들로 하여금 거부감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반면 휴대폰과 디지털카메라가 융합된 카메라폰은 방금 찍은 사진을 그때그때 지인들에게 전송할 수 있다는 새로운 행동 양식을 제시했다. 진정 의미가 있는 융합이란 융합 기술을 통해 사용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변화시키는 시너지를 창출해 내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융합의 목표는 언제나 소비자를 향해야 한다 기술 융합을 하는 목적은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아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기술 융합을 준비하는 기업들은 계획 단계에서부터 소비자들이 진정 원하는 융합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노키아의 N-Gage와 애플의 뉴턴 PDA 실패 사례들은 소비자들의 요구를 무시한 융합이 얼마나 큰 손해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기업들은 언제나 고객 관점에서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추구해야 하며 소비자들의 동선을 따라가는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또한 소비자가 경험할 수 있는 맥락 속에서 보다 큰 의의를 갖는 융합을 끊임없이 발굴해야 한다.

 

예측 불가능한 분야 간 융합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한다 동종 기술, 혹은 동종 업계 내에서의 예측 가능한 융합에는 그 한계가 있다. 이러한 종류의 융합은 결국 같은 분야 내에서의 경쟁력 강화에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술과 산업의 경계를 구분 짓지 말고 소비자들이 예측하지 못하는 분야들 간 가능한 융합이 무엇일지에 대해 고민할 때 기존에 없던 새로운 이익 창출의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커진다.앞서 사례로 소개한 의료 기술과 관광 산업의 융합, 그리고 IT와 골프의 융합들이 바로 기존의 산업 분야에 기술적 요소가 그동안 예측하지 못했던 새로운 기회를 창출한 적절한 예다. 즉 기술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 기존 산업에 신기술을 융합함으로써 기존 산업에 활력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술 역시 기존에 자리 잡고 있던 산업과 상호작용함으로써 그 수명주기를 늘릴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

 

결론

 

2011년 현대차는 기아차와 함께 650만 대 판매, 매출 120조 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이뤘다. 현대차는 그간 기술력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로 전체적인 라인업의 품질 향상을 이뤘다. 제네시스, 에쿠스 등에 탑재되는 고성능 엔진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해 워즈오토(Ward’s Auto) ‘2009 세계 10대 엔진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서 싸구려로 여겨졌던 현대차가 고급차 시장에도 서서히 안착하는 모습이다.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메이저 플레이어로 등극하기 시작한 현 시점에서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향후 기술의 발전 방향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기술의 본질과 지향점, 생존전략 측면에서 각각의 위기와 기회 가능성을 꼼꼼히 분석해 더 큰 부가가치 창출을 모색해야 할 때다.

 

한국 기업의 제품은 아직까지 브랜드 인지도는 다소 부족하지만 합리적인 가격대와 우수한 품질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다행히 불확실성이 크고 시장의 판도가 변하는 현 상황에 훈풍을 탔다. 지금이야말로 현재의 비교 우위를 이용해 기술 개발에 더욱 집중을 해야 한다. 그래야 향후 시장의 불확실성이 걷히고 안정 국면이 찾아올 때 더욱 강력히 도약할 수 있다. 기술 그 자체로 모든 걸 할 수 있다는기술만능주의를 지양하고 인간과 소비자를 지향하며(human-centric), 주위 환경과 자연, 다양한 시장 참여자를 염두에 둔(eco-friendly) 기술을 기반으로 이종 기술 및 산업과 적극적인 융합을 꾀할 때 강력한 시너지 창출을 통한 새로운 기회의 창이 열린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강진아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 협동과정 교수 profkang@snu.ac.kr

 

박군호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 협동과정 박사과정 ghpark@temep.snu.ac.kr

 

김진환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 협동과정 박사과정 jinhkim@temep.snu.ac.kr

 

강진아 교수 KAIST 경영과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Wharton School)에서 MBA 과정을 마친 후 UCLA 앤더슨스쿨(Anderson School)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전략경영학회 이사, 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 등을 맡고 있다. 주 연구 분야는 경영전략과 기술경영이다.

 

박군호 연구원은 서울대 재료공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주 연구 분야는 기술 제휴, JV, M&A 등 기업 간 협력과 혁신 성과 향상 방안이다

김진환 연구원
KAIST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크리베이트 파트너스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다. 현재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 석박사 통합과정에 재학 중이다. 주 연구 분야는 기업 간 협력과 기업의 네트워크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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