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난 데이터? 연결하고 합치면 혁신의 보고!

편집자주

경영 현장에 수많은 수학자와 과학자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이들은 전략, 기획, 운영,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첨단 수학·과학 이론을 접목시켜 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경영 과학은 첨단 알고리즘과 데이터 분석 기술로 기업의 두뇌 역할을 하면서 경영학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나가고 있습니다. <경영학 콘서트>의 저자인 장영재 교수가 경영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소개합니다.

2009년 12월25일 미국 전 공항에 비상이 걸렸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출발해 미국 디트로이트로 향하던 노스웨스트항공 253편 여객기가 공항에 도착하기 1시간 전, 나이지리아 국적의 우마르 파루크 압둘무탈라브란 이름의 승객이 기내에서 폭발물을 터뜨리려다 실패한 뒤 승객과 승무원들에게 붙잡혔다. 그는 분리된 폭발물을 몰래 소지한 채 탑승한 뒤 기내 화장실에서 조립해 비행기 폭발을 시도했다. 다행히 폭발물은 작은 화염과 불꽃만 일으킨 채 불발돼 큰 재앙은 피할 수 있었다.

9.11 테러 이후 미국 본토를 대상으로 한 첫 테러 시도 소식에 전 미국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런데 이후 조사 과정에서 알려진 정보망의 허술함에 미국 국민들은 또다시 경악했다. 이 테러 용의자의 아버지는 아들의 극단적인 종교 성향으로 인한 과격한 행동을 우려해 나이지리아 현지 경찰에 미리 알렸고 이 정보는 현지 미국 외교 공관에도 공유됐다. 또한 그가 이슬람 과격단체에 포섭돼 훈련을 받았다는 사실을 각국 정보 기관에서 파악하고 있었으며 미 국무부 데이터베이스에 급진주의자 관리 대상 50만 명 중 한 명으로 이미 분류됐음이 조사 과정에서 밝혀졌다.

그렇다면 그에 대해 세 가지 각각 다른 정보가 사전에 입수됐다고 볼 수 있다. 첫째는 아들이 테러를 벌일 가능성이 있다는 아버지의 제보, 둘째는 그가 이슬람 과격단체에 포섭돼 훈련받았다는 정보, 마지막으로 그가 이슬람 급진주의자로 분류된 위험인물이란 정보다. 문제는 이 정보가 서로 연결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50만 명의 이슬람 급진주의자 중 한 명(국무부 데이터베이스)’이자 ‘이슬람 과격단체에 포섭돼 훈련을 받은 자(외무부)’로 ‘최근 테러 위험이 있는 자(경찰 제보)’가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했다(공항 탑승객 정보)’는 네 가지 정보를 사전에 연결만 했어도 미국 정부는 잠재적 테러리스트가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는 사실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사례는 각각의 흩어진 데이터는 큰 의미가 없을지라도 그들의 상관관계를 찾아 연결고리를 발견하면 강력한 정보가 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서로 다른 데이터를 통합해 새로운 인사이트를 찾아라

‘매출 데이터’와 ‘적립카드를 통한 고객 정보 데이터’, 그리고 ‘시간별 구매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은 사례를 알아보자. 미국의 한 대형마트는 시간별 매출 데이터로 소비 경향을 분석하던 중 특징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바로 평일 오후에 매장에서 캔디와 청량음료 판매가 늘어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적립카드 데이터를 통해 캔디나 청량음료를 구입한 고객들을 파악해 봤더니 대체로 중년 부인들이 그 주인공이었다. 이 대형마트는 왜 중년 부인들이 이 시간대에 캔디나 청량음료를, 그것도 낱개로 구입할까 연구한 끝에 다음과 같은 사실을 파악했다.

오후가 되면 많은 주부들이 하교하는 자녀들을 데려오는 길에 장을 본다. 오후 2∼3시면 나른하기도 하고 피곤이 몰려올 때이기도 하다. 그래서 활력을 충전하기 위해 청량음료나 캔디를 찾게 되고 자녀들과 함께 장을 보니 당연히 아이들 몫도 사게 된다. 결국 엄마에 자녀들 몫까지 낱개 판매가 늘어났던 것이다.

이러한 원인 분석 후 이 대형마트는 매장에 음료수와 캔디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의 동선을 그려봤다. 자료분석 결과 주부들이 이 시간대에 생활용품과 식자재 장을 보러 오는데 이 코너들은 청량음료나 캔디를 판매하는 코너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주부들이 자녀들을 데리고 매장 이곳저곳을 왔다 갔다 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착안한 아이디어가 계산대 바로 옆에 간이 진열대를 설치하는 것이었다. 쇼핑을 마치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계산대에 청량음료나 캔디를 진열한 간이 진열대를 설치해 고객의 번거로움은 줄이고 매출은 올리자는 새로운 운영 개선안이 제시됐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이 간이 진열대에 주부들이 자주 보는 잡지를 진열하자는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계산대 옆에 청량음료나 캔디 진열대를 설치하면 당연히 주부들은 간이 진열대로 눈을 돌릴 것이다. 계산을 하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에 잡지책을 볼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기다리는 시간의 지루함도 없애고 매출도 올릴 수 있다.

이 개선안은 그야말로 성공적이었다. 이후 청량음료와 캔디를 낱개로 판매하지 않았던 다른 대형 유통업체는 물론 심지어 가전업체들까지 이런 방식을 모방해 계산대 앞에 작은 진열대를 따로 설치하게 됐다.

이 성공 사례의 핵심은 매출 데이터, 고객 데이터, 그리고 상품의 위치 정보를 함께 분석해 새로운 인사이트를 찾았다는 점이다. 특정 시간대에 어떤 상품이 잘 팔리는지를 매출 데이터를 통해 파악했고 이를 구매하는 고객 계층을 고객 데이터를 통해 발견했으며 상품의 위치와 고객 동선을 바탕으로 새로운 개선안을 마련했다. 

유제품은 할인마트의 맨 구석에 진열해야 한다는 통념은 과연 옳을까

달걀이나 우유와 같은 유제품은 유통기간이 짧기 때문에 고객들이 자주 구매하는 상품이다. 늘 필요하지만 오랜 기간 보관할 수 없어 소비자들은 이들 상품을 구매하려고 주기적으로 마트를 방문하고 쇼핑을 온 김에 다른 상품도 함께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 즉 달걀과 우유를 구매하러 마트를 방문하지만 이와 함께 매장을 둘러보며 필요한 상품이 눈에 띄면 이 상품들도 함께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많은 마트들이 달걀과 우유와 같은 상품을 매장 출입문에서 가장 먼 곳에 배치해 고객의 마트 내 체류시간을 늘리고 매장에 비치된 다양한 상품들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매출 증대의 기회로 삼는다. 이러한 매장 상품 배치전략은 대형마트가 탄생한 1950년대 이후 매장 배치의 기본 전략으로 이용돼 왔다.

그러나 이러한 통념이 과연 언제나 옳을까란 질문을 던진 이가 있다. 에메트 콕스(Emmett Cox)는 수십 년간 미국 유통기업인 K마트와 리테일 전문 컨설팅 기업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경영혁신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반세기 동안 통념으로 여겨진 배치전략이 과연 유용한지를 데이터 분석을 통해 살펴봤다. 그가 사용한 분석은 ‘장바구니 분석’을 통한 ‘고객 동선 분석’이었다. 장바구니 분석(Market Basket Analysis)이란 데이터 간의 연관성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고객이 마트를 방문할 때마다 장바구니에 담긴 상품과 각 상품 간의 관계를 파악해 어떤 상품이 함께 자주 구매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리고 고객 동선 분석은 한 장바구니에 담긴 상품의 위치를 바탕으로 고객의 동선을 유추하는 것이다.

이 분석은 고객의 최소 매장 체류 시간을 산정하거나 매장 내 어느 지점이 붐비는지를 파악하는 툴로 이용된다. 예를 들어 어느 고객이 우유와 당근을 구매했다면 ‘매장 출입문→우유 냉장고→당근이 있는 야채 코너→계산대’로 이동하는 시간 이상은 매장에서 머물렀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콕스는 “우유와 달걀처럼 고객이 자주 구매하는 제품을 매장 출입문과 멀리 떨어진 곳에 배치한다”는 전통적인 전략의 효용을 어떤 방식으로 검증할 수 있었을까? 만일 장바구니 분석에서 우유나 달걀과 함께 다양한 많은 제품을 같이 구매했다면 이 전략은 유효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많은 고객이 달랑 우유와 달걀만 구매한다면 이들만 구매하러 온 고객들에게 불편을 안겨주는 게 된다. 그렇다면 콕스의 분석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그가 분석한 수십 개 매장 중 대부분의 매장에서 우유와 달걀이 다른 상품과 함께 구매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몇몇 특정 매장은 우유와 달걀만 구매하는 고객의 비율이 현저히 높았다. 이들 매장의 위치와 고객을 분석해 본 결과 젊고 맞벌이 부부가 많은 지역이란 사실이 파악됐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콕스는 이를 쇼핑 개념의 변화로 설명하고 있다. 1960∼1970년대 가정 주부가 집안의 가사일을 모두 맡던 시절, 식료품 쇼핑은 일종의 레저활동이었다. 느긋하게 매장을 돌아다니며 필요한 상품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구매하는 게 보편적이었고 이를 매장 배치에 활용했다. 더구나 정보 매체가 발달하지 않은 시절 소비자가 상품을 접할 수 있는 통로는 제한적이었다. 그래서 직접 상품을 고객에게 보여주는 매장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 그러나 요즘 고객은 다양한 채널로 상품을 접한다. 심지어 인터넷에서 상품 정보를 파악하고 스마트폰으로 맞춤형 쿠폰을 받는 시대다. 매장에 들어서기 전 어떤 상품을 구매할지 어느 정도의 구체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다. 특히 젊은 맞벌이 부부의 경우 식료품 쇼핑은 과거 가정주부가 느끼던 레저에서 하루하루 처리해야 할 많은 업무들 중 하나로 변화하고 있다. 바쁜 시간을 쪼개 우유 하나 구매하려는 고객에게 온 매장을 헤집고 구석까지 이동하게 하는 기존 매장 배치는 고객에게 불편만 줄 뿐이다. 콕스는 반세기 넘게 이용된 기존 매장 배치의 통념을 뒤집었고 현대 사회에 어울리는 새로운 쇼핑패턴을 파악했다. 그리고 새로운 인사이트의 시작은 다름 아닌 다양한 데이터를 함께 분석하는 기술이다.

실제 식료품 체인인 웨그먼스(Wegman’s)는 고객이 자주 구매하는 유제품을 매장 끝 쪽뿐만 아닌 매장 출입문 바로 앞에도 배치해 이들 제품만 구입하러 온 고객에게 신속함을 제공했고 이는 유제품의 매출증대로 이어졌다.

빅데이터와 비즈니스 애널리틱스

IT의 발달과 IT 인프라 투자 비용 감소로 많은 기업들이 이미 신뢰성 있는 IT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 운영을 위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다양한 데이터를 어떻게 통합하고, 어떻게 연결해야 될지에 관해서는 아직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는 IT 시스템 디자인 관점에서 데이터의 관리에만 집중돼 IT 시스템이 설계됐지 데이터의 사용성 관점에서 시스템의 설계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서별로 영업팀은 영업실적 보고서 작성을 위해 영업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마케팅 부문에서는 고객 광고나 상품 분류 등을 위해 자체적으로 다른 형태의 데이터를 수집하며, 공급 사슬망 등이나 물류부서에서는 자체적으로 또 다른 형태의 데이터를 관리하는 등 서로 다른 데이터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게 대체적인 경향이다. 관리 관점에서 이러한 데이터 관리는 기존 보고서 작성과 같은 사후 평가를 위해서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기존 데이터 분석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된 과학적 분석과 통합한 데이터 분석의 관점에서는 상당한 단점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들을 함께 모아 분석하면 강력한 의사결정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과거에는 데이터 분석력의 한계로 대용량 데이터를 함께 분석하기가 어려웠지만 이제는 수학적 알고리즘과 컴퓨터 연산 속도의 발달로 대용량 데이터를 신속히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이 발달됐다. 이러한 고도의 알고리즘을 이용해 기업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을 기존 비즈니스 분석과 비교되는 비즈니스 애널리틱스(Business Analytics)다. 데이터를 통합해 함께 분석하는 애널리틱스 기술은 앞의 예와 같이 기존 통념을 논리적으로 검증하고 새로운 인사이트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장영재 KAIST 산업 및 시스템 공학과 교수 yjang@kaist.ac.kr

필자는 미국 보스턴대 우주항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기계공학 석사 학위와 MIT 경영대학원(슬론스쿨)에서 경영과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어 MIT 기계공학과에서 불확실성을 고려한 생산 운영방식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본사 기획실의 프로젝트 매니저로 과학적 방식을 적용한 원가절감 및 전략적 의사결정을 지원했다. 현재는 카이스트 산업 및 시스템 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경영학 콘서트>가 있다. 트위터 아이디는 @youngjaejang이다.

참고문헌

<경영학 콘서트> 장영재, 비즈니스 북스 2010

<Retail Science – The secret weapon>, Emmett Cox, Wiley Press,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