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로마케팅 적용 방안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유나연(숙명여대 영문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1. 들어가며
뉴로마케팅을 수행하면서 자주 듣는 질문 3개가 있다. 하나는 뉴로마케팅의 정의고 둘째는 뉴로마케팅의 기능이며 마지막은 뉴로마케팅의 방법이다. 기업의 많은 마케팅 담당자나 연구원들이 뉴로마케팅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상세한 실제 사례를 찾기가 매우 힘들고 마케팅 조사 자료의 특성상 정말 의미 있는 자료나 방법론은 공개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이유로 뉴로마케팅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기대들을 주변에서 종종 보게 된다.
질문들에 간단히 대답을 해보면 다음과 같다.
뉴로마케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신경과학기술을 활용해 추출한 고객의 신체와 뇌 반응으로부터 얻은 정보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일련의 전략’으로 정의할 수 있다.
두 번째 질문인 뉴로마케팅의 기능에 대한 답을 듣고서는 다소 실망하는 사람들이 있다. 뇌에 전극을 꼽고 특수 안경을 씌우고 MRI 기계에 들어가 뇌 촬영을 하면 담당자가 알고 싶어하는 소비자의 무의식적 세계에 대한 대답들이 척척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이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예언자들이나 기존 마케팅 저널 혹은 기사에서 과대 포장된 내용들로 과한 기대라고 할 수 있다. 아직까지 신경과학 기술은 단순히 수치적 신호를 내는 데 불과하다. 이를 의미 있는 정보와 심층 리포트로 만드는 데는 기계가 아닌 구조화된 실험을 통해 결과를 해석하는 과정과 노하우가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한다.
뉴로마케팅의 방법에 대한 답변을 듣고서는 많은 사람들이 뉴로마케팅을 수행하는 방법이 생각보다 매우 다양하고 간편한 방법도 존재한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친근하게 느낀다. 거대한 고가의 장비와 복잡한 분석방법을 통한 도저히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힘든 방법이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이미 사용해봤거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들도 바로 뉴로마케팅을 구성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뉴로마케팅은 점점 간소화된 장비와 절차로 발전해나가고 있다.
2. 뉴로마케팅의 의미
뉴로마케팅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어가기 전에 이런 질문을 던져보겠다. 인간은 얼마나 이성적인가? 이성은 얼마나 진실한가? 인간이 항상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생각과 행동을 한다면 뉴로기술 자체를 마케팅에 시도할 필요 없이 단지 설문조사와 인터뷰만으로 충분한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논리적인 학문인 경제학의 원칙대로 경제가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그 전제인 ‘인간은 합리적이다’는 명제에 종종 어긋나기 때문이다. 최근의 ‘감성마케팅’이나 ‘이미지전략’ 등 기존의 마케팅과 다른 방법을 시도하는 것도 사람들의 결정에 이성적인 사고 외에 감성적이고 무의식적인 부분이 크게 반영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뉴로마케팅은 감성적이고 무의식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인간의 구뇌(Old Brain)를 바탕으로 한다.
인간의 뇌는 신뇌와 구뇌로 구분된다. 생존과 직결되며 보다 본능적이고 감정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안쪽 부분이 구뇌(Old Brain)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바깥쪽 부분은 진화과정에서 후반부에 발달됐기 때문에 신뇌(New Brain)라고 불린다. 지금과 같은 마케팅 전쟁의 시대에 소비자를 조금이라도 더 알고 물건을 팔기 위해서 기업은 어떻게든 소비자의 진심에 접근해야 한다. 이를 위해 마케팅에 신경과학 기술을 끌어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3. 뉴로마케팅의 현재
뉴로마케팅에 필요한 기술은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다. MRI 기술은 1960년대의 기술이고 뇌파의 경우 100년 이상의 연구기간을 갖고 있다. 시선을 추적하는 기술이나 심전도 및 심박수를 측정하는 기술 등은 의료계에서 예전부터 널리 쓰였다. 하지만 거대한 장치와 2시간의 사전 세팅을 거친 후 고정된 상태에서 마케팅 조사를 하는 것은 너무나 불편하고 무의미할 수 있다. 그리고 10억 원의 추가 매출을 목표로 하기 위해 조사에 10억 원을 쓸 수는 없다. 과거 뉴로마케팅 조사 과정에서 비용 문제는 큰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그 기술들이 대중화 및 상용화되고 소형화됐기 때문에 뉴로마케팅이 부각됐고 현재 마케팅 조사의 한 부분을 담당하게 됐다. 시선추적에 필요한 비디오 카메라는 더욱 소형화되고 해상도는 높아졌다. 이제 기업들은 예전보다 적은 비용으로 타당성 높은 뉴로마케팅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많은 기관과 기업에서 뉴로마케팅 조사를 도입해 수행하고 있다. 마케터들의 조사에 대한 인식이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조사 결과가 실제로 유의미하고 차별화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뉴로마케팅이라는 단지 새롭고 특이한 방법론에 대한 기대감으로 조사를 수행했지만 정작 마케팅에 활용할 만한 정보가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아무래도 초창기에는 분석 및 해석의 노하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정교하고 효과적인 분석기법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설문, 인터뷰 등의 기존 조사와 상호보완적인 분석이 진행되면서 점차 유용성을 높여가고 있다. 또 조사절차 및 시스템의 확립으로 통상의 조사비용으로 수행할 수 있을 만큼 비용이 낮아졌다는 것도 큰 이유일 것이다.
4. 뉴로마케팅의 적용 분야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뉴로마케팅은 여전히 기존 조사보다 어렵고 많은 비용이 든다. 과거 CD가 레코드를 완전히 대체했고 삐삐는 휴대전화에 밀려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이처럼 새로운 기술이 과거의 기술을 대체하는 경우가 있지만 뉴로마케팅은 기존 마케팅조사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다른 분야로 존재한다. 오히려 여전히 기존 마케팅 조사방법이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이 훨씬 넓다. 뉴로마케팅이 더욱 진화한 기술이지만 기존 마케팅 조사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로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뉴로마케팅을 활용하면 효과적일까? 뉴로마케팅이 기존 마케팅 조사보다 강점을 가질 수 있는 분야로는 크게 5가지가 있다.
1)언어표현의 한계에 대한 보완 언어는 인간의 주요 의사소통 수단이며 대부분의 커뮤니케이션을 대체하지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들도 분명히 있다. 사람에 따라 표현의 기준과 기술의 차이가 크고 ‘말로 형용할 수 없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언어의 한계는 존재한다.
예를 들어 냉장고를 쇼핑하는 사람의 시선을 통해 마케팅 전략을 짜려고 할 때 언어적 소통은 다음과 같다. “소비자는 보통 처음에 위를 봤다가 왼쪽으로 갔다가 다시 아래를 보다가 위로 보다가….” 이런 식의 표현은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소비자 시선의 움직임을 <그림 2>와 같이 아이트래킹을 통해 이미지로 표현한다면 이는 매우 직관적이면서도 사실적인 정보전달이 될 것이다. 즉, 시각적이고 공간적인 부분을 분석하고 표현함에 있어 언어보다 훨씬 뛰어나다.
또한 감성적인 부분에서도 언어적인 표현은 한계를 가진다. 사람마다 표현 방법이 다르고 그 강도에 대한 정의도 다르다. ‘나는 가수다’를 보면서 가수에 대한 평가를 내릴 때 사람마다 같은 감정의 동요를 느꼈더라도 점수와 표현방법은 다를 것이다. 그러나 자율신경계의 변화로 인해 심박수가 빨라지거나 땀이 맺히는 현상을 비율로 구해보는 것은 객관적인 비교가 될 수 있다.
언어표현이 능숙하지 못한 영유아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경우에도 뇌파나 시선추적 등의 뉴로마케팅이 도움이 된다. 실제로 발달심리학에서 수행하는 영유아 연구에서도 시선맞춤의 빈도는 관심사나 흥미를 판단하는 주요 척도로 활용된다.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시장은 어마어마하게 크다. 영유아들의 선호도를 평가할 때는 기존 조사 방식보다는 뉴로마케팅 방식이 더할 나위 없이 유용할 것이다.
2)무의식적인 분야 말로 표현하기 힘든 것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하거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표현되지조차 않는다. 이러한 무의식적 선호나 이유를 밝혀내기 위해 뉴로마케팅 조사기법이 활용된다.
인간은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는 행동, 즉 무의식적 행동을 많이 한다. 고민할 때 머리를 감싸는 것은 학습의 결과물이 아니며 항상 입버릇처럼 말하는 이상형이 따로 있지만 자신도 모르게 이상형과는 전혀 다른 이성에게 끌리는 감정은 스스로도 이해하기 힘들다. 또한 터무니없이 비싸고 나에게 필요 없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비싼 명품들이 손에 들려 있고 집안에 쌓여간다. 많은 심리학연구에서 무의식이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큰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인식하지는 못해도 수용기관을 통해 지각된 정보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어딘가 모르게 신선하다고 느껴지게 되는 채소코너나 명품매장에 뿌려놓은 가죽냄새, 혹은 빠른 음악들로 인해 서둘러 먹고 나오게 되는 패스트푸드나 호프집 등 무의식을 활용한 마케팅 기법은 이미 여러 이론들을 바탕으로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과거 이어폰에 관한 조사 결과는 실제 소비자들의 인식과 무의식 간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여러 명의 실험대상자들은 일반적 설문조사에서 기존 A이어폰에 비해 B이어폰을 좋게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 이용빈도를 조사해보니 B이어폰보다 A이어폰의 빈도가 훨씬 높았다. 뉴로마케팅을 통한 감성 분석을 해보니 B이어폰의 차음성(외부 소리 유입이나 유출 정도)이 높아 거리 이동 중 위험을 느끼게 했고 이것이 스트레스로 이어져 무의식 중에 A이어폰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그림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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