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 글은 IMD가 발행하는 <Tomorrow’s Challenges>에 실린 글 ‘Surrender to the social media dilemma’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1980년대에 코카콜라(Coca-Cola)와 펩시(Pepsi)1
사이에서 벌어진 전쟁은 브랜드 경쟁 역사상 가장 길고 어려운 싸움 중 하나였다.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두 기업 간의 경쟁은 대중을 상대로 한 광고와 매장 내 판촉에서부터 스포츠 행사 후원, 비디오 게임 통합에 이르는 수많은 방식으로 표출됐다. 최근 소셜 미디어의 등장으로 코카콜라와 펩시가 새로운 전장에서 다시 맞붙게 됐다. 이번에는 누가 승자가 될까?
미국에서 시장을 지켜내려는 노력
지난 해 펩시는 슈퍼볼(Super Bowl) 후원을 철회하고 미국에서 사용할 브랜딩 예산 절반을 사회공헌 프로그램 ‘펩시 리프레시 프로젝트(Pepsi Refresh Project)’에 투자해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펩시 리프레시 프로젝트는 소셜네트워크 사이트를 통해 사람들에게 ‘이 세상을 새롭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사회적 대의에 관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투표할 것을 권한다. 투표가 모두 끝나면 펩시는 기부를 통해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아이디어를 추진할 계획이다. 펩시의 캠페인은 페이스북(Facebook)과 트위터(Twitter)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페이스북에서 400만 명의 ‘좋아요(like)’ 추천을 받았고, 트위터에서는 6만 명의 팔로어(follower)가 펩시의 캠페인을 지지했다.
코카콜라는 탐험 206(Expedition 206) 캠페인을 통해 소셜 미디어에 접근했다. 코카콜라의 ‘행복 대사(happiness ambassador)’ 3명이 12개월에 걸쳐 206개 국을 방문해 전 세계에 코카콜라의 ‘긍정적이고 행복한’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했다. 코카콜라의 행복 대사들은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 모습을 드러냈으며 상하이 세계 엑스포에서도 생방송으로 소식을 전했다. 탐험 206 캠페인은 코카콜라의 페이스북 팬 페이지에서 관심을 끌었으며 트위터에서는 1,400명의 팔로어가, 유튜브(YouTube)에서는 840명의 가입자가 코카콜라의 캠페인을 지지했다.
하지만<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은 코카콜라와 펩시의 소셜 미디어 전략에 대해 지난 12개월 동안 양사의 시장점유율은 사실상 모두 하락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한다. 미국에서 펼쳐지고 있는 오늘날의 콜라 전쟁에서 진정한 승자를 판단할 수 없고, 소셜 미디어 사이트를 신무기로 채택한 전략이 두 회사에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펩시 리프레시 프로젝트로 대중이 펩시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펩시의 전 마케팅 부사장 랠프 샌터나(Ralph Santana)는 펩시가 대중의 감정 속에 문화적인 아이디어를 집어넣는 것 외에도 소셜 미디어에서 브랜드 노출을 늘려야 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브랜드 노출을 늘리는 것이 성공에 무엇보다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코카콜라의 탐험 206에 관심을 보인 소셜 미디어 사이트의 팬과 팔로어 수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중국 콜라 시장의 저성장에 대비하는 자세
코카콜라와 펩시의 캠페인 중 어떤 것도 특별히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이 우연에 불과한 일일까? 혹은 마케팅의 귀재로 여겨지던 두 기업이 아직 성공적인 소셜 미디어 전략의 핵심 성공 요소를 찾아내지 못한 것일까? 지난 5년 동안 세계 콜라 시장은 연평균 1.5%의 수준으로 성장해 총 810억 리터 규모에서 870억 리터 규모로 증가했다. 향후 5년 동안의 성장 전망치도 크게 다르지 않다. (표 1) 미국은 개인 콜라 소비량(1인당 60리터 이상)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시장일 뿐 아니라 전체 소비량을 기준으로 봤을 때 세계 최대의 콜라 시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국 시장의 크기는 하락하고 있으며(4.5% 하락) 2015년까지 콜라 소비량이 10억 리터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콜라 시장 하락세를 고려했을 때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콜라 시장인 중국2
은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중국 시장은 미국 시장과 문화적으로 상당한 차이를 보이며 1997년 이후 평균 7%씩 성장해왔다. 하지만 이런 성장세 또한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성장률이 하락하고 있어 46억5000만 리터 수준까지 성장한 후에는 성장을 멈출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을 위해서는 가치를 높이고 가격을 올려야 하며 뛰어난 이미지를 구축하고 무형의 가치를 추출해내는 데 브랜딩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코카콜라는 시장 진출 시기, 유통 네트워크 등에서 중국 콜라 시장 내 선도적 입지를 구축했다. 후발주자인 펩시는 젊은 세대를 공략하는 차별화 전략을 유지해나가고 있다.
중국의 소셜 미디어 기회를 활용하기 위한 노력
중국에서 소셜 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는 엄청나다. 중국의 14억 인구 중 약 30%가 주기적으로 인터넷을 사용한다. 다시 말해서 미국의 전체 인구보다 많은 4억 명의 청중이 존재하는 것이다. 코카콜라와 펩시는 이와 같은 환경을 성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가? 중국 내 중산층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젊은이들의 인터넷 실력이 꾸준히 발전하고 있지만 중국의 소셜 미디어 환경은 정부의 규제 때문에 서구에서의 환경과 매우 다르다.
중국의 소셜 미디어 업계는 다른 국가의 소셜 미디어 시장과 비교해 분열돼 있는 편이다. 페이스북이 진출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1억2000만 명의 사용자를 거느리고 있는 중국 현지 소셜네트워크 사이트 런런(Renren)과 1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또 다른 현지 업체 카이신(Kaixin)이 1위의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다. 사용자가 2억 명에 달하는 중국판 유튜브 유쿠(YouKu)는 가입자 수가 7000만 명인 투더우(Tudou)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필자들은 코카콜라와 펩시가 현재 중국 내 소셜네트워크에서 어떤 위치로 평가받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두 업체의 ‘팬 층’을 분석했다. 관련 내용은 <표 2>에서 확인할 수 있다.3
MIT의 도나 호프먼(Donna Hoffman)과 마렉 포더(Marek Fodor)는 “코카콜라와 펩시의 브랜드 인지도(brand awareness) 및 브랜드 참여(brand engagement)를 기준으로 소셜 미디어 전략의 효과를 평가해야 한다4
”고 제안한다. 브랜드 인지도란 특정 브랜드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방문한 팬의 숫자와 같은 온라인 노출을 의미한다. 좀 더 효과적인 방법은 코멘트, 담벼락 글, 리트윗 숫자 등 브랜드와 인터넷 사용자 간의 상호 작용 강도를 파악해 브랜드 참여를 평가하는 것이다.
필자들은 중국의 소셜네트워크 사이트 런런, 카이신, 투더우, 웨이보(Weibo), 유쿠를 비롯해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에서 코카콜라와 펩시가 활용하고 있는 각종 전략을 검토해 브랜드 평가 자료를 수집했다. 분석 결과, 세계 시장(중국 제외)에서 코카콜라가 펩시에 비해 훨씬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코카콜라의 페이스북 팬 수는 2,200만 명인 데 반해 펩시의 페이스북 팬 수는 300만 명에 그쳤다. 브랜드 인지도와 브랜드 참여 면에서 모두 코카콜라가 펩시를 앞섰다. 동영상 콘텐츠 부문에서는 펩시가 코카콜라를 앞서고 있다. 중국 시장 데이터를 분석했을 때는 브랜드 참여 면에서는 어떤 브랜드도 상대를 큰 차이로 따돌리지 못하고 있었다. 중국의 사이버 세상에서는 코카콜라가 특별히 강력한 경쟁 우위를 갖고 있지 않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