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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avioral Economics in Branding-3

먼저 기준점 제시하라…좀 더 받고 팔 수 있다

곽준식 | 90호 (2011년 10월 Issue 1)

 

편집자주

행동경제학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인간의 비합리적이고 감성적인 측면이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메커니즘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행동경제학 연구 성과는 브랜드 전략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곽준식 교수가 행동경제학 이론을 활용한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제시합니다.

 

질문 1

사람들에게 UN에 가입한 아프리카 국가의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예측해보라고 하면서 원형 숫자판을 돌려 나온 숫자를 기준으로 질문했다. 원형 숫자판을 돌려 나온 숫자 10 65를 기준으로 두 그룹에 질문했을 때 10을 기준으로 질문받은 집단의 평균은 25%였고 65를 기준으로 질문받은 집단의 평균은 45%로 나왔다. 원형 숫자판을 돌려 나온 숫자는 UN에 가입한 아프리카 국가의 비율을 예측하는 것과 아무 연관이 없는데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났을까?

 

질문 2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경영원, 안서원 연세대 심리학과 연구교수가 기업체 과장급 이상 리더 165명을 대상으로 추가 부품 생산비용이 1만 원이고 판매가격이 2만 원인 부품을 일본 회사가 수입을 하려고 하는데 일본인 통역사의 발음문제로 가격정보를 정확히 알아듣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 그룹에는 일본 회사가 부품을 12000원에 구입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제시했고, 다른 그룹에는 일본 회사가 부품을 32000원에 구입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제시한 후 내일 가격협상에서 얼마를 제시할 것인지를 질문했다. 조사결과 12000원을 제시받은 그룹은 평균 16729원을 제시한 반면 32000원을 제시받은 그룹은 평균 26448원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가격이 2만 원임에도 불구하고 왜 제시하는 가격이 이렇게 달라질까?1

 

닻내림과 조정(anchoring and adjustment)

서유기에 보면 72가지 술법을 익히고 하늘을 나는 근두운과 자유자재로 늘어나는 여의봉을 가지고 손오공이 사고를 치고 다니자 석가여래가 자신의 손바닥을 벗어나보라는 제안을 한다. 이에 기고만장한 손오공은 근두운을 타고 세상 끝까지 갔다 오지만 그것이 결국 부처님 손바닥 안이었음이 밝혀지면서 500년간 갇히는 신세가 된다. 우리가 어떻게 해도 다른 사람의 영향력(감시)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부처님 손바닥 안이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이 말은 닻내림(anchoring)과 조정(adjustment)의 의미를 잘 나타낸다.

 

사람들은 불확실한 사건에 대해 예측이나 판단을 할 때 미리 제시된 기준점(anchor) 1차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이후 이러한 예측이나 판단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고 조정을 거치지만 그런 조정 과정이 불완전해 오류나 편향이 나타나는데 이를 닻내림과 조정이라 한다. 닻내림과 조정은 말 그대로 배를 항구에 정박시킬 때 닻을 내리면 파도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여도 특정 범위 안에서 움직이듯이 사람들도 외부에서 기준점()을 제시하면 기준점을 중심으로 제한된 판단을 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앞서 나온 <질문 1>은 트버스키(Tversky)와 카너먼(Kahneman) 1974년에 한 유명한 실험 결과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원형 숫자판을 돌려서 나온 10 65라는 숫자는 UN에 가입한 아프리카 국가의 비율을 예측하는 데 아무 의미도 없다. 그렇지만 아무 의미도 없는 숫자라도 일단 기준점으로 제시되면 어떤 식으로건 사람들의 예측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바로 이 연구가 주목받게 된 이유다. 결국 사람들은 아무 의미도 없는 숫자에 영향을 받아 나름대로 예측치를 조정하기는 했지만 결국 65라는 기준점을 제시받은 사람들이 10이라는 기준점을 제시받은 사람보다 UN에 가입한 아프리카 국가의 비율을 높게 예측하게 된 것이다.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하거나 예측을 할 때 자신이 아닌 외부의 기준에 의해 영향을 받는닻내림과 조정효과가 나타나는 이유는선택적 접근 가능성 모델(Selective Accessibility Model)’을 통해 설명이 가능하다.

 

[그림1] 선택적 접근 가능성 모델을 통한 예측 차이 발생 이유


즉 사람들은 관련성의 여부와 관계없이 일단 외부로부터 기준점이 제시되면 이를 하나의 가설로 받아들인다. 일단 기준점을 가설로 받아들이면 사람들은 확증편향성(Confirmation Bias)이나 가설-일치 검증 규칙(Hypothesis-consistent)에 따라 지지 증거들을 찾으려고 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지지증거들에 대한 접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예측치가 기준점 정도일거라 생각하며 조정과정을 거치므로 어쩔 수 없이 외부에서 제시된 기준점에 영향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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