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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 Marketing

‘친환경+α’ 명확한 편익을 줘라

김용범 | 79호 (2011년 4월 Issue 2)
 
 

세계 최초의 친환경 자동차는 무엇일까. 대다수 사람들은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차 ‘프리우스’를 떠올린다. 도요타는 프리우스로 친환경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확실히 굳혔다. 그러나 친환경 자동차를 가장 먼저 만든 회사는 도요타가 아니라 혼다다.
 
혼다는 1999년 인사이트라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출시했다. 2000년 프리우스가 출시되기 불과 1년 전이었다. 혼다 인사이트의 신모델은 현재 3세대 프리우스보다 저가에 판매되고 있다. 차세대 자동차로 일컬어지는 연료전지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혼다는 연료전지 자동차인 FCX 모델을 도요타보다 빠른 2008년에 출시했다. 하지만 아무도 혼다가 도요타보다 친환경 기업이라고 하지 않는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대명사도 프리우스뿐이다.
 
친환경 제품 개발의 후발주자였던 도요타가 혼다를 따라잡을 수 있었던 이유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특히 도요타가 혼다보다 성공적인 그린 마케팅을 펼쳤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도요타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같은 유명인을 마케팅에 이용했다. 덕분에 혼다는 ‘기술’의 혼다이지만 도요타는 ‘친환경’의 대명사가 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린 마케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인은 무엇일까. 많은 기업이 이미 그린 마케팅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 성공으로 가는 열쇠를 쥔 기업은 많지 않다. 다른 여러 마케팅과 마찬가지로 차별화를 고민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그린에 관한 소비자들의 요구를 알아보고, 현재 그린 마케팅에 성공한 기업들의 비결을 분석하면 차별화된 그린 마케팅을 위한 해법이 나온다. 이 글에서는 그 해결법으로 4P 접근법을 소개한다.
 
“진짜 친환경 제품이 뭐고, 왜 이렇게 비싸?”
그린 마케팅을 실시할 때 가장 먼저 알아야 할 사안은 그린 상품에 관한 소비자의 진정한 욕구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7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이미 과반수 이상의 소비자가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아직 절반의 고객은 친환경 제품을 구매한 적이 없다는 뜻이다.
 
소비자가 친환경 제품을 사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친환경 제품에 대한 인식 부족과 가격 프리미엄이다. 즉 친환경의 개념과 의미도 잘 모르겠고 친환경 제품의 가격이 비싸다는 뜻이다.(그림1)
 

첫째 불만인 친환경 제품에 대한 혼란은 친환경에 관한 제조회사, 유통회사 등의 인증 기준이 너무나 다르고 다양하기 때문에 생겨난다. 소비자의 관점에서 보면 어떤 기준이 맞고 어떤 기준을 신뢰해야 하는지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두 번째 불만도 마찬가지다. 가격이 비싼 만큼 친환경 외에 추가 편익을 얻을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점이 명확하지 않다.
 
역설적으로 친환경 제품 인식에 대한 혼란과 가격 프리미엄만 해결해도 그린 마케팅이 성공할 확률은 매우 높아진다. 그린 마케팅에 성공한 소비재 기업 또한 소비자가 느끼는 이런 혼란을 이미 해결하고 있다.
 
이들의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포장이나 제품명 등을 통해 명료하게 제품 콘셉트를 전한다. 둘째, 친환경 제품을 크게 원하지 않는 고객도 만족할 만한 친환경 외의 편익을 제공한다. 셋째, 소비자가 볼 수 없는 공급 체인의 친환경화를 추진하고 이를 알려 친환경 제품의 진정성을 전달한다. 이를 자세히 알아보자.
 
친환경 제품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포장으로 바꿔라
소비자에게 자사 제품이 친환경 제품이라는 점을 명확하고 빨리 전달하는 방법은 포장재 변경이다. 포장을 간단히 바꾸기만 해도 친환경 제품의 정체성을 뚜렷이 나타낼 수 있다. 포장을 바꾼다는 의미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포장에 제품의 친환경 관련 내용을 명확하고 일괄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친환경 제품의 정의와 기준이 불명확한 현실에서 특정 인증을 많은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별 의미가 없다. 때문에 회사가 달성하고자 하는 친환경 요소를 지표화해 이를 체계적으로 소비자에게 알리는 게 효과적이다. 대표적 예가 제품 제조 및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의 총량을 소비자에게 알리는 테스코의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 라벨이다.
 
둘째, 포장재를 실제로 적게 써야 한다. 유니레버는 가벼운 플라스틱 용기를 제작하는 등 포장재 혁신 방법을 다양하게 연구해 포장재 사용량을 줄이고 있다. 유니레버의 샴푸 브랜드 수아브(Suave)는 포장재 무게를 17% 줄임으로써 플라스틱 레진 사용량을 연간 150t 절약했다. 이는 무려 1500만 개의 샴푸 용기 감소로 이어졌다. 유니레버는 렉소나(Rexona), 도브(Dove) 등의 용기 디자인도 개선해서 플라스틱 사용량을 15%나 줄였다. 용기 제작에 드는 에너지 사용량도 크게 줄었다.(그림2)
 

친환경 외 ‘플러스 알파’를 제공하라
그린 마케팅이 반드시 친환경 제품이라는 점만 강조하는 기법은 아니다. 친환경 제품의 가격이 비싼 점을 감안하면 친환경 제품은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도 살 만한 품질과 그 이외의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이때의 추가 혜택은 크게 5가지다. 첫째, 효율성과 비용 효과다. 잠재적인 에너지와 자원 효율성이 장기적으로 물자 절약을 가능케 한다면 소비자는 당장은 비싸더라도 살 만한 제품이라고 느낄 것이다. 월풀의 듀엣 프론트로딩(Duet Frontloading) 세탁기는 기존 모델과 비교할 때 연간 12갤런의 물과 110달러 분량의 전기를 절약할 수 있다. P&G의 타이드 콜드워터(Tide Coldwater) 세제는 온수 대신 찬물을 사용해 연간 63달러의 물값을 절약해준다.
 
둘째, 고성능이다. 다수의 친환경 제품은 일반 제품보다 성능이 뛰어난 편이다. 때문에 이를 강조하면 가격 프리미엄을 붙일 수 있다. 셋째, 편리성이다. 비교 우위를 위해 드러낼 수 있는 고유의 기능을 강조하면 고객이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일반자동차보다 연료 재충전 횟수 및 휘발유 사용량이 적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낮다.
 
넷째, 건강과 안전성이다. 독성 약품, 호르몬의 사용을 최소화한 친환경 제품은 건강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 수 있다. 유전자 변형 식품이나 트랜스 지방에 대한 공포로 유기농 식품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다섯째, 상징적 의미와 입지를 강조해야 한다. 그린 마케팅에도 쿨하고 멋진 이미지를 추구할 수 있다. 소위 그린 시크(Green chic)다. 유명인이 자사의 친환경 제품이나 활동을 지지한다면 큰 호소력을 얻는 식이다. 프리우스 또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지지로 상당한 마케팅 효과를 누렸다.
 
가치사슬상의 친환경 사업 기회를 점검하라
기업 운영 방식이나 가치사슬의 개선을 통해서도 기업의 친환경 의지를 알릴 수 있다. 이 방법은 소비자가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가치는 아니지만 진정성 마케팅이라는 측면에서 간접 효과가 크다. 더불어 친환경 운영을 통한 비용 절감으로 해당 기업의 수익 개선에도 큰 도움을 준다.(그림3)
 

네슬레(Nestlé)는 커피 찌꺼기를 공장의 연료로 활용해 폐기물의 에너지화까지 추구하고 있다. 네슬레는 지난 20여 년간 커피 찌꺼기를 태워서 증기 형태의 에너지를 생산하고 이를 커피 생산 프로세스에 활용했다. 이에 따라 124만t에 달하는 커피 찌꺼기를 에너지로 전환했다.
 
대형 글로벌 식재료 및 가공식품 제조업체 및 공급업체인 그린코어 그룹(Greencore Group)은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에 부적합한 음식으로 오염된 포장 폐기물을 바이오연료로 바꿨다. 그린코어는 이 프로젝트에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최초의 대형 식품업체다.
 
친환경 포장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포장재나 포장 과정의 혁신은 물류비 절감과 직결된다. 포장재의 중량은 물류 효율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때문에 많은 업체들이 포장재 중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 예가 유니레버의 고농축 액체 세제다. 농축도를 3배 올렸더니 포장 수지는 55%, 제품의 운송 트럭대수는 66%나 줄었다.
 
위시본(Wish-bone) 샐러드 드레싱은 골판지 포장재 400만 파운드를 줄여 화물 운반대 1만 1000개, 화물 트럭 500대 이용 감소 효과를 얻었다. 헬만 마요네즈(Hellmann’s Mayonnaise)도 유리병을 플라스틱 병으로 대체해 4만4300t의 중량, 화물 트럭 1700대의 이용을 줄였다.(그림4)
 

그린 마케팅을 위한 4P 접근법
그린 마케팅 분야의 선진 기업은 크게 4가지 측면에서 차별화를 이뤄냈다. 바로 4 P 전략이다. 첫째, 계획(plan)이다. 그린 마케팅에 대한 명확한 전략, 분명한 비전과 목표를 설정하는 작업이다. 그린 마케팅 과제의 진전 사항을 추적 및 점검하기 위한 핵심 성과지표(KPI)도 마련해야 한다.
 
둘째, 홍보(promote)다. 그린 마케팅에 대한 자사의 강력하고 일관되며 신뢰할 수 있는 메시지를 외부에 전달하는 작업이다. 주요 이해관계자의 욕구에 맞추고 친환경 이슈에 대한 소비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활동도 포함한다.
 
셋째, 실행(practice)이다. 해당 기업의 전체 가치사슬에 걸쳐서 더욱 친환경적인 운영을 실행에 옮기는 작업이다. 기업 내의 그린 조직문화 구축도 이에 해당한다.
 
넷째는 수익(profit)이다. 제품 및 서비스의 그린 혁신과 차별화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직접적인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는 작업이다. 마케팅뿐 아니라 계획, 홍보, 실행, 수익 창출 방안까지 미리미리 수립해 이 모두를 유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결론
이제 그린 마케팅은 단순히 다른 기업과의 차별화 수단이 아니라 때로는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로 변모하고 있다. 대표적 예가 월마트다. 그린 마케팅 수행 이전의 월마트는 반() 환경적 이미지 때문에 주가와 기업 가치에 큰 타격을 입기도 했다. 월마트가 미국 최대의 전력 소비 기업이라거나 미국에서 트럭을 2번째로 많이 보유한 기업이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한때 월마트 쇼핑 고객 중 8%가 환경에 대한 우려로 월마트 매장을 다시 방문하지 않겠다고 밝힌 적도 있다.
 
하지만 월마트는 다양한 친환경 관련 정책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실시한 끝에 이제는 친환경 기업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됐다. 월마트는 매장 내 에너지 소비를 감축해서 연간 최대 1억 달러를 절감했다. 트럭 7200대에 보조 전력을 설치해 연간 2600만 달러어치의 에너지 감축 효과를 얻고, 과거에는 폐기 처분했던 재활용 플라스틱을 판매해 연간 28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그린 마케팅을 펼친다면, 그린 마케팅에도 차별화가 필요하다. 그린 마케팅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고루하고 도식적인 그린 마케팅은 아예 그린 마케팅을 하지 않는 일보다 나쁠 수도 있다. 일시적 트렌드를 쫓는 모습을 보인다면 투자비만 늘고 대중은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애를 써도 ‘미투(me too) 효과’에 그칠 수도 있다.
 
앞으로 많은 한국 기업이 4P 접근법을 잘 숙지하고, 새로운 그린 마케팅 기법을 많이 발굴해 제2의 도약을 이뤄내길 바란다.
 
김용범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서울사무소 파트너 Kim.YongBum@bcg.com
김용범 파트너는 미국 브라운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에서 산업공학과 남미학으로 각각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9년부터 BCG에서 국내외 소비재, 산업재 고객을 대상으로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BCG의 Marketing & Sales 부문의 국내 리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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