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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브랜드에 새로운 활력을

니킬 버하더 | 7호 (2008년 4월 Issue 2)
2006년 10월 미국 포드자동차의 대표 브랜드인 ‘토러스(Taurus)’의 생산이 중단됐을 때, 자동차 산업의 진정한 우상(icon) 가운데 하나가 종말을 고하는 듯 했다. 1985년 등장한 토러스는 공기역학을 고려한 유선형의 젤리빈(jellybean) 디자인을 선보이며 자동차 디자인분야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 토러스는 1990년대 초반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로서 도요타의 캠리나 혼다의 어코드와 같은 막강한 외국 브랜드조차 경쟁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1996년이후 시장 경쟁의 심화, 새 디자인에 대한 혹평, 가격 정책의 실수가 거듭되면서 토러스의 시장 지배력은 급격히 약해졌고, 이 브랜드는 회복이 불가능해 보였다.
 
토러스는 1992년 미국에서 41만 대 가까이 팔리며 판매량이 정점에 올랐지만 14년 뒤 생산이 중단될 무렵 17만5000대 미만으로 급감했다. 그나마 판매된 차량 대부분이 렌터카용으로 납품됐다. 역설적인 것은 여러 해 전 포드자동차가 토러스의 1위 자리를 고수하기 위해 렌터카용의 대량판매에 주력한다는 전략에 착수했다는 점이다. 이 전략으로 대량판매는 끊임없이 늘었으나, 결과적으로 토러스의 브랜드 이미지는 악화됐으며 이는 죽음의 악순환을 초래했다. 게다가 포드는 광고비용을 삭감해 토러스의 주력시장을 고사시켰다.
 
포드는 이 모든 실책을 고려해 토러스라는 브랜드를 포기하고 새 모델인 ‘파이브헌드레드(Five Hundred)’로 대체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내 토러스의 성능을 개선한 새 모델을 출시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파이브헌드레드는 영업실적이 가장 좋던 2006년에도 10만 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이는 토러스의 최저 판매량을 기준으로 60%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포드는 결국 2007년 2월, 토러스 생산을 중단한 지 불과 수개월 만에 파이브헌드레드 브랜드를 다시 토러스로 바꿨다. 포드의 최고경영자(CEO) 앨런 멀럴리는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토러스 브랜드를 부활시키기로 한 결정에 대해 설명하면서 “토러스의 브랜드 인지도는 80%였지만 파이브헌드레드의 인지도는 지금까지 우리가 기울인 모든 노력에도 4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기존 브랜드를 죽이고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하고자 수많은 시간과 노력, 비용을 허비한 포드는 여기서 값진 교훈을 얻었다. 애초에 시장 변화에 맞게 제품과 이미지를 업데이트해 토러스를 부활시키는 편이 훨씬 낫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참으로 값비싼 실수였다. TNS 미디어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포드는 파이브헌드레드라는 새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해 광고비로만 총 1억5000만 달러 이상을 썼다.
 
시장에서는 식상한 브랜드가 밀려나고, 새롭고 더 나은 브랜드로 대체되는 일이 점점 더 빈번해지고 있다. 하지만 2004년 토러스의 사례처럼 약화된 브랜드가 통용성은 잃었을지 모르지만 축적된 자산과 충성스러운 핵심 고객으로 인해 생명력을 유지하기도 한다. 애버크롬비앤피치(Abercrombie&Fitch)나 조니워커(Johnnie Walker), 올레이(Olay), 그리고 포드의 머스탱 등과 같은 수많은 브랜드들가 성공적으로 부활했다.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포드의 머스탱은 머스탱 소유자들이 벌인 서명운동으로 퇴출 일보 직전에 구제됐으며, 머스탱 브랜드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머슬카(muscle car)’로 되돌아오면서 다시 한 번 히트를 쳤다.
 
제품 수명의 자연스러운 성쇠를 감안할 때, 브랜드 매니저들은 대부분 항로를 유지하든지, 아니면 배를 버리든지 양단간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새로운 시도는 매력적이긴 하지만 포드의 파이브헌드레드 사례처럼 위험도 따른다. 하지만 비틀거리는 브랜드를 고수하는 대가도 그에 못지않게 치명적일 수 있다. 문제는 그러한 결정이 항상 본능과 모험에 대한 욕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포드가 토러스를 급변하는 상황에서 구제할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회사는 어떤 원칙에 따라 브랜드를 죽이는 대신 잠들어 있는 브랜드를 살리겠다는 결정을 내렸을까?
 
부즈앨런해밀턴은 이처럼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데이터 중심의 분석방법을 제공하는 툴킷을 개발했다. 바로 ‘브랜드 생명력 평가(BVA·Brand Vitality Assessment)’다. 이 툴킷은 커뮤니케이션 전략, 가격 정책, 경쟁업체의 상황 등을 포함해 브랜드의 모든 가치를 검토한 뒤 브랜드에 생명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밝혀낸다. 이 프로세스는 브랜드를 단지 예전의 전성기로 되돌려놓는 것에 목표를 두지 않는다. 그보다는 브랜드의 핵심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데 초점을 맞춘다. 대표적인 사례로 역사적으로 중장년 남성층 소비자를 대상으로 했던 남성용 퍼스널 케어 브랜드 ‘올드 스파이스(Old Spice)’를 들 수 있다. 이 브랜드는 1990년 P&G가 소유하면서부터 올드 스파이스를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이 분야에 아직 생소한 10대 남성 사이에서 새롭게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발한 억제제 및 방취제 브랜드인 레드존은 10대 청년 사이에서 최고 인기 품목으로 자리 잡았고, 다른 제품들도 각 분야에서 인기 상품으로 부상했다.
 
어떤 회사들은 식상한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향수를 이용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미국 뉴저지주의 피나클이라는 식품회사는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블래식 피클, 렌더스 베이글, 스완슨 TV 디너 등을 인수해 이들을 개선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어 건강에 관심 많은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렌더스 베이글은 통밀 제품을 내놨으며, 피나클은 스완슨의 ‘헝그리맨’ 라인에 그릴요리를 추가했다. 이 브랜드들 이전 소유자들이 어떻게든 브랜드를 지켜야 했는지, 아니면 피나클의 도박이 결국 성공을 거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브랜드 생명력 평가(BVA)는 회사가 결정을 내리기 전에 제품 포트폴리오에 숨어 있는 가치 또는 그 결여를 파악할 수 있게끔 도와줌으로써 이런 결정과 관련된 추측을 상당 부분 없애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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