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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리앗 꺾은 이머징 마켓의 로컬기업

아린담 K. 바타카리야(Arindam K. Bhattacharya),데이비드 C. 마이클(David C. Michael) | 6호 (2008년 4월 Issue 1)
아린담 K. 바타카리야·데이비드 C. 마이클
번역 발렌티나 한 balinjap@hotmail.com
 
1970년대 후반 이래 각국 정부는 시장 개방 정책을 추진했다. 이로 인해 글로벌 경쟁의 파고가 각국으로 밀려들었다. 정책 입안자들이 관세 장벽을 낮추고, 외국 투자를 허용하자 다국적 기업과 투자자들은 해외로 대거 진출했다. 초기에 진출한 미국, 유럽, 일본의 거대 기업들은 로컬 경쟁 기업들을 재빨리 압도하고 거의 모든 상품과 서비스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았다. 이들 다국적 기업은 최신 기술과 상품, 거대한 금융 자본, 강력한 브랜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영 능력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브라질, 중국, 인도, 멕시코 등과 같이 선진국의 개방 압력을 받은 가난한 나라들은 아주 천천히, 그리고 마지못해 초국적 기업들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이 국가들은 글로벌 골리앗 기업들이 로컬 기업들을 단번에 쓰러뜨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의 연구에 따르면 이런 국가들의 걱정이 현실화하지 않았다. 우리는 지난 3년 간 급격하게 성장하는 10개국(브라질,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멕시코, 폴란드, 러시아, 슬로바키아, 태국) 기업들을 연구했다. 이들 국가에서 현명한 로컬 기업들은 다국적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생존했을 뿐만 아니라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였다. 로컬 기업들은 핵심 사업에서 다국적 기업들의 위협을 이겨내고 시장의 선두 기업이 되거나 선두를 따라잡고 있다. 또 로컬 기업들은 외국 경쟁사보다 먼저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하기도 했다. 상당수의 로컬 기업들은 보호주의적 경제 정책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전략과 실행력 때문에 시장을 점령했다. 50개 로컬 선두 기업 목록을 작성해 본 결과 이들 중 21개 기업이 2006년에 1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창출했다. 또 2005년에서 2006년 사이 50개 기업들의 전체 판매고는 약 50% 증가했다.(‘50개 로컬 선두 기업 목록’ 참조) 로컬기업의 생존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회의론자라면 다윗이 골리앗을 이겼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지난 5년 간 외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한 로컬 기업들을 살펴보자.
- 브라질에서 그루포 포지티보(Grupo Positivo)는 델이나 휴렛팩커드보다 PC 시장 점유율이 높다. 토티스(Totvs)는 중소기업 대상 전사적자원관리(ERP) 솔루션 제공 선두기업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소프트웨어 제공업체인 SAP를 앞서고 있다.
- 중국에서 검색엔진 바이두(Baidu)의 1일 평균 사용자 수는 구글차이나 사용자 수의 4배다. 인스턴트 메시징 선두 기업인 텐센트(Tencent)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MSN 메신저를 앞서고 있고, 온라인 여행 서비스 제공업체 씨트립(Ctrip)은 트래블스카이(Travelsky), 익스피디아(Expe-dia)의 이롱닷컴(eLong.com), 트래블오시티(Travelocity)의 주지닷컴(Zuji.com)을 앞서고 있다.
- 인도에서 바하르티 에어텔(Bharti Airtel)은 인도 운영권을 2007년 보다폰(Vodafone)에 팔았던 헛치슨텔레콤(Hutchison Telecom)을 인수하고 이동 통신 시장의 선두 기업으로 부상했다.
- 멕시코에서 그루포 일렉트라(Grupo Elektra)는 국내에서 가장 큰 유통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월마트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 러시아에서 Wimm-Bill-Dann Foods(WBDF)는 가장 큰 유제품 생산업체로 다농과 코카콜라를 앞서고 있다.
 
로컬 기업들의 성공은 신흥 시장에서 성장과 수익을 추구하는 선진국의 다국적 기업들에게는 좋은 징조가 아니다. 2006년에 우리가 실시한 설문에서 다국적 기업의 3분의 2가 향후 5년 이내에 개발도상국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이런 결과는 전혀 놀랍지 않다. 경제분석기관인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의 경제는 2010년까지 전 세계 GDP의 45%, GDP 성장률의 60%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동시에 수많은 서양과 일본 기업들은 신흥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거나 철수했다. 예를 들어, 야후와 이베이(eBay)는 중국에서 철수했고, NEC와 파나소닉은 중국 휴대전화 시장에서 철수했다. 다국적 기업들은 더 이상 소비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하고, 로컬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규모가 크고 영리한 다국적 기업들의 전략이 왜 개발도상국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일까? 이런 문제의 일부 원인은 신흥 시장이 선진국 시장보다 몇 년씩 뒤처져 있고 신흥시장 경제가 선진국 시장 경제처럼 될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국적 기업들은 현존하는 비즈니스 모델 및 가치가 개발도상국에서 그 성과를 거두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런 오해는 여러 가지 면에서 잘못된 것이다.
 
개발도상국 경제는 선진국의 뒤를 쫓고 있는 것도 아니고, 동조화할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신흥 시장은 몇 가지 다른 점이 있고, 일부분에서는 더 발달돼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이동통신 인프라는 미국보다 새 것이고 더 발달했다. 동시에 세계은행(World Bank)에 따르면 대략 3억 명의 중국인들은 하루에 약 1달러 미만으로 생활을 한다. 인도는 문맹률이 높은 나라이지만 국제적 수준의 연봉을 받는 엘리트 계층도 넘쳐나고 있다. 러시아에는 벤처캐피털 자금이 매우 풍부하지만 재산권 규정이 모호하고 관료주의적 장벽도 상당히 위협적이다. 가까운 장래에 사라질 것 같지 않은 이런 불균형적 상황 때문에 이들 국가에서는 독특한 시장 환경이 만들어졌다.
 
이런 각종 기회와 장벽을 갖고 있는 신흥시장의 특징 때문에 판에 박힌 기존 전략 대부분은 무용지물이 된다. 간단한 사례를 인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터넷 접속이 매우 어려운 인도에서 온라인 고객 서비스는 거의 쓸모없는 일이다. 그러나 무선 이동통신 네트워크와 휴대전화 보편화로 기업들은 시골에서도 텍스트 메시지와 휴대전화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을 통해 고객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런 모순적 상황에 당황하지 않고 대처하는 기업만이 성공한다.
 
서구의 기업들은 대부분 개발도상국에서도 최근 내부 개혁으로 인해 기업가 정신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종종 간과한다. 개도국 정부는 관료주의를 타파하고 있으며 그 어느 때보다 싸게 자금을 차입할 수 있는 기회도 열려 있다. 이런 변화가 경쟁을 유발하고 있다. 신흥 시장은 변동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다국적 기업들이 성숙한 자국 시장에서 몇 십 년 전에 개발했던 전략으로는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우리는 다국적 기업들이 로컬 선두 기업에게서 일정 부분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50개 로컬 기업의 성공 사례를 연구한 결과 6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는데, 이 전략은 저비용 구조와 관련한 것이 아니었다.
첫째, 글로벌 기업과 달리 로컬 선두 기업은 현존하는 상품이나 고객 수요에 대한 선입관에 사로잡혀 있지 않다. 이들은 고객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고객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범위의 경제(economies of scope)’를 추구한다.
둘째,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장애물을 이겨내고 그 과정에서 경쟁 우위를 창출한다.
셋째, 이들은 최신 기술을 도입해 글로벌화한다.
넷째, 많은 로컬 선두 기업들은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하고 기술 인력의 부족을 해소할 혁신적 방법을 찾아낸다.
다섯째, 이들은 지역 경쟁자의 위협을 막기 위해서 가능한 빨리 기업 규모를 키운다.
여섯째, 로컬 선두 기업들은 다국적 기업들이 종종 간과하는 경영 기술과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글에서 로컬 기업들의 성공 전략을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어떤 전략도 크게 혁신적으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로컬 선두 기업들은 이 전략 중 최소한 네 개 이상을 명석하게 구사해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있었다. 또 이런 성공전략을 좇아서 신흥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다국적 기업의 사례도 논의해보고자 한다.
     
 



   
성공을 위한 6가지 전략
많은 종류의 로컬 기업들이 개발도상국에서 성공을 거뒀다. 일부 기업은 실업계의 거물이나 가족기업이 보유한 대기업의 일부이고, 다른 일부 기업은 새롭게 부상한 신생 기업이다. 우리가 연구한 모든 기업들은 국내 경쟁사와 국영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 있었다. 대부분 기업들은 시장의 개방성 정도가 다르지만 국내 시장에 진입한 외국 기업과도 경쟁해야 한다. 민간 부문의 로컬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전략들을 통해 경쟁 기업을 능가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No.1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 개발
로컬 선두 기업들은 그들 시장의 소비자를 깊게 이해하고 있다. 지역 또는 도시별, 소득 수준별, 연령별, 성별 소비자의 선호도를 잘 파악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원자재, 완제품 시장의 구조도 철저하게 알고 있다. 따라서 로컬 선두 기업들은 고객 맞춤 서비스를 싼 값에 제공할 수 있다. 이들은 다양한 틈새시장에 맞게 제품을 개발하고 효율적으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방법을 습득한다. 예를 들어 중국 유아용품 시장의 선두 기업인 굿베이비(Goodbaby)는 16개 카테고리의 1600개 아이템을 판매한다. 로컬 기업들의 맞춤전략(customization)은 굿베이비 같은 기업을 차별화시켜주고 다국적 경쟁 기업을 물리칠 수 있게 한다.
 
일부 기업은 사용자 중심의 정교한 기술을 개발한다. 중국 소비자는 이메일보다 컴퓨터 채팅과 휴대전화 문자 서비스 사용을 선호한다. 미국의 대형 기업들(마이크로소프트가 3년 전 중국어 버전으로 출시한 MSN, 야후, Myspace)이 진출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전에 본사를 둔 텐센트는 중국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상하이의 아이리서치(iResearch)에 따르면 2006년 MSN이 15%의 시장 점유율을 보였던 반면 텐센트의 무료 메신저 ‘QQ’는 7080%의 시장 점유율을 보였다. QQ의 귀여운 펭귄 마스코트와 간단한 인터페이스는 사용자의 70%가 30세 미만인 중국 인터넷 이용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QQ는 무료 채팅 프로그램과 채팅룸을 제공함과 동시에 게임, 가상 애완동물, 핸드폰 벨소리 다운로드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미국 경쟁 기업들은 사이버 커뮤니티를 형성하려는 사용자의 욕구를 이용하려고 했지만 텐센트는 다른 방식을 택했다. 텐센트는 중국인들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욕구에 착안해서 서비스를 개발했다. QQ는 온라인 사용자들이 옷에서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아이템으로 디지털 아바타를 꾸미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사용자들은 12위안 정도를 지불하고 외모와 액세서리를 선택할 수 있다. 중국인들은 온라인 메신저에서 자신을 표현한다는 개념을 좋아했기 때문에 10년 이내에 QQ는 시장을 선도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QQ를 동사로도 사용해 ‘QQ me’라는 표현이 음악 가사로 사용되기도 했다. 1998년 설립된 이래 텐센트는 점진적 성장을 했다. 2억2000만 명의 사용자(많은 중국인들은 한 개 이상의 온라인 아이디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함)를 보유하고 있고, 2006년에는 3억7500만 달러의 수익을 창출했다.
 
다른 로컬 선두 기업은 간단한 기술로 고객 맞춤 서비스를 구현했다. 이 기업은 상품의 구매력을 높일 수 있도록 혁신적으로 포장을 바꿨다. 5억 달러 규모의 인도 샴푸 시장에서 1933년부터 활동한 다국적 기업 힌두스탄 유니레버(Hindustan Uni-lever)와 경쟁사인 미국의 프록터&갬블(Procter & Gamble), 프랑스의 로레알(L’Oréal)은 수십 년 간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데이터모니터(Datamonitor)에 따르면 2006년 힌두스탄은 36%, P&G는 27%의 시장 점유율을 보였고, 로컬 기업인 캐빈카레(CavinKare)는 16%의 시장 점유율을 보였다. 캐빈카레는 1983년 첸나이에서 설립된 회사로 샴푸를 작은 봉지에 포장해서 판매한다. 이 아이디어는 기업 창립자 아버지의 것으로 창립자 형제들은 작은 포장지에 담긴 샴푸 시판을 1979년 시작했다.
 
캐빈카레의 1회용 포장은 사용과 보관이 용이하고 사람들이 필요 이상으로 사용하지 않게 해 제품 낭비를 최소화했다. 1회용 포장이라 대용량 샴푸를 사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도 샴푸를 살 수 있게 됐다. 처음에 캐빈카레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사는 지역과 농촌 지역을 공략했다. 물론 수년간 캐빈카레는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캐빈카레는 샴푸가 비누보다 머리카락 세정력이 더 좋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했고, 고객 확보를 위해 물물거래, 할인 행사 등을 했다. 캐빈카레가 성공을 거두자 힌두스탄 유니레버와 P&G도 1회용 포장 제품을 내놓았다. 캐빈카레의 비교적 값싼 ‘Chik’ 브랜드가 갖는 가격 경쟁력 때문에 이 회사는 인도에서 가장 큰 로컬 샴푸 생산 회사로 도약했다.
   
No.2 주요 장벽을 이겨낼 비즈니스 모델 개발
다국적 기업들은 유통 채널의 부재와 같은 구조적 문제, 제한된 이동통신 대역폭과 같은 인프라 장애 등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에 대해 불평을 종종 늘어놓는다. 이런 문제로 인해 다국적 기업들은 그들의 통상적 방법으로 비즈니스를 하지 못한다. 영리한 로컬 기업들은 시장의 주요 위협 요인을 능숙하게 파악하고 장애를 이겨낼 전략을 고안한다. 다국적 기업들은 로컬 기업들의 전략을 모방하지만 로컬 기업들은 이보다 앞서 이미 시장선점우위를 누릴 수 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 소니와 같은 글로벌 선두 기업은 해적판 소프트웨어 때문에 중국 시장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이는 중국에는 게임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2001년 게임 산업에 진입한 샨다(Shanda)와 같은 중국 기업들은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MORPG)’ 개발을 통해 게임 산업에서 성공했다. MMORPG 상품은 많은 사용자들을 인터넷상에서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해적판을 만들 수 없다. 게임 산업에 대한 중국의 열망과 젊음이 이 아이디어를 활성화시켰다. 아이리서치(iResearch)에 따르면 2005년 약 6억 달러 규모의 수익을 창출한 중국의 MMORPG 산업은 2003년 이후 매년 40%씩 성장하고 있다. 2007년 일렉트로닉 아츠(Electronic Arts)는 뒤늦게 샨다의 경쟁사인 ‘The9’의 주식 15%를 1억67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온라인상의 절도와 신용 카드 문화의 부재로 중국에서 인터넷 관련 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하기는 어렵다. 샨다는 오프라인 거래를 통해 온라인 지불 문제를 해소했다. 중국의 게이머들은 지역 상인으로부터 선불카드를 구입한다. 선불카드의 필름을 긁어내면 온라인에서 일정 시간 게임을 할 수 있는 번호를 받는다. 샨다는 이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게이머들이 돈을 지불하고 게임하려는 의지가 약해지자 오래된 게임에 무료로 접속할 수 있게 하기도 했다. 샨다는 무료 접속을 허용하면서도 텐센트처럼 무기, 도구 등과 같은 가상 상품 판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또 샨다는 모바일 게임 산업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 샨다는 자사의 인기 게임인 ‘월드 오브 레전드(World of Legend)’와 ‘매지컬 랜드(Magical Land)’를 모토로라 휴대전화에서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혁신적 전략은 선두 기업에 경쟁 우위를 제공함과 동시에 때로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기도 한다. 멕시코의 그루포 일렉트라는 성공적 유통회사가 되고 싶었는데 그 과정에 은행 사업을 시작했다. 초창기에 이 회사는 수익 창출을 위해 식기세척기, 냉장고와 같은 고가 제품을 팔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는 수많은 멕시코인들은 대출을 받거나 할부를 통해서만 소비재를 구매할 수 있었다. 이들은 멕시코의 상업 은행에서 대출을 쉽게 받지 못했다. 이 회사는 소비자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할부로 상품을 판매했다. 이 같은 대출 서비스를 시작으로 그루포 일렉트라의 금융 사업이 시작됐다. 1987년 59개의 점포를 운영하던 이 회사는 오늘날에는 1600개 이상의 점포를 운영하며 멕시코의 대형 유통업체로 성장했다. 판매량 기준으로 멕시코의 가장 큰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그루포 일렉트라를 모방해 2006년 11월 은행 인가를 획득하고 997개 멕시코 매장에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상품의 60%를 대출로 판매하는 그루포 일렉트라는 2002년 ‘방코 아즈테카(Banco Azteca)’라는 브랜드로 온전한 은행 사업을 시작했다. 방코 아즈테카의 지점은 일렉트라 매장 내에 위치하고 있다. 방코 아즈테카는 지난 5년 간 연간 성장률 133%를 기록했다. 대부분 고객들이 신용 기록이 없다는 점에 착안해 이 은행은 새로운 신용 평가 시스템을 개발했다. 4000명의 대출 업무 담당자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고객을 방문한다. 이 담당자들은 대출 신청자의 생활수준을 파악하고 현장에서 신용평가를 수행했다. 대출 담당자들은 매일 1만3000건의 신규 대출을 성사시켰다. 이 독특한 시스템이 잘 운영돼서 방코 아즈테카의 2006년 대출 상환율은 90%에 달했다.
   
No.3 최신 기술 도입
일반적 인식과 달리 로컬 선두 기업들은 샨다와 텐센트 사례처럼 상품과 서비스에 종종 최신 기술을 도입한다. 신기술은 운영비용을 낮추고 기업들이 양질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도와준다. 신기술 활용을 통해 로컬 기업들은 구식 기술로도 로컬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쟁 기업들을 능가하도록 도와준다.
 
과거 투자나 기존 프로세스에 대한 부담이 없는 신생 기업들은 특히 최신 기술에 투자해 비용을 낮추고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제품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남미 최초의 저가 항공사인 브라질의 ‘골 리나스 아에레아스 인텔리젠테스(Gol Linhas Aereas Inteligentes·GLAI)’는 2001년 1월 5대의 비행기로 사업을 시작한 이래 시장에 큰 영향을 줬다. 브라질 민간 항공 기관인 ‘ANAC’에 따르면 ㎞당 승객 수익을 기준으로 한 GLAI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01년 5%에서 2006년 37%로 증가했다. GLAI는 아일랜드의 ‘라이언에어(Ryanair)’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수익률이 높은 항공사다. 이 회사의 성공요인은 단일 기종 항공기 채택(사우스웨스트항공이 개척한 비즈니스 모델)과 최신 기종 항공기에 대한 투자다. 2007년 이 회사는 97대의 보잉 737 항공기를 운항했고, 보잉사에 20082010년에 운항할 신형 737-800 항공기 64대를 주문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에 비해 약 30% 큰 용량의 항공기 모델을 구입한 GLAI는 랜딩 슬롯(landing slot·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시간 및 지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 회사가 운항하는 항공기는 2006년 12월 기준 평균 8년 이하로 남미에서 가장 최신식 항공기를 사용하는 회사 중 하나다. 이런 최신 항공기는 보수 시간이 적게 들어 항공기 수리를 빨리 끝낼 수 있고, 비행기 한 대당 일일 운행 시간을 늘릴 수 있다. ANAC에 따르면 2006년 GLAI의 비행기 활용시간(비행기의 출발과 도착에 걸린 시간)은 1일 14.2 시간으로 남미에서 가장 높은 편이고, ㎞당 좌석 비용도 가장 낮았다. 이 회사는 다른 운영 분야에도 신기술을 활용해 비용을 감축했다. e-티켓을 발권한 최초의 브라질 항공사로 인터넷 판매를 장려한 것. 2006년 항공권의 82%가 웹사이트에서 판매됐다. 고객은 인터넷으로 체크인 할 수 있고,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하면 무선 포켓 PC를 구비한 간이매점과 승무원들이 체크인 수속을 도와준다. 이 회사의 콜센터는 제한된 인원으로 수많은 전화에 대처하기 위해서 최신식 자동 음성 인식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
 
신기술은 오래된 기업이 경제 자유화 이후 제2의 전성기를 누릴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한다. 인도의 가장 큰 유제품 생산 업체인 ‘Gujarat Cooperative Milk Marketing Federation(GCMMF)’은 ‘아물(Amul)’이란 브랜드를 통해 유제품을 판매한다. 인도의 유제품 시장 개방 이후에도 GCMMF가 선두를 지킨 이유 중 하나는 신기술에 적극 투자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GCMMF는 구자랏(Gujarat) 서부지역의 1만3000여 개 마을에서 매일 650만 리터의 신선한 우유를 수집한다. 낙농업자들은 대략 510㎞ 떨어진 수집 센터로 하루에 두 번 우유를 가져온다. 새로운 우유 시스템 덕택에 GCMMF 현장 직원은 우유의 무게와 지방 비율을 측정하고 5분 이내에 낙농업자들에게 대금을 지급할 수 있다. 옛날 시스템에서 직원들은 샘플을 채취하고 며칠이 지난 뒤 지방 테스트를 실시했다. 낙농업자들은 대금을 받기 위해서 일주일을 기다려야 했을 뿐만 아니라 투명성 부재로 비리와 관련한 불만도 많았다.
 
GCMMF는 거래 자료를 수집하는 데 위성통신기술을 활용한다. 맞춤형 ERP 시스템이 모든 비영업 부문 기능을 조정하고 실시간으로 자료를 분석해 우유 공급과 수요 간 불균형을 예측한다. 기술 인프라 덕에 하루에 현금으로 430만 달러(1억7000만 루피)에 달하는 수만 건의 지불이 오류 없이 처리되고 대규모 운송과 가공 과정이 정확하게 이뤄진다. 이런 효율성으로 인해 GCMMF가 인도의 도시 및 농촌 시장에서 모두 성공할 수 있었다.
   
No.4 저임금 노동력의 장점 활용과 직원 사내 교육
많은 로컬 선두 기업들은 자동화에 의지하기보다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중국에서 가장 큰 옥외 광고 기업인 ‘포커스미디어(Focus Media)’의 사례를 살펴보자. 포커스미디어는 자체 설계한 LCD디스플레이어를 90개 도시 13만 개 지점에서 사용한다. 포커스미디어의 스크린은 사무실 빌딩, 아파트 단지, 유통업체, 쇼핑몰, 레스토랑, 병원, 약국, 미용실, 헬스클럽, 골프장, 호텔, 공항, 공항 환승 버스 등에 설치된다.
 
포커스미디어는 이 모든 LCD 화면에 낮은 수준의 기술을 사용한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자전거로 이동하는 직원들이 언제든 필요하면 광고를 담고 있는 DVD나 플래시카드를 교체한다. 포커스미디어는 컴퓨터로 LCD화면들을 연결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직원들을 활용해 운영비용을 낮춤과 동시에 고객들에게 보다 유연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포커스미디어는 적은 비용으로 주요 상품 출시 주간에 전국의 오피스 빌딩에 광고를 할 수 있다. 또 한 도시에서 일주일 동안 특정 위치에서 옥외광고를 할 수도 있다. 구정 전날 온라인, 극장 내, 쇼핑센터에서 복합적으로 광고를 할 수도 있다. 포커스미디어가 자동화 시스템을 사용했다면 중국 정부는 이 회사를 네트워크 기반 방송사로 인식하고 규제를 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포커스미디어의 성장률은 저하됐을 것이다. 포커스미디어의 자전거를 활용한 솔루션은 하이테크 산업에 적절히 접목됐다.
 
노동 시장의 다른 면을 보면 신흥 시장에서는 숙련된 직원을 구하기 어렵다. 그루포 일렉트라, GLAI, 중국상업은행, 인도 ITC 등과 같은 성공적 로컬 기업은 사내 교육 훈련에 대규모로 투자한다. 인도의 아폴로(Apollo)병원은 최고의 의사와 간호사를 채용해 명성을 쌓았다. 이 병원의 핵심 차별화 요인은 양질의 서비스다. 이 병원 체인을 이용하는 환자들은 공공 병원 병원비의 10배를 지불한다. 이 병원은 41개 시설에, 4000명의 전문가와 3000명의 의사를 고용하고 있지만 신설 병원과 추가적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 직원을 더 채용해야 할 형편이다. 인도의 의학 교육 인프라가 느리게 성장하고 있는 점을 인식한 아폴로병원은 새로운 교육 기관 설립을 위해 1998년 재단을 설립했다. 이게 다가 아니다. 2000년 아폴로병원과 인도의 선도적 기술 교육 기업 NIIT는 온라인 의학 과정을 제공하기 위한 합작 회사를 만들었다. ‘메드바시티 온라인(Medvarsity Online)’은 가정 의학, 응급 의학, 보험관련 대학원 과정을 제공한다. 아폴로병원은 물리치료사, 간호기사, 병리사 등을 양성하는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아폴로병원은 간호사들에게 의학 교육, 커뮤니케이션, 고객 서비스 기술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직원 교육에 투자했기 때문에 아폴로병원은 지금과 같은 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다.
 
No.5 빠른 규모 확장
많은 신흥 시장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가 명확해지면 수많은 기업들이 해당 사업에 달려들곤 한다. 중국, 인도, 브라질과 같은 규모의 국가들, 특히 수많은 지방과 도시에서는 지역 군소 업체들이 번성하게 된다. 그러나 전국에 걸쳐 사업을 하는 기업만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그 이익을 누릴 수 있다. 많은 로컬 선두 기업들은 범위의 경제를 달성한 후에 규모의 경제를 추구한다.
 
확장은 종종 인수와 합병을 통해 이뤄진다. 예를 들어 포커스미디어는 2003년 사업 시작 당시 중국 전역에서 경쟁 기업들과 경쟁해야 했다. 포커스미디어는 공격적 인수 전략을 펼쳤고 광고주들을 유혹할 수 있는 전국 단위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 지역 경쟁자의 경쟁력을 떨어뜨렸다. 재빨리 규모를 키운 포커스미디어는 중국 옥외 광고 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 두 곳(미국의 Clear Channel Communications와 프랑스의 JCDecaux)을 능가했다. 1998년 중국에 진출한 클리어채널(Clear Channel)은 2006년 수익 규모에서 포커스미디어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2005년 2개 기업 인수를 통해 중국에 진출한 JCDecaux는 중국에서 수익을 보고하지 않았다. 그러나 포커스미디어가 90개 도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반면 JCDecaux는 20개 도시에서만 활동하고 있다. 클리어채널과 JCDecaux가 지난 10년간 몇개 기업을 인수 했지만 포커스미디어는 선두 자리를 지키기 위해 2006년 1월과 2007년 2월 사이에만 5건을 성사시켰다.
   
일부 로컬 선두 기업들은 유기적 성장을 가속화 하기 위해 지역 연합체를 형성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굿베이비는 지방 유통을 확보하고 새로운 거점 확보를 신속하게 하려고 중국 각 지역과 도시에서 활동하는 35개 기업을 세웠다. 굿베이비는 1600개 단일 점포 또는 백화점 매장, 300개 판매자로 구성된 가장 강력한 마케팅 및 판매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굿베이비는 2010년까지 500개 지점을 추가로 개설할 계획이다. 또 굿베이비는 2년 전 플래그십 매장(대형 단독 매장)을 처음으로 개장했다. 이 매장에서는 일부 외국 브랜드와 굿베이비의 브랜드를 제공하기도 하고 육아 어드바이스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굿베이비는 중국 시장의 유통 문제에 재빨리 대처해 성공을 거뒀다.
 
No.6 급성장의 지속성을 보장해주는 역량에 투자
신흥 시장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은 기업가적 열성과 장기간 빠른 성장을 유지하려는 로컬 경쟁 기업의 도전에 직면한다. 다국적 기업들은 로컬 시장에 우수한 경영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놀란다. 사실 대부분 다국적 거대 기업들은 머나먼 본사와 협상을 할 필요가 없는 추가적 경쟁우위 요인을 가진 로컬기업 경영진의 역량을 과소평가해 왔다.
 
많은 기업들은 수년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갈 때 붕괴의 위기에 직면한다. 총체적으로 이를 막는 방법은 없지만 영리한 조직은 고위 경영진의 이직을 최소화하고 경영 시스템을 제도화해 급성장으로 인한 복잡성 문제를 줄인다.
 
러시아의 ‘Wimm-Bill-Dann Foods(WBD)’ 사례를 살펴보자. WBD는 5명의 기업가가 자금을 차입해 1992년 설립했다. 이들은 생산 라인의 일부를 모스크바 근교의 리아노조브스키(Lianozovsky) 낙농공장으로부터 임대해 과일 주스를 생산하며 전격적으로 낙농업에 진출키로 결정했다. 유제품의 유통기한이 짧다는 특징 때문에 유통 범위를 반경 400㎞로 정하고 소비자 친화 제품을 생산했다. 19952003년 WBD는 19개 낙농회사를 인수했고 100곳의 유통점을 지정해 전국적 유통 시스템을 구축했다. 2003년 다농, 코카콜라 같은 다국적 기업도 강력한 판매 및 유통 시스템을 구축했고 러시아 시장 장악을 위해 지역 판매업자들에게 자금을 투자했다. 이로 인해 다농의 유제품과 코카콜라의 과일 주스가 WBD의 제품보다 빠르게 팔려나갔다. WBD의 창립자들은 기업의 선두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했다. 2006년 4월 이들은 유럽에서 20여 년 간 코카콜라와 일한 새로운 CEO를 고용했다. 신임 CEO에게 자유재량을 부여하기 위해서 창립자들은 ‘감시위원회’라는 새로운 직위로 이동했다. 창립자들은 보다 강력한 기업 센터를 만들고 새로운 기업 미션을 설정했다. 신임 CEO가 이끄는 WBD는 비용을 줄이고 품질을 향상시키며 임직원들에게 투자하는 일에 집중했다. 적당한 가격에 높은 품질의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서 WBD는 모든 제품과 원재료에 대한 자세한 기준을 설정했고 예측과 수요 계획을 개선했으며 관료주의를 없애기 위해 법적 구조를 단순화했을 뿐만 아니라 정보 기술에 투자를 확대했다. WBD는 핵심 성과 지표 시스템 6개월 성과 검토 상위 500명 직원을 대상으로 한 자기 개발 계획 등 인적 자원 관리를 위한 많은 제도도 도입했다. 또 WBD는 성과주의 연봉제를 도입하고 최초로 고위 임원진에게 스톡옵션을 제공했다. 마지막으로 WBD는 러시아 기업 문화 유지에 신경을 쓰면서 수많은 다국적 기업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은 경영진을 영입했다. AC닐슨 조사 결과 WBD는 2006년 러시아 유제품 시장의 34%를 점유했고, 과일 주스 시장의 3대 생산 기업으로 18%를 차지했다. 유제품 시장의 경쟁자인 다농은 같은 해 WBD의 절반인 16%를 점유했다.
 
WBD와 같은 많은 로컬 선두 기업들은 다국적 기업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기업 주식 가치의 급성장과 빠른 승진 기회 등을 미끼로 활용했다.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특별한 것으로 여겨지던 시대는 끝났다. 오늘날에는 로컬 대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많은 고위 간부들이 로컬 기업의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 다국적 기업 혹은 해외 직위에서 자리를 옮겼다. 예를 들어, 중국 포커스미디어의 CEO 밍동우(Mingdong Wu)는 메릴린치에서 일했다. 씨트립(Ctrip)의 회장 지안장량(Jianzhang Liang)은 오라클의 직원이었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지에 선(Jie Sun)은 KPMG에서 일했다. 샨다의 회장 준 탕(Jun Tang)은 중국 마이크로소프트의 대표였고, CFO용장(Yong Zhang)은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에서 일했다.
   
로컬 선두 기업의 전략 구축 사례
많은 기업들이 앞서 제시한 성공 전략을 추구한다. 선두 기업들이 다른 기업들과 구별되는 점은 이들이 동시에 여러 개 또는 모든 전략을 잘 실행한다는 점이다. 중국의 가장 큰 온오프라인 여행사인 씨트립은 모든 성공 전략을 동시에 잘 실행했다. 1999년 설립 당시 트래블오시티, 오비츠(Orbitz), 익스피디아(Expedia)와 같은 온라인 여행 서비스는 미국에서는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많았다. 당시 중국에는 사브레(Sabre)와 같은 전국적 발권 시스템이 없었고, 안전한 온라인 지불 시스템은 여전히 부족했다. 대부분의 중국 내 호텔은 체인으로 운영되는 호텔이 아니었고 대부분 로컬 항공사와 소비자들은 전자 티켓보다 종이 티켓을 선호했다. 따라서 씨트립은 온라인 판매와 오프라인 판매를 병행하기로 결정했다.
 
씨트립은 중국 소비자들이 여행사 대리점 이용을 선호한다는 점에 착안해 3000명 이상의 직원이 하루에 10만 명의 고객을 상대할 수 있는 콜센터를 세웠다. 개인 유대 관계가 중요한 기업체 여행 서비스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 임원진을 지원하는 로열티 프로그램을 구축했다. 이 회사 수익의 70%가 여전히 오프라인 매출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정교한 자동 음성 응답 시스템 구축에 투자해 고객에게 연중 무휴로 예약 서비스를 제공했다. 또 이 회사는 온라인과 콜센터를 중앙 데이터베이스와 연결해서 예약 인프라를 구축했다. 대규모의 연구팀은 끊임없이 데이터베이스를 업데이트했다. 또 기술 전문팀은 데이터베이스를 씨트립의 협력 호텔 및 항공사의 느리게 작동하는 시스템과 통합했다. 다른 경쟁 기업들은 이런 종류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 데이터베이스는 씨트립에 엄청난 경쟁 우위를 제공했다.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하는 고전적 전략 차원에서 이 회사는 중국의 도시 곳곳을 자전거와 스쿠터로 누비는 안내원을 통해 종이 티켓을 배달하고 수금을 한다.
 
규제와 라이센싱 장벽 때문에 수십 개의 성(省)과 수백 개의 도시로 구성된 중국 여행 시장에서 사업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각 도시에 매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방 정부의 인가가 필요한데 대부분의 경우 경쟁 여행사가 이를 소유하고 있다. 많은 도시에서 판매 팀과 배달 서비스를 조직하는 일도 어렵다. 지난 10년 간 씨트립은 참을성 있게 이런 장벽들을 이겨냈다. 5600개 파트너 호텔 및 중국의 모든 선두 항공사들과 제휴해 국내 여행 비즈니스를 구축한 것. 씨트립이 분권화된 조직이라는 점을 감안해 이 회사 임원진은 ‘씨트립웨이(Ctrip Way)’라는 전사 차원의 경영 문화를 창조했다. 그리고 이들은 기업 내부적으로 일반화된 비즈니스 과정을 따를 것을 강조했다. 이 회사는 고객 서비스를 위한 6시그마 기준을 수립하고 직원들이 이를 따르도록 했다. 또 씨트립에는 공동창업자들이 경영에 참여하는 강력한 경영 팀이 있다. 그 결과 씨트립은 Expedia가 세운 ‘이롱닷컴’과 트래블오시티가 세운 ‘주지닷컴’, 2001년 중국 국영 항공사와 사브레 같은 외국 투자자가 합작으로 세운 온라인 포털 기업 ‘트래블스카이’ 등 수많은 외국 경쟁 기업들의 위협을 이겨내고 있다. 당시에 많은 이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고 항공권을 우선적으로 확보하는 트래블스카이가 중국 여행 시장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적어도 아직까지는 씨트립이 선두를 지키고 있다.
   
로컬 기업 이기기
다국적 기업들이 로컬 선두 기업을 이기고 싶다면 두 가지 사항을 집중 공략해야 한다. 첫째, 우리가 앞서 제시한 바와 같이 로컬 기업의 일부 전략을 모방해야 한다. 둘째, 로컬기업이 쉽게 모방하지 못하는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각기 다른 국가와 산업의 다국적 기업들이 최근에 중국에서 보여주는 사례에서 명확히 알 수 있듯이 이는 어려운 일이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미국 켄터키주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KFC나 피자헛, 타코벨과 같은 체인점을 보유한 ‘Yum 브랜즈’가 중국에서 번성하고 있다. 이 기업은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적용했다. 중국 특색에 맞게 메뉴를 구성하고 매년 수십 가지 신규 아이템을 출시했다. 또 소비자 행동에 맞춰 점포를 구성하고 취향이 바뀌면 점포 구성도 바꿨다. 예를 들어 Yum은 최근에 중국의 운전자 인구 증가를 반영해 차를 탄 채로 주문할 수 있는 점포를 도입했다. 마케팅을 통해 단순히 음식이 아닌 교육 효과를 강조해 학부모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또 점포의 이미지를 재미있는 장소로 포지셔닝했다. 일례로 중국의 KFC 매장은 매장 당 하루 평균 두 건의 생일 파티를 연다. Yum은 중국에서 맥도날드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02년 맥도날드가 538개의 점포를 보유했지만 KFC는 766개의 점포를 갖고 있었다. 이후 2007년 11월 KFC는 420개 도시에 약 2000개의 점포를 보유하게 됐지만 맥도날드는 800개의 점포를 가져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Yum은 피자헛 사업도 확장하고 있다. 중국에서 피자헛은 약 300개 점포를 보유하고, 로컬 체인인 ‘이스트도닝(East Dawning)’은 중국 음식을 제공한다. 사실상 Yum은 중국에서 평균적으로 매일 한 개의 매장을 개점한다.
 
Yum은 글로벌 전문가들을 활용해 로컬 경쟁기업과 차별화한다. 16개 유통 네트워크와 2개의 프로세싱 센터가 기업 확장을 지원한다. 재료 품질의 일관성을 위해 엄격한 공급자 선별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또 Yum은 자사의 국제적 명성과 자원을 활용해 중국 정부의 식품 안전과 공급 체인 규제에 관한 정책에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런 활동을 통해 중국 내 명성을 유지하고, 정부의 지원을 받는 한편 산업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그 결과는 중국에서 보기 어려운 조합(양질의 음식을 깨끗한 환경에서 제공하는 퀵서비스 레스토랑 브랜드들을 보유한 기업)을 만들어 냈다. Yum의 전략이 제대로 작용하면서 2006년 Yum의 중국 사업은 전 세계 수익의 20%를 차지했다.
 
Yum이 처음부터 산업을 선도했다면 핀란드의 노키아는 처음에는 뒤처졌지만 나중에 선두기업으로 성공한 사례다. 5년 전 노키아는 중국에서 모토로라보다 뒤처져 있었다. 또 중소 도시와 중간급 시장, 저가 소비자층을 대상으로 하는 TCL, 닝보버드(Ningbo Bird)와 같은 로컬 기업들과도 경쟁했다. 2000년 초 로컬 기업들은 재빠르게 움직여서 아웃렛을 개설하고 유통 역량을 키웠다. 놀랍게도 노키아는 재빨리 국내 판매와 유통 네트워크에 동일하게 투자했다. 노키아는 정교한 IT 플랫폼을 활용해 거의 실시간으로 판매량과 경쟁사 가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3000명에 이르는 점포 내 판촉 사원을 배치했다. 또 노키아는 중국 로컬 경쟁 기업들이 추구하기 어려운 전략도 구사했다. 노키아는 빠르게 제품을 대규모로 생산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부분적으로는 이런 점 때문에 오늘날 노키아가 중국 시장에서 선두 기업이 됐다.
 
한국의 현대는 경쟁이 치열한 신흥 시장에서 후발 주자가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현대의 자동차생산 점유율은 중국에 진출한 2002년 0%에서 2006년 7%로 증가했다. 진출 40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50만 대를 달성했다. 현대는 중국 소비자의 수요를 파악하기 위한 팀을 수개월에 걸쳐 파견해 다른 자동차 회사들이 간과한 소비자의 수요를 파악했다. 외국 기업들은 고급 시장을 공략하고 있고, 로컬 기업들은 저가 시장을 공략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품질의 차를 적당한 가격에 제공하는 기업이 없다는 점에 착안했다. 중국의 신 중산층의 자동차 수요를 이해한 현대는 소나타와 엘란트라 모델을 이 시장에 맞게 내놓았다.
 
현대는 전문 지식과 경력을 중국에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중국 법은 외국 자동차 기업이 중국 기업과 합작 기업 형태로 진출하도록 규제한다. 이런 제도 때문에 종종 로컬 기업이 경영권을 장악한다. 현대는 합작 회사의 경영권을 보유하면서도 합작 파트너인 ‘Beijing Automotive Industry Holding Corporation(BAIC)’과 좋은 관계를 형성했다. 실제로 현대는 중국에서 일하는 한국인 직원들에게 중국어를 배우도록 했다. 현대는 BAIC의 기능적이면서도 노동 집약적 생산 라인을 활용해 관리 부문 투자를 최소화했다. 또 한국 공급업자들의 중국 진출을 장려해 비용을 절감했다. 중국의 치열한 경쟁 시장에서 성공한 경험에 힘입어 현대는 베이징에 10억 달러 규모의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이 공장은 2008년 4월에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고 현대의 생산력을 연산 60만 대까지 증대시킬 것이다.
 
글로벌화는 확실히 양날의 칼과 같은 면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신흥 시장의 다국적 기업들이 누리던 이점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민첩한 로컬 기업들은 글로벌화의 장점을 활용해 선진국 경쟁 기업들과의 기술, 자본, 역량 격차를 줄였다. 비록 평균적인 로컬 기업의 경쟁력은 약한 편이지만 다국적 기업들은 그들의 전략 구상을 다시 재고해봐야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결국 강력한 로컬 기업이 한 곳만 등장해도 신흥시장에서 다국적 기업의 입지는 종종 좁아진다.
 
아린담 K. 바타카리야(Arindam K. Bhattacharya)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델리 지사의 파트너다. 데이비드 C. 마이클(David C. Michael)은 BCG 베이징 지사의 시니어 파트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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