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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Kelley School of Business·SKK GSB 공동 기획: Marketing Lecture 1

“다양한 출신 팀원, 때로는 창의력에 독!”

김유영 | 76호 (2011년 3월 Issue 1)

편집자주 미국 인디애나대 켈리 스쿨(Kelley School of Business)은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SKK GSB) EMBA(Executive MBA) 과정을 공동 운영하고 있습니다. 켈리 스쿨은 마케팅 분야에서 상위권을 달리고 있습니다. DBR Kelley School of Business-SKK GSB의 마케팅 수업을 시리즈로 지상 중계합니다.

신제품을 개발할 때 마감 시한을 정해놓고 마케팅, 엔지니어링, 세일즈 등 각 부서에서 사람들을 뽑아 태스크포스팀, 이른바 다기능팀(Cross-functional Team)을 꾸릴 때가 많다. 다양한 관점을 경험하게 해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몇 시간 동안 회의를 해도 만족할 만한 답을 찾지 못할 때가 많다. 각 부서에서 온 사람들이 각자 의견을 쏟아내지만 별로 건질 게 없을 때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한 솔루션은 무엇일까.

대니얼 스미스(Daniel Smith) 미국 인디애나대 켈리 스쿨(Kelley School of Business) 학장은단지 다기능팀을 꾸린다고 해서 창의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한다. 정보의 과부하(Information Overload) 현상이 빚어지면 사람들이 움츠러들면서 원래의 상태로 복귀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창의성을 배가시키려면 다같이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내놓은 다음 각각의 아이디어를 숙고할 휴식 시간이 필요하다창의력은 갑자기 찾아오는 게 아니라 오랜 기간 고민을 하는 중에 무심히 찾아온다고 말했다. 다양한 기업에서 마케팅 관련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한 스미스 학장은 창의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법을 비롯해 비즈니스 애널리틱스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스미스 학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창의성이 화두다. 국내 기업들이 신제품 개발에 창의성을 많이 강조하고 있다.

신제품이 실패하는 주된 요인 중 하나는 혁신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대개의 경우 신제품을 개발할 때 다기능 팀을 꾸리는데, 이는 다기능 팀이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고 창의적인 사고에 필수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게 사실일까. 혁신이 다기능 팀의 속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소비재 산업의 상품 개발자(Product Manager) 14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능적인 다양성(Functional Diversity)은 혁신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다기능 팀을 꾸리는 것만으로 혁신성을 증진시킬 수 없다. 실제로 2개 부서 출신으로 이뤄진 다기능 팀과 11개 부서 출신의 다기능 팀 사이의 성과 차이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성이 증진될수록 더 많은 아이디어들이 나오는 반면, 팀의 문제 해결 능력은 떨어진다. 바로 정보 과다 현상 때문이다. 정보 과다로 프로세스에 혼란이 일어날 수 있고 이는 곧 더욱 다양한 시각과 아이디어의 장점을 취하는 데 방해가 된다.

정보 과잉이 창의성을 방해한다는 시각이 흥미롭다.

창의성은 단지 새로운 것과는 다르다. 아이디어가 유용해야 한다. 엔지니어링 마케팅 운영 등 다양한 배경의 사람이 모이면 오히려 난국에 부딪힐 수도 있다. 압도당할 정도로 너무 많은 아이디어들이 나오면 팀이 매몰될 수 있다. 사람들은 위축되고, 원래의 상태(Status-quo)로 되돌아가려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마감시한에 대한 압박(Time Pressure)이 있을 때 더욱 그렇다. 사람은 본질적으로 단순함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테이블 위의 플라스틱 생수병을 가리키며) 만약 이 물병의 디자인을 바꾸는 프로젝트를 수행한다고 가정하자. 지나치게 많은 아이디어가 쏟아지면 그냥 원래의 물병 디자인으로 가자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정보 과잉을 어떻게 다뤄야 하고, 결과적으로 어떻게 창의성을 북돋울 수 있나?

미국의 3M 사례가 흥미롭다. 3M의 다기능팀은 각각 아이디어를 열렬하게 쏟아낸다. 바로 이 때가 멈춰야 할 시간(Time to Stop)이다. 이들은 이제 흩어져서 각각 시간을 가진다. 그러다가 예컨대 한 달 정도 지난 뒤 다시 모여서 아이디어를 재검토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실체가 잡히지 않았던 아이디어가 명확해질 수 있다. IBM과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했을 때도 비슷한 점을 발견했다. IBM의 다기능팀은 전용 회의실을 갖고 있다. 여기에는 매우 큰 화이트보드가 있다. 5∼7명 단위의 팀이 수없이 회의를 하면서 아이디어를 화이트보드에 적어놓는다. 그리고 다시 일상 업무로 돌아간다. 각 팀원들은 매일 몇 시간씩 이 방에 혼자 들어와서 화이트보드에 계속 아이디어를 추가한다. 또 다른 사람이 적은 아이디어를 공유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그룹으로 모일 때뿐 아니라 혼자 있을 때에도 전체 아이디어가 모양새를 갖춰나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신제품의 기준을 정할 때 시장에서 통용되는 여러 기준을 내놓고, 이를 걸러내거나 추가한다. 또 다른 측면인 비용이라는 기준도 살펴본다. 이후 점수를 매겨 최종 기준을 내놓는다. 보다 정제된 아이디어를 얻어서 과다한 정보를 단순화할 수 있다.

사람들은 창의력이라고 하면 섬광 같은 통찰력(Flash of Insight)을 통해 기존에 없던 아이디어를 내는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우리는 많이 생각하고, 자고, 운동하고, 식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그러다가 갑자기 아이디어가 찾아온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오랜 시간의 생각 끝에 찾아온다. 창의적인 기업들은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주고 시간 압박을 주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보 과다 이외에 창의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인가.

상위 범주에 대한 정체성(Super-ordinate Identity), 즉 상위 팀에 강력한 소속감을 갖고 성공에 기여한다고 느끼는 감정은 팀원들이 다양한 관점들 간의 새로운 연결 고리를 찾게 할 수 있다. 이게 바로 혁신의 근원이다. 반면 사회적인 유대감이 너무 강한 것은 악영향을 미친다. 이는 기존 관계에 집착하게 해서 동조 현상을 일으킨다. 결과적으로 신상품의 혁신성이 감소한다. 상위 범주에 대한 정체성은 일정 수준의 리스크를 감수하려는 성향이 있을 때 더욱 강화된다. 반면 사회적인 유대감(Social Cohesion)이 심하다면 상위 범주에 대한 정체성이 약화된다. 혁신성이 저하되는 것을 막으려면 꼭 필요한 분야의 팀원들만 모아서 정보 과다 현상을 최소화하고, 팀의 정체성 수립을 도와줘야 한다. 관리자들은 팀원들이 낯설어 하는 사람을 양념처럼 포함시켜 창의적인 작업을 방해하는 사회적인 유대감의 수준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삼성의 계열사 임원들을 교육한 것으로 알고 있다. 창의성과 관련해 언급하고 싶은 말은.

일단 인상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예전에 삼성 계열사가 미국 공항에서 카트에 로고를 붙여 브랜드를 알리는 작업을 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삼성을 카트 만드는 회사로 오해했다. 충격을 받은 삼성은 카트 광고를 중단했다. 당시 브랜드 인지도가 거의 없던 삼성이 지금의 위치로 성장한 게 놀라운데, 바로 내부적으로 창의성을 고양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삼성의 용인연수원에 간 적이 있었다. 숲 속에 평화롭고 조용한 건물이 있어서 멈춰서 생각할 수 있었다. 마치 사찰에서 참선하는 기분이었다. 이 외에도 삼성은 외국에 몇 개월씩 살게 하는 지역 전문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업무와 관련한 책임 없이 여행하고 사람 많이 만나서 메모하고 돌아와서 무엇을 배웠는지 직원들과 공유하는 것이다. 혁신과 창의성은 이런 문화에서 나올 수 있다. 삼성이 위계 질서가 강한 기업인 것은 사실이다. 효율성과 속도를 살리면서 일을 빨리 한다. 다만 창의성과 혁신을 위해 지역 전문가 과정을 약간 변형해 리더가 없는 다기능팀을 강화해보라고 주문하고 싶다. 각 분야의 직원들에게 포괄적인 지시 사항(Mandate)만 주고 이들을 낯선 나라에 떨어뜨려 놓는 것이다. 돌아올 때에는 돌파구가 되는(Break-through) 아이디어를 갖고 올 수 있다. 경영진은 그 아이디어를 위계질서를 통해 강하게 밀어 붙일 수 있다.

초경쟁 환경에서 마케팅의 역할은 무엇인가?

경쟁의 역사를 살펴보면 최근 30년간 급격히 변했다. 1980년대 초·중반에는 제품 품질 향상 경쟁이 붙었다. TQM(Total Quality Management)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품질 격차가 줄어들면서 비용 절감으로 경쟁 대상이 바뀌었다. 즉 중국 인도 등 개발 도상국으로 제조기지를 이전해 제조 원가를 낮추거나 공급망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을 통해서다. 하지만 비용마저도 비슷한 수준으로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이제 무엇이 남았겠는가? 경쟁은소비자에 대한 월등한 이해(Superior Understanding of Customer)’로 옮겨갔다. 소비자가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데이터가 발생한다. 특히 데이터 처리 기술이 좋아지면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구조화해서 소비 패턴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소비자 행동을 얼마나 잘 이해하느냐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

기업은 소비자에 대한 월등한 이해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회사인 하라스 엔터테인먼트(Harrah’s Casino)는 하라스 전용 카드를 고객에게 준다. 고객은 이 카드를 갖고 하라스의 시설에 풋프린트(Footprint)를 남긴다. 하라스는 고객이 블랙잭과 슬롯머신 중 무엇을 선호하고 얼마나 돈을 거는지, 어떤 쇼를 보고 싶어하고 언제 관람하려 하는지, 쇼보다는 근사한 식사를 원하는지 등 어떻게 돈을 쓰는지 추적해 소비자 행동에 관한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이후 같은 고객이 다시 방문해 호텔에 체크인하는 즉시 고객과 관련된 프로파일이 뜬다. 하라스는 즉시OOO 고객님, 반갑습니다. 지난 번 슬롯머신은 즐거우셨습니까? 슬롯머신을 할 수 있게 15달러에 상당하는 공짜칩을 드립니다라는 메시지를 띄운다. 혹은OOO 고객님이 쇼를 좋아하니 고객님을 위해 이미 예약했습니다. 원치 않으시면 취소하시면 됩니다라고 한다. 이게 바로 새로운 수준의 경쟁(New Level of Competition)이다.

미국의 대형 온라인 의류회사인 랜드엔드(Land’s End)도 흥미롭다. 이 회사의 웹사이트에서 검은색 캐시미어 스웨터를 산다면, 회사는 같은 상품을 구매한 다른 소비자가 함께 구매한 목록을 이 소비자에게 추천한다. 또 자신의 사진을 찍어서, 웹사이트를 열면 자신과 똑같은 사람이 스크린에 나와 이 회사에서 자신이 선호하는 의류를 입고 있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이게 바로 비즈니스 애널리틱스(Business Analytics) 분야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가 활성화되면서 텍스트 애널리틱스(Text Analytics)도 각광받고 있다. 소셜 미디어의 메시지를 분석해 소비자의 선호도 등의 정보를 더 쉽게 알 수 있게 됐다.

대니얼 스미스(Daniel C. Smith) 미국 인디애나대 켈리 스쿨 오브 비즈니스(Kelley School of Business) 학장은 인디애나대(Indiana University)와 피츠버그대(University of Pittsburgh)에서 각각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마케팅 담당으로 Clare W. Barker Chair 교수이기도 하다. IBM 3M 등 글로벌 기업들과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삼성그룹의 브랜드 자산 경영과 관련해 15차례 이상 강의했다. 등에 논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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